#61 빵 터진 클럽하우스 맥락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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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초대권 팝니다!" 혹시 이런 글을 보신 적 있나요? 오디오 기반의 SNS인 클럽하우스는 누군가의 승인으로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라 '당근마켓'에 초대권 판매 글이 올라올 정도라고 하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영상도 아닌 오디오 콘텐츠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요? 사실 오디오 콘텐츠 유행이 낯선 이야기는 아니에요. 어릴 적 라디오를 듣다가 잠든 경험이 있다면 공감하실 텐데요. (저는 ‘성시경의 푸른 밤’과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 청취자였습니다!) 2000년대 후반에는 팟캐스트가 붐을 일으키기도 했고요. 하지만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팟캐스트는 추억에 묻힌 아날로그가 됐죠. 근 10년 만에 다시 옛 영광을 되찾은 오디오 콘텐츠,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중간에 이벤트가 있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세요!)



팟캐스트에 열 올리는 아마존과 애플

출처: 아마존


오디오 콘텐츠가 뜬다는 말이 들리기 시작한 건 하루 아침 일이 아니에요. 20호 수박 레터 '지는 줄 알았던 오디오가 뜬다'에서도 오디오 시장의 부상을 말한 바 있죠. 하지만 이젠 오디오 콘텐츠가 뜨는 정도가 아니라 가장 핫한 콘텐츠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예요. 여전히 영상 미디어가 우세한데 오디오 시장이 각광받으면 얼마나 받겠냐 싶을지 모르지만, 지난해 12월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뮤직(Amazon music)’이 미국 최대 팟캐스트 제작 업체인 '원더리(Wondery)'를 한화로 약 4400억 원에 인수했다고 하면 느낌이 확 오실 거예요. (이 액수는 저널 보도에 따른 추정 금액이에요. 아마존 뮤직 측은 정확한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대요.)


출처: 스카우트FM


애플의 경우엔 오랫동안 iOS 기기용 팟캐스트 앱을 직접 제공해왔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스카우트FM(Scout FM)'이라는 팟캐스트 회사를 인수하고, 유료 팟캐스트 구독 서비스 제공을 검토 중이라고 해요. 유료 구독 모델을 통해 팟캐스트 제작자들에게 수익 창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거죠. 그렇게 능력 있는 제작자들을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 오려고요. 이렇듯 여러 정상 브랜드들이 팟캐스트 사업을 확대하는 데 몰두하고 있는 게 확실하죠.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1인 미디어 정도인 팟캐스트가 유튜브를 앞서는 차세대 플랫폼이 될 것 같아요. 



스포티파이의 시장 정복기

팟캐스트 얘기하는데 '스포티파이(Spotify)'를 빼놓을 수 없겠죠. 아마존과 애플이 팟캐스트에 쌍심지를 켜게 된 계기가 팟캐스트 시장에서 공룡이 된 스포티파이를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논평이 주를 이룰 정도니까요. (팟캐스트라는 단어가 아이팟iPod에서 파생된 거 알고 계셨나요? 그런데 애플이 팟캐스트로 스포티파이를 견제하다니, 스포티파이 대단하죠?)


스포티파이 홈페이지 캡처


스포티파이는 사용자의 시간, 취향, 기분 등을 고려해 철저히 개인화된 음악 추천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는데요. 스포티파이의 국내 상륙 소식이 전해지자 카카오뮤직은 이를 견제하고자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도 했어요. 그래서 현재 스포티파이에선 카카오뮤직 소속인 아이유, 지코 등의 음악을 들을 수 없죠. 스포티파이가 이런 난관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닐 테고, 사실 스포티파이의 진짜 목적은 단순히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스포티파이의 진짜 목적은 우리나라 오디오 시장 공략에 있다는 건데요. 오디오 콘텐츠 소비가 갈수록 활발해지는데, 아직 국제적으로 발굴되지 않은 한국 시장을 선점하고자 한 거죠.


물론 국내 오디오 플랫폼과 콘텐츠도 상당히 많아요. 하지만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이 한정적이라는 거예요. 산업이 활성화 되려면 광고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고 다양성이 풍부한 데 비해 저평가 되고 있어요. 아무래도 공식적인 트래픽 산정 기준이 모호한 게 가장 큰 문제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명확한 기준을 통해 국내 오디오 콘텐츠들이 제대로 평가되면 좋겠어요!



언어가 목소리를 만날 때

꽤 흥미로운 국내 오디오 콘텐츠를 소개해볼까 해요. 지난해 10월에 멜론과 콜라보 한 브런치의 '브런치 라디오'인데요. 작가가 브런치북에 주제에 따른 글을 작성해 신청하면, 브런치에서 글을 선정해 '브런치 라디오'의 대본으로 만들고 해당 작가와, 전문 DJ와 함께 녹음을 해서 송출하는 겁니다. 녹음된 글은 멜론 채널을 통해 방송되죠. 브런치 독자들 뿐 아니라 멜론 사용자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해요. 그래서 11월에 바로 시즌2가 열리기도 했어요.


 

브런치 X EBS 라디오의 프로젝트로 출간된 책 '너의 목소리를 그릴 수 있다면'


브런치의 오디오 콘텐츠는 이때 처음이 아니었어요. 앞서 EBS라디오와 함께 <나도 작가다> 프로젝트를 실시한 바 있죠. 진즉에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책으로 출간해주는 프로젝트는 들어 보셨을 텐데요. 그 프로젝트는 작가마다 한 권의 책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거였다면, <나도 작가다> 프로젝트는 60명의 이야기를 하나의 책으로 엮고, 작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라디오 방송에서 낭독하는 거예요. 놀랍게도 이 프로젝트에 1만 여명이 지원했대요. 전문적이고 수려하진 않았지만,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더 감동적이고 담백했다는 평이 많았어요.


확실히 언어는 글로 있을 때보다 소리가 될 때 더 강한 힘을 내는 것 같아요. 특히 사람의 목소리에는 그 사람이 가진 특유의 정서와 감정이 묻어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목소리가 실린 언어는 청취자의 경험에 기반한 상상과 더해져 4차원적인 경험을 만들죠. 오디오 콘텐츠의 매력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비슷한 경험을 말하더라도, 말하는 사람에 따라 또 듣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콘텐츠가 되니까요.



입장과 동시에 사라지는 허들

지난주부터였을까요? SNS에는 '클럽하우스(Clubhouse)'에 입성했다는 인증 게시물이나 초대권을 얻기 위한 이들의 요청 게시물이 줄을 이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죠. 클럽하우스를 써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운영 방식은 기존의 팟캐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평범한 누구라도 스피커(speaker)가 될 수 있는데요. 다만 차별점은 리스너(listener)로 참여하다가도 언제든지 손을 들어 스피커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스피커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해지는 기분을 느끼고, 셀럽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혜택을 누리는 건 덤이죠. 생산자, 소비자 나눌 것없이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대라고 하는데,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을 이렇게 즉각적으로 허무는 채널은 아직까지 없는 것 같아요.


 

bemyb의 클럽하우스 계정. 팔로우 부탁드려요! >.<


폐쇄적인 운영 방식,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SNS, 기록이 남지 않는 편리함 등 많은 특장점이 있지만, 사실 클럽하우스의 유행은 뉴트럴 물결에 편승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따지고 보면 클럽하우스의 특징이 전혀 새로운 방식은 아니잖아요. 서두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라디오는 과거에 이미 대중 문화의 중심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시각 콘텐츠가 과잉 생산되면서 청각이 주는 감성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실제로 우리의 감각 중 청각이 감정을 움직이는 데 가장 탁월하다고 하더라고요. 추억에 젖을 때 라디오가 떠오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인가 봐요.


당연히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시간 낭비했다'는 평인데요. 아무래도 스피커가 모두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한 숙련자들은 아니다 보니, 다소 횡설수설한 이야기 진행에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너무 무거운 대화만 진행된다는 평도 있고요. 개인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SNS라는 채널 특성 상 이렇게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기대해볼 부분은 커리어나 취향, 정보 공유, 성대모사 놀이 등 다양한 주제를 동등한 위치에서 논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사용자가 더 늘어날수록 이곳은 광장과 같은 긍정적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악용을 방지할 안전 장치는 필요하겠지만요. 






스푼라디오는 지금, 폭풍 성장 중

지난 5일 보도된 스푼라디오의 성과 수치.


국내 대표 오디오 콘텐츠 '스푼라디오'의 성장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할게요. 지난 5일 보도 자료에 따르면 실시간 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인 스푼라디오가 지난해 연간 아이템 판매액 837억 원을 기록했다고 해요. 전년 대비 70% 이상 성장한 기록인데요. 특히 일본에서의 실적이 50% 이상을 차지하면서 한국에서의 실적을 앞질렀다고 해요. 앞서 소개드린 클럽하우스도 현재까진 일본에서의 인기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좋다고 하는데요. 자기 노출을 꺼리는 일본 문화의 특성상 신분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오디오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것 같아요.


스푼라디오의 또다른 주 고객층은 디지털 소통에 능숙한 MZ세대, 특히 Z세대인데요. 방송을 청취하는 재미도 있지만, 누구나 생방송을 진행할 수 있고, '아프리카TV'와 같이 부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 구조가 마련돼 있어서 많은 10대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래예요. 올해 스푼라디오는 미국 시장에서도 높은 성과를 거두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는데요. 미국의 오디오 채널인 클럽하우스가 한창 이목을 끄는 요즘, 국내 브랜드의 성장 소식에 제가 다 뿌듯해지는 것 같아요. 스푼 라디오는 아직까진 스피커 한 명에 리스너들은 채팅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인데요. 올해엔 다자간 소통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하니, 기대를 갖고 지켜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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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경험 플랫폼 bemyb는 '가상세계, 메타버스 단어는 많이 들었는데 브랜드 관점으로 풀어본다면'이라는 물음의 답을 함께 나누고자 브랜드 세션을 준비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가상세계의 브랜드 전략을 실행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앞으로의 브랜드 전략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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