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간에 들어선 순간, 익숙한 향기에 특정한 브랜드가 떠오른 적 다들 있으실 거예요. “어? 이 향기 어디서 맡아봤더라?”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순간 말이죠. 여행길에 산 향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그 향을 맡을 때마다 우리를 다시금 그 여행지로 데려다주기도 하고요.
이렇듯 향기는 보이지 않지만, 인간이 가장 선명하게 느끼는 감각 중 하나예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쌓인 후각 메모리는 우리의 기억과 감정을 조용히 엮어 놓는 중요한 역할을 하죠. 우리는 대개 브랜드를 로고나, 슬로건 같은 시각적인 요소로 기억하곤 하지만 어떤 공간에서는 향기가 그 브랜드의 얼굴이 되기도 합니다.
향기는 ‘단순한 냄새’가 아니라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됩니다. 브랜드는 향기를 통해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고, 소비자의 감정을 조율하며, 최종적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전략적 요소로 활용하곤 하죠. 이번 글에서는 향기를 브랜드의 시그니처로 만들어, 고객과 교감하는 브랜드들을 소개합니다.
다섯 가지 브랜드를 만나기 앞서, '향기'와 관련 있으면서도 이번 호 타이틀에도 그 여운이 묻어있는 노래 하나를 추천해 드려고 해요. 사랑이 향기를 남기듯 브랜드도 고객에게 향기를 남기며 기억되고 싶은 게 아닐까요? (들으시면서 레터를 읽으셔도 좋습니다)
01 교보문고, 책을 닮은 향기 ‘The Scent of Page’
브랜드와 향기를 떠올리면, 국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아마도 교보문고일 거예요. 단순히 책을 읽고, 책을 파는 서점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은 교보문고는, ‘The Scent of Page’, 일명 ‘책향’이라는 시그니처 향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어요.
교보문고의 책향(*The Scent of Page)*은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관심 속에서 탄생한 향기예요. 처음에는 ‘서점 냄새’, ‘교보문고 향’, ‘교보문고 향수’ 등으로 불리며 입소문을 탔고 매장 밖에서도 그 향을 떠올리는 고객이 많아졌죠. 이에 교보문고는 고객들의 요청을 반영해 향을 정식 브랜드화했고 디퓨저, 캔들, 룸 스프레이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출시하게 된 거예요. 2018년 첫 출시 이후 누적 판매 130만 개를 기록할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어요.
숲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책향 / 출처 교보문고
책향은 교보문고만의 방식으로 조향된 특별한 향기예요. 시트러스, 피톤치드, 허브, 천연 소나무 오일이 조화를 이루며 첫 향에서는 상큼한 베르가못과 레몬이, 중간 향에서는 유칼립투스, 피톤치드, 로즈마리가, 끝 향에서는 삼나무와 소나무 향기가 어우러지죠. 이 향기를 맡으면 마치 울창한 숲속에서 독서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해요.
리브랜딩해 출시한 'The Scent of Page' / 출처 교보문고
최근 교보문고는 책향을 리브랜딩 하며, 향기와 브랜드의 결합을 한층 더 강화했어요. 가장 큰 변화는 책의 형태를 닮은 패키지 디자인이에요. 용기는 마치 책등(Book Spine)처럼 디자인되어, 단순한 향기 제품이 아니라 책과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오브제로 재탄생했죠. 책이 펼쳐지는 모습을 닮은 포장 패키징 역시 시각적으로도 브랜드 정체성을 한층 더 강화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제 책향은 우리의 일상과 한층 더 긴밀한 영감의 매개체로 다가가고 있어요. 책과 공간, 그리고 향기까지. 교보문고는 모든 감각을 통해 소비자와 깊이 연결된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제 책향은 단순한 공간의 요소를 넘어 독서의 경험을 완성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 거예요.
02 러쉬, 독보적인 ‘Karma’
러쉬 매장은 향기만으로도 존재감을 발산하는 대표적인 공간이에요. 길을 걷다가도 "어? 러쉬 있나 본데?"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독보적인 향기로 유명하죠. 러쉬 매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기 전부터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향기는 바로 ‘카마(Karma)’. 러쉬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향입니다.
오렌지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러쉬의 시그니처 향 ‘카마’ / 출처 러쉬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카마의 향이 떠오른다면 그만큼 중독적인 잔향이라는 뜻이겠죠. 오렌지 껍질과 파촐리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카마는, 러쉬가 추구하는 활기 넘치고 자유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담고 있어요. 러쉬 매장을 들어서는 순간 기분 좋은 활력이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죠.
러쉬의 매장에서 향기는 단순한 배경 요소가 아니에요. 러쉬는 고객이 브랜드를 경험하는 방식을 ‘다중 감각적 접근법’으로 설계했어요. 러쉬 매장에 들어선 순간 고객들은 향기(후각), 제품의 질감(촉각), 컬러풀한 비주얼(시각), 자연 유래 원료가 주는 신뢰감(인지적 경험)을 한꺼번에 체험하게 되죠.
진한 '카마'향에 이끌리듯 들어가게 되는 러쉬 매장(AK플라자 수원점 러쉬) / 출처 러쉬
특히 카마의 향은 매장에서 직접 손으로 제품을 만지고, 피부에 닿아 향이 스며드는 과정을 통해 더욱 강렬하게 기억됩니다. 러쉬의 제품들은 대부분 직접 만지고 테스트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되어 있기 때문에 고객들은 촉각과 후각을 동시에 활용하며 브랜드와 더욱 깊이 연결되는 거예요.
러쉬의 향기는 매장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아요. 러쉬는 카마 향을 고객의 일상 속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했어요. 향수, 바디로션, 샤워 젤, 샴푸 바, 솔리드 퍼퓸까지. 다양한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은 매장을 떠난 후에도 러쉬를 일상에서 계속 경험할 수 있죠.
특히 카마의 향수와 퍼퓸 제품군은 ‘러쉬 매장을 향기 그대로 옮겨왔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강렬하고 지속력이 뛰어나요. 덕분에 카마는 단순한 매장 향기를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과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결하는 감각적 오브제로 자리 잡게 되었어요.
03 웨스틴호텔, 고급스러움과 편안함 ‘White Tea’
호텔은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머문 순간을 기억하게 만드는 곳이에요. 그리고 그 기억을 선명하게 남기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향기’입니다. 전 세계 호텔 브랜드들은 고객들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기 위해 각자의 시그니처 향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웨스틴호텔은 독보적인 향기 전략을 펼쳐오고 있는 브랜드예요. “이성보다 감성적인 기억이 더 강렬하고 지속적이다.”라고 이정욱 객실 팀장이 말한 것처럼, 웨스틴호텔은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섬세한 향기 경험 설계를 통해 누구나 다시 찾고 싶은 호텔로 자리 잡았어요.
웨스틴 조선 서울 / 출처 조선호텔앤리조트
웨스틴호텔이 수많은 향기 중에서도 화이트 티를 시그니처 향으로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어요. 고객이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거든요. 화이트 티 향기는 화이트 티의 산뜻한 상쾌함, 바닐라의 부드러움, 시더우드와 머스크의 따뜻한 잔향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웨스틴호텔 특유의 차분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로비부터 객실, 욕실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향기 경험을 하게 만들며, 호텔에서의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웨스틴호텔은 단순한 향기 마케팅을 넘어, “전 세계 어디에서든 동일한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글로벌 체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 향을 도입했죠. 화이트 티 향은 이제 웨스틴호텔의 상징이 되었어요. 출장과 여행으로 전 세계를 오가는 고객 중 특히 비즈니스 트래블러들에게 익숙한 향기로 안락한 휴식을 선사하죠.
White Tea 향이 나는 Bath & Body Oil / 출처 웨스틴 스토어
호텔을 떠난 후에도 이 향을 계속 기억하고 싶어 하는 고객들을 위해, 웨스틴호텔은 화이트 티 디퓨저, 룸 스프레이, 캔들 등의 상품을 출시하며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기도 했어요. 이를 통해 고객들은 호텔을 떠난 후에도 웨스틴호텔에서의 감각적인 기억을 일상 속에서도 지속할 수 있도록 있게 되었죠. 참고로 1999년 개관한 서울 삼성동의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가 리모델링 후, 올해 9월에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로 재개장할 예정인데요. 새로운 웨스틴에서도 화이트 티 향을 비롯한 향기로, 웨스틴호텔만의 경험을 어떻게 강렬하게 연결할지 기대됩니다.
04 룰루레몬, 매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향기
제품당 1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품질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룰루레몬.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점점 더 대중화되고 있어요. 하지만 룰루레몬이 단순히 프리미엄 스포츠 웨어 브랜드를 넘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예요. 매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 룰루레몬이 설계한 감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데요. 그 경험을 시작하는 가장 강렬한 요소가 바로 향기입니다.
땀 흘리고 성장하며 관계를 맺는 '스웻라이프'를 추구하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 / 출처 룰루레몬
운동을 마친 후, 땀을 닦으며 느끼는 개운함과 상쾌함. 많은 사람들은 룰루레몬 매장에 가면 그 기분이 다시 떠오르곤 한다고 말해요. 룰루레몬의 공간을 가득 채운 로즈마리와 풀(Grass) 향기. 이 두 가지 향은 룰루레몬이 추구하는 활동적이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요. 고객들은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 향기를 통해 활력을 얻고, 건강한 내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거죠.
매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룰루레몬의 시그니처 향 / 출처 룰루레몬
룰루레몬의 향기는 어디에서나 쉽게 경험할 수 없어요.. 룰루레몬은 시그니처 향기를 룸 스프레이나 방향제 같은 제품군을 출시하지 않고 있어요. 즉, 룰루레몬의 향기는 어디에서나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매장을 방문해야만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감각적 요소가 된 거죠. 이점이 룰루레몬의 향기가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입니다. 룰루레몬 향을 맡고 싶다면 매장을 다시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브랜드에 대한 설렘 지수를 한층 높이고, 고객이 매장을 다시 찾도록 만드는 중요한 전략이 되었거든요.
매장을 나서는 순간에도 남아 있는 잔향, 다시 찾아가고 싶게 만드는 기억. 룰루레몬은 향기를 활용해 브랜드 경험을 더욱 깊고 감각적으로 각인시키며, 고객들이 룰루레몬을 찾는 이유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05 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의 감각을 확장하는 향기
향기 마케팅은 이제 공간을 넘어 문화 콘텐츠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어요.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음악과 화려한 조명, 그리고 무대를 가득 채우는 향기. 이제 향기는 공연의 몰입감을 한층 더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뮤지컬 ‘하데스타운’이에요.
뮤지컬 '하데스타운' / 출처 에스앤코
하데스타운은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향기를 활용해 무대의 감각적 깊이를 더욱 강화했어요. 샤롯데씨어터와 센트온은 극 중 페르세포네가 지상과 하데스타운을 오가는 이야기를 두 가지 향기로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향기로 전달하는 연출을 아래와 같이 선보였습니다.
봄과 여름의 싱그러운 꽃향기와 풀 내음 → 낮 공연 가을과 겨울의 메마른 나뭇가지와 따뜻한 향기 → 저녁 공연
이처럼 공연장의 분위기를 향기로 구분함으로써, 관객들은 단순히 시각과 청각뿐만 아니라 후각까지 활용하여 공연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무대 위 향기 마케팅은 뮤지컬뿐만 아니라 K-팝 콘서트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감각을 자극하는 경험이 중요해진 시대. 아티스트들은 이제 향기를 통해 팬들과의 연결을 더욱 강화하는 거예요.
‘혜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콘서트를 할 때마다 향을 기획한다고 밝힌 태연 / 출처 유튜브 채널 ‘혜리’
특히 가수 태연은 공연마다 조향사와 협업해 공연 콘셉트에 맞는 향기를 제작해 공연장에 뿌리는 것으로 유명해요. “공연이 끝난 후에도 팬들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향기로 남기고 싶다”라는 그의 철학에서 시작된 이 연출은, 오직 그날 공연장에 존재한 관객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죠. 또 NCT DREAM 역시 콘서트에서 향기를 활용해 화제를 모았어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멤버들이 직접 고른 향기를 공연장에 분사했죠. 이제 콘텐츠 브랜드도 오감과 향을 고객과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해졌어요. IP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통해 고객을 마주하듯이 말이죠.
5가지 브랜드를 통해서 알 수 있듯 다양한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경험을 만들고 있는 이 시대에, 향기 마케팅은 고객의 감각과 시공간을 점유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교보문고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산업이 향과 관련이 없어 보일지라도, 오히려 그러한 시장에서 우리 브랜드를 계속해서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킥은 향이었어요. 특히 교보문고 책향의 리브랜딩 과정에서는 더워터멜론이 함께하기도 했는데요. 고객의 감각을 점유하여 우리 브랜드의 존재를 각인시킬 수 있는 향기 마케팅의 노하우가 필요한 브랜드는 언제든지 편하게 비마이비에게 연락 주세요.😉
무색무취의 인간. 취향이 곧 정체성이 되는 사회에서 방황하지만, 그 길 위에서 글을 씁니다. 때로는 무던하게, 때로는 솔직하게. 한 가지로 규정되지 않기에 더 많은 가능성을 담아낼 수 있고,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기에 다채로운 이야기를 써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이 정체 모를 유연함이 부족함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압니다. 특정한 취향에 갇히지 않기에 다양한 시선을 품을 수 있고, 고정된 틀을 거부하기에 다채로운 이야기를 써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자로서는 내가 사랑하는 것을 독자에게 매력적으로 전하는 법을, 인하우스 에디터로서는 사람들이 열광할 이야기를 발견하는 법을 배워왔습니다. 그 시간들은 내가 쓰고 싶은 글과 사람들이 원하는 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힘이 되었습니다. 쉽게 소비될 이야기도 그 안에 의미의 씨앗을 심고, 누구나 곁에 두고 싶은 글로 만드는 것. 무색무취는 결국 모든 색을 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의 다른 이름입니다.
editor | Bem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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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공간에 들어선 순간, 익숙한 향기에 특정한 브랜드가 떠오른 적 다들 있으실 거예요. “어? 이 향기 어디서 맡아봤더라?”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순간 말이죠. 여행길에 산 향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그 향을 맡을 때마다 우리를 다시금 그 여행지로 데려다주기도 하고요.
이렇듯 향기는 보이지 않지만, 인간이 가장 선명하게 느끼는 감각 중 하나예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쌓인 후각 메모리는 우리의 기억과 감정을 조용히 엮어 놓는 중요한 역할을 하죠. 우리는 대개 브랜드를 로고나, 슬로건 같은 시각적인 요소로 기억하곤 하지만 어떤 공간에서는 향기가 그 브랜드의 얼굴이 되기도 합니다.
향기는 ‘단순한 냄새’가 아니라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됩니다. 브랜드는 향기를 통해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고, 소비자의 감정을 조율하며, 최종적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전략적 요소로 활용하곤 하죠. 이번 글에서는 향기를 브랜드의 시그니처로 만들어, 고객과 교감하는 브랜드들을 소개합니다.
다섯 가지 브랜드를 만나기 앞서, '향기'와 관련 있으면서도 이번 호 타이틀에도 그 여운이 묻어있는 노래 하나를 추천해 드려고 해요. 사랑이 향기를 남기듯 브랜드도 고객에게 향기를 남기며 기억되고 싶은 게 아닐까요? (들으시면서 레터를 읽으셔도 좋습니다)
01 교보문고, 책을 닮은 향기 ‘The Scent of Page’
브랜드와 향기를 떠올리면, 국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아마도 교보문고일 거예요. 단순히 책을 읽고, 책을 파는 서점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은 교보문고는, ‘The Scent of Page’, 일명 ‘책향’이라는 시그니처 향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어요.
교보문고의 책향(*The Scent of Page)*은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관심 속에서 탄생한 향기예요. 처음에는 ‘서점 냄새’, ‘교보문고 향’, ‘교보문고 향수’ 등으로 불리며 입소문을 탔고 매장 밖에서도 그 향을 떠올리는 고객이 많아졌죠. 이에 교보문고는 고객들의 요청을 반영해 향을 정식 브랜드화했고 디퓨저, 캔들, 룸 스프레이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출시하게 된 거예요. 2018년 첫 출시 이후 누적 판매 130만 개를 기록할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어요.
숲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책향 / 출처 교보문고
책향은 교보문고만의 방식으로 조향된 특별한 향기예요. 시트러스, 피톤치드, 허브, 천연 소나무 오일이 조화를 이루며 첫 향에서는 상큼한 베르가못과 레몬이, 중간 향에서는 유칼립투스, 피톤치드, 로즈마리가, 끝 향에서는 삼나무와 소나무 향기가 어우러지죠. 이 향기를 맡으면 마치 울창한 숲속에서 독서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해요.
최근 교보문고는 책향을 리브랜딩 하며, 향기와 브랜드의 결합을 한층 더 강화했어요. 가장 큰 변화는 책의 형태를 닮은 패키지 디자인이에요. 용기는 마치 책등(Book Spine)처럼 디자인되어, 단순한 향기 제품이 아니라 책과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오브제로 재탄생했죠. 책이 펼쳐지는 모습을 닮은 포장 패키징 역시 시각적으로도 브랜드 정체성을 한층 더 강화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제 책향은 우리의 일상과 한층 더 긴밀한 영감의 매개체로 다가가고 있어요. 책과 공간, 그리고 향기까지. 교보문고는 모든 감각을 통해 소비자와 깊이 연결된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제 책향은 단순한 공간의 요소를 넘어 독서의 경험을 완성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 거예요.
02 러쉬, 독보적인 ‘Karma’
러쉬 매장은 향기만으로도 존재감을 발산하는 대표적인 공간이에요. 길을 걷다가도 "어? 러쉬 있나 본데?"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독보적인 향기로 유명하죠. 러쉬 매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기 전부터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향기는 바로 ‘카마(Karma)’. 러쉬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향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카마의 향이 떠오른다면 그만큼 중독적인 잔향이라는 뜻이겠죠. 오렌지 껍질과 파촐리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카마는, 러쉬가 추구하는 활기 넘치고 자유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담고 있어요. 러쉬 매장을 들어서는 순간 기분 좋은 활력이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죠.
러쉬의 매장에서 향기는 단순한 배경 요소가 아니에요. 러쉬는 고객이 브랜드를 경험하는 방식을 ‘다중 감각적 접근법’으로 설계했어요. 러쉬 매장에 들어선 순간 고객들은 향기(후각), 제품의 질감(촉각), 컬러풀한 비주얼(시각), 자연 유래 원료가 주는 신뢰감(인지적 경험)을 한꺼번에 체험하게 되죠.
특히 카마의 향은 매장에서 직접 손으로 제품을 만지고, 피부에 닿아 향이 스며드는 과정을 통해 더욱 강렬하게 기억됩니다. 러쉬의 제품들은 대부분 직접 만지고 테스트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되어 있기 때문에 고객들은 촉각과 후각을 동시에 활용하며 브랜드와 더욱 깊이 연결되는 거예요.
러쉬의 향기는 매장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아요. 러쉬는 카마 향을 고객의 일상 속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했어요. 향수, 바디로션, 샤워 젤, 샴푸 바, 솔리드 퍼퓸까지. 다양한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은 매장을 떠난 후에도 러쉬를 일상에서 계속 경험할 수 있죠.
특히 카마의 향수와 퍼퓸 제품군은 ‘러쉬 매장을 향기 그대로 옮겨왔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강렬하고 지속력이 뛰어나요. 덕분에 카마는 단순한 매장 향기를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과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결하는 감각적 오브제로 자리 잡게 되었어요.
03 웨스틴호텔, 고급스러움과 편안함 ‘White Tea’
호텔은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머문 순간을 기억하게 만드는 곳이에요. 그리고 그 기억을 선명하게 남기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향기’입니다. 전 세계 호텔 브랜드들은 고객들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기 위해 각자의 시그니처 향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웨스틴호텔은 독보적인 향기 전략을 펼쳐오고 있는 브랜드예요. “이성보다 감성적인 기억이 더 강렬하고 지속적이다.”라고 이정욱 객실 팀장이 말한 것처럼, 웨스틴호텔은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섬세한 향기 경험 설계를 통해 누구나 다시 찾고 싶은 호텔로 자리 잡았어요.
웨스틴호텔이 수많은 향기 중에서도 화이트 티를 시그니처 향으로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어요. 고객이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거든요. 화이트 티 향기는 화이트 티의 산뜻한 상쾌함, 바닐라의 부드러움, 시더우드와 머스크의 따뜻한 잔향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웨스틴호텔 특유의 차분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로비부터 객실, 욕실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향기 경험을 하게 만들며, 호텔에서의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웨스틴호텔은 단순한 향기 마케팅을 넘어, “전 세계 어디에서든 동일한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글로벌 체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 향을 도입했죠. 화이트 티 향은 이제 웨스틴호텔의 상징이 되었어요. 출장과 여행으로 전 세계를 오가는 고객 중 특히 비즈니스 트래블러들에게 익숙한 향기로 안락한 휴식을 선사하죠.
호텔을 떠난 후에도 이 향을 계속 기억하고 싶어 하는 고객들을 위해, 웨스틴호텔은 화이트 티 디퓨저, 룸 스프레이, 캔들 등의 상품을 출시하며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기도 했어요. 이를 통해 고객들은 호텔을 떠난 후에도 웨스틴호텔에서의 감각적인 기억을 일상 속에서도 지속할 수 있도록 있게 되었죠. 참고로 1999년 개관한 서울 삼성동의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가 리모델링 후, 올해 9월에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로 재개장할 예정인데요. 새로운 웨스틴에서도 화이트 티 향을 비롯한 향기로, 웨스틴호텔만의 경험을 어떻게 강렬하게 연결할지 기대됩니다.
04 룰루레몬, 매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향기
제품당 1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품질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룰루레몬.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점점 더 대중화되고 있어요. 하지만 룰루레몬이 단순히 프리미엄 스포츠 웨어 브랜드를 넘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예요. 매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 룰루레몬이 설계한 감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데요. 그 경험을 시작하는 가장 강렬한 요소가 바로 향기입니다.
운동을 마친 후, 땀을 닦으며 느끼는 개운함과 상쾌함. 많은 사람들은 룰루레몬 매장에 가면 그 기분이 다시 떠오르곤 한다고 말해요. 룰루레몬의 공간을 가득 채운 로즈마리와 풀(Grass) 향기. 이 두 가지 향은 룰루레몬이 추구하는 활동적이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요. 고객들은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 향기를 통해 활력을 얻고, 건강한 내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거죠.
룰루레몬의 향기는 어디에서나 쉽게 경험할 수 없어요.. 룰루레몬은 시그니처 향기를 룸 스프레이나 방향제 같은 제품군을 출시하지 않고 있어요. 즉, 룰루레몬의 향기는 어디에서나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매장을 방문해야만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감각적 요소가 된 거죠. 이점이 룰루레몬의 향기가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입니다. 룰루레몬 향을 맡고 싶다면 매장을 다시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브랜드에 대한 설렘 지수를 한층 높이고, 고객이 매장을 다시 찾도록 만드는 중요한 전략이 되었거든요.
매장을 나서는 순간에도 남아 있는 잔향, 다시 찾아가고 싶게 만드는 기억. 룰루레몬은 향기를 활용해 브랜드 경험을 더욱 깊고 감각적으로 각인시키며, 고객들이 룰루레몬을 찾는 이유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05 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의 감각을 확장하는 향기
향기 마케팅은 이제 공간을 넘어 문화 콘텐츠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어요.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음악과 화려한 조명, 그리고 무대를 가득 채우는 향기. 이제 향기는 공연의 몰입감을 한층 더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뮤지컬 ‘하데스타운’이에요.
하데스타운은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향기를 활용해 무대의 감각적 깊이를 더욱 강화했어요. 샤롯데씨어터와 센트온은 극 중 페르세포네가 지상과 하데스타운을 오가는 이야기를 두 가지 향기로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향기로 전달하는 연출을 아래와 같이 선보였습니다.
봄과 여름의 싱그러운 꽃향기와 풀 내음 → 낮 공연
가을과 겨울의 메마른 나뭇가지와 따뜻한 향기 → 저녁 공연
이처럼 공연장의 분위기를 향기로 구분함으로써, 관객들은 단순히 시각과 청각뿐만 아니라 후각까지 활용하여 공연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무대 위 향기 마케팅은 뮤지컬뿐만 아니라 K-팝 콘서트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감각을 자극하는 경험이 중요해진 시대. 아티스트들은 이제 향기를 통해 팬들과의 연결을 더욱 강화하는 거예요.
특히 가수 태연은 공연마다 조향사와 협업해 공연 콘셉트에 맞는 향기를 제작해 공연장에 뿌리는 것으로 유명해요. “공연이 끝난 후에도 팬들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향기로 남기고 싶다”라는 그의 철학에서 시작된 이 연출은, 오직 그날 공연장에 존재한 관객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죠. 또 NCT DREAM 역시 콘서트에서 향기를 활용해 화제를 모았어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멤버들이 직접 고른 향기를 공연장에 분사했죠. 이제 콘텐츠 브랜드도 오감과 향을 고객과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해졌어요. IP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통해 고객을 마주하듯이 말이죠.
5가지 브랜드를 통해서 알 수 있듯 다양한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경험을 만들고 있는 이 시대에, 향기 마케팅은 고객의 감각과 시공간을 점유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교보문고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산업이 향과 관련이 없어 보일지라도, 오히려 그러한 시장에서 우리 브랜드를 계속해서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킥은 향이었어요. 특히 교보문고 책향의 리브랜딩 과정에서는 더워터멜론이 함께하기도 했는데요. 고객의 감각을 점유하여 우리 브랜드의 존재를 각인시킬 수 있는 향기 마케팅의 노하우가 필요한 브랜드는 언제든지 편하게 비마이비에게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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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코 끝에 기억을 남기는 브랜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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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비레터 객원에디터 | 유정아
무색무취의 인간. 취향이 곧 정체성이 되는 사회에서 방황하지만, 그 길 위에서 글을 씁니다. 때로는 무던하게, 때로는 솔직하게. 한 가지로 규정되지 않기에 더 많은 가능성을 담아낼 수 있고,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기에 다채로운 이야기를 써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이 정체 모를 유연함이 부족함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압니다. 특정한 취향에 갇히지 않기에 다양한 시선을 품을 수 있고, 고정된 틀을 거부하기에 다채로운 이야기를 써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자로서는 내가 사랑하는 것을 독자에게 매력적으로 전하는 법을, 인하우스 에디터로서는 사람들이 열광할 이야기를 발견하는 법을 배워왔습니다. 그 시간들은 내가 쓰고 싶은 글과 사람들이 원하는 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힘이 되었습니다. 쉽게 소비될 이야기도 그 안에 의미의 씨앗을 심고, 누구나 곁에 두고 싶은 글로 만드는 것. 무색무취는 결국 모든 색을 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의 다른 이름입니다.
editor | Bem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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