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세상에 흐르는 정직한 선율 | 차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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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차우진은 TMI.FM 뉴스레터를 발행하며 매주 세 번의 마감을 보낸다. 20년 넘게 묵직한 글을 써온 터라 이곳저곳에서 청탁과 강연 요청이 들어오기까지 한다. 따지고 보면 매일을 마감처럼 산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흔히 마감에 시달리는 사람을 떠올리면 온 신경이 곤두선 고슴도치 같은데, 차우진은 마감이 자신을 삼키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눈에 힘을 주고 사회의 오점을 노려보는 게 아니라 세상의 진보를 희망하고 확신하는 표정을 하고 말이다. 평가가 아닌 감상을 원한다는 그의 말은 때때로 날카로워지려 하는 자신을 다독이는 암시이자 정직함을 위한 몸부림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써오다가 지금은 음악 산업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음악에 집중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저의 관심사는 되게 넓은데 그거를 하나로 모아줄 수 있는 게 음악이라고 생각했어요. ‘퍼블리’에 발행한 ‘음악 산업, 판이 달라진다’는 리포트를 만들면서 나의 키워드를 음악으로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음악 텍스트를 이해하고 분석하려면 굉장히 다양한 분야를 봐야 하거든요. 미디어만 해도 그래요. 음악 미디어라는 게 딱 정해지지 않았거든요. ‘스포티파이’나 ‘애플 뮤직’을 음악 미디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여기 우리가 앉아 얘기하는 공간에서 음악이 나오잖아요? 이 자체가 음악 미디에이션이에요. 공간이 우리에게 음악을 전달해 주는 거죠. 좋아하는 카페나 공간 있어요?


음···, 프릳츠?

‘프릳츠’에 가면 음악에서 한국말이 안 나와요. 주로 팝인데 히트곡이나 유행 곡이 아니고 인디 음악이에요. 그게 프릳츠의 정체성이나 방향성과 맞다고 생각하는 거죠. 우리는 그렇게 프릳츠가 전달한 음악을 소비해요. 음악 미디어라는 건 굉장히 다양하고 넓은 개념이에요.


그래서 차우진의 글을 읽으면 음악 자체보다 산업을 알 수 있어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음악에 대한 높은 애정으로 이 일을 시작한 게 아니고,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거든요. 한때는 영화에 미쳤고, 그러면서 소설이나 시를 쓰고 싶어 했어요. 거기서 오는 자괴감이나 콤플렉스 열등감도 오래 있었죠. 음악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보단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실제로 그런 소리도 들었어요. 그래서 더 공부했는데, 동시에 공부한다고 해결될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어느 시점부터는 글에 나만의 시그니처를 넣으려 했어요.

 

어떤 의도를 넣는다는 건가요?

저는 리듬감에 많이 신경 써요. 중고등학생 때 배운 4/4/3/2 이런 거 있잖아요. 예전부터 시를 쓰고 싶어 했으니까 그렇게 문장에 리듬을 살리려고 해요. 그런데 아무도 모를 거예요(웃음). 그냥 혼자 재밌게 하는 거죠.


재밌네요. 창의성은 힘을 뺄 때 나오는 것 같아요.

안정적인 상황이 아니라 복잡한 상황에 놓였을 때 중요한 것 같아요. 나는 누구인가를 정의해야만 하는 상황들 있잖아요. 막연한 게 아니라 생각을 안 하면 아웃되거나 도태되는 때에 뭐가 나오는 거 같아요.


글도 마감에 나오잖아요(웃음).

글은 마감에 쓰는 거죠.


차우진을 설명할 때 음악이 우선인가요, 아니면 글이 우선인가요?

저는 글이 우선이에요. 이 질문은 되게 오래 고민했어요. 10년 전에 이런 질문 되게 많이 들었거든요. ‘인생에서 음악의 비중이 얼마나 되냐’,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냐’ 이런 거. 음악 좋아하긴 하는데, 내 인생의 기준으로 봤을 땐 잘 모르겠는 거예요. 난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하다 보니까 아, 난 글을 쓰는 게 더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음악 열심히 듣고 아카이빙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편해졌어요. 그러면서 내가 쓰는 글의 차별점을 고민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됐죠. 저는 글을 쓴다는 것에 정말 진지해요. 글과 말을 다루는 사람은 대상이 누가 됐든 간에 그 사람을 조롱거리로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한 칼럼에서 ‘콘텐츠가 브랜드, 기업, 사람의 거리를 좁혀준다’라고 콘텐츠를 정의하셨더군요. 차우진의 콘텐츠는 어떤 대상과의 거리를 좁히고자 하나요?

독자와 저의 사이를 좁히고자 해요. 제가 생각하는 독자가 누구인지는 계속 파악하는 중인데, 그냥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제가 보고 배울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저보다 더 잘난 사람들이요. 나보다 훌륭한 사람들이 날 좋아하면 되게 좋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과의 거리가 좁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차우진과 차우진보다 훌륭한 사람과의 거리요?

그렇죠. 저는 콘텐츠로 멋진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 저의 작은 주머니에 그 친구를 넣고, 그 친구의 주머니에도 내가 들어가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죠.


이번 세션 주제가 ‘브랜드 팬덤’이에요. 팬덤을 만드는 데 콘텐츠가 굉장한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하는데요. 팬덤 형성에 콘텐츠의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요?

콘텐츠가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한 사람이 브랜드의 팬이 되는 여러 과정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콘텐츠가 질적인 전환을 만들어주거든요. 그러니까 팬이 아니었다가 팬이 되는 전환점이요. 저는 콘텐츠를 영상이나 텍스트가 아니라 개념적으로 스토리텔링이라고 얘기하는데, 사람들이 스토리텔링을 계속 접촉하면 변화가 일어나요. 앞으로 콘텐츠는 더 중요해질 거예요. 옛날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브랜드 파워만 있으면 됐으니까요.

돈 쓰면 됐으니까요. 이건 좀 큰 얘기인데, 요즘 디지털, 모바일 환경에서 브랜드와 사용자의 거리가 좁아지면서 역설적으로 20세기 이전과 비슷한 상황이 된 것 같아요. 그때는 고기를 산다고 하면 동네에서 가장 믿을 만한 정육점에 갔잖아요. 그걸 어떻게 믿냐고 하면, 소문이죠. ‘그 집 사장님이 제일 좋아!’ 이거잖아요. 다만 이제 입소문이 로컬에 국한된 게 아니라 한 번 퍼지면 글로벌로 나가는 거죠.


재밌게 본 콘텐츠가 있나요?
최근엔 ‘돌고래 유괴단’이 만드는 광고 재밌게 보고 있어요. 예전부터 좋아하던 건데, 최근 다시 돌려보고 있어요. 음악 분야에서 보면 ‘디지페디’ 팀이 만든 뮤직비디오요. 걸그룹 오마이걸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팀이에요. 디지페디는 음악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비디오를 만들어요. 브랜드는 나를 설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냥 나를 치장하는 장신구라고 생각하는데, 콘텐츠도 그런 역할을 하는 거 같아요. 그 자체로 브랜드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치장해 주죠.

                                             


브랜드가 팬을 발견하고 만드는 일이 리텐션을 높이는 일보다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팬을 만드는 게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코어한 팬들을 만들면 그게 기반이 되니까요. 앞서 얘기했듯이 매스미디어의 시대가 끝나면서 콘텐츠가 중요해지고, 고객과 브랜드와의 거리가 중요한 상황에서 더 오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 관점으로 보면 리텐션을 높인다는 건 자극적이거나 돈을 얼마나 쓸까예요. 공감대를 형성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것도 자극의 일부죠. 이제 초반 리텐션을 확 올린다고 효과가 3년을 가지 않아요. 사업 1~2년 하고 말 거 아니잖아요.


브랜드에게 팬은 필수 조건이라고 보시나요?

음···, 아니요. 필수가 아닐 수도 있어요. 브랜드가 뭘 하고 싶냐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 모든 브랜드가 팬을 가져야 한다는 건 이상하잖아요. 그 브랜드가 지속하고 싶은 목적에 따라서 팬이 필요할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혹은 팬과의 관계가 완전 쫀쫀해야 할 수도 있겠죠. 결국 브랜드가 뭘 하고 싶냐가 핵심이에요.


그런데 언제부터 팬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나요? 팬덤과 관련된 콘텐츠엔 꼭 차우진이라는 이름이 보이더라고요.

저는 음악에 대해 얘기할 때 작품, 만든 사람, 듣는 사람 중에 듣는 사람에게 집중해요. 대중음악을 완성시키는 존재는 대중이잖아요. 저 역시 듣는 사람이고요. 그 생각이 이어지면서 팬덤에 대한 관심이 계속 있었어요. 팬이라는 키워드 자체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몇 년 전 음악 산업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면서 산업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팬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죠.

 

산업 이야기에서 파생된 거군요.

그런 거 같아요. 제가 팬덤이라는 주제에 대표성을 띤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제 주변에 팬덤을 주제로 책을 쓴 친구도 있고, 찐팬이면서 비평하는 친구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저는 팬의 경험도가 높진 않거든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구조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북저널리즘과의 인터뷰에서 ‘멋진 애 옆에 멋진 애가 되고 싶다’는 말이 너무 좋아서 지인들에게도 공유했는데요.

정말요? 너무 건방진 말이었는데(웃음).


직관적으로 꽂혀서 좋았어요(웃음). 차우진의 삶에 영향을 끼친 멋진 애는 누구인가요?

두세 명을 꼽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일단 조지 오웰. 제 인생의 작가예요. 조지 오웰이 요즘에야 한국에서 재조명 받고 있지만, 제가 좋아하기 시작한 80년대 말에는 아무도 몰랐어요. 제가 중학생 때죠.


어떻게 알게 된 작가예요?

그냥 집에 꽂혀 있는 책 《1984》를 보다가요. 13살이었는데 그 책을 덮고 뭔지 모르겠지만 엄청난 걸 봤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책은 다 이해했어요?

아뇨. 전혀 이해 못 했죠. 그냥 한글이고 소설이니까 읽었어요. 뭔가 엄청난 거 같으니까 그 뒤로 고등학생 때까지 그 책을 한 서른 번 봤어요. 덕분에 작가가 되고 싶었죠. 저는 모든 이야기는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이 크게 두 가지라고 봐요. 하나는 그 사람의 내면, 그 캐릭터의 관점으로 이해하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구조적인 관점에서 이 사람이 어떤 환경에 놓였을 때 어떤 결정을 하느냐를 두고 이해하는 방법이요. 그 두 가지가 분리되지 않겠지만, 조지 오웰은 후자의 방법으로 사람을 이야기했어요. 치열하게 구조를 이야기하고 그 구조에서 본인을 완전히 열외 시키지 않아요. 정직하게 자신과 세상과 이웃을 보려고 했던 사람이죠. 그리고 수전 손택과 오스카 와일드도 저에게 멋진 애예요.

수전 손택은 비평가이자 작가인데, 이런 말을 했어요. ‘해석하려 하지 마라, 해석은 모든 걸 후퇴하게 한다. 그럼 비평가는 무슨 일을 해야 하냐? 감수성을 부흥시켜야 한다. 우리가 작품을 느끼는 순수한 상태를 환기해야 한다’. 엄청 충격받았어요. 그러면서 수전 손택의 글을 엄청 찾아보고, 당시 평론가로서 느낀 답답함의 이유를 발견했어요. 저는 정의 내리기 싫고, 평가하기 싫은데 주변에서는 평가하는 게 맞다고 하니까요.


얼마 전 페이스북 계정에 쓴 ‘조롱과 냉소가 싫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거 같아요.

평가가 쓸모는 있겠지만, 좋은 쪽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줄지는 잘 모르겠어요. 오스카 와일드는 예쁜 걸 좋아하던 사람이에요. 근데 이 사람에게 나쁜 건 없어요. 그냥 더 좋은 것과 덜 좋은 게 있을 뿐이지, 다 괜찮은 거죠.


                                 


좀 낯간지러울 수 있는데···, 처음 팬을 발견한 날이 기억나세요? 

제 팬이··· 있겠죠(웃음)? 어디 있는진 몰라요. 팬을 발견한 것보다 저의 독자를 발견한 날은 확실히 기억나요.


그게 어떻게 보면 팬이죠.

이건 좀 맥락을 얘기해야 할 것 같은데, 99년도예요. 제가 99년도에 처음 글을 썼는데, 당시는 인터넷이 막 상용화되던 때예요. 군대 제대하고 왔더니 후배들이 학교 컴퓨터실로 데려가더라고요. 이메일을 만들라면서요. 그래서 뭐 학과 사무실 방명록 같은 데 쓰던 필명과 제 생년월일을 합쳐서 아이디를 만들었어요. 근데 이메일 쓸 일이 뭐 있겠어요. 그냥 만들어만 놨죠. 그러다가 우연히 월간지에 짧은 앨범 소개 글을 쓰게 됐는데, 그때 잡지사에서 바이라인에 메일을 달아주더라고요. 저는 차우진 옆에 음악평론가, 작가 이런 게 달릴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컴퓨터실에서 이메일에 접속했는데 메일이 세 개나 와있는 거예요. 3주 전에요(웃음). 메일을 열어보면서 되게 떨렸어요. 욕 쓰여있을까 봐. 다행히 칼럼 재밌게 읽었다, 자기가 너무 좋아하던 앨범 소개해 줘서 고맙다는 짧은 메일들이었죠. 되게 신기했어요. 그때가 처음 독자를 만난 날이에요.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내 글을 읽고 말을 해준다는 게 놀라웠어요.


쓴소리를 들은 적은 없어요?

한번은 앨범 리뷰를 썼는데, 그 앨범을 만든 밴드의 보컬이자 리더가 장문으로 항의 메일을 보내왔어요. 당신에게 이런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면서요.


그땐 별점으로 평가할 때였나 봐요.

그땐 그럴 때였죠. 그리고 글 쓴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되게 각 잡고 썼어요. 전문가 어르신처럼 어려운 개념도 쓰면서요. 저 되게 소심하거든요. 무시할 수도 없고, 어떡하지? 그렇다고 그냥 죄송하다고 하기엔 말이 안 되고(웃음). 주변에 물어보니까 다들 알아서 하래요. 3일을 넘기면 안 될 거 같아서 3일간 고민하다가 최대한 솔직하게 답장을 썼어요. ‘사실 제가 글 쓴 지 얼마 안 돼서, 있어 보이게 쓰려고 했다 보니 표현을 무리하게 한 것 같다, 이 점에 대해서 사과한다. 근데 여기서 말하고 싶었던 건 일본과 한국의 동시적인 감수성이었다.’ 이런 식으로요.


엄청 솔직하게 쓰셨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좋을 거 같아서요. 그랬더니 조금 누그러진 답장이 왔어요. 그분과 그렇게 대여섯 번 이메일을 주고받았어요. 그때 일이 저에게 가이드라인이 되어 줬어요. 단순히 잘난 척을 떠나서 어떤 표현은 상대를 무시하거나 폄훼할 수 있겠더라고요. 아무리 업계 영향력이 없는 평론가라도 공식적으로 글을 쓰는 지면이 있고, 발언을 할 수 있다면 그 권력의 무게를 생각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좋은 경험하셨어요.

일찍 해서 다행이죠. 트위터 없는 인터넷 초기에 해서, 어릴 때 해서. 반성하고 나아지면 되는 거잖아요(웃음).


독자도 마찬가지이지만 팬은 독주를 막아주는 고마운 존재예요.

맞아요. 그래서 저는 독자가 진짜 중요해요. 나에게 호의가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독자, 구독자, 소비자, 사용자, 팬 표현은 모두 다른데 다 같은 맥락이죠.


그러면 차우진의 팬들은 어떤 사람들 같나요?

고민이 많은 사람들일 것 같아요. 심플하기보단 복잡한 사람들. ‘어떻게 하면 다르게 즐길까’, ‘뻔한 소비 말고 조금 더 특별한 소비를 하고 싶다’를 생각하는 사람들이요.


차우진이 그런 사람이기 때문인가요?

네, 저랑 비슷한 사람일 것 같아요(웃음). 꺼내지도 않을 거면서 휴가 갈 때 책 들고 가는 사람들 있잖아요.


팬을 만드는 것만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경험으로 얘기하면, 중요한 건 긴장감이에요. 팬과 브랜드 사이에 긴장감이 필요해요. 서로 무조건 수용하는 관계가 아니라 확실한 기준으로 옳고 그름이 있어야 하죠. 브랜드는 팬의 이야기를 모두 존중하되, 선을 넘는 순간엔 가차 없이 행동할 필요가 있어요. 저에게 그 기준은 직업윤리에 가까워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대중문화를 말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윤리를 지킬 것인가이죠.

                                         

수전 손택처럼 비평 대신 감상하려고 노력하는 차우진은 낙관적인 것 같아요.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네, 정말 매우 천천히요. 그래서 정말 냉소할 이유도, 조롱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해요. 분명히 나아지고 있거든요. 사실 여전히 냉담하긴 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50년 전,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나아지고 있어요. 살아생전에 제가 원하는 모습은 안 되겠지만, 거기에 근접할 거예요. 그걸 위해 많은 사람이 애쓸 테고, 저도 힘을 보태겠죠. 그래서 냉소와 조롱은 나빠요.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기대를 꺾으니까요.

 

지금 차우진은 대중에게 영향력이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믿을 만한 사람으로요. 이 사람 글은 그래도 읽어볼 만하다 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글 사진 l 에디터 이슬기(더.워터멜론 비마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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