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Curation]#239 브랜드의 두번째 도약, 세컨 브랜드

요즘 브랜드들이 자체적으로 또 다른 브랜드를 만든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요. 기존 브랜드의 이름에 약간의 변화를 주거나 비슷한 컨셉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되, 전혀 다른 톤과 느낌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죠. 얼핏 보면 비슷한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엔 명확한 이유와 전략이 담겨 있어요.

세컨 브랜드는 단지 브랜드 확장의 수단이 아니에요. 본 브랜드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닿지 못했던 고객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자, 브랜드가 새로운 세계관을 펼치는 또 하나의 방법이에요.

오늘은 다채로운 산업군에서 세컨 브랜드를 만들어낸 다섯 가지 브랜드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해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브랜드의 다음 이야기를 펼쳐 보인 이들의 전략 속엔, 이 시대 브랜드가 어떻게 새로운 소비자와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중요한 힌트가 담겨 있을 거예요.



01 일본에서 만난 새로운 롬앤 ‘앤드바이롬앤’


감각적인 브랜딩으로 국내 화장품계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롬앤. 롬앤은 배우 겸 뷰티 크리에이터 김태욱 대표의 디렉팅을 바탕으로 컬러 플레이의 정수를 보여주며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코스메틱 브랜드예요. 감성적인 패키지와 독특한 컬러 네이밍, 그리고 갖고 싶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롬앤을 단숨에 K-뷰티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했어요.


일본 로손과 함께 론칭한 브랜드 ‘앤드바이롬앤’ 론칭 / 자료 출처 앤드바이롬앤


그런 롬앤이 새로운 무대를 택했어요. 바로 일본. 그것도 뷰티 편집숍이나 백화점이 아닌, 편의점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요. 일본의 대표 편의점 체인 로손(Lawson)과 함께 세컨 브랜드, ‘앤드바이롬앤(&nd by rom&nd)’을 탄생시켰거든요.

앤드바이롬앤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기반으로 설계됐어요. 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뉴트럴한 무드, 작고 귀여운 사이즈, 그리고 부담 없는 가격대를 바탕으로 편의점 화장품의 고정관념을 깼어요. “일상의 작은 행복(Small happiness in your day)”이라는 슬로건도 앤드바이롬앤의 감성을 정교하게 지지해주죠. 무엇보다 롬앤은 일본 론칭 초기부터 수년간 축적한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본 여성들이 좋아하는 컬러와 사용 패턴을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를 이 세컨 브랜드에 고스란히 녹여냈어요.


다양한 에디션으로 한국 관광객들도 사오는 롬앤의 세컨 브랜드 ‘앤드바이롬앤’ / 자료 출처 앤드바이롬앤


출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어요. 출시 3일 만에 30만 개가 팔리며 편의점 진열대마다 품절 사태가 벌어졌어요. 로손에서만 살 수 있다는 희소성 덕분에 한국의 K-뷰티 팬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며 일본 여행 구매 ‘필수템’으로 자리잡기도 했죠.

앤드바이롬앤은 단순한 세컨 브랜드가 아니에요. 일본에서 K-뷰티가 일상 속 아주 가까운 곳에 녹여낸 성공적인 실험이자, 브랜드 확장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롬앤은 앤드바이롬앤을 시작으로 일본의 버라이어티숍, 백화점, 코스메 편집숍 등으로 유통 채널을 넓혀갈 예정이에요.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다진 롬앤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02 락고재의 실험, ‘하우스오브헤리티지’


한옥 호텔 락고재를 아시나요? 서울 북촌 한옥마을. 돌담길을 따라가다 보면 기와지붕 아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한옥 호텔, ‘락고재’가 모습을 드러내요. 2003년부터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를 숙박이라는 경험으로 풀어낸 락고재는, 국내는 물론 해외 고객에게도 살아있는 한국의 미학을 전하는 공간으로 사랑 받고 있어요.

락고재는 전통이라는 키워드를 단지 체험형 숙소에만 가두지 않았어요. 자신들의 가치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확장하고 싶었던 락고재는 ‘하우스오브헤리티지(House of Heritage)’라는 세컨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공간이 아닌 주류 브랜드로요.


‘하우스오브헤리티지’의 대표 제품 ‘코리 진’ / 자료 출처 하우스오브헤리티지


하우스오브헤리티지는 한국 고유의 재료와 이야기를 담아낸 프리미엄 증류주 브랜드예요. 대표 제품은 ‘코리 진(KORI GIN)’. 코리아(Korea)의 ‘K’와 오리진(origin)의 ‘ORI’를 합친 이름으로, 한국 전통 약재 10가지를 블렌딩해 만든 진이에요. 유자, 인삼, 복분자, 감초, 생강, 산초, 구기자, 오미자 등 익숙한 이름들이지만 서양의 증류주 방식으로 가공해 전통을 재해석한 제품으로 새롭게 탄생시켰어요.

디자인도 남다릅니다. 한옥의 기와에서 영감을 받은 병, 민화풍의 레이블, 전통 도장을 연상시키는 붉은 로고, 그리고 소나무를 닮은 마개까지. 보는 것 만으로도 한국적인 품격이 느껴지도록 만들었어요. 덕분에 코리 진은 IWSC, SFWSC 등 세계 유수의 주류 품평회에서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인정받았고, 포시즌스, 인터컨티넨탈 등 프리미엄 호텔에도 입점했어요.



전통적인 디자인의 패키징으로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다 / 자료 출처 하우스오브헤리티지


락고재 운영자 안지원 대표는 말했습니다. “한국 술은 세계 시장에서 아직 낯설지만, 글로벌 문법을 빌려 그 안에 한국적인 스토리와 감각을 녹여낸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러한 믿음에서 하우스오브헤리티지를 만들었다고 밝혔어요.

그간 축적해온 브랜드의 정체성과 철학이 전혀 다른 분야에서도 살아 숨 쉬게 하는 것. 하우스오브헤리티지는 브랜드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멋진 예로 남았어요.




03 다이소에서 피어난 클린 뷰티, ‘미모 바이 마몽드’


꽃에서 영감을 받은 브랜드, 마몽드. 한때 뷰티 로드숍 시대를 풍미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최근 몇 년 간은 브랜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는 평가도 있었어요. 그런 마몽드가 전혀 새로운 방식의 접근을 하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주목 받기 시작했어요. 잘파(Zα) 세대를 위한 다이소 전용 세컨 브랜드, ‘미모 바이 마몽드(MIMO by Mamonde)’를 만들었거든요.


다이소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마몽드의 세컨 브랜드 ‘미모 바이 마몽드’ / 자료 출처 미모 바이 마몽드


미모 바이 마몽드는 ‘My Minimal Mamonde’라는 뜻처럼, 간단하고 확실한 뷰티 루틴을 지향하는 클린 뷰티 브랜드예요. 10대~20대 초반의 뷰티 입문자들이 부담 없이 쓸 수 있도록, 성분부터 디자인, 가격까지 모두 맞춤형으로 설계됐어요. 로지-히알론, 피어니-티놀 같은 귀여운 네이밍도 이 세대를 겨냥한 세심한 설계죠.

가장 큰 특징은 다이소라는 초저가 채널을 통해 5천 원 이하의 균일가로 제품을 선보였다는 점이에요, 여기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마몽드의 전략이에요. 기존 마몽드의 브랜드 이미지를 보호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브랜드처럼 다가가 소비자에게 혼동 없이 신뢰를 주는 방식을 선택했죠.


다이소 입점 4개월 만에 100만 개 판매 돌파에 성공하다 / 자료 출처 다이소


출시 이후 반응은 뜨거웠어요. 론칭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개 돌파, 다이소 뷰티 카테고리 매출 1위, 그리고 '믿고 쓰는 다이소 기초템'이라는 별명까지. 미모 마이 마몽드는 단순한 저가 브랜드가 아니라, 마몽드가 브랜드 리뉴얼 없이도 새로운 세대와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어요.




04 1020세대를 사로잡은 가성비 뷰티 브랜드, ‘밀리’


‘밀리’는 올리브영의 대표 뷰티 소품 브랜드 ‘필리밀리’의 세컨 브랜드로, 가성비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내세우며 1020세대를 타겟팅했어요. 밀리는 저렴한 가격으로, 필수적인 뷰티 소품들(쿠션 퍼프와 화장솜 등)을 제공하며 실속 있는 소비를 원하는 젊은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어요.



‘필리밀리’의 세컨 브랜드 ‘밀리’ / 자료 출처 밀리


밀리의 가장 큰 매력은 가성비예요. 2,000원 대의 가격으로 고품질 뷰티 소품을 제공해, 가격 부담 없이 데일리 뷰티 소품을 구입할 수 있어요. 물론 가성비라는 표현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 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밀리는 가격을 낮추면서도 품질은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신뢰를 빠르게 얻었어요.



올리브영이 1020대를 겨냥해 출시한 가성비 뷰티 브랜드 / 자료 출처 밀리


올리브영은 10대들의 뷰티 소비가 급증하는 현상을 반영해 밀리를 론칭했어요. 밀리는 그들의 가성비 중심 소비 성향을 정확히 겨냥한 브랜드로, 매일 쓰는 뷰티 소품을 경제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면서 10대의 브랜드 충성도를 쌓는 데 성공했죠. 게다가 올리브영은 10대 전용 멤버십 ‘올리브 Hi-TEEN 멤버스’를 통해 이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어요.

밀리는 이제저렴한 뷰티 브랜드 그 이상이에요. 1020세대의 필수템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가성비 뷰티 소품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졌어요. “고물가 시대에도 부담 없이 양질의 뷰티 소품을 즐길 수 있다”는 밀리의 약속은, 앞으로도 젊은 세대들의 큰 지지를 받을 거예요.




05 풀무원이 재해석한 이탈리아 정통 미식, ‘아티장’


풀무원은 이탈리아 미식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세컨 브랜드, ‘아티장(Artisan)’을 론칭했어요. 아티장은 풀무원의 기술력과 이탈리아 바릴라(이탈리아 최대의 파스타 제조사)의 정통성을 결합한 프리미엄 냉장 파스타 브랜드로, K-푸드의 미식 혁신을 서구식 파스타로 확장한 사례예요.



풀무원과 바릴라와 공동 개발한 브랜드 ‘아티장(Artisan)’ / 자료 출처 풀무원


아티장은 기존 풀무원의 냉장면 제조 기술과 바릴라의 정통 이탈리안 파스타 노하우를 결합시켜 탄생했어요.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레시피를 기반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파스타를 선보이고 있어요. 특히 간편한 조리법으로 집에서도 1분 30초 만에 알 덴테의 파스타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죠. 이는 풀무원의 냉장면 제조 기술과 바릴라의 정통 이탈리안 파스타 노하우가 결합된 결과물이에요. 전통적인 이탈리안 파스타를 간편식으로 변형하면서도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담겨 있죠.

아티장의 대표 제품인 ’리코타 로제’, ‘미트 라구’, ‘먹물 오일’ 같은 파스타는, 한국에서 특히 선호하는 크리미한 소스와 풍부한 맛을 강조하고 있어요. ‘알 덴테’ 식감을 집에서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티장은 풀무원의 세컨 브랜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어요. 풀무원이 기존에 보유한 냉장면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더하고 있거든요. 아티장은 건강한 식품 이미지를 유지함과 동시에 편리함과 프리미엄을 강조해 K-푸드의 전통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죠.



풀무원의 냉장 파스타 간편식 브랜드 '아티장' / 자료 출처 풀무원


무엇보다 아티장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아요. 싱가포르의 콜드 스토리지와 같은 프리미엄 슈퍼마켓에 입점하며 해외 시장으로의 첫 발을 내디뎠고, 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으로도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요. 이는 K-푸드가 서구식 제품에까지 미치는 영향력 확장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예요.

아티장은 풀무원이 이탈리안 파스타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동시에 세컨 브랜드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를 확장해 나가는 전략적 시도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어요.




앤드바이롬앤, 하우스오브헤리티지, 미모 바이 마몽드, 밀리, 아티장. 서로 다른 업계지만, 이들 세컨 브랜드는 본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을 바탕으로 전혀 다른 타깃, 다른 언어로 말을 걸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이제 세컨 브랜드는 본 브랜드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브랜드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발전했어요. 때로는 가격을 낮추거나, 유통 채널을 바꾸거나, 콘셉트를 완전히 다르게 구성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 모든 실험은 결국 기존 브랜드가 지닌 신뢰라는 단단한 기반 위에서 시작해요.

이들이 보여주는 유연함은 지금과 같은 급변하는 시대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져요.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시장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일 수 있는 힘. 이것이 우리가 지금 세컨 브랜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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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비레터 객원에디터 | 유정아


무색무취의 인간. 취향이 곧 정체성이 되는 사회에서 방황하지만, 그 길 위에서 글을 씁니다. 때로는 무던하게, 때로는 솔직하게. 한 가지로 규정되지 않기에 더 많은 가능성을 담아낼 수 있고,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기에 다채로운 이야기를 써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이 정체 모를 유연함이 부족함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압니다. 특정한 취향에 갇히지 않기에 다양한 시선을 품을 수 있고, 고정된 틀을 거부하기에 다채로운 이야기를 써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자로서는 내가 사랑하는 것을 독자에게 매력적으로 전하는 법을, 인하우스 에디터로서는 사람들이 열광할 이야기를 발견하는 법을 배워왔습니다. 그 시간들은 내가 쓰고 싶은 글과 사람들이 원하는 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힘이 되었습니다. 쉽게 소비될 이야기도 그 안에 의미의 씨앗을 심고, 누구나 곁에 두고 싶은 글로 만드는 것. 무색무취는 결국 모든 색을 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의 다른 이름입니다.


editor | Bem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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