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107 경험하지 못한 시대에 대한 향수, 아네모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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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하지 못한 브랜드를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요? 호기심, 새로움, 신기함, 강렬함, 즐거움 등 다양한 감정이 있겠지만, 어떤 브랜드는 전혀 알지 못했음에도 어디선가 본듯한, 추억을 갖고 있는 듯한 그리움과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요. 우린 이러한 감정을 ‘아네모이아Anemoia ; 경험하지 못한 추억과 시대(era)에 대한 향수(nostalgia)’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아네모이아, 이름부터 난해하고 ‘경험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추억이 있다는 거야? 이게 브랜드랑 무슨 관계인데?’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잘 오셨습니다. 차근차근 알려드릴게요. 오늘의 마이비레터를 읽다 보면 감각적으로 아네모이아를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아네모이아’는 그 시대와 시기에 살지 않아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그리움, 아련함을 느끼는 ‘감정’을 말합니다. 어떤 ‘현상’이나 ‘트렌드’라기보다는 감정 상태에 가깝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에요. 

아네모이아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경험하지 못한’ 과 ‘향수’예요. 우선, 감정을 느끼는 주체가 해당 브랜드, 세대, 사건에 대한 물리적 경험이 없어야 해요. 시공간적으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험할 수 없었던 것들이 전제가 되어야 하죠. 그래서 아네모이아를 얘기할 때 감정을 느끼는 주체는 주로 ‘Z세대’가 돼요.

언뜻 들으면 ‘레트로’ 혹은 ‘뉴트로’가 떠오르지만, 레트로·뉴트로 현상과의 차이점은 바로 ‘향수’라는 감정이에요. 레트로는 회상, 회고라는 뜻으로 과거에 있었던 흐름, 유행을 회고하면서 기성세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소구 돼요. 뉴트로는 레트로에 지금 세대의 감각을 더해 발전시킨 것들을 말해요. 현세대의 색깔이나 분위기가 반영되었기 때문에 ‘힙하다’라는 느낌을 줍니다. 레트로와 뉴트로 모두 과거 시대를 모티브로 새로운 물건, 캐릭터, 그림 등 물성이 있는 매개체를 통해서 공유되는 흐름이에요. 반면 아네모이아는 향수를 느끼는 감정 그 자체예요. 심리 상태이기 때문에 특정한 물건을 통해서 전달하기 어려운 개념이죠.



레트로와 뉴트로의 좋은 예인 철수와 영희, 그리고 진로 / [자료 출처 홈플러스, 진로]


아네모이아를 가장 직관적으로 잘 설명할 수 있는 브랜드는 ‘왕가위’ 감독입니다. 화양연화, 중경삼림 등의 작품을 통해서 20세기 말 홍콩 정서를 잘 나타내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은 그 시기를 경험해 본 적 없는 Z세대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켜요. 작품의 스토리, 촬영 방식, OST 등을 통해서 그리움이라는 정서를 경험이 없는 세대에게도 전달하는 힘을 가진 거죠. 최근 리마스터링된 화양연화와 중경삼림은 이런 정서에 감명받은 Z세대를 중심으로 다시 ‘왕가위 팬덤’을 만들었어요. 시간이 지나도 아네모이아를 통해 다시 팬덤을 만드는 브랜드라니,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요?



어떠세요? 아네모이아와 레트로,뉴트로의 차이점이 느껴지시나요? / [자료 출처 다음 영화]



미디어 속 아네모이아의 해외 버전이 ‘왕가위’라면, 국내 버전은 ‘응답하라’ 시리즈예요. 특히 응답하라 1988은 덕선이가 곧 우리 부모님 세대이기에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1988 시리즈는 로맨스가 주 서사였던 앞선 두 시리즈와는 다르게, 1980년대를 살았던 부모 세대 또한 비중 있게 다루며 가족 이야기를 중심 서사로 이끌었습니다.


포스터에서부터 아네모이아를 딱 느낄 수 있어요! / [자료 출처 CJ ENM]


88올림픽 개최와 함께 스포츠를 비롯한 대중문화가 발전하고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기인 1980년대의 이야기는 지금 사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웃 간의 정, 동네의 복작복작함을 표현해 자연스럽게 ‘향수’라는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해당 시대를 살지 않은 MZ 세대에게도 이러한 감정은 전이되어 나타났는데요. 평범한 부모 세대의 희로애락이라는 보편적 정서을 통해서 보여준 시대적 분위기가 아련함과 그리움의 정서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죠.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는 “따뜻한 인심이 살아있던 시대를 다룬 촌스러운 드라마를 해보고 싶었다”라고 해요. 콘텐츠 속 아네모이아를 느낄 수 있는 디테일한 장치도 많았지만, OST 트랙을 통해 그 시대와 팬들이 만날 수 있는 정서적 연결점을 넓혔어요. 신 PD는 “우리 드라마는 음악이 중요하다. 복고를 환기할 때 음악이 필요하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Z세대는 경험하지 못한 80년대로부터 아네모이아를 느꼈고, 그 시대에 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를 온전히 가슴으로 받아들이며 부모님 세대와 공감대를 형성했어요. 전혀 모르는 시대에 대한 정서적 이해를 넘어 대화까지 가능하게 하는 콘텐츠의 힘이란 정말 대단하네요.



백예린, 하면 몽환적인 분위기의 앨범 커버, 감각적인 멜로디 그리고 영어 가사가 떠올라요. 하지만 백예린이라는 아티스트를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시티팝 이라는 것, 혹시 알고 계시나요? 

시티팝이란 70-80년대 일본이 급성장하고 버블 경제가 나타나기 직전까지의 시기에 유행한 음악을 말해요. 도회적이며 세련되고 쿨한 느낌의 음악들이 주를 이루죠. 화려한 멜로디에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비트는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차 정서적으로도 부유한 80년대 일본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며, 그 시대를 그리워하는 아련한 감정과 향수를 불러일으켜요.



대표적인 시티팝 일러스트레이터 Eizin Suzuki의 작품! 시티팝의 감성을 더욱 느껴보고 싶다면, 사진을 눌러 살펴보세요. / [자료 출처 Eizin Suzuki 인스타그램]


시티팝은 음악뿐 아니라 그에 어울리는 이미지가 특징이에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적절히 섞여 20세기 말의 감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트로피칼 나무와 해변 도로, 혼자 오롯이 있는 새벽녘 등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일러스트, 그래픽, 영상 등이 그 예시죠. 이런 작업물들이 시티팝 앨범의 커버로도 활용되면서 특유의 분위기가 완성되어, 한 시대를  상징하는 장르가 된 것이죠.

백예린이라는 아티스트는 그런 시티팝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는 스몰 브랜드예요.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팬들의 아네모이아를 자극하죠. 특유의 나른하고 몽환적인 목소리와 가사부터 여유로움이 곡 중간중간 느껴지는 가창법, 그리고 아티스트의 특징을 120% 살리는 프로듀서 ‘구름’의 편곡까지.


이미지를 눌러 백예린의 LaLaLa Love Song을 직접 감상해보세요! / [자료 출처 사운드 클라우드]


사운드 클라우드에 ‘LaLaLa LoveSong’을 올리며 국내 시티팝 열풍을 몰고 온 백예린. 단순히 그 시대의 음악을 커버하는 것뿐 아니라 새롭게 릴리스하는 본인의 노래에서도 아네모이아 정서를 전달합니다. 이렇게 차별화된 브랜드, 자기다움을 잘 지키는 브랜드의 팬이 된 Z세대는 자연스럽게 아네모이아를 느끼고 있어요.



코로나 19를 지나면서 명동과 대학가, 이태원 등 20대가 즐겨 찾던 핫플레이스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이 예전부터 갖고 있던 특유의 감성으로 사람들을 모았던 곳을 고르자면 ‘성수’와 ‘을지로’예요. 성수는 비마이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의 관점으로 성수를 돌아보는 브랜드트립이 준비되어 있으니, 인스타그램을 잘 보고 계시다가 프로그램 모집 소식이 뜨면 빠르게 참여해 주세요!🙌

오늘의 레터에서는 을지로라는 지역 브랜드에 대해서 얘기해 볼게요. 최근에는 힙지로라고 더 많이 불리지만 그 배경에는 Z세대가 느끼는 ‘아네모이아’가 있어요. 을지로는 원래 도심 사업지로 자재상, 공업소, 조명 상가, 인쇄소 등이 밀집된 지역이에요. 아직도 평일 낮 골목 사이를 지나다 보면 인쇄용지를 나르고 공구를 파는 본래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죠. ‘힙지로’로 핫플이 되며 카페가 생기고, MZ세대가 찾아오는 장면과 관련 업계 사람들이 견적을 찾아 발품을 팔러 찾아오는 모습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각종 산업이 모여있는 을지로의 골목 / [자료 출처 unsplash]


기존의 Z세대의 즐길 거리는 IT 기술 기반의, 빠르고, 새것의, 깔끔하게 ‘준비’된 것들이 많았죠. 반면 을지로는 오랜 역사를 가진 노포의 매력을 통해 사람들의 발길을 모았어요. 을지로는 시간의 흐름이 눈으로 보이는 공간이에요. 단층 건물들과 좁은 골목, 가파른 계단과 약간 녹슨 출입문 등을 통해서 이 공간이 어떤 시간을 거쳐왔는지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이게 힙합이다. 을지로만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골목과 노포 / [자료 출처 더 밥 스튜디오]


을지로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아네모이아는 바로 카메라와 필름. 사진 좀 찍는다 하면 한 번쯤은 을지로로 출사를 오거나 필름을 인화하러 오기 마련이죠. 결국 힙지로라는 수식어는 이런 아네모이아 정서를 느끼기 위해서 모여드는 많은 힙한 Z세대가 만들어낸 결과물 아닐까요? 



사진 얘기가 나왔다면 빠질 수 없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코닥! 필름 카메라 입문자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는 브랜드인 코닥 또한 ‘아네모이아’ 정서를 가진 브랜드입니다.

필름 카메라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건, 을지로와 비슷하게 열풍이 일어난 2019년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카메라가 있었고, 따로 카메라를 사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통해서 모든 사진을 찍는 Z세대에게 필름을 사서 한정된 횟수로 찍고 다시 인화하는 과정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입니다. 점점 좋은 카메라 성능을 위해 신형 스마트폰을 주기적으로 구매하는 Z세대가 아이러니하게도 초점도 흐릿하고 색감도 다 다른 필름 카메라를 찾다니요!

사진이라는 매개체 자체가 본래 가지고 있는 ‘향수’와 필름이라는 경험하지 못한 요소, 그리고  ‘코닥’이라는 역사 깊은 브랜드를 통해 아네모이아를 가장 강력하게 느끼는 것이죠. 필름 현상을 하러 가면 현상소 문에서부터 붙어있는 노란색·빨간색 코닥 로고가 브랜드와 아네모이아의 연결을 더 강화시킵니다.



코닥하면 필름, 필름하면 코닥 / [자료 출처 unsplash]


사실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대중화시킨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로의 전환점에서 필름 방식에 대한 ‘고집’을 굽히지 않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됐습니다. 미국에서는 파산을 면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맞았죠. 아이러니하게도 소멸하는 브랜드라는 부정적인 상황이 전혀 경험하지 못하는 배경을 만들었기에 더욱 깊은 아네모이아를 느낄 수 있게 합니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빠르고 간편한 것들과 거리 두기를 하게 되면서 아날로그를 다시 찾게 되고, 이를 처음 경험하는 Z세대에게 네모이아 정서에 대한 공통의 공감대가 생기게 된 것이죠. 세대 안에서 그 정서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소비하는 패턴이 나타나 결국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코닥 선물 박스’가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됩니다. 아네모이아가 브랜드를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되었을 때 생기는 새로운 접점을 잘 표현한 사례라고 볼 수 있겠네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코닥 선물 세트.이미 누군가에게 선물했다면, 당신은 역시 브랜드쟁이! / [자료 출처 코닥]


오늘의 주제였던 아네모이아. Y2K 패션 등의 복고 패션과 함께 언뜻언뜻 언급되는 단어여서, 오늘의 마이비레터를 통해 처음 들어보신 분도 많으실 거예요. 응답하라 시리즈, 백예린의 시티팝, 을지로, 코닥의 필름 카메라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아네모이아를 불러 일으키는 배경에는 결국 Z세대가 향수를 느낄 수밖에 없도록 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불확실함, 불안정, 불만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 시대에도 그 나름대로 고민과 불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에는 미화되어 향수의 정서로 이어질 만큼 현실이 어렵게 느껴지는 거겠죠.


하지만, 코닥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네모이아 라는 감정은 ‘향수’라고 해서 브랜드적 측면에서 반드시 현재의 부재로 이어질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향수라는 정서를 기반으로 전혀 다른 새로운 브랜드 접점으로 만들어갈 수 있기에 아네모이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적용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게 필요합니다. 주변에 구독자 여러분이 아네모이아를 느끼는 브랜드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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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비와 함께 하는 도서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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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진심인 오롤리데이의 뚝심 있는 생존&성장기를 그린 신간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이 출시되었어요.
오늘 레터의 주제와 재미있는 연관이 지어지는 브랜드 오롤리데이. 오롤리데이의 신간 도서를 구독자 여러분과 나누려고해요.

지금의 오롤리데이가 있기 까지 위기와 역경, 실패와 성공까지.

우리가 오롤리데이의 9년이라는 과정을 모두 함께하지 못했더라도 
지금의 못난이를 보면 그 과정이 오롯이 전달되고, 왠지 모르게 더 친숙한 느낌이 들어요.

"오롤리데이와 함께하는 일상은 언제나 오해피데이!"

아네모이아를 느끼며 추억의 브랜드로 행복을 찾는 요즘 사람들, 여러분에게 행복을 주는 추억 속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브랜드와 그에 관련된 추억을 댓글로 소개해주세요! (~5/10 화요일 23시 59분까지)


ex) 저의 추억 속에서 행복을 주는 브랜드는 '세븐일레븐'입니다. 초등학생이었을 때 태권도 학원을 마치고 1층에 있는 세븐일레븐에서 뽑아 먹은 슬러시가 항상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거든요. 
컵만 받아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슬러시의 레버를 직접 당겨 슬러시를 뽑아 먹을 때의 시원함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한동안 이런 슬러시가 보이지 않다, 잠실 롯데월드몰 안 세븐일레븐에 나타났다고 해요! 이번 주말에 꼭 가볼 계획입니다.


추억이 뚝뚝 떨어지는 브랜드를 소개해 주신 구독자 열 분을 선정해, 오롤리데이의 신간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를 보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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