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Curation]#217 새삼스럽게? 원래 힙했던 텍스트의 다섯 그릇


‘Reading is so Sexy’. 영국 매체 ‘The Guardian’의 기사 제목입니다. 지난 2월, Z세대를 대표하는 모델 카이아 거버가 최근 독서 클럽 ‘라이브러리 사이언스’를 만들면서 말한 인터뷰를 인용한 것이죠. 이렇듯 책을 가까이 둔다는 건, 멋지고 섹시한 일이 되고 있습니다. 11월을 여는 216호에서는 글로벌 트렌드로 나아가고 있는 ‘텍스트 힙’을 브랜드와 엮어볼까 합니다. 

‘텍스트 힙’.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text)와 개성 있음을 뜻하는 힙(hip)을 합성한 신조어로, ‘독서는 멋지다’를 의미합니다. 영상과 이미지 중심의 미디어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는 디지털 시대에서 텍스트 콘텐츠, 문화가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현상인데요. 특히 도파민 중독과 문해력 저하의 심각성이 주요 이슈로 논의되면서, 탈도파민의 방법으로 독서, 기록 등의 텍스트 콘텐츠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많은 브랜드가 발 빠르게 텍스트 힙을 반영한 팝업스토어, 상품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여기, 텍스트 힙이 트렌드가 되기 이전부터 텍스트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그릇이 되어준 다섯 브랜드가 있습니다. 텍스트는 원래부터 힙했습니다. 꾸준하게 텍스트의 매력을 전해준 브랜드를 탐독하러 가볼까요?




01 BMW의 B는 Book일지도?


BMW, 마이비레터에서 몇 차례 다룬 브랜드입니다. 그만큼 브랜드적으로 다룰 이야기가 많다는 것인데요. 217호에서는 BMW의 브랜딩 중에서도 텍스트를 중심으로 한 브랜딩을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BMW에서 책을 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열혈 마이비레터 구독자라면 이미 읽었겠지만, BMW의 새로운 캠페인 ‘새로운 새로움 NEUE NEW’를 통해 새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펼쳤어요. BMW는 ‘순환’에 대한 중요함을 기본으로, ‘디지털화’를 통해 기술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관계를 돈독히 하며, ‘전기화’는 주행의 즐거움을 위한 새로운 원동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 활동이 바로 교보문고와 함께 새로움에 대한 텍스트를 펼치는 브랜드 책방, ‘LIBRARY NEUE’를 열었어요. 책과 글쓰기를 매개로 각자만의 새로움을 정의하고 정리하며, BMW가 전하고자 하는 새로운 새로움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는 브랜딩이었죠. 이 책방에서는 ‘새로움’에 영감을 주는 20권의 도서 큐레이션과 나만의 새로움을 써보는 시간, 플립월을 통한 107명의 새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어요.


새로움을 만날 수 있는 BMW의 교보문고에서의 책방 / 사진 비마이비


새로움을 말하는 BMW만이 할 수 있었던 특별한 이야기로는 책 <낯설거나 새로운>을 새로이 만들었다는 것이었어요. 이 책은 7명의 작가와 함께 했어요. 오은 , 문보영 , 김혼비 , 정용준 , 윤혜정 , 박선영 , 박세회 , 강보라 등의 작가와 함께 써내려진, 뜻밖의 길에 대한 장르불문 산문집인 이 도서는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것의 연장선에 있었기에 그 의미가 깊었습니다. 새로운 세대가 의족과 같은 보철물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 홀로그램을 새로운 예술로 승화하는 것, AI를 통해 동물의 의사소통 방식을 이해하여 종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 미생물과 발효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 현실과 가상을 결합하여 디지털 상의 꽃 냄새를 표현하는 것. 이것들이 BMW가 주목하고 있는 ‘새로운 새로움’의 구체적인 예시인데요. 


107인의 새로움에 대한 인터뷰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링크 👉🏻클릭

올해로 107주년을 맞은 BMW는 우리 주변의 브랜드와 관련된 107명의 사람들의 ‘새로움’을 물으며, 이 ‘새로움’을 더욱 깊이 그리고 유기적으로 의미를 만들고 있어요. 이들에게 ‘나’의 새로운 순간과, 새로운 책, 공간, 사람, 음악, 향, 그리고 나만의 ‘새로움에 대한 정의’를 묻습니다. 새로운 것이란 모든 것이 될 수 있고 어쩌면 ‘나다운 것’이 가장 새로울 수 있다는 발견의 장을 마련했죠. 그 목소리 중 일부를 함께 확인해 볼까요?




02 나만의 텍스트 소비를 지향하다, 트레바리


읽고, 기록하다보면 그 경험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어지죠. 그럴 때 우리는 커뮤니티를 찾습니다. 트레바리는 2015년부터 시작된 독서모임 커뮤니티 플랫폼입니다. 트레바리와의 협업을 통해 다른 브랜드들이 텍스트힙 트렌드에 함께하려는 시도 또한 엿볼 수 있는데요. 지난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카누’ 캡슐 커피와 이벤트를 진행하는등, F&B 브랜드들과 콜라보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트레바리 비전 / 출처 트레바리 


트레바리는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 만든다’는 슬로건으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독서모임을 의미하는 각 ‘클럽’에는 모임장이 있는데요, 클럽장은 클럽의 주제와 성격에 알맞은 전문가로 선정됩니다. 클럽을 신청한 멤버는 4개월 동안 매달 1권씩 총 4권의 책을 함께 읽고 독후감을 쓰며, 만나서 깊은 이야기를 나눠요. 평균 월 6~8만 원의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인기 클럽은 오픈되자마자 정원이 마감됩니다. 책과 친해지고 싶지만, 아직 혼자는 어려운 이들의 노력이 느껴져요.


다양한 클럽장이 있는 트레바리 / 출처 트레바리 

 

트레바리의 가장 큰 매력은 전문가로 이루어진 클럽장과 다양한 배경을 가진 멤버인데요. 단순히 책을 읽고 독후감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나누며 더 깊고 넓은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에요. 에디터가 모임 장으로 있는 한 클럽 참여자는 “에디터의 시각에서 책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특히 주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독서의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한강 작가 소설을 함께 탐독하는 클럽 / 출처 트레바리 


텍스트를 다양한 방식으로 향유하려는 독자의 노력은 그 어떤 텍스트 힙보다도 멋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03 텍스트는 변하는데 아직도 실내에서? 서울 야외도서관


살랑살랑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올 때면 서울 곳곳에서 야외도서관을 만날 수 있습니다. 2022년 시작해 서울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서울 야외도서관. 지붕 없는 도서관을 컨셉으로 지속가능한 도서관을 추구하는데요. 올해는 광화문의 ‘책마당’, 시청 앞 ‘책 읽는 서울광장’, 청계천의 ‘책 읽는 맑은 냇가’까지 총 3개의 메인 야외 도서관이 열렸습니다. 최근에는 성북, 송파, 서대문, 구로 4개의 자치구로 범위를 넓혀 더 많은 서울 시민이 색다른 독서 문화를 경험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요. 


책 읽는 서울광장 / 출처 서울 야외도서관


서울 야외도서관은 책을 읽는 행위뿐만 아니라 공간까지 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독서 공간은 독서를 즐거운 놀이로 제안합니다. 덕분에 아직은 꾸준한 독서가 어려운 입문자도 부담 없이 독서 문화를 소비할 수 있죠. 즉, 야외도서관은 독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책 읽는 맑은 냇가 / 출처 서울 야외도서관


지난해 서울 야외도서관에는 170만 명이 방문했으며 94%의 재방문 의사를 기록했는데요. 텍스트 힙과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독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올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야외도서관을 방문했을지 기대가 됩니다.


광화문 책마당 / 출처 서울 야외도서관




04 시대 그리고 독자와 공존할 줄 아는, 민음사


책 좋아한다면 모를 수 없는 출판그룹, 1966년 설립되어 곧 60주년을 앞둔 민음사입니다. 민음사 하면 어떤 책이 떠오르시나요? 하얀 표지와 그 절반을 뒤덮은 사진, 바로 아래 형형 색깔의 구분선과 제목. 세계문학전집이 생각나요. ‘오늘의 시인 총서’, ‘오늘의 젊은 작가' 등 문학 시리즈로 유명한 민음사지만 과학 전문 브랜드 ‘사이언스북스', 디자인, 건축, 영화 등 시각문화 전문 브랜드 ‘세미콜론'을 포함해 총 9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를 통해 출판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민음사의 행보는 취향에 따라 문화를 소비하고, 깊이 있게 파고드는 디깅 문화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 출처 교보문고


(좌) 세미콜론 베스트셀러 ‘실버 스푼' (우) 사이언스북스 베스트 셀러 ‘코스모스' / 출처 교보문고


이처럼 민음사는 기성 출판사의 한계를 뛰어넘어 시대와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특히 소셜 미디어를 통해 독자가 책을 더 즐겁게 경험할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대표 미디어로 출판사 최초 실버버튼의 유튜브 채널 ‘민음사 TV’가 있습니다. 2019년부터 시작한 민음사 TV는 ‘책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슬로건으로 2024년 11월 기준 구독자 26만 명을 달성했어요. 종이책과 영상은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민음사 TV’는 ‘세계문학전집 월드컵', ‘출판사 요리대회'와 같이 책이 궁금해지는 콘텐츠를 통해 구독자와 책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월드컵 / 출처 유튜브

 

이런 민음사의 행보는 브랜드 팬을 만들어 함께하는 책 문화를 만듭니다. 민음사는 책으로 연결되는 커뮤니티, 민음북클럽을 운영하고 있어요. 북클럽 회원은 온라인 커뮤니티로 같은 취향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패밀리데이 등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민음북클럽 13기 모집은 하루만에 5천 명을 돌파할 만큼 큰 인기를 얻었는데요. 느슨한 연결과 풍부한 경험을 추구하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민음북클럽 / 출처 민음사




05 어떤 텍스트도 그만의 힙으로, 스토리지북앤필름


텍스트 하면, 일년에 한 번씩 화제를 만드는 축제 <퍼블리셔스테이블>을 뺴놓을 수 없겠죠. 매년 독립출판페어를 열어 작가와 독자의 연결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2013년부터 시작해 벌써 10년이 넘은 국내 최대 규모 독립출판 페어 ‘퍼블리셔스테이블’은 평균 200명이 넘는 팀의 출판물을 한데 모아 소개합니다. 취향에 따라 관람객은 자신에게 맞는 출판물을 선택하고, 예비 작가의 꿈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2024 서울 퍼블리셔스테이블 / 출처 스토리지북앤필름 네이버 블로그


이 퍼블리셔스테이블을 주관하는 브랜드, 바로 스토리지북앤필름은 기성 출판물과는 다른 독립출판물의 매력을 전파하고, 출판물의 범위를 확장하면서 텍스트 콘텐츠 다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 해방촌 언덕 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독립책방 스토리지북앤필름. 일반 서점의 비슷한 두께, 크기의 책과 달리 이곳에는 무한한 모양의 이야기가, 크고 작은 책이 가득합니다. 주로 소규모 책자와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스토리지북앤필름은 출판물로 문화가 가진 다양함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스토리지북앤필름 해방촌점 내부 모습 / 출처 스토리지북앤필름 네이버 블로그


스토리지북앤필름은 독립출판물을 유통하는 플랫폼을 넘어, 무형의 이야기가 유형의 텍스트로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고 있어요. 북토크, 워크숍을 통해 많은 작가를 배출하고, 독립출판을 돕습니다. 대표 워크숍인 ‘4주 동안 나만의 책 만들기’는 올해 11월, 무려 134기를 모집했는데요. 워크숍에서 수강생은 기획부터 제작, 유통까지 독립 출판의 전체 여정을 경험합니다. 


기획부터 유통까지 출판 전반을 학습하며 책 제작까지 경험하는 스테디 워크숍 / 출처 스토리지북앤필름 네이버 블로그


유명 마케터 김규림 작가의 책 ‘도쿄규림일기'도 ‘나만의 책 만들기' 워크숍을 통해 만들어진 책이라는 사실. 책 제작뿐만 아니라 책방 창업 워크숍, 북마케팅 연구회, 북 디자인 워크숍 등 단계별 클래스도 진행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2017년 ‘나만의 책 만들기’ 수강생 김규림 작가의 책 ‘도쿄규림일기' / 출처 스토리지북앤필름 네이버 블로그



💡오늘의 레터가 요약되어 있는 my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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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레터는 이 링크의 자료를 참조하여 작성되었습니다.



💡함께 보면 좋을 책냄새 나는 브랜드

읽고 쓰는 것에 진심인 브랜드.


👉🏻2024년 7월의 브랜드

👉🏻#177 THE NEXT CHAPTER: 새로운 교보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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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비레터 객원에디터 | 임언정


말씀 언에 바를 정. 전혀 다른 한자를 쓰고 있지만, 종종 오해를 부르죠. 그만큼 생각을 정리해 밖으로 내뱉는 것을 좋아합니다. 넘치는 호기심으로 메시지가 있는 브랜드, 공간, 경험을 발굴하고 공유합니다.

남다른 분석력과 디깅력은 현상 이면의 인문학적 단초까지 다루며 깊이 있는 글을 만듭니다. 그렇다고 어려운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해. 누구나 사유하도록 쉬운 언어를 추구합니다.

다양한 브랜드가 모이는 플랫폼에서 브랜드 경험 기획자로 다양한 SNS 채널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여전히 제 역할은 대중이 브랜드를 바라보는 해상도를 높이고 팬이 되는 여정을, 쉽지만 깊은 언어로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짧은 글부터 긴 글까지 두루 쓰는 저는, 에디터 임언정입니다.


editor | Bem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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