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카카오엔터테인먼트 류정혜 부사장 | 일시 정지를 누를 수 없는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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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화, 음악, 웹툰 등 콘텐츠 시장의 다양한 작품들은 취미나 가벼운 스낵 컬처를 넘어 우리 일상 속에 깊게 자리 잡았습니다. K 콘텐츠가 전 세계의 콘텐츠를 리드하는 시대에 살고 있죠. OTT 플랫폼의 활성화로 콘텐츠를 감상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요. 최근 방영한 드라마들 중 대부분은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렇게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상 콘텐츠를 보고, 다시 원작이 궁금해 웹툰으로 유입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는 콘텐츠 시장에서 IP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구조이죠.

이런 흐름에서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입니다. 다양한 영화·드라마 제작사와 연예 기획사, 음악 레이블을 인수·합병하며 더욱 탄탄한 기반을 다지고 있어요. 동시에 메타버스를 콘텐츠 분야의 거대한 파도로 보고,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고 있어요.

한 번 재생하면 멈출 수 없는 콘텐츠를 만들어라! 진정 자신이 좋아하고 푹 빠질 수 있는 것을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콘텐츠 IP를 진출시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류정혜 부사장이 인터뷰 주인공입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브랜딩 그리고 선순환


부사장님 안녕하세요, 마이비레터 구독자들을 위해 자기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에서 즐기며 재미있게 스토리 마케팅을 하고 있는 류정혜입니다. 요즘은 메타버스나 블록체인, NFT(Non Fungible Token) 등 미래에 펼쳐질 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되잖아요. 퓨쳐 산업이라고도 하죠. 그래서 이런 분야를 엔터테인먼트와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함께 하는 중이에요.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분야이기도 하고, 회사에서 주목하고 있고요. 저는 카카오엔터 이전에도 IT 가이(guy)이었습니다. 마이비레터 구독자 여러분 중 프리챌이라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아직 기억하는 분이 계실까요? (웃음)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커뮤니티인데, 프리챌 공채 1기로 들어가며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프리챌에서 일하며 한 브랜드의 흥망을 함께 몸으로 겪었죠. 그렇게 IT 브랜드에서 자리를 몇 번 옮기다가 카카오 페이지의 전신인 포도트리에 합류하면서 카카오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딱 그 시기가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필요한 시기였다 보니, 재밌게 일할 수 있었어요


카카오엔터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데, 카카오엔터를 소개해 주신다면?

저는 카카오 엔터를 엔터테인먼트에서 모든 밸류 체인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K 컬처가 전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는 태풍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K 팝과 패션, 뷰티뿐 아니라 영화와 웹툰, 드라마를 포함한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죠. 카카오엔터는 스토리, 뮤직, 그리고 영상 미디어, 이렇게 세 사업 부문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저희가 한국에서 만드는 콘텐츠에서 관여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이고, 이 콘텐츠를 담당하는 사업부가 카카오엔터의 스토리 부문입니다.

영상 미디어 부문은 영상을 제작하는 제작사, 기획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우 소속사들도 속해 있어요. 단순히 영상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제작할 때 관여되는 모든 분야의 관계사들이 카카오엔터 안에서 하나의 유기적인 조직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목표를 두고 있죠. 우리나라 영화와 드라마 속 주연 중 많은 분들이 저희 영상 미디어 부문과 함께 하고 있어요. 영화배우 이병헌 씨부터 공유 씨, 박서준 씨, 김태리 씨, 남주혁 씨 등 커버리지도 굉장히 큰 넓은 편이죠. 뮤직 부문은 멜론으로 이미 많이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카카오엔터는 우리가 체감하던 것 보다 미디어에 더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어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카카오엔터에 어떤 배우가 있는지,어떤 작품을 만들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어요. / [카카오엔터 홈페이지 캡쳐] 


그래서 카카오엔터를 단순히 웹툰과 웹 소설을 만들고 멜론을 갖고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희는 한 부문에 국한되지 않는 밸류 체인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보여드리는 서비스 아래에 스튜디오와 아티스트가 연결되어, 우리나라의 문화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거죠. 여기에 테크(tech)가 기반인 카카오의 DNA를 더해 다른 브랜드와는 견줄 수 없는 잠재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글로벌로 보더라도요.


카카오엔터라는 우산 아래에 세 사업 부문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세 사업 부문 사이에서도 다양한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은 어떤 시너지를 내고 있나요?

처음의 카카오엔터는 그저 살아남기 위한 서바이벌 모드였어요. 부문 간의 시너지나 글로벌로 진출하기 위한 목적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창업 이후 피버팅(pivoting)도 많이 했고, 그 끝에 저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으로 대표되는 웹툰과 웹 소설 중심의 플랫폼 비즈니스입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진짜 힘든 시간을 많이 겪었어요. 처음부터 ‘콘텐츠 플랫폼’이 정답이었던 것도 아니었고요. 그러던 중에 ‘기다리면 무료’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한 것이 자리를 잡는 계기가 되었죠.



콘텐츠는 무료라는 편견을 깨고 새로운 카카오엔터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된 일명, 기다무 / [카카오페이지 홈페이지 캡쳐]


아직 안정적으로 수입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도, 소설/웹툰 제작사나 스튜디오에 투자를 시작했어요. ‘결국 이것이 우리의 살길이다’라고 하면서요. 이렇게 초기에 좋은 파트너 관계를 맺은 덕분에 현재 IP와 작가, 그리고 그 작가들의 스튜디오 간의 수익 극대화 플랜을 수립할 수 있었습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방영되고,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이 때 처음으로 IP라는 관점으로 저희 브랜드가 사랑받고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초석이 되었던 것 같아요. 우연히 한 번 성공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어도, 그 성공을 이어가는 것이 브랜드의 역량이잖아요. 그래서 지속가능, 반복가능한 성공작을 이어가기 위해 저희 사업 부문 간의 시너지를 십분 활용한 작품이 <사내맞선>이에요. 플랫폼에서도 원작(웹툰)에 전략적으로 접근했고, 중간중간 데이터를 확인하며 IP 콘텐츠화를 진행했죠. 글로벌 시장에서의 파급력도 고려했어요. 북미에서는 타파스를 통해 웹툰이 <Business Proposal>이라는 작품으로 많은 인기와 사랑을 받았습니다. 동남아 플랫폼에서도 좋은 반응을 확인했고요. 넷플릭스에서도 이런 구조와 스타일의 드라마는 아시아에서 인기가 많을 것이란 것을 이미 알고 적극적인 제안이 들어와, 드라마를 잘 제작할 수 있었어요.


월드랭킹 2위를 기록한 <Business Proposal(사내맞선)> / [자료 제공 카카오엔터]


하지만 콘텐츠가 완벽 조준을 했다고 해서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사내맞선>은 시트콤을 쓰신 작가님이 극본을 맡으시며, 더 로맨스 코미디다운 작품으로 발전했어요. OST까지 멜론 Top 10 차트 안에 들었죠. 말씀드렸던 것처럼 카카오 엔터의 스토리/뮤직/미디어 그리고 글로볼까지 모든 부분의 시너지를 환상적으로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우연히 한 번 성공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어도, 그 성공을 이어가는 것이 브랜드의 역량이잖아요.


원작(웹툰)에서 시작해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있는 슈퍼IP <사내맞선> / [자료 출처 SBS 홈페이지]


그렇다면 초기부터 지금 모습의 카카오엔터가 있기까지, 카카오엔터라는 브랜드의 자기다움을 지키는데에 무엇이 원동력이 되었나요?

저희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 이사님께서 카카오M 시절부터 강조하시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탤런트에요. ‘우리 스스로를 탤런트, 즉 크리에이터들을 커넥팅 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야 한다’라는 뜻이죠. 우리가 흔히 ‘크리에이티브’를 생각했을 때는 최전선에 있는 배우나 창작자를 떠올리기 쉬운데, 작품을 발굴해서 팬들에게 만들어 보여주는 작가, 감독, 기획/제작 구성원 모두 이런 탤런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크리에이티브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브랜드의 코어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카카오엔터만이 할 수 있었던 것이 궁금합니다.

카카오엔터는 엔터테인먼트와 테크가 결합된 브랜드에요. 카카오는 기본적으로 테크 그리고 IT 기반의 브랜드이잖아요. 그래서 기존 테크 산업의 관점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보면 굉장히 이질적일 수밖에 없죠. 그래서 기존 테크 브랜드와 미디어 브랜드에서 카카오엔터로 옮겨오신 분들이 카카오엔터에서 만나 처음 의사소통을 하면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겨요. 사고방식도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IT 가이인 저의 시선으로 보면 엔터테인먼트라는 영역이 굉장히 화려하면서도 동시에 레거시 비즈니스처럼 보이는 것이죠.

제가 드라마 제작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제작 현장에서 디렉팅을 할 수는 없지만, ‘IP 관점에서 이 작품은 뜰 것 같으니 드라마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라는 전략적 접근이 가능한 브랜드가 카카오엔터입니다. 저희가 지향하는 점은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테크 브랜드가 결합하면서 세상에 없던 넥스트 엔터테인먼트를 세상에 보여주자는 것이에요. 


카오라는 브랜드가 카카오엔터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나요?

두말할 것 없이 카카오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힘은 막강합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카카오엔터가 성장하는 데에 큰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 카카오엔터를 봤을 때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죠. 카카오 아래 여러 브랜드 중 ‘글로벌화’라는 미션을 받은 브랜드가 몇 있는데, 그중 카카오엔터도 해당되어요. 글로벌에서 인지도를 획득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고, 인지도를 획득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브랜딩의 중요한 축이자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콘텐츠와 브랜드


브랜드를 알고 콘텐츠를 보면 의미가 남다를 수도 있지만, 역으로 콘텐츠를 보는데 어떤 브랜드가 만들었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너무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카카오엔터는 내부적으로 이 중요성을 인지하는 만큼 아직도 브랜딩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놀라운 역사를 써 내려 가는 중이고, 팬분들의 사랑도 주로 콘텐츠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콘텐츠를 우리의 브랜드와 결합해서 대중들에게 잘 소개하고 있느냐?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달라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카카오엔터에게는 스타트업부터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DNA는 있을지 몰라도, 이제는 그다음의 단계가 필요한 시점이에요. ‘다음 단계’라는 것이 저희에게는 작년부터 가장 큰 화두였고, 그다음 단계를 만들기 위해 또 고군분투해야 할 것 같네요. (웃음)


부사장님이 눈 여겨 보시는, 이미 잘 하고 있다라는 엔터테인먼트 브랜드가 궁금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디즈니와 넷플릭스를 지켜봐요. 스토리 부문에서의 경쟁이 아니라, 배우고 분석하고 싶어서요. 특히 넷플릭스가 잘 하고 있는 글로벌화를 배우고 싶습니다. 카카오 전사적인 목표가 ‘Beyond Korea’이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눈여겨 보고 있어요. 플랫폼 브랜드에서 IP를 만드는 브랜드로 전환하는 데에도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게 했고요. 또한 아티스트나 제작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완벽한 자유를 보장해 주는 브랜드로 유명하잖아요? 덕분에 다른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보다 단기간에 이러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죠. 단, 최근 급락한 주가를 계기로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오는 한계가 분명히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를 비즈니스로만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3~4년 전부터 명확하게 보였던 점인데, 넷플릭스가 성장만을 외치는 데에 비해서 ‘다음 성장은 무엇으로 만들 거야?’에 대한 물음에 명확하게 답을 못한 거죠. 넷플릭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솔루션을 열심히 찾고 있는 단계로 보입니다.


그리고 디즈니는 ‘글로벌 스토리 IP 비즈니스는 이렇게 해야 해’를 보여주는 정석이자 끝판왕이죠. IP를 비즈니스로 만드는 데에서는 전세계 최고의 회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업적으로 이런 부분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블로 이미 팬덤을 쌓았기 때문에, 디즈니 플러스의 행보도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제 런칭 첫 해이니까요.


카카오엔터가 만들어가고 있는 IP 플랫폼 비즈니스는 어디서 가능성을 보셨나요?


방영하는 콘텐츠에 IP를 브랜딩하야겠다고 본격적으로 내세운 것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였고, 그다음이 <이태원 클라쓰>였죠. <사내맞선>이 저희에게 고무적인 이유는 <이태원 클라쓰> 방영 당시 저희가 꿈꿨던 점들을 이룬 케이스이기 때문이에요. 우리의 캠페인이 드라마에 영향을 주고, 이 드라마가 잘 되어서 우리 브랜드에게 다시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사이클을 한 바퀴 겪어 보며, 이전에 없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동시에 사람들이 왜 웹툰은 영화의 위상으로 보지 않을까라는 고민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위상이 달라지는 지점인 ‘천만 영화’에 착안해서, ‘천만 웹툰’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웠죠. <이태원 클라쓰>의 누적 뷰가 700만이었기 때문에 그다음 목표를 ‘천만 웹툰’으로 잡았고, 드라마와 결합해 
결과적으로 약 1,500만 뷰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기쁘기도 하고 의미도 있었죠. 이후 주인공 박새로이 캐릭터가 벤츠의 모델을 제안을 받고 모델료를 받기도 했어요. (웃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우리가 바라는 미래 문화가 펼쳐질 수 있겠다는 희망을 봤죠. 


천만 웹툰으로 웹툰의 위상을 높인 <이태원 클라쓰> / [자료 출처 카카오페이지]


일본에서는 <롯폰기 클라쓰>라는 이름으로 웹툰을 함께 런칭하며 우리가 직전에 보았던 웹툰과 드라마의 선순환 구조를 다시 확인했고요. 미국, 중국 등에서도 랭킹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꿈꿨던 무대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겠다는 꿈이 구체적으로 그려졌어요. <이태원 클라쓰>가 2020년 1월에 방영되고, 2년이라는 빠른 기간 안에 ‘dreams come true’가 되니, 너무 기뻤습니다. OST도 함께 인기가 터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브랜드가 진행한 캠페인이 드라마에 영향을, 드라마가 다시 브랜드에 영향을 주는 긍정적인 사이클을 한 바퀴 겪어보며, 이전에 없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카카오엔터 뿐 아니라 K 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약진을 하고 있는데, 부사장님께서 보시기에 K 컬처가 통하는 이유가 뭘까요?

우리나라 국민들의 눈높이 자체가 이미 글로벌 이상의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유행의 주기도 빠르고요. 우리나라에서 통하면 전 세계적으로 통한다는 소리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닌 거죠. 우리나라 드라마의 특징은 스토리 중심의 서구권 드라마와 달리, 감정의 서사를 촘촘하게 만들어 간다는 것이에요. 지금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에게 위로가 필요하고, 자본주의와 사회적인 모순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상처를 받은 시기이잖아요. 미국에서 테라피스트나 우울증 약이 사회적 조명을 받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고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 뿐 아니라 내재되어 있는 ‘쓰러져도 일어나는’ 정신이 드라마를 통해 감정적인 카타르시스로 전달된다고 생각합니다. 


#즐기기, 그리고 류정혜라는 브랜드


이런 사랑받는 작품들을 만드는 카카오엔터라는 조직도 궁금해지는데요. 스토리, 뮤직, 영상 미디어 부문만의 분위기나 특징이 있나요?

저는 주로 리더들과 커뮤니케이션하다 보니 전체적인 분위기를 하나하나 알지는 못하지만 다르다는 느낌은 받습니다. 스토리 부문의 사업 주축을 맡은 분들이 전형적인 테크 브랜드 출신 구성원들이 모여 계셔서 그런지, 테크 브랜드 특유의 분위기가 풍겨요. 물론 소설이나 웹툰의 크리에이터는 다른 분위기이긴 하지만요. 영상 미디어는 방송과 영화 산업 브랜드에서 오신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많이 쏟아져 나오고요. 특히 예능을 담당하시는 분과 주거니 받거니 얘기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죠. 저희는 별도의 큰 제약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해요. 이 점을 기존 방송국의 가이드에 가려 하고 싶었던 것을 누르고 계셨던 분들은 자유로운 발상을 펼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뮤직은 차분하신 분들이 많아요. 시작한 지 오래 된 사업 부문이다 보니 예전부터 비즈니스를 키워오신 분들이라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말씀드리다 보니 부문별로 분위기가 다르지만 역시 직무에 따라서도 성격이 다른 것 같기도 하네요 비즈니스를 하시냐, 콘텐츠를 하시냐에 따라서요. 물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요. (웃음)


조직 내에서 어떻게 해야 부사장님 같은 리더가 될 수 있을까요?

부족한 것도 많고, 사실 그 점이 요즘 저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해요. 작년 우리 브랜드가 커지며 대표님께서도 저희를 모아놓고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스스로를 승진시켜야 한다’라고, 대표님도 스스로 도약할 때가 되었다면서요. 이전보다 더 큰 비즈니스와 매출을 만드는 브랜드를 이끄는 리더가 될 준비가 되어있냐는 거죠. 동시에 저희에게도 같은 질문의 숙제를 내주셨어요. 여전히 그 답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다만 하나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주변에서 ‘너는 진심으로 너의 일을 즐기고 좋아하는 것 같아 보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거예요. 브랜드도 빠르게 성장하고 트렌드도 항상 변하는데, 이것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면 이 일을 하기는 굉장히 힘들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변화의 파도를 타는 것이라든지,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새롭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재미있게 바라보는 시선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 업을 하는 (특히) 리더들에게는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블록체인과 NFT도 어렵기는 하지만 굉장히 재미있거든요. 과외를 따로 받을 정도로요. 아직까지는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스스로를 승진시켜야 한다


특히 부사장님의 조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앞선 질문과 비슷한 답변일 수 있는데,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 구성원이 필요해요. 스토리 IP, 웹툰, 웹 소설을 다루고 마케팅하는 직무이다 보니, 이 분야에 흠뻑 빠져있어야 해요. 일을 일로 보지 않고, 웹툰과 웹 소설에 한 몸 불사지를 수 있어야 하죠. 일을 위해서 몸을 혹사하라는 말씀은 아니고요. (웃음) 아이돌 따라다니고, 덕질하는 것을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저희들은 그런 자질을 굉장히 높게 사요. 인생을 다 바쳐 그 콘텐츠를 즐긴다는 말이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개인적으로 사랑하고 있는 대상이 하나씩 있습니다. 드라마가 될 수도, 아이돌이나 배우, 책이 될 수도 있고요. 물론 퍼포먼스 마케터는 아티스트 대신 숫자를 사랑할 수도 있지만, 이 외 IP 자체를 마케팅 해야한다라면, 콘텐츠를 사랑하지 않는 친구는 안타깝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더라고요. 


이런 콘텐츠에 관심 없는 일반인을 머글이라고도 하죠. 저는 저희 마케터가 항상 덕후와 머글의 경계선에 서 있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덕후의 입장에서 무엇에 열광하는지 짚어낼 수도 있어야 하고, 이 세계를 처음 접하는 머글에게 소개하고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 눈높이를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이죠.



흠뻑 빠져있는 사람들이 만들었기에 가능했던 작품들 / [카카오페이지 홈페이지 캡쳐]


부사장님이 꼽는 브랜딩 잘 하는 브랜드가 궁금합니다.

나이키는 브랜딩과 마케팅 두 측면에서 봐도 전 세계 원 탑인 대단한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나이키는 보고 배우고 싶은 이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입는 츄리닝과 운동화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브랜드 마케팅 측면에서 나이키가 가장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흠잡을 데도 없고요. 잃을게 많은 큰 조직일수록 과감한 도전을 하기 어렵잖아요. 조심할 수 밖에 없고요. 그런데 나이키는 그 과감한 도전을 해냅니다. 이렇게 큰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런 결정을 하지? 사회적으로 격럴한 논쟁의 한 가운데에 있는 주제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던지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려움 없이 변화를 꾀하는 지점이 소름 끼칠 정도예요. 만들고 싶은 브랜드의 모델을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지체없이 나이키처럼 만들고 싶다고 답할 거예요. 


그리고 테크 브랜드 중에서는 나이키와 브랜딩의 쌍벽을 이루는 애플을 좋아하지만, 삼성전자도 사랑합니다. 그리고 양쪽 생태계를 모두 경험하고 이해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패드와 노트북은 애플, 스마트폰과 워치는 갤럭시, 이렇게 균형을 맞추면서 사용하고 있어요. (웃음)



재미 뿐 아니라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가는 카카오엔터 류정혜 부사장 / [자료 제공 카카오엔터]


그렇다면 류정혜라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스스로를 축구에 비유를 하자면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축구처럼 팀으로서 일을 하며 여러 역할이 있는데, 저는 리스크를 감당하면서도 결정된 것으로 골을 과감하게 만들어야만 하는 사람이죠. 언젠가는 감독이나 구단주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해보지만, 지금은 팀원들과 과정을 만들고 더 많은 골을 넣는 멋진 브랜드가 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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