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Curation]#242 이 영광을 브랜드에게 바칩니다, 브랜드가 된 시상식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을 휩쓸었어요. 작품상, 극본상, 음악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무대디자인상까지. 올해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부문을 수상하며 놀라운 기록을 세웠죠. 한국에서 초연된 작품이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미국 공연계 최고 권위의 상을 이처럼 휩쓴 건 처음 있는 일이에요.

이번 수상은 좋은 이야기가 언어와 문화를 넘어선다는 걸 다시 한 번 보여줬어요. 한국에서 시작된 작은 이야기가 어떻게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를 증명했죠.이처럼 잘 만든 콘텐츠는 하나의 이야기’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됩니다. 그리고 그 브랜드가 지금 이 시대와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무대가 바로 시상식이에요. 이를 통해 지금 어떤 감각과 가치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를 읽을 수 있죠.

그래서 이번 레터에서는 일명 ‘EGOT’. 에미상(Emmy), 그래미상(Grammy), 오스카(아카데미상/ Oscar), 토니상(Tony)을 중심으로, 각 시상식이 어떤 철학과 기준으로 콘텐츠를 평가해왔는지, 그리고 시간의 쌓임을 통해 사람들과 업계에 현재의 의미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는지를 함께 살펴보려 해요. 무언가를 평가하여 선정하고 시상하는 것, 그리고 그 기준과 결과를 오랜 시간 인정 받아 온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01 토니상,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빛나는 이야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올해 최다인 6관왕이 된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 / 자료출처 토니상 공식 인스타그램 


서프라이즈!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Tony Awards) 시상식(이하, 토니상)에서 무려 6관왕을 차지했습니다. 한국에서 시작된 이 작품이 어떻게 브로드웨이의 한가운데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어쩌면 해피엔딩>은 단순한 재미나 감동을 넘어, 관객의 마음을 깊이 울렸기 때문일 거예요. 인간과 로봇 사이의 관계를 섬세하게 풀어낸 이 이야기는 언어와 문화를 넘어서는 힘을 가졌고, 결국 미국 공연계 최고의 무대에까지 도달한 것이죠.

그렇다면, 이 감동이 도착한 곳. 토니상은 어떤 무대일까요?


2023년 토니상 시상식에서 셀피를 찍는 배우들의 모습 / 자료출처 CBS screenshot


토니상은 미국 공연예술의 심장, 브로드웨이. 그 중심에서 매해 가장 빛난 무대를 조명하는 시상식이에요. 1947년, 배우이자 연출가 안토이네트 페리(그녀의 별명이 토니)를 기리며 시작된 이 상은 이제 전 세계 연극/뮤지컬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무대가 되었죠. 토니상은 단순히 잘 만든 공연을 뽑는 상이 아니에요. 작품성과 예술성, 그리고 서사의 메시지까지 모두 아울러요. 뉴욕 브로드웨이 인증 극장에서 공연된 작품만 후보에 오를 수 있고, 800여 명의 심사위원이 투표에 참여해 수상작을 결정하죠. 토니상을 받았다는 건, 작품성과 흥행성. 두 가지 모두를 인정받았다는 의미예요.

물론 이 상의 진짜 가치는 숫자보다 이야기 안에 있습니다. 매년 수상작을 들여다보면, 그 시대가 어떤 감정과 목소리에 귀 기울였는지가 선명히 드러나거든요. <컬러 퍼플>, <디어 에반 핸슨>, <해밀턴>처럼, 인종, 젠더, 정체성, 포용성 등 사회적 의제를 무대 위로 올린 작품들이 큰 주목을 받은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어요. 이 작품들은 단순히 잘 만든 공연이 아니라, 지금 꼭 필요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환호를 받았다고 할 수 있어요. <어쩌면 해피엔딩>도 그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낯선 이야기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던 서사는 미국식 감수성과 만나 더 깊어졌고, 그 울림은 토니상 수상이라는 결과로 돌아왔죠. 토니상은 매해 우리에게 묻습니다. “지금, 우리가 무대 위에 올려야 할 이야기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진심으로 답한 작품만이, 토니상이 선택한 단 하나의 무대가 될 수 있는 거예요. 




02 에미상, 스트리밍 시대에도 계속되는 공감의 무대



Emmy Awards 공식 포스터 / 자료출처 Emmy Awards


공연예술의 심장을 보여주는 토니상이 무대 위의 시대를 조명한다면, 에미상(Emmy Awards)은 우리가 매일 접하는 스크린 속 이야기로 그 시대를 비춰요. 방송계를 대표하는 상으로, ‘Emmy’라는 이름은 TV 부품인 ‘Immy’에서 유래한 것이 이 상의 근본을 잘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에미상은 미국 텔레비전 예술과 과학 아카데미(ATAS)가 주관하는 방송 분야 최고 권위의 시상식으로, 흔히 ‘TV의 오스카’라 불릴 만큼 상징적인 무대예요. 드라마와 예능, 다큐멘터리, 그리고 이제는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OTT 스트리밍 콘텐츠까지 아우르며, 에미상은 매년 가을 전 세계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읍니다.

특히 최근에는 넷플릭스, HBO, 애플TV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주요 부문을 휩쓸고 있어요. <더 크라운>, <더 화이트 로터스>, <석세션> 같은 OTT 콘텐츠가 주요 수상작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만 봐도, 콘텐츠를 소비하고 공유하는 방식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실감할 수 있죠.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6관왕을 차지한 오징어게임 / 출처: 배우 이정재 인스타그램 


에미상이 진짜로 주목하는 건 시청률이 아니라, 사람들이 지금 어떤 이야기에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지예요. 특히 사회적 대화를 여는 서사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죠. 그래서 수상작을 보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 많아요.

매년 가을, 에미상이 어떤 시리즈를 선택하느냐는 단순한 수상의 의미를 넘어, 지금 우리가 어디에 공감하고 있는지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어요. 스트리밍 시대에도 여전히 그 무게감을 지키는 에미상 시상식은, 콘텐츠가 시대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무대예요.


흑인 여성 배우의 역할과 지평에 대한 새로운 선을 넘은 2015년 비올라 데이비스의 연설




03 그래미상, 시대의 목소리를 조명하다


그래미 시상식 포스터 / 자료출처 그래미 시상식 


그래미상(Grammy Awards)은 ‘지금 이 시대의 목소리가 어디까지 닿았는가’를 기록하는 시상식이에요. 미국 레코딩 예술과학아카데미(NARAS)가 주관하며 음악은 물론 음향, 오디오북까지 ‘소리’로 표현되는 모든 콘텐츠를 포괄해요. 음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자, 전 세계 대중이 어떤 음악에 귀를 기울였는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바로미터예요.

그래미가 주목하는 건 단순히 얼마나 한 해를 히트했는지를 넘어, 음악이 품고 있는 감정의 결과 메시지의 밀도, 그리고 그것이 대중의 감성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바라봐요. 예를 들어 2023년,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된 테일러 스위프트의 ‘Midnights’는 고요하지만 날카로운 자기고백으로, 수많은 이들의 내면에 말을 걸었죠. 같은 해 비욘세의 ‘Renaissance’는 댄스플로어의 사운드 뒤에 흑인 퀴어 커뮤니티에 대한 존중과 정체성의 선언을 담아내며, 음악의 언어가 얼마나 다층적인지를 보여줬고요.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오른 BTS / 자료출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특히 그래미는 장르의 경계가 흔들릴 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요. 재즈와 힙합, 라틴팝과 K-팝, 오페라와 일렉트로닉까지. 음악의 물길이 뒤섞이는 그 지점에 주목하는 시상식으로 유명해요. BTS의 ‘Dynamite’와 ‘Butter’가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던 것 역시 바로 그런 흐름을 포착해낸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그래미가 늘 공정했던 건 아니에요. 특정 장르와 아티스트에 대한 편향, 위켄드처럼 전 세계를 사로잡고도 후보에 오르지 못한 사례는 여전히 씁쓸하죠. 그럼에도 그래미는 매년 시대의 감도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어요. 




04 오스카, 전 세계 영화계가 숨죽이는 단 하루


오스카 트로피가 만들어지는 과정. 15년 전 영상이지만, 아직도 수작업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 세계 영화인들이 가장 긴장하는 하루. 바로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이 열리는 날일 거예요. 흔히 오스카(Oscar) 시상식으로 알려진 이 시상식은 1929년부터 시작됐어요. 사실 오스카는 트로피의 이름인데, 왜 오스카라고 불리게 되었는지는 가설만 떠돌고 있을 뿐이에요. 다만 트로피 자체로, 그 브랜딩이 가장 잘 되어있는 시상식임에는 틀림이 없죠.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주관 아래 열리며, 영화의 예술성과 영향력을 가늠하는 가장 전통 있고 권위 있는 무대로 평가 받아요.

아카데미는 단순한 흥행 실적보다, 작품이 가진 완성도와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요. 감독, 각본, 연기, 촬영, 미술, 음악 등 영화 한 편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정교하게 심사되며, 그 결과는 곧 전 세계 영화계의 방향을 비추는 기준이 되곤 하죠. 수상 여부는 작품의 성패를 가를 만큼 영향력이 크고, 한 영화의 궤적을 완전히 바꿔놓기도 해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 / 자료출처 아카데미 공식 트위터


2020년, <기생충>이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동시에 수상한 순간은 아카데미의 상징성을 새삼 일깨운 사건이에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선 서사가 어떻게 전 세계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강렬한 장면이었죠.

물론, 아카데미가 언제나 시대를 완벽하게 반영해온 것은 아닙니다. 백인 남성 중심의 수상 구조, 미국 중심적 시선 등은 꾸준한 비판의 대상이었고, 그동안 과소평가된 목소리들 역시 적지 않았죠. 특히 비영어권 작품이 그동안 수상하지 못한 것은 영상과 자막을 번갈아 보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아주 사소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그 안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여성 감독의 수상, 흑인 배우의 주연상 수상, 국제영화의 주요 부문 진출 등은 보다 넓고 다채로운 시선을 향한 작은 움직임들이죠.

아카데미 시상식은 단지 한 해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넘어, 지금 이 시기를 살아가는 영화 산업이 어떤 이야기에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압축된 순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05 골든글로브, 오스카 예고편 그 이상의 의미


EGOT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콘텐츠 산업에서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시상식이 있어요. 바로 영화와 TV를 동시에 비추는, 골든글로브 시상식(Golden Globe Awards)입니다. 그 이름처럼, 트로피의 위에는 지구본이 올라가 있죠. 영화와 TV 시리즈를 모두 아우르는 독특한 포지션의 시상식으로, 골든글로브의 선택은 때로는 더 대중적이고, 때로는 놀라울 만큼 과감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특히 매년 초 골든글로브 수상작이 발표되면 자연스럽게 ‘오스카 레이스’라는 말이 따라붙어요.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으로 여겨질 만큼, 이 무대의 선택은 향후 수상 흐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며, 시상식 시즌의 분위기를 가늠하는 하나의 기준점이 되곤 하죠.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 발표중인 엠마 스톤 / 자료출처 골든글로브 screenshot


물론 골든글로브 역시 완벽하진 않아요. 2021년, 폐쇄적인 운영 방식과 다양성 부족, 금품 수수 논란이 잇따르며 큰 위기를 맞았죠. 할리우드 전반의 보이콧, NBC의 중계 중단, 스타들의 외면까지.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했어요. 이후 조직을 개편하고, 심사 시스템을 손보며 신뢰 회복에 나섰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럼에도 골든글로브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명확해요. 골든글로브는 언제나 조금 더 앞서, 시대가 주목해야 할 이야기들을 비춰왔거든요. 정체성에 대한 섬세한 서사를 담은 <문라이트>, 흑인 여성 과학자의 얼굴을 비춘 <히든 피겨스>, 그리고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은 <미나리>, <오징어 게임>까지. 골든글로브는 늘 변화를 시작하는 무대이기도 해요. 논란 속에서도 지금 이 시대의 감도와 흐름을 가장 민감하게 보여주는 시상식, 그래서 골든글로브는 여전히 지켜볼 가치가 있는 무대로 평가 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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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비레터 객원에디터 | 유정아


무색무취의 인간. 취향이 곧 정체성이 되는 사회에서 방황하지만, 그 길 위에서 글을 씁니다. 때로는 무던하게, 때로는 솔직하게. 한 가지로 규정되지 않기에 더 많은 가능성을 담아낼 수 있고,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기에 다채로운 이야기를 써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이 정체 모를 유연함이 부족함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압니다. 특정한 취향에 갇히지 않기에 다양한 시선을 품을 수 있고, 고정된 틀을 거부하기에 다채로운 이야기를 써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자로서는 내가 사랑하는 것을 독자에게 매력적으로 전하는 법을, 인하우스 에디터로서는 사람들이 열광할 이야기를 발견하는 법을 배워왔습니다. 그 시간들은 내가 쓰고 싶은 글과 사람들이 원하는 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힘이 되었습니다. 쉽게 소비될 이야기도 그 안에 의미의 씨앗을 심고, 누구나 곁에 두고 싶은 글로 만드는 것. 무색무취는 결국 모든 색을 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의 다른 이름입니다.


editor | Bem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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