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Curation]#228-2 변하지 않는 달콤한 휴식, 킷캣

이틀 뒤면 세상이 달콤해집니다. 친구나 연인과 초콜릿을 주고받는 밸런타인 데이. 올해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나를 위한 초콜릿도 준비해보는 건 어때요?

편의점 초콜릿 진열대 앞에 서면 눈에 들어오는 두 가지 색, 브라운과 레드. 짙은 갈색 종이갑 속 가나초콜릿과 선명한 빨간색 패키지의 킷캣은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왔죠. 이번 호에서는 초콜릿 브랜드 가나초콜릿과 킷캣을 두 편의 레터로 나누어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1975년 한국에서 탄생한 가나초콜릿은 매초 4개씩 팔리며 누적 판매량 66억 개를 기록했고, 1935년 영국에서 시작된 킷캣은 현재 전 세계 100여개국의 사랑을 받으며 브랜드 가치 21억 달러를 자랑합니다.

두 브랜드의 여정은 꽤 달랐는데요. 가나초콜릿이 '부드러운 한 조각'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했다면, 킷캣은 '달콤한 휴식'이라는 메시지로 세계 각국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하지만 두 브랜드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브랜드 가치를 지켜왔다는 점이죠. 이제 다가오는 밸런타인 데이를 맞아 각자의 방식으로 달콤함을 전하는 두 초콜릿 브랜드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아이코닉한 핑거모양이 눈에 띄는 두번째 주자, 킷캣입니다.




01 어른을 위한 초콜릿


 킷캣의 고향은 어디일까요? 일본? 스위스? 사실 킷캣은 1930년, 영국에서 탄생했습니다. 영국 제과 회사인 로운트리(Rowntrees)는 직장이나 이동 중에도 식사 대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초콜릿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바로 일하는 어른을 위한 초콜릿이죠. 그리고 5년 뒤인 1935년, 손가락처럼 길쭉한 지금의 킷캣 모양 초콜릿인 ‘로운트리 초콜릿 크리스피’가 출시되었습니다. 겹겹이 쌓인 웨이퍼 사이를 달콤한 초콜릿이 채우고, 다시 한번 겉면을 초콜릿으로 덮은 킷캣만의 고유한 모양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인데요. 

킷캣은 이 모양을 ‘핑거’라고 불러왔어요. 킷캣은 90년이 지나도록 크기나 용량에만 변화를 줄 뿐, 다른 모양의 초콜릿은 생산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이 독특한 핑거는 킷캣만의 브랜드 자산이 되었어요. 킷캣은 하나씩 부러뜨려 한입에 쏙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시 다른 초콜릿바들보다 간편했어요. 바로 이점이 로운트리사가 초콜릿으로 이루고자 한 비전이었습니다.


킷캣 초콜릿의 모양과 기술 / 자료 출처 킷캣




02 이름과 포장에 녹인 초콜릿 철학


 당시 초콜릿은 대부분 종이로 포장됐어요. 유통 과정에서 녹고 굳는 초콜릿 특성상, 종이 포장은 적합하지 않은 방법인데요. 초콜릿에 덧붙은 종이를 떼어내다 보면 손이 초콜릿으로 물들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함께 찢어진 종이를 먹지 않는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로운트리사는 종이 포장 내부에 포일을 덧댄 이중 포장으로 초콜릿이 녹았다 굳어도 깔끔하게 떨어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최초의 킷캣으로 4개의 핑거(바)가 들어있어요 / 자료 출처 킷캣


 1937년, 로운트리 초콜릿 크리스피는 ‘킷캣’이라는 이름을 갖게 됩니다. 킷캣은 18세기 런던 엘리트 사교 모임의 이름이에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초콜릿과 사교 모임이라니, 조금 의아합니다. 하지만 킷캣이 만들어진 배경을 생각해 보면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직장이나 이동 중, 일상생활에서도 손을 더럽히지 않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초콜릿.’ 사교모임이야말로 바로 그런 초콜릿이 필요한 순간 아닐까요? 품격 있는 사교모임에서 만나는 달콤함은 우아해야 합니다. 입과 손에 남는 것 없이 말이죠. 이는 핑거푸드를 곁들이는 영국의 차 문화와도 잘 어울렸어요. 제2차 세계 대전 중에는 군인 보급품으로도 킷캣이 제공되면서 군인들의 사랑도 받았다고 합니다. 1950년부터 킷캣은 영국 연방 국가로 수출되면서 전 세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03 67년을 관통하는 ‘Have a break’


 킷캣은 영국에서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스위스 회사입니다. 1980년, 스위스의 글로벌 식음료 기업 네슬레가 킷캣을 인수했거든요. 네슬레가 킷캣을 인수한 데에는 ‘have a break, have a KitKat’이라는 브랜드 메시지가 크게 기여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네슬레는 ‘Good food, Food life’라는 슬로건 아래 영양, 건강, 웰니스 등을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네슬레가 인수한 뒤 킷캣 로고에는 네슬레가 들어가게 되었어요 / 자료 출처 킷캣

 

 킷캣의 주요 메시지인 ‘have a break, have a KitKat’은 1958년에 처음 등장했어요. 하나의 킷캣은 웨이퍼로 감싸진 두 개의 초콜릿 바가 붙은 모습인데, 이를 깨뜨려 먹는다는 의미의 ‘break’가 휴식을 뜻하기도 하죠. 여기서 킷캣의 메시지가 탄생했습니다. 일상에서 잠시 휴식(break)이 필요할 때, 깨어 먹는(break) 킷캣. 지금까지 약 67년 이어져 오고 있는 킷캣의 브랜드 슬로건입니다. 휴식은 시대를 막론하고 의식주처럼 우리 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인가 봐요. 무엇보다 이 핵심 가치를 바꾸지 않고 꾸준히 이어온 킷캣의 뚝심이 존경스럽습니다. 


최초의 킷캣 광고 / 자료 출처 킷캣



 킷캣이 브랜딩에 탁월함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우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킷캣 초콜릿 크리스피’의 레시피를 바꿔야 할 상황이 있었다고 합니다. 보통 레시피를 바꾸면 맛이 변하고, 그로 인해 소비자 신뢰와 명성을 잃어버릴 위험이 큰데요. 킷캣은 이에 정면 돌파, 바뀐 레시피의 초콜릿을 마치 새로운 제품인 것처럼 판매하고 기존의 킷캣은 생산을 중단했는데요. 포장지의 빨간색을 파란색으로 바꾸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킷캣 초콜릿 크리스피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광고까지 하면서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소비자를 속이거나 제품의 질을 하락시키지 않고, 브랜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똑똑한 전략이었죠.


제2차 세계 대전 중 레시피와 포장지를 바꾼 킷캣 / 자료 출처 킷캣




04 한국도 즐거운 휴식이 필요해


킷캣이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90년대 후반, 한국 네슬레가 설립된 이후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직접 생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초콜릿은 아니었죠. 2014년 롯데그룹과 네슬레가 협력하고 2016년, 네슬레코리아 유한책임회사 법인이 신설되면서 한글 패키지 제품이 국내에 유통되기 시작했어요. 킷캣 오리지널, 킷캣 미니, 킷캣 그린티, 다크, 청키 미니 등 여러 종류의 제품이 출시되었죠. 

신제품 출시와 함께 ‘넌 나의 ㅋㅋ 넌 나의 킷캣’ 캠페인이 진행됐습니다. 이 메시지는 둘로 쪼갤 수 있다는 킷캣 제품의 특성을 활용해 친구와 함께 나누는 휴식의 즐거움을 담고 있어요. 여기서 ‘ㅋㅋ’은 킷캣이 부서지는 소리와 웃음소리를 동시에 의미합니다. 이 캠페인은 우리나라에서만 할 수 있는 독특한 플레이로 킷캣의 핵심 가치인 ‘휴식’에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덧붙여 차별화를 준 예라고 할 수 있어요.



넌 나의 ㅋㅋ 넌 나의 킷캣 광고 캠페인 / 자료 출처 킷캣 코리아 유튜브


킷캣 코리아는 ‘일상 속 기분 전환’이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다양한 온 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소개합니다. 2023년, 킷캣 코리아는 여의도 IFC 몰에서 첫 팝업스토어 ‘킷캣 랜드’를 열었는데요. 스트레스가 없는 킷캣 랜드라는 컨셉으로, 고민거리를 깨트릴 수 있는(break) 여러 프로그램이 마련되었습니다. 이어 같은 해, 하남과 부산에서 두 번째 팝업 스토어 ‘킷캣 골드트레인’을 열어 순간의 즐거움과 휴식의 메시지를 다양한 경험으로 제공하며 전국으로 브랜드 인지를 높였습니다.  

2024년부터 지금까지, 킷캣 코리아는 ‘킷캣하면 빨간 날인거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해 11월은 공휴일이 없는 것으로 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했어요. 킷캣 코리아는 ‘킷캣과 함께 빨간날을 만들자’는 메시지로 성수동에 킷캣하우스, 세 번째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킷캣하우스는 킷캣이 전달하고자 하는 ‘휴식’의 의미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어요. 특히, 거리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한 성수동 지역 특성을 살려, 킷캣 보이를 선보인 게 인상적입니다. 킷캣 캘린더를 들고 다니는 킷캣 보이를 만나면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날을 빨간날로 정하고, 캘린더에서 해당 날짜의 칸을 열면 휴식을 지원하는 킷캣의 선물을 받을 수 있죠. 킷캣하우스는 이동 및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기분 전환, 즐거움의 감정을 일으키며 킷캣이 지향하는 휴식을 대중에게 전달했습니다. 


‘킷캣 하우스’ 이벤트 중 킷캣 보이(좌), 선물이 담긴 히든 티켓(우) / 자료 출처 킷캣 인스타그램


 이 캠페인은 이번 밸런타인데이까지 이어집니다. 킷캣은 매년 ‘하트틴’이라는 특별한 패키지 상품을 출시해 왔어요. 2021년에 처음 등장한 하트틴은 2022년 홀로그램, 2023년 오로라, 2024년 체크를 거쳐 매년 새로운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왔죠.일상 속 작은 휴식부터 밸런타인 데이의 선물까지, 이렇듯 킷캣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05 Think globally, Act locally


글로벌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메시지와 로컬 문화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요. 킷캣은 'Have a break'라는 핵심 가치를 지키면서도, 네슬레의 정책 슬로건 ‘Think globally, Act locally’에 따라 각 지역의 특성을 마케팅에 반영해왔어요. 특히 일본은 ‘일본 여행 기념품’ 하면 ‘킷캣’을 떠올릴 정도로 킷캣 왕국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일본은 언어, 지역 문화를 고려한 전략이 돋보입니다.


지역 킷캣(고토치 킷토캇토)와 킷캣 후지산 팩 / 자료 출처 킷캣 재팬


킷캣은 일본어로 '킷토캇토(きっと勝つとぉ)'라고 발음되는데요, 규슈 지방의 '반드시 이길 거야'라는 의미의 'きっと勝つよ'와 비슷했어요. 우연한 발음의 일치로인해 2022년 규슈 지역의 수험생들이 킷캣을 선물하기 시작하며 킷캣은 일본에서 '응원'을 상징하는 초콜릿이 되었습니다. 이런 문화적 연결고리를 발견한 네슬레 재팬은 과감한 현지화를 시도했습니다. 각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죠. 홋카이도의 메론, 시즈오카의 녹차, 규슈의 자색고구마 등 지역 특색을 살린 400여 종의 킷캣이 탄생했어요. 특히 일본의 성수기인 수험철에는 '합격 기원' 에디션을 선보이며 응원과 휴식이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400가지 이상의 맛이 있는 일본 한정 킷캣 / 자료 출처 타이거의 정보나라


이러한 현지화 전략은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 인데요. 호주에서는 타즈매니아 섬의 특산물 민트오일을 사용한 민트 킷캣과 남쪽 지역의 오렌지를 이용한 다크 초콜릿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고유한 브랜드 메시지를 지키면서도, 지역에 따라 그 세부 메시지를 달리하는 킷캣. 90년 동안 이어온 이 브랜드는 놀라울 정도로 시대정신을 잘 담아 왔습니다. 앞으로 킷캣의 10년, 20년 뒤는 어떤 모습일까요? '휴식'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킷캣이 우리 삶에 어떤 가치를 전달할지 기대해 보면서 오늘, 킷캣으로 달콤한 기분 전환을 취해봅니다.



💡오늘의 레터가 요약되어 있는 my note💡


아래 my note를 클릭해 큰 이미지로 확인하고 마음껏 저장하세요!


*오늘의 레터는 이 링크의 자료를 참조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초콜릿 대전' 다음 이야기 보러가기

👉🏻#228-1 ‘국민’ 초콜릿 브랜드, 가나초콜릿




마이비레터 객원에디터 | 임언정


말씀 언에 바를 정. 전혀 다른 한자를 쓰고 있지만, 종종 오해를 부르죠. 그만큼 생각을 정리해 밖으로 내뱉는 것을 좋아합니다. 넘치는 호기심으로 메시지가 있는 브랜드, 공간, 경험을 발굴하고 공유합니다.

남다른 분석력과 디깅력은 현상 이면의 인문학적 단초까지 다루며 깊이 있는 글을 만듭니다. 그렇다고 어려운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해. 누구나 사유하도록 쉬운 언어를 추구합니다.

다양한 브랜드가 모이는 플랫폼에서 브랜드 경험 기획자로 다양한 SNS 채널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여전히 제 역할은 대중이 브랜드를 바라보는 해상도를 높이고 팬이 되는 여정을, 쉽지만 깊은 언어로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짧은 글부터 긴 글까지 두루 쓰는 저는, 에디터 임언정입니다.


editor | BemyB




my B letter의 본문과 큐레이션을 포함, 비마이비의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비마이비에게 있습니다.
<비마이비의 모든 콘텐츠 자산의 무단 사용 및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콘텐츠의 활용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