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2025 서울리빙디자인페어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가구, 가전, 조명, 패브릭, 소품 등 각 카테고리에서 시몬스, HAY, 레어로우, 웜그레이테일 등 대표 브랜드들이 자리를 빛냈습니다. 그 외 수많은 브랜드들을 직접 살펴보며 느낀 트렌드 키워드는 ‘다양성'이었습니다. 점점 세분화되는 소비자 취향에 따라 소재나 컬러, 패턴이 다양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모듈이나 커스텀 옵션 등 같은 제품을 다르게 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당연해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어떤 것의 다음 또는 그 뒤’ 또는 ‘벗어난’을 의미하는 접두사인 <포스트(Post-)>는 연속되는 지구의 역사와 우리의 인생을 분절하는 단어입니다.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되돌아보면 선명한 변화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고, 그 시기를 기준으로 시대를 나눌 수도 있죠. 예를 들어, 2차 성징을 기준으로 청소년기와 유년기를 나누고 산업혁명을 기준으로 중세와 근현대를 나누는 것처럼요.

'미드 센추리 모던'하면 떠오르는 것들 / 자료 출처 Adobe Stock
’미드 센추리 모던’. 의식주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트렌드와 취향에 아주 민감한 가구/인테리어 분야를 최근 몇 년간 지배하고 있는 키워드입니다. ‘킨포크 스타일’로 대표되는 북유럽풍의 시대를 지나 1960-70년대의 미학과 실용주의가 담긴 미드 센추리풍의 시대가 되었다는 사실은 아주 명확해 보입니다. 빈티지 가구의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목재와 패브릭이 아닌 다른 소재들이 낯설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벌써 다음으로 나아가는 브랜드들도 눈에 띕니다. 앞서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대해 소개 드린 것처럼, 규칙과 정답이 보이는 모더니즘에서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다음 단계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음이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모두가 이미 모더니즘의 다음에 무엇이 올 것인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01 미드 센추리 모던과 포스트모더니즘
‘미드 센추리 모던’을 한글로 직역한다면 ‘근대의 한 가운데’ 정도가 적절하겠습니다. 즉, 20세기를 세 구간으로 나누었을 때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의 시기를 의미하며, 이는 곧 근대를 상징하는 ‘모더니즘의 전성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미드 센추리 모던은 모더니즘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중세 사회의 기독교 중심의 봉건주의에 대항하여 등장한 모더니즘은 크게 세 가지 경향으로 요약됩니다. 경험과 이성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적인 사고방식,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정치 체제, 그리고 산업화와 대량 생산으로 시작된 시장 경제입니다. 객관성, 효율성, 기능성, 생산성 등이 주된 가치로 떠올랐고 법과 규칙,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사회가 구축되었죠. 이러한 성향은 디자인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Less is more’라는 모더니즘 디자인을 상징하는 미스 반 데 로에의 말처럼, 중세의 화려한 장식과 종교적 의미들은 빠르게 제거되었고 기능을 위한 반복과 비례, 직관성만을 남겼습니다. 심미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의미의 ‘디자인’을 탄생시킨 바우하우스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을 배출하며 건축, 미술, 공학, 기술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쳤죠.
바우하우스를 상징하는 이미지 / 자료 출처 바우하우스
바우하우스가 모더니즘의 바람을 일으켰다면, 그 바람을 타고 뿌려진 씨앗들이 만개한 시기가 바로 미드 센추리 모던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개발된 여러 기술과 소재들이 일상의 의식주 영역에 적용되면서 수많은 제품과 브랜드들이 탄생했죠. 특히 가구 디자인에서는 목재와 함께 유리, 플라스틱, 철 등 산업용 소재가 널리 쓰였고, 그리드와 시스템에 입각한 기능성과 볼드한 컬러, 기하학적 형태가 조화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를 절대적으로 대표하는 브랜드가 독일의 브라운(Braun)이며, 그 브라운의 디자인을 만든 전설적인 디자이너가 바로 디터 람스(Dieter Rams)입니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은 여전히 여러 디자이너들과 브랜드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지대합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말 그대로 ‘모더니즘 이후, 모더니즘을 벗어난 시대’를 뜻합니다. 앞선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기능, 규칙, 그리고 효율이라면 포스트모더니즘은 이것들을 의심하고 반성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죠.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이성과 합리성’에 ‘개성과 상대성’이라는 개념으로 맞섭니다. 앞서 말씀드린 미스 반 데 로에의 ‘less is more'가 시대를 관통하는 절대적 진리처럼 여겨졌다면,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러서는 주류 담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less is bore'라는 문장을 제안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은 과거로의 회귀나 현재의 전복이 아닌 미래지향적인 공생을 지향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습니다. 모더니즘이 추구하는 모든 가치를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되 각자의 생각과 개성을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대표하는 가구 브랜드는 무엇일까요? 저는 이탈리아의 멤피스 디자인 그룹의 가구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멤피스 디자인 그룹의 칼튼 책장 / 자료 출처 멤피스 디자인 그룹
1981년에 결성된 이탈리아 디자인 그룹인 멤피스 디자인 그룹은 다양한 기하학적 패턴과 화려한 컬러를 과감하게 사용하는 가구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개성이 넘치는 각 부분이 모여 완성되는 하나의 가구는 아슬아슬한 조화를 이루며 우리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포스트 미드 센추리 모던’을 위해 오늘 소개할 브랜드는 이러한 배경 아래에 선정되었습니다. 멤피스 디자인 그룹이 시각적인 개성으로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면, 앞으로 만날 네 브랜드는 의외성과 창의성, 지속성 등 고유의 가치와 메시지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02 투명하게 빛나는 굴절의 미학, APTONE
가구의 성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소재일 것입니다. 소재의 특징은 가구의 디자인과 쓰임새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고, 설령 동일한 디자인의 가구일지라도 소재에 따라 그 느낌과 성질이 전혀 다르니까요. 앞서 모더니즘에서 새롭게 등장한 소재들 중, 기술 발전의 결과로 만들어진 새로운 소재들은 포스트모더니즘에서도 여전히 주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낯섦에서 오는 설렘과 기대감은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 스타일의 가구들은 그 소재들을 활용하는 기존의 관습이나 규칙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한계와 틀을 깨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낯익은 것들을 낯설게 보게 만들죠.

빛의 스펙트럼이 매력적인 APTONE의 전등 갓 시리즈 / 자료 출처 APTONE
"대중화된 색이 아닌, APTONE만의 섬세한 큐레이션을 거친 색의 아크릴로 독자적인 미학을 추구합니다.
APTONE의 디자인은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조화를 이루며, 공간에 새로운 의미와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공간을 다채롭게’라는 철학 아래, APTONE은 다양한 색과 디자인의 아크릴 제품을 일상의 공간에 녹여내어
그 공간을 고급감 넘치는 아트 갤러리로 탈바꿈시킵니다."
- 홈페이지 소개글
첫 번째 소재는 화학 기술의 상징과 같은 플라스틱입니다. 플라스틱은 제조 시 성분의 구성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와 특성을 지닌 결과물로 만들어집니다. 실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페트(PET)부터 화학 섬유인 폴리에스테르(PE),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폴리카보네이트(PC) 등이 대표적이죠. 그중에서도 아크릴은 1930년대부터 상용화된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무색-무독성의 투명한 소재입니다. 저렴하면서도 매우 단단하기에 강화유리의 대체재로 쓰이기도 하고, 착색이 잘 되는 특징을 활용해 섬유로 쓰이기도 합니다.
앱톤(APTONE)은 이 아크릴 소재를 전문적으로 가공하여 다양한 인테리어 제품들을 선보입니다. 특히, 색을 입혀도 투명함을 유지하는 아크릴의 특징을 적극 활용한 전등 갓인 트랜스패런트 시리즈는 어릴 적 셀로판지를 비춰가며 색을 가지고 놀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가볍고 단단한 아크릴의 장점을 살리면서 스크래치와 먼지, 자국에 약하다는 단점을 잘 커버한 제품입니다.
앱톤은 예술적인 터치를 더해 아크릴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고유의 컬러와 패턴을 담아내고, 비정형적인 가공을 시도하며, 디테일한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아크릴이 가진 산업적이고 상업적인 한계를 깨는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03 여전히 영원히 아름다운지 STEEL.D.BELLUCA
"우리는 주변 아름다운 모든 것들이 변함없이 지금처럼 존재하여 주기를 바랍니다.
가구에 대한 바람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Steel de Belluca는 우수한 스테인리스 스틸을 기반으로 스틸이 가질 수 있는 텍스쳐를 유기적으로 표현하였으며,
모던하고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언제나 그 자리를 변함없이 지켜내는 가구를 추구합니다."
- 홈페이지 소개글
어떻게 만든 것인지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비주얼에 먼저 놀라고, 그 소재가 철이라는 것에 두 번 놀라게 됩니다. 대표적인 산업용 소재인 철에 대한 규칙을 부수는, 그야말로 ‘WOW’ Cube인 것이죠.
철을 구길 수 있다면 이렇지 않을까요 / 자료 출처 Steel.D.Belluca
스테인리스 스틸은 주방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철 소재입니다. 녹이 슬지 않는다는 독특한 성질로 인해 다양한 주방 및 욕실 제품에 쓰이는 소재죠. 스틸디벨루카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중심으로 고유의 성질에 과감한 형태로 유니크함을 더했습니다. 녹에 강하므로 언제나 은은하게 빛을 내는 야외용 가구를 만들기도 하고, 유연성과 거리가 먼 철을 복잡한 모양으로 가공하기도 합니다. 특히 시도 자체도 경이롭지만, 예술 작품에 가까운 완성도 또한 정말 감탄을 자아냅니다.
낯익은 것과 낯선 것의 아름다운 조화 / 자료 출처 Steel.D.Belluca
스틸디벨루카의 가구들은 공간을 채우는 힘이 있는 오브제스러움을 강조합니다. 오브제의 파괴력은 의외성에서 기인합니다. 주변 환경이나 분위기와 전혀 다른, 예측 불가능한 성질이 강조될 때 강력한 흡입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죠. 물류센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물 팔레트를 스테인리스 스틸로 재현한 테이블과 공사장의 임시 건축물을 잇는 아시바를 재현한 거울. 스틸디벨루카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을 전혀 다른 소재와 기능으로 구현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발상의 전환이 주는 즐거움을 사용자에게 줍니다.
04 추억을 함께 만드는 친구, AGO
기술과 산업의 발전의 반대편 끝에는 인간적인 것에 대한 반성과 고찰이 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효율과 효과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인간이기에 용납하고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해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오랜 시간이 지난, 비효율적이라 여겨질 수 있는 과거의 것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행위나 터무니없고 허무맹랑한 아이디어를 유일무이한 결과물로 만들어내고야 마는 고집이 그렇습니다.
"AGO는 현대적인 디자인을 지향하지만 전통적인 가치를 존중하며,
새로움을 추구하나 격식을 아우르는 절제된 아름다움을 탐미합니다.
AGO는 제품을 개발하면서 한국 제조업의 중심을 이룬 역사적인 장소인 을지로에 주목하게 되었죠.
AGO는 깊은 신뢰로 맺어진 작업자들과의 관계, 인간적인 면모를 중요하게 바라보고
브랜드 이름을 ‘옛 친구’라는 뜻의 한자 ‘雅故(아고)’에서 따와 지었습니다."
- 홈페이지 소개글
기억, 관계, 신뢰, 추억, 친구. 모두 우리의 순수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인간적인 향을 품은 단어들입니다. 인간의 고유한 가치인 다양성과 상대성을 존중하겠다는 신념은 AGO의 컬렉션에 자연스럽게 녹여져 있습니다.
직선과 곡선, 프레임과 모듈의 조합 / 자료 출처 AGO
CIRKUS 컬렉션은 기술과 감성이 적절하게 결합된 대표적인 라인업입니다. 알파벳 U 모양의 조명 모듈이 다양한 형태로 결합되어 있어 사용자의 취향과 개성을 오롯이 반영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각 모듈을 원하는 각도로 쉽고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쓰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죠. 얼마 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했던 raw edition은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적용해 또 다른 감성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토성을 연상시키는 ALLEY는 자연스럽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조명입니다. ALLEY는 하나의 형태에서 여러 쓰임새를 만들어내는 제품으로, 정적인 펜던트 형태로 걸어 놓을 수도 있고 벽면에 붙여 생동감을 줄 수도 있으며 스탠드 형태로 놓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형태는 하나지만 무한대의 스토리를 품고 있는 제품이죠.
AGO만의 디테일을 느낄 수 있는 제품들 / 자료 출처 AGO
PINCH는 워크스페이스에 적합한 바형 조명 컬렉션입니다. 천편일률적이고 삭막한 사무실에 AGO만의 위트를 더하는 포인트가 살아있는 제품이죠. 이름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양 끝을 손가락으로 살짝 집고 있는 느낌을 섬세하고 유려한 가공과 디테일을 통해 표현했습니다. AGO는 을지로와 조명이라는 역사적인 스토리에 현대적인 기술과 디자인을 적용해 사용자 친화적인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자칫 비효율로 치부되어 잊힐 수 있는 전통과 지역, 공예의 가치를 AGO의 컬렉션을 통해 느껴보세요.
05 그들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SAYTOUCHE
‘분명 낯설지만, 어딘가 낯익다.’ SAYTOUCHE의 제품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앉으면 안 될 것 같은 자개 스툴부터 미술관 속 사람들을 뒤에서 관람하는 듯한 거울, 앤틱한 몸통과 모던한 전등의 결합까지. 꿈속에서 한 번쯤 떠올려봤을 법한 이미지들이 그대로 현실에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누구나 상상은 해봤지만 실제로 볼 수 없었던 것들을 현실로 가져와 위트 있게 풀어내는 브랜드, SAYTOUCHE입니다.
"펜싱에서 상대 선수에게 득점을 내주었을 때 외치던 단어 ‘TOUCHÉ’.
이는 자신이 찔렸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이며,
근래에는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는 하나의 표현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SAYTOUCHE는 ‘제품과 작품 경계에 있는 디자인’이라는 모토로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들을 그들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합니다.
- 홈페이지 소개글
앉지 마세요. 그저 바라만 보세요. / 자료 출처 SAYTOUCHE
SAYTOUCHE는 형태와 텍스트를 통해 우리의 시선과 생각을 붙잡는 제품들을 선보입니다. 다양한 요소들의 결합으로 시각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고 반전이 있는 텍스트로 의미를 곱씹어 보게 하죠. 불협화음을 들을 때나 착시현상을 마주했을 때처럼, 불완전하고 비대칭적인 요소들을 활용해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 몰입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악동뮤지션의 이찬혁님과 포토그래퍼 임재린님이 함께 만든 브랜드답지 않나요.
TOUCHE를 외치게 되는 독특한 디자인 / 자료 출처 SAYTOUCHE
딱딱하고 심플한 아크릴과 부드럽고 화려한 퍼 소재의 결합으로 완성된 스툴은 이종의 결합이 주는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제품입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를 절묘하게 붙여놓았죠. 적절한 컬러와 패턴의 배합으로 완성된 이 제품은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에 서겠다는 SAYTOUCHE의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러그를 다르게 바라보는 계기를 준 SAYTOUCHE의 디자인 / 자료 출처 SAYTOUCHE
방금까지 알라딘이 타고 있었던 양탄자를 빼앗아 온 듯한 디자인의 러그도 SAYTOUCHE를 대표하는 제품입니다. 사각형이나 원형의 일반적인 형태에서 과감하게 벗어난 비대칭적인 형태는 공간이 뒤틀리는 듯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죠. 다른 가구의 바닥에 깔리는 대신 공간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러그의 특성을 완벽하게 이해한 제품이기도 합니다. 브랜드 소개에 있는 설명처럼 이러한 의외성과 참신함을 지닌 디자인 제품들은 누군가의 마음을 깊게 찔러 탄성을 내뱉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TOUCHE!).
보편적이고 범용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뮤지션과 포토그래퍼로서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한껏 표현하는 SAYTOUCHE. 첫인상은 비현실적이고 난해할 수 있지만, 그들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아주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정체성과 이야기로 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네 개의 가구 브랜드들. 미드 센추리 모던을 벗어났다고 하기에는 그리 파격적이거나 신선하지 않다고 생각하셨나요?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래야만 한다'는 관념을 비트는 사조인 만큼 열린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브랜딩을 ‘끝없는 번역의 과정'이라 정의하고는 합니다. 각자가 가진 고유의 언어와 스토리를 다른 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언어로 번역해 소통하는 것이 브랜드가 계속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나만의 것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상대와 주변 환경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끝없는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지금, 오늘의 정답은 내일의 오답이 될 정도로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추구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다름의 가치를 통해 다음 대세가 될 브랜드를 탐구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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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비레터 객원에디터 | 이주성
쓰고 말하고 생각하는, 스튜디오두루의 운영자 이주성입니다. 다양한 분야와 취향을 살피며(두루) 적당한 깊이로 쉽게 쓰는(do rough) 것을 지향합니다.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유익하고 즐거운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2020년 우리의 손에서 시작되는 모든 이야기를 다루는 독립 매거진 <손>을 출간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안녕을 바라는 vol.1 WAVE, 밀고 당기는 관계의 역학에 대한 vol.2 PUSH AND PULL을 발행했습니다. 또한, 스튜디오 빌롱잉스의 임보중 프로젝트 <쓰임새를 찾아서>에 참여하여 책과 전시를 제작 및 진행했으며, 철제가구 브랜드 rareraw의 뉴스레터 <레어뉴스, 로우레터>를 제작하고 발행했습니다.
editor | BemyB

my B letter의 본문과 큐레이션을 포함, 비마이비의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비마이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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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의 다음 또는 그 뒤’ 또는 ‘벗어난’을 의미하는 접두사인 <포스트(Post-)>는 연속되는 지구의 역사와 우리의 인생을 분절하는 단어입니다.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되돌아보면 선명한 변화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고, 그 시기를 기준으로 시대를 나눌 수도 있죠. 예를 들어, 2차 성징을 기준으로 청소년기와 유년기를 나누고 산업혁명을 기준으로 중세와 근현대를 나누는 것처럼요.
'미드 센추리 모던'하면 떠오르는 것들 / 자료 출처 Adobe Stock
’미드 센추리 모던’. 의식주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트렌드와 취향에 아주 민감한 가구/인테리어 분야를 최근 몇 년간 지배하고 있는 키워드입니다. ‘킨포크 스타일’로 대표되는 북유럽풍의 시대를 지나 1960-70년대의 미학과 실용주의가 담긴 미드 센추리풍의 시대가 되었다는 사실은 아주 명확해 보입니다. 빈티지 가구의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목재와 패브릭이 아닌 다른 소재들이 낯설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벌써 다음으로 나아가는 브랜드들도 눈에 띕니다. 앞서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대해 소개 드린 것처럼, 규칙과 정답이 보이는 모더니즘에서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다음 단계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음이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모두가 이미 모더니즘의 다음에 무엇이 올 것인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01 미드 센추리 모던과 포스트모더니즘
‘미드 센추리 모던’을 한글로 직역한다면 ‘근대의 한 가운데’ 정도가 적절하겠습니다. 즉, 20세기를 세 구간으로 나누었을 때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의 시기를 의미하며, 이는 곧 근대를 상징하는 ‘모더니즘의 전성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미드 센추리 모던은 모더니즘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중세 사회의 기독교 중심의 봉건주의에 대항하여 등장한 모더니즘은 크게 세 가지 경향으로 요약됩니다. 경험과 이성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적인 사고방식,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정치 체제, 그리고 산업화와 대량 생산으로 시작된 시장 경제입니다. 객관성, 효율성, 기능성, 생산성 등이 주된 가치로 떠올랐고 법과 규칙,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사회가 구축되었죠. 이러한 성향은 디자인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Less is more’라는 모더니즘 디자인을 상징하는 미스 반 데 로에의 말처럼, 중세의 화려한 장식과 종교적 의미들은 빠르게 제거되었고 기능을 위한 반복과 비례, 직관성만을 남겼습니다. 심미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의미의 ‘디자인’을 탄생시킨 바우하우스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을 배출하며 건축, 미술, 공학, 기술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쳤죠.
바우하우스가 모더니즘의 바람을 일으켰다면, 그 바람을 타고 뿌려진 씨앗들이 만개한 시기가 바로 미드 센추리 모던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개발된 여러 기술과 소재들이 일상의 의식주 영역에 적용되면서 수많은 제품과 브랜드들이 탄생했죠. 특히 가구 디자인에서는 목재와 함께 유리, 플라스틱, 철 등 산업용 소재가 널리 쓰였고, 그리드와 시스템에 입각한 기능성과 볼드한 컬러, 기하학적 형태가 조화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를 절대적으로 대표하는 브랜드가 독일의 브라운(Braun)이며, 그 브라운의 디자인을 만든 전설적인 디자이너가 바로 디터 람스(Dieter Rams)입니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은 여전히 여러 디자이너들과 브랜드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지대합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말 그대로 ‘모더니즘 이후, 모더니즘을 벗어난 시대’를 뜻합니다. 앞선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기능, 규칙, 그리고 효율이라면 포스트모더니즘은 이것들을 의심하고 반성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죠.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이성과 합리성’에 ‘개성과 상대성’이라는 개념으로 맞섭니다. 앞서 말씀드린 미스 반 데 로에의 ‘less is more'가 시대를 관통하는 절대적 진리처럼 여겨졌다면,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러서는 주류 담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less is bore'라는 문장을 제안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은 과거로의 회귀나 현재의 전복이 아닌 미래지향적인 공생을 지향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습니다. 모더니즘이 추구하는 모든 가치를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되 각자의 생각과 개성을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대표하는 가구 브랜드는 무엇일까요? 저는 이탈리아의 멤피스 디자인 그룹의 가구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멤피스 디자인 그룹의 칼튼 책장 / 자료 출처 멤피스 디자인 그룹
1981년에 결성된 이탈리아 디자인 그룹인 멤피스 디자인 그룹은 다양한 기하학적 패턴과 화려한 컬러를 과감하게 사용하는 가구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개성이 넘치는 각 부분이 모여 완성되는 하나의 가구는 아슬아슬한 조화를 이루며 우리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포스트 미드 센추리 모던’을 위해 오늘 소개할 브랜드는 이러한 배경 아래에 선정되었습니다. 멤피스 디자인 그룹이 시각적인 개성으로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면, 앞으로 만날 네 브랜드는 의외성과 창의성, 지속성 등 고유의 가치와 메시지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02 투명하게 빛나는 굴절의 미학, APTONE
가구의 성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소재일 것입니다. 소재의 특징은 가구의 디자인과 쓰임새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고, 설령 동일한 디자인의 가구일지라도 소재에 따라 그 느낌과 성질이 전혀 다르니까요. 앞서 모더니즘에서 새롭게 등장한 소재들 중, 기술 발전의 결과로 만들어진 새로운 소재들은 포스트모더니즘에서도 여전히 주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낯섦에서 오는 설렘과 기대감은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 스타일의 가구들은 그 소재들을 활용하는 기존의 관습이나 규칙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한계와 틀을 깨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낯익은 것들을 낯설게 보게 만들죠.
빛의 스펙트럼이 매력적인 APTONE의 전등 갓 시리즈 / 자료 출처 APTONE
"대중화된 색이 아닌, APTONE만의 섬세한 큐레이션을 거친 색의 아크릴로 독자적인 미학을 추구합니다.
APTONE의 디자인은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조화를 이루며, 공간에 새로운 의미와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공간을 다채롭게’라는 철학 아래, APTONE은 다양한 색과 디자인의 아크릴 제품을 일상의 공간에 녹여내어
그 공간을 고급감 넘치는 아트 갤러리로 탈바꿈시킵니다."
- 홈페이지 소개글
첫 번째 소재는 화학 기술의 상징과 같은 플라스틱입니다. 플라스틱은 제조 시 성분의 구성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와 특성을 지닌 결과물로 만들어집니다. 실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페트(PET)부터 화학 섬유인 폴리에스테르(PE),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폴리카보네이트(PC) 등이 대표적이죠. 그중에서도 아크릴은 1930년대부터 상용화된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무색-무독성의 투명한 소재입니다. 저렴하면서도 매우 단단하기에 강화유리의 대체재로 쓰이기도 하고, 착색이 잘 되는 특징을 활용해 섬유로 쓰이기도 합니다.
앱톤(APTONE)은 이 아크릴 소재를 전문적으로 가공하여 다양한 인테리어 제품들을 선보입니다. 특히, 색을 입혀도 투명함을 유지하는 아크릴의 특징을 적극 활용한 전등 갓인 트랜스패런트 시리즈는 어릴 적 셀로판지를 비춰가며 색을 가지고 놀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가볍고 단단한 아크릴의 장점을 살리면서 스크래치와 먼지, 자국에 약하다는 단점을 잘 커버한 제품입니다.
앱톤은 예술적인 터치를 더해 아크릴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고유의 컬러와 패턴을 담아내고, 비정형적인 가공을 시도하며, 디테일한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아크릴이 가진 산업적이고 상업적인 한계를 깨는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03 여전히 영원히 아름다운지 STEEL.D.BELLUCA
"우리는 주변 아름다운 모든 것들이 변함없이 지금처럼 존재하여 주기를 바랍니다.
가구에 대한 바람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Steel de Belluca는 우수한 스테인리스 스틸을 기반으로 스틸이 가질 수 있는 텍스쳐를 유기적으로 표현하였으며,
모던하고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언제나 그 자리를 변함없이 지켜내는 가구를 추구합니다."
- 홈페이지 소개글
어떻게 만든 것인지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비주얼에 먼저 놀라고, 그 소재가 철이라는 것에 두 번 놀라게 됩니다. 대표적인 산업용 소재인 철에 대한 규칙을 부수는, 그야말로 ‘WOW’ Cube인 것이죠.
스테인리스 스틸은 주방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철 소재입니다. 녹이 슬지 않는다는 독특한 성질로 인해 다양한 주방 및 욕실 제품에 쓰이는 소재죠. 스틸디벨루카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중심으로 고유의 성질에 과감한 형태로 유니크함을 더했습니다. 녹에 강하므로 언제나 은은하게 빛을 내는 야외용 가구를 만들기도 하고, 유연성과 거리가 먼 철을 복잡한 모양으로 가공하기도 합니다. 특히 시도 자체도 경이롭지만, 예술 작품에 가까운 완성도 또한 정말 감탄을 자아냅니다.
스틸디벨루카의 가구들은 공간을 채우는 힘이 있는 오브제스러움을 강조합니다. 오브제의 파괴력은 의외성에서 기인합니다. 주변 환경이나 분위기와 전혀 다른, 예측 불가능한 성질이 강조될 때 강력한 흡입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죠. 물류센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물 팔레트를 스테인리스 스틸로 재현한 테이블과 공사장의 임시 건축물을 잇는 아시바를 재현한 거울. 스틸디벨루카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을 전혀 다른 소재와 기능으로 구현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발상의 전환이 주는 즐거움을 사용자에게 줍니다.
04 추억을 함께 만드는 친구, AGO
기술과 산업의 발전의 반대편 끝에는 인간적인 것에 대한 반성과 고찰이 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효율과 효과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인간이기에 용납하고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해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오랜 시간이 지난, 비효율적이라 여겨질 수 있는 과거의 것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행위나 터무니없고 허무맹랑한 아이디어를 유일무이한 결과물로 만들어내고야 마는 고집이 그렇습니다.
"AGO는 현대적인 디자인을 지향하지만 전통적인 가치를 존중하며,
새로움을 추구하나 격식을 아우르는 절제된 아름다움을 탐미합니다.
AGO는 제품을 개발하면서 한국 제조업의 중심을 이룬 역사적인 장소인 을지로에 주목하게 되었죠.
AGO는 깊은 신뢰로 맺어진 작업자들과의 관계, 인간적인 면모를 중요하게 바라보고
브랜드 이름을 ‘옛 친구’라는 뜻의 한자 ‘雅故(아고)’에서 따와 지었습니다."
- 홈페이지 소개글
기억, 관계, 신뢰, 추억, 친구. 모두 우리의 순수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인간적인 향을 품은 단어들입니다. 인간의 고유한 가치인 다양성과 상대성을 존중하겠다는 신념은 AGO의 컬렉션에 자연스럽게 녹여져 있습니다.
CIRKUS 컬렉션은 기술과 감성이 적절하게 결합된 대표적인 라인업입니다. 알파벳 U 모양의 조명 모듈이 다양한 형태로 결합되어 있어 사용자의 취향과 개성을 오롯이 반영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각 모듈을 원하는 각도로 쉽고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쓰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죠. 얼마 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했던 raw edition은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적용해 또 다른 감성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토성을 연상시키는 ALLEY는 자연스럽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조명입니다. ALLEY는 하나의 형태에서 여러 쓰임새를 만들어내는 제품으로, 정적인 펜던트 형태로 걸어 놓을 수도 있고 벽면에 붙여 생동감을 줄 수도 있으며 스탠드 형태로 놓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형태는 하나지만 무한대의 스토리를 품고 있는 제품이죠.
PINCH는 워크스페이스에 적합한 바형 조명 컬렉션입니다. 천편일률적이고 삭막한 사무실에 AGO만의 위트를 더하는 포인트가 살아있는 제품이죠. 이름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양 끝을 손가락으로 살짝 집고 있는 느낌을 섬세하고 유려한 가공과 디테일을 통해 표현했습니다. AGO는 을지로와 조명이라는 역사적인 스토리에 현대적인 기술과 디자인을 적용해 사용자 친화적인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자칫 비효율로 치부되어 잊힐 수 있는 전통과 지역, 공예의 가치를 AGO의 컬렉션을 통해 느껴보세요.
05 그들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SAYTOUCHE
‘분명 낯설지만, 어딘가 낯익다.’ SAYTOUCHE의 제품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앉으면 안 될 것 같은 자개 스툴부터 미술관 속 사람들을 뒤에서 관람하는 듯한 거울, 앤틱한 몸통과 모던한 전등의 결합까지. 꿈속에서 한 번쯤 떠올려봤을 법한 이미지들이 그대로 현실에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누구나 상상은 해봤지만 실제로 볼 수 없었던 것들을 현실로 가져와 위트 있게 풀어내는 브랜드, SAYTOUCHE입니다.
"펜싱에서 상대 선수에게 득점을 내주었을 때 외치던 단어 ‘TOUCHÉ’.
이는 자신이 찔렸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이며,
근래에는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는 하나의 표현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SAYTOUCHE는 ‘제품과 작품 경계에 있는 디자인’이라는 모토로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들을 그들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합니다.
- 홈페이지 소개글
SAYTOUCHE는 형태와 텍스트를 통해 우리의 시선과 생각을 붙잡는 제품들을 선보입니다. 다양한 요소들의 결합으로 시각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고 반전이 있는 텍스트로 의미를 곱씹어 보게 하죠. 불협화음을 들을 때나 착시현상을 마주했을 때처럼, 불완전하고 비대칭적인 요소들을 활용해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 몰입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악동뮤지션의 이찬혁님과 포토그래퍼 임재린님이 함께 만든 브랜드답지 않나요.
딱딱하고 심플한 아크릴과 부드럽고 화려한 퍼 소재의 결합으로 완성된 스툴은 이종의 결합이 주는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제품입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를 절묘하게 붙여놓았죠. 적절한 컬러와 패턴의 배합으로 완성된 이 제품은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에 서겠다는 SAYTOUCHE의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방금까지 알라딘이 타고 있었던 양탄자를 빼앗아 온 듯한 디자인의 러그도 SAYTOUCHE를 대표하는 제품입니다. 사각형이나 원형의 일반적인 형태에서 과감하게 벗어난 비대칭적인 형태는 공간이 뒤틀리는 듯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죠. 다른 가구의 바닥에 깔리는 대신 공간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러그의 특성을 완벽하게 이해한 제품이기도 합니다. 브랜드 소개에 있는 설명처럼 이러한 의외성과 참신함을 지닌 디자인 제품들은 누군가의 마음을 깊게 찔러 탄성을 내뱉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TOUCHE!).
보편적이고 범용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뮤지션과 포토그래퍼로서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한껏 표현하는 SAYTOUCHE. 첫인상은 비현실적이고 난해할 수 있지만, 그들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아주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정체성과 이야기로 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네 개의 가구 브랜드들. 미드 센추리 모던을 벗어났다고 하기에는 그리 파격적이거나 신선하지 않다고 생각하셨나요?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래야만 한다'는 관념을 비트는 사조인 만큼 열린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브랜딩을 ‘끝없는 번역의 과정'이라 정의하고는 합니다. 각자가 가진 고유의 언어와 스토리를 다른 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언어로 번역해 소통하는 것이 브랜드가 계속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나만의 것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상대와 주변 환경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끝없는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지금, 오늘의 정답은 내일의 오답이 될 정도로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추구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다름의 가치를 통해 다음 대세가 될 브랜드를 탐구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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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비레터 객원에디터 | 이주성
쓰고 말하고 생각하는, 스튜디오두루의 운영자 이주성입니다. 다양한 분야와 취향을 살피며(두루) 적당한 깊이로 쉽게 쓰는(do rough) 것을 지향합니다.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유익하고 즐거운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2020년 우리의 손에서 시작되는 모든 이야기를 다루는 독립 매거진 <손>을 출간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안녕을 바라는 vol.1 WAVE, 밀고 당기는 관계의 역학에 대한 vol.2 PUSH AND PULL을 발행했습니다. 또한, 스튜디오 빌롱잉스의 임보중 프로젝트 <쓰임새를 찾아서>에 참여하여 책과 전시를 제작 및 진행했으며, 철제가구 브랜드 rareraw의 뉴스레터 <레어뉴스, 로우레터>를 제작하고 발행했습니다.
editor | Bem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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