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삼양식품 마케팅 본부장 김명진 상무 | 평범함 속에서 위대함을 발굴하는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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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원조, 삼양라면은 60년대에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해 탄생했고, 제2의 주식으로 자리 잡았어요. 그런 삼양식품이 작년(2021년) 6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에 맞춰 삼양식품은 ‘오리지널’이라는 자산은 살리되, 더욱 젊은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대대적인 리브랜딩에 나섰습니다. 대표 자산인 불닭볶음면은 다양한 맛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는데요. 이에 못지않게 삼양라면 뮤지컬이 공개되며 상상도 못했다는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삼양라면 오리지널 뮤지컬 1막 ‘평범하게 위대하게’, 브랜드쟁이 수박레터 구독자 여러분은 이미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2막 ‘불타오르게 위대하게’까지 공개되었으니, 혹시 놓치신 분은 얼른 상영관으로 입장하세요!

평범하기 때문에 그저 그렇고 지루한 것이 아닌, 평범하기 때문에 위대한 것! 오리지널이라는 자산을 이리저리 만지며, 삼양식품의 마케팅을 이끌고 있는 김명진 상무. 3월 be, Brand의 주인공입니다!




Q. 안녕하세요, 김명진 상무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삼양식품에서 마케팅 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명진입니다. 저는 삼양식품에서 현재 국내외 전체 브랜드의 전략, 마케팅,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등 모든 영역을 리드하고 있습니다. 커리어는 CJ 제일제당에서 시작해서 줄곧 F&B 분야에 종사해왔어요. 삼양식품에 조인한 지는 1년 반 정도 됐습니다.

저는 대의와 명분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삼양식품의 창업 스토리에 굉장히 매료됐어요. 삼양 식품은 1961년 한국 최초로 라면을 생산한 회사인데, 창업자께서 (1961년) 전후로 사람들이 비위생적인 꿀꿀이죽을 사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으셨대요. 그래서 좀 더 위생적이고 영양적으로 뒷받침이 되는 식품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브랜드를 시작하신 거죠.



삼양식품에는 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브랜드가 많아요. 삼양라면도 그렇고 뽀빠이도 그렇고요! / [자료 출처 삼양식품]


Q. 사실 삼양식품을 생각하면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해요. 밖에서 보는 삼양식품과 내부에서 경험하신 문화의 차이가 있나요?

기존에 근무했던 회사들이 마케팅과 브랜딩을 중시하는 곳이었는데, 삼양식품은 비교적 보수적이고 제조 중심적이라는 소문을 들어 내심 걱정했죠. 하지만 최고 경영진을 만나 뵙고 변화에 대한 의지와 열망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느꼈어요. 실제로 1년 반 지내보니, 의사 결정도 굉장히 빠르고 말랑말랑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저희끼리 변화와 도전을 적극 응원하기도 하고요!

다만, 제조 규모가 굉장히 크고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보니 본사보다 사업장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는 문화가 있죠. 외부에서 보실 때 그런 모습이 투영되어 보이는 거 아닐까요?

그래서 특히 작년부터는 저 뿐만 아니라 전사 경영진들이 제도, 외부 인재 영입 등 굉장히 많은 부분들을 새로이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아마 3-4년 정도 후면 제가 내부에서 느끼는 좋은 모습을 고스란히 느끼실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삼양식품 60주년, 삼양식품이 보여주는 변화들

Q. 말씀해 주신 대로 최근 삼양식품의 변화의 폭이 정말 큰 것 같아요. 변화의 계기가 궁금합니다.

작년 삼양식품 60주년을 맞으면서 그 전후로 미래전략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60년을 잘 끌어오기도 했지만 고난도 많았거든요. 60년 이후를 생각하며, 그저 명맥 유지가 아닌 더 좋은 회사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었어요. 창립 이념을 지금 시대에 어떻게 해석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하기도 했어요. 의도적인 계기가 있었다고 하기보단 60주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변화에 대한 열망을 많이 가졌죠.

특히 삼양식품이 삼양라면이라는 최초의 라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가 라면에 편중되어 인식되고 있어요. 근데 그냥 라면 만드는 회사 외에도 최초로 미국에 수출했던 일이나 스낵, 아이스크림, 요거트 등 여러 식품군에서 다양한 히스토리를 보유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가지고 있는 자산들을 잘 유지하고 발전시켜서 미래지향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내고 싶었어요.


Q. 작년의 삼양은 특히 파격적이었어요. 단순히 신선함을 넘어서, MZ세대 외의 기존 삼양을 알던 분들에게는 놀라움으로 다가갔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60주년을 통해 삼양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요?

솔직히 삼양라면 하면 ‘부모 세대의 브랜드’, 잊혀 가는 브랜드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을 바꾸고 싶었어요. 보수적이고 제조 중심적이라고 형성되어 있는 회사 이미지도 포함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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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 하는 변화의 시도들을 외부에 임팩트 있게 알릴 수 있는 신호탄이 필요했어요.
그게 바로 삼양라면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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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에서 가장 상징적인 브랜드잖아요. 60년 동안 갖은 풍파를 이겨내서 현재까지 어느 정도의 시장 지위를 유지해 온 브랜드이기 때문에, 삼양라면을 통해 변화를 보여준다면 소비자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삼양라면 리뉴얼 이후 과연 기존에 드시던 분들이 수용할 수 있을 것인지, 타 사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새롭게 시도할 계기가 될 수 있을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Q. 이 과정에서 특별히 중점을 두신 부분이 있으시다면요?

키 메시지와 스토리를 잡는 데 집중했어요. 사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많았지만, ‘그 많은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맞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과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간극을 어떻게 메워내는가에 초점을 맞췄어요. ‘평범하게 위대하게’라는 메인 카피와 스토리가 딱 풀렸을 때 이거다! 싶었죠. ‘평범함에 대한 위대함’이라는 가치가 저희 메시지와 딱 맞아떨어졌고, 뻔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그래서 제가 내부에도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서 가능했던 일이고요.


평범함 속 위대함 / [자료 출처 삼양식품 유튜브]


광고사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안을 많이 주세요. 당시에 실무 하던 BM들까지도 ‘너무 많이 가는 거 아니냐’고 내부적으로도 우려가 많았어요. (웃음) 하지만 저는 확신했기 때문에 6개월간 퀄리티를 높이는데 집중했죠. 

오히려 굳은 마음을 먹고 설득하러 들어간 경영진이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죠. ‘재밌겠다, 이 정도는 해야 임팩트가 있지’ 등등. 많은 응원을 보내주셔서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드려요!

2막, 불타오르게 위대하게. 과연 삼양63과 불닭의 얽힌 관계는?! / [자료 출처 삼양식품 유튜브]


Q. ‘평범함에 대한 위대함’이라는 메시지를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전통성을 가진 브랜드는 많은 것 같아요. 이제 중요한 건, 전통성을 현대적인 가치로 어떻게 해석해 내느냐의 문제인 거죠. 요즘 MZ 세대는 루틴대로 생활하는 갓생 산다는 얘기가 정말 많잖아요. 저는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꾸준히 나의 목표와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그 목표를 향해 똑바로 가기 어려운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시대를 공감하고 같이 갈 수 있는 브랜드가 삼양라면이 되길 바랐어요. 이런 메시지가 창업주께서 삼양라면을 만드셨던 창업 정신을 지금 시대에서 해석 한 것과도 결을 나란히 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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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는 평범한 가치를 찾는 것의 중요함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지루하지만 소비자들의 삶을 (삼양라면을 통해) 응원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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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래된 브랜드를 리뉴얼할 때, 노후화되어 뒤처지지 않으며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리뉴얼을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바로 진정성이었어요. 사실 라면 브랜드에서 진정성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오버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의 진심은 확고했어요. 지난 59년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함께 한 삼양라면이 앞으로도 사랑받는 라면으로 계속 남고 싶다는 진심을 말이죠. 라면으로 이렇게까지 할 일이야?라고 물으시지만,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라면을 유지하고 싶은 진심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영화사에서도 협찬이 많이 들어와요. 한 쪽에 쌓아둔 모습으로 서민적인 영화 속에서 노출되기도, 스릴러 영화에서 주인공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끓여 먹는 모습으로  나오기도 해요. (웃음) 그러면 제 주변에서는 삼양라면 이미지가 그 장면에 맞냐고 하는데, 저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소비자들의 일상에 노출되는 브랜드로 접점을 늘리고 공감을 통해 가치를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대 사회에서 어떤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 혹은 MZ세대들이 재미를 느끼고 공감할 만한 지점에서 어필할 수 있다면 더 재미있는 라면이 되지 않을까요?



맛의 변주도 좋지만, 시도의 변주도 좋다. / [자료 출처 삼양식품 인스타그램]


Q. 그렇다면 상무님이 생각하는 브랜딩이란 무엇인가요?

브랜딩은 ‘내 새끼를 낳아 키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멋없는 말일 수도 있는데. (웃음) 브랜드 매니저들이 신규 브랜드 출시하면 ‘제 새끼 같은 브랜드에요.’ ‘이 브랜드를 제가 어떻게 키웠는데요’라는 하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딱 그 표현이에요. 브랜드의 탄생부터 출시,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시장에서 잘 적응하고 잘 꽃피울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리고, 디테일을 설계하며, 브랜드의 성장을 만들어 내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브랜딩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 세계관

Q. 삼양식품이 만든 세계관도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어떤 순서로 세계관을 만들어 가셨나요?

삼양식품은 시작할 때 어느 정도 세계관에 등장할 인물과 스토리, 기본 방향성을 파트너사와 미리 잡아놨었어요. 저희끼리 신나서 서로 웃으면서 잡아 나갔던 기억이 나네요. 정제화된 문서나 전략보다는 ‘이런 건 어떨까요? 이런 캐릭터로 가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하며 아이디어를 나눴던 것들이 시작이었어요. 함께 했던 ‘스튜디오좋’의 아이디어가 많기도 하고, 본부 전체의 관심 사항이라 담당팀이 아니더라도 내부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어요.

세계관 마케팅의 순서와 방향에 대한 고민은 계속하는 중이에요. 처음 방향은 대표 브랜드를 대변하는 두 개의 캐릭터인 ‘삼양63’과 ‘불닭’에 집중하기로 잡았으니 둘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지속 전개시켜 가며 완성도를 높여야 하나, 미리 기획한 새로운 캐릭터들도 등장시켜야 하나 하는 고민이죠. 시나리오는 두 방향 모두 고려하고 시작했습니다 .


Q. 세계관 마케팅을 진행하며 했던 고민을 나눠주세요.

제가 세계관 마케팅을 하며 가장 좋았던 점은, 세계관은 내러티브를 전제로 하잖아요. 각 캐릭터 혹은 제품이 갖고 있던 이야기를 충분히 표현해 낼 수 있고요. 모든 소비자를 아우르지 않더라도, 자신의 경험에 비춰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를 여러 개 만들어 둘 수 있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여러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 인물에 한 브랜드의 가치를 복합적으로 표현해 내며, 공감을 유도해 내는 마케팅 툴로서 굉장히 좋다는 생각이죠. 다만, 이 세계관 마케팅도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시대에 접어들고 있죠.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캐릭터 내러티브 혹은 매력도 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무언가를 우리가 갖고 있나?라는 생각이죠.

또 한 가지 큰 숙제는 재미를 통해 어떻게 구매로 연결 지을 것인가입니다. MZ세대를 겨냥하시는 마케터분들은 공감하실 텐데, MZ세대가 재미를 추구하지만 재미있다고만 해서 구매하진 않아요. 다행스러운 것은 삼양라면과 불닭볶음면의 광고 후 성과 연결이 잘 되었고, 이 캐릭터들의 매력도를 굉장히 높게 평가해 주시고,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도 갖고 계셔서 이를 지속적으로 자산화해 가려고 합니다.

Q. 세계관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언제가 가장 뿌듯하셨나요?

이전의 방식은 ‘우리가 이런 상품을 잘 연구했고, 이런 장점을 갖고 있어요’라고 신제품을 세상에 내놓는 거죠. 그렇다면 그 이후에는 고객들과 상호 관계를 쌓아나가기 어렵고, 특히 FMCG 카테고리는 상호 관계를 쌓는다는 것이 더 어려웠고요. 모디슈머 프로덕트를 만드는 정도인데, 조금 더 강력한 상호작용이 가능할지가 늘 테스트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 세계관 마케팅을 진행하며 너무 신기하고 뿌듯했던 점은 소비자들이 직접 삼양의 히스토리를 찾아 서로 공유하는 모습이었어요. ‘이 브랜드가 몇 년 전에 나왔고, 창업주가 이런 생각으로 만들었대요. 불닭이와 삼양이의 관계는 이런 설정으로 보여요’라고 하면서요.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이야기깃거리를 만들고 소비자와 소통할 통로가 필요한데, 그런 측면에서는 세계관 마케팅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아요.


Q. 삼양식품은 라면으로도 유명하지만, 맛있는 스낵도 많잖아요? 뽀빠이, 짱구, 사또밥 등등. 그런데 이 스낵이 삼양식품의 스낵인지 모르는 소비자들도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저희는 지속적으로 라면 외의 포트폴리오에서 다양한 품목과 전문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말씀해 주신 것처럼 라면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인식 속으로 잘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작년 저희가 뽀빠이의 경우, 추억의 맛으로 많이 찾아주셨지만 새로운 시대에 뽀빠이라면 어떤 이미지일까?를 고민하고 자사의 캐릭터를 적용해서 리뉴얼을 시작했어요.

면을 만드는 노하우도 있다 보니, 곡물과 시즈닝을 다뤘던 전문성과 글로벌 기준에 맞춘 품질 관리 역량을 스낵에도 충분히 접목하고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낵도 점점 더 선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소비자들 그리고 자사의 제품들과 건강한 관계를 가지면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삼양식품의 스낵을 발견한다면 더 반가울 것 같아요 / [자료 출처 삼양식품 인스타그램]


#삼양의 유연함

Q. 삼양식품은 소비자들의 반응에 맞게 재미있는 변주를 만들어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불닭볶음면은 맛이 무척 다양한데, 이렇게 여러 가지 맛을 빠르게 출시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60년에 걸쳐 보유하고 있는 메뉴나 소스, 시즈닝류도 굉장히 많고, 시대에 따라 빠르게 재해석 되기도 하기 때문에 짧은 의사결정을 거쳐 출시하는 편이에요. 브랜드 컨셉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시장의 반응을 보며 빠르게 테스트하고 수정해 나가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요. 이 프로세스가 특히 빛을 발하는 제품이 불닭볶음면이에요. ‘이번 달에는 무슨 맛이 나오죠?’라는 반응이 SNS 상에 등장할 만큼, 다양한 맛에 대한 니즈가 있는 제품입니다. 실제 신제품이 나왔을 때의 관심도 높고요. 그래서 불닭볶음면은 특히 더 자유롭게 상품화를 하고, 상품화의 키 아이디어의 많은 부분을 디지털 콘텐츠를 기반으로 잡아요. 사람들이 제품을 드실 때 다른 재료와 어떻게 섞어 드시는지 등의 트렌드를 보면서 제품을 개발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2018년에 출시된 ‘까르보 불닭볶음면’이죠. 글로벌로 시야를 넓히면 더 재미있는 레시피가 나오는데, 이런 데이터를 잘 활용해서 각각의 문화권에 맞는 확장 제품을 더 적극적으로 출시하려고 합니다. 



끊임없이 소비자의 취향과 소통하는 불닭볶음면 / [자료 출처 불닭볶음면 인스타그램]


Q. 오히려 스타트업처럼 린(Lean)하고 유연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트렌드가 더 빠르게 바뀌는 요즘 시대에는 오히려 더 맞는 프로세스라는 생각이 들어요.

외부에서 오신 팀장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많은 회사가 내부 의사결정의 과정에 허들이 많아 일을 추진하고자 했던 열정이 다 소진이 되었을 즘에야 결정이 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최대한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결과 반영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이 지쳐 삼양식품으로 이직해 오신 분들은 만족도가 높아요. (웃음) 저는 이 프로세스가 굉장히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형 품목 혹은 신규 카테고리 진입 시에는 신중해야 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개발-테스트-검증 과정과 린 마케팅을 잘 조합해서 운영한다면, 삼양만의 강점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Q.  F&B 산업은 굉장히 흐름이 빠른 산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특히 제조와 유통의 관점에서는 브랜딩보다 더 중요한 게 많다고 얘기하시는 말씀도 틀린 말씀은 아닐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산업에서 브랜딩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우선 카테고리 특성상 관여도가 낮고 경쟁 브랜드가 정말 많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과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이 모두 어려운 카테고리예요. 또 한 번 출시하면 많은 제품이 한 번에 많은 채널에 유통되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리스크도 크죠. 또한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접점도 많다 보니, 저 같은 BM들이 브랜딩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매일 오퍼레이팅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거든요.  

소비자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고 원가는 높은 품목이라 광고비 예산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도 전략적 의사결정 없이는 쉽지 않아요. 게다가 이런 요소 하나하나 고민해서 제품 출시하는데도 실패하는데, 온라인에서 반짝한 브랜드들이 엄청 뜨는 거예요. 유통 PB가  활성화되면서부터 OEM/ODM 등을 통한 위탁 제조 과정이 모두에게 오픈 되었고,  1인 인플루언서도 제조 전문 공장과 관계를 맺고 자신의 브랜드를 출시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죠. 그래서 소위 알려진 브랜드가 아닌 제품도 막 핫하게 되잖아요? 그런 경우들을 보면서 지금 우리가 하는 방향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어요.

결론은 단기간 유행하고 판매가 잘 되는 제품을 누구나 만들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브랜드가 남아야 라인업을 트렌드에 맞게 인앤아웃하면서 장기적으로 시장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브랜딩은 로고나 패키지 멋지게 만들고 광고에서 멋진 이야기만 하는 걸 넘어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제품이나 관련된 브랜드 경험을 통해서 일관되게 느끼도록 하는 과정 전체예요. 결국은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외에도 제품 관점에서 아주 본질적 영역(품질 극대화, 공급 원활화, 클레임 개선, 영업과 좋은 프로모션)을 관리하는 모든 일련의 과정이 브랜딩입니다.


Q. 삼양식품의 짜짜로니도 굉장히 궁금한 브랜드에요. 짜짜로니는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계획이신가요?

짜장라면도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저희도 주목 중이에요. 시장에서 짜장라면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지만 불닭볶음면의 경쟁 혹은 대체재로 짜장라면이 나오기 때문이에요. 불닭볶음면의 매운맛 때문에 매운 라면이 경쟁 브랜드라고 생각하시는데, 의외이죠?

짜짜로니도 장수 브랜드인데 음식점에서 춘장을 많이 넣어 먹는 짜장면의 맛에 충실한 것이 특징이에요. 다만, 시대가 변하며 달라지는 짜장면의 이미지와 맛을 어떻게 충족할지 고민입니다. 올해는 삼양라면에 이어 짜짜로니도 브랜드 재구축을 고민하고 있는데, 흥미롭기도 하면서 동시에 부담도 많이 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웃음)


Q. 삼양식품 이외에 재미있게 본 라면 브랜드가 있나요?

요괴라면이 4~5년 전에 등장해서 굉장히 센세이셔널 했죠. 고착화된 시장에 새로운 라면으로 진입하겠다는 시도 자체가 존경스러웠습니다. 요괴라면의 성공 요인은 MZ세대가 열광하는 ‘만들어가는 과정’에 소비자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을 잘 만들고, 그것을 반영하며 공감대를 함께 만들어 간 것이라고 생각해요. 라면을 먹는 형태와 방법의 고정관념을 깬 것도 한몫했고요. 그래서 당시에는 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마니아층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브랜드 출시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해 주셔서 건강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개인

Q. 상무님 개인적으로는 요즘 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세요?

개인적으로는 많이 보고 들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로잉 업>이라는 책을 보면 LG생활 건강 차석용 부회장님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4시가 되면 업무를 중단하고 핫한 곳에 나가 소비자들이 왜 소비하고 경험하려 하는지 직접 돌아본다고 하세요. 저도 그만큼은 못하지만 밖에 나가 1시간 동안 앉아서 ‘요즘 친구들은 뭐 입고, 뭐 시켜 먹지?’ 하면서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요. 간접 경험 또한 늘리려고 노력을 하죠. 본부 구성원도 대부분이 20대 중후반인 친구들이 많아서 여과 없이 그리고 감정을 섞지 않고 피드백을 들으려고 노력해요. 주변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요. 많이 존중할수록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구성원들이 얘기한 것들이 아이디어의 단초가 되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Q. 상무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리더란 무엇인가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꼭 지키는 원칙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노력하는 리더에요. 왜냐하면 제가 부족한 부분과 못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알고 있어요. 구성원들에게 감추고 완벽한 모습만 보이려 하기보다는, 오픈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더 전문성을 갖춘 분에게는 도움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업무에서의 성과도 중요한데, 팀장님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각 팀별로 방향에 맞는 KPI와 그에 맞는 전략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저의 목표입니다.


요즘 친구들이 개인적으로는 트렌드에 밝고 민감해도, 회사에서는 보수적인 의사 결정을 하더라고요. 자신과 일을 분리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인 경험을 자연스럽게 업무로 연결시켜주고 싶어요. 삶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개인의 취향이 브랜딩 기획에 흡수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빠른 의사결정으로 작은 성공의 경험들을 쌓아가게 하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본인들의 의사결정의 근거와 제가 관여했던 것들을 정리해서 어떤 부분이 맞았고 틀렸는지 꼭 이야기를 나눕니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님처럼 높은 안목을 갖고 딱딱 결정해 주는 멋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은데 아직 갈 길이 머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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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느끼는 부분들이 그대로 브랜딩에 흡수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저의 유일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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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두 가지 원칙을 지키려고 해요. 감정적으로 꾸짖지 않는 것과 사람 중심의 조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에요. 구성원 모두 공감하고 서로 하고 싶은 방향을 살려 일을 이끌어 나가고 싶어요.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라는 접근보다는, 많은 의논을 통해 저희가 좋아하고 잘 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과정을 함께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Q. 상무님은  어떤 브랜드 좋아하세요?

저의 룩과는 맞지 않지만 구찌를 좋아합니다. 브랜드를 매니징 하는 사람으로서 구찌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게까지 지금의 세대를 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브랜드가 또 있을까 싶어서에요. 메타버스던, 오프라인 공간이던, 어디서든 구찌를 만날 수 있어요. 완전한 리브랜딩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구찌의 이런 흐름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주목하는 중에도 계속해서 그 기대를 충족 시키고 있습니다.

아페쎄도 좋아하는 브랜드에요. 브랜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실제 사용했을 때 굉장히 편안함을 주는 브랜드이죠. 특히 에코백을 제일 좋아해요. 제가 가방 속에 물통이랑 펜 10개, 다이어리, 책 두 권이 굴러다니거든요. 잘 정리 안 하고 이것저것 막 집어넣는 타입이죠. (웃음) 이렇게 짐이 많은 라이프 스타일을 잘 반영하는 큰 크기에, 가볍고 튼튼해요. 퀄리티가 우수하고 시즌마다 다채롭게 출시해서 좋아하고 있어요.


올버즈와 파타고니아처럼 브랜드의 철학이 강력하고 잘 만들어진 스타트업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Q. 상무님의 최애 라면을 안 들어볼 수 없는데요.

불닭볶음면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어요. 불닭볶음면 자체가 어린 친구들이 먹는 것 같고, 특유의 매운맛이 저에게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었거든요. 하지만 삼양식품에 조인하고, 그 맛의 본질을 알고 나니 저의 최애 라면이 되었습니다. 야근하다가 사무실에서 혼자 끓여 먹기도 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을 불닭볶음면으로 풀기도 하고요. 


Q. 김명진이라는 브랜드가 궁금합니다.

저는 물 같은 브랜드에요. 물은 어떤 유형의 외관에 넣어도 그 형태에 맞게 변주가 되잖아요. 그 형태가 조직이 될 수도, 프로젝트가 될 수 있죠. 유연하고 빠르게 적응하는, 그리고 단순히 적응해서 버티는 것이 아닌 환경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브랜드 매니저가 되고 싶어요.



3월 be, Brand의 주인공, 삼양식품 김명진 상무 / [사진 출처 김명진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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