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삼양라운드스퀘어 최의리 브랜드전략실장 | 헤리티지와 미래, 두 행성이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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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각진 세상을 본 적이 없던 라운드와 한 번도 둥근 세상을 본 적이 없던 스퀘어, 두 행성이 60년 만에 처음 서로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 지난 9월, 삼양라운드스퀘어가 공개한 필름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지난 60년을 지나 이질적인 만남으로 더 새로운 세상으로 진화해 나갈 삼양의 모습을 마치 영화 같은 컨셉으로 녹여냈죠. 음원 출시 요청이 잇따랐던 필름의 배경 음악은 그 몰입감을 더했고요.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광고도 만나보세요! / [자료 출처 Play Buldak TV]


최근 삼양라운드스퀘어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보여주는 행보들을 보며, 삼양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명확히 들었어요. 불닭볶음면과 삼양라면으로 대표되는 식품 브랜드이자, 오랜 시간을 거쳐 이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한 브랜드였기에 이들의 새로운 시도와 변화의 과정이 더욱 궁금해졌는데요.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가 새로운 옷을 입고 보여준 새로운 움직임 뒤에는 브랜드의 어떤 준비 과정이 있었는지, 앞으로 어떤 브랜드로 변화해가고자 하는지를 최의리 실장님을 만나 들어보았습니다.


Q1. 안녕하세요. 최의리 실장님, 마이비레터 구독자를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최근 진행한 리브랜딩의 필름도 화제가 되었는데, 리브랜딩한 삼양라운드스퀘어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7년 정도 브랜드와 마케팅 분야에 몸 담그고 있는 최의리입니다. 주변 지인들의 말을 빌리자면, 전략과 실행을 모두 경험한 사람, 업계에서 둘 다 잘하는 사람이 흔치 않은데 잘한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웃음) 제가 잘났다기보다는 운 좋게도 그동안 희소한 커리어 경험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삼성 에버랜드를 시작으로 P&G, BAT에서 비즈니스 관점에서 마케팅 플랜을 세우고 실행하며 매출을 달성(Deliver)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CJ로 옮기면서부터 브랜드 전략을 세우는 일을 했고요. 실행을 할 땐 어떻게 세일즈를 할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전략은 어떠한 좋은 것을 만드느냐(Create)에 초점을 맞춰야 했는데요. 이후 신세계(현 이마트)를 거쳐 작년에 삼양식품그룹의 지주사(삼양라운드스퀘어)에 왔고, 현재 포지션에서는 지금까지 해온 경험들을 총망라하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62년의 헤리티지를 가진 회사에요. 잘 아시는 삼양식품을 포함하여 목장, 냉동, 로지스틱스, 패키지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고 있죠. 엄연히 “그룹”이긴 하지만 삼양사에서 먼저 그룹명을 등록하고 사용하고 있던지라 ‘삼양식품그룹’이라는 애매한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죠.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가 양적, 질적으로 급성장을 했고, 업의 본질이 고도화되어 패러다임의 전환이 진행되었어요. 이때 우리를 명명하는 이름을 제대로 정하자는 관점에서 그룹과 지주사(삼양내츄럴스)의 이름을 ‘삼양라운드스퀘어’로 바꾸었습니다. 


변화와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 삼양라운드스퀘어 / [자료 출처 삼양라운드스퀘어]

Q2. 합류 후 바로 삼양스퀘어라운드의 리브랜딩을 총괄하셨는데, 그동안의 커리어가 이번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었을까요? 어떤 이유로 지금 조직에 합류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세 가지 이유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브랜드 전략의 성패는 브랜드 오너와의 접근성이 보장되느냐 입니다. 의사결정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면 산으로 갈 수 있거든요. 삼양식품의 오너 3세이신 전병우 본부장님께서 직접 스카우트 제의를 주셨고 수차례 캐주얼한 미팅을 가졌는데, 그때마다 공유해 주신 그분의 미래 비전에 제 스스로 동의가 되었어요. 현실적으로는 먼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제가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너와의 타이트한 관계에서 디렉션을 받고 재해석하며 충분히 펼쳐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회사에 조인하게 되었고 그 어떤 회사에서 보다 효율적, 효과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제가 하는 마케팅, 브랜드의 일은 사실 멋진 것만 계속하면 질려요. 그리고 우리 업을 하는 사람들은 당대의 소비자가 가장 몰입하고 관심 갖는 영역에 있어야 그 가치가 발현되는데 문제는 그 영역이 마켓의 진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한 기업에서 오래 근무하면 그것을 ‘전문성’이라고 인정했지만 이제는 한 영역에만 있으면 그 흐름에 동참하기 힘들고 결과적으로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멀어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동안은 그 흐름에 따라 소비재, 유통, 레저, 컨텐츠 등을 경험했고 현시점에 국내 B2C 기업 중 가장 Hot하고 Fast-growing 하는 조직이라는 생각에 삼양식품그룹의 브랜드전략을 담당하고 싶었습니다.

세 번째는 회사의 규모에요. 대기업은 큰 시스템 아래서 돌아가다 보니 개인이 전략가나 마케터로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기 쉽지 않아요. 커리어 10년 차쯤까지는 내가 어느 회사를 다니는지가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더라고요. 그러려면 상대적으로 제 스스로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적당한 사이즈의 회사를 찾아 기회를 찾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3.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왜 지금 시기에 리브랜딩을 하셨는지, 리브랜딩을 해야겠다는 특별한 발화점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바꾸어야겠다’는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가장 컸습니다. 라면이라는 프로덕트의 의미 자체가 완전히 바뀌고 있거든요. 옛날에 라면은 한 끼 식사 대용이었어요. 일반 사람들이 싸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라면이 아무 때나, 원할 때 먹는 ‘스낵’으로 바뀌었어요. 라면의 개념과 먹는 TPO가 바뀐다는 것은 음식의 본질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려면 기존의 사고방식과 프로세스를 따르는 것 혹은 마이크로한 트렌드 한두 개를 따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명확하게 하신 것 같아요. 이러한 러닝은 불닭볶음면의 성공을 통해 조직 내에 체득되어 있었습니다. 지난 10년간 짜릿한 경험을 하셨더라고요. 

더불어 내부 구성원들의 동참도 있었습니다. 회사가 3년 만에 매출 2배가 되었고, 5천억 가치의 회사가 1조가 되었어요. 코인도, 반도체도, 전기차도 아닌 라면 회사가 3년 만에서 이러한 성장이 말이 되나요? 이러한 양적, 질적인 성장으로 직원들도 예전과 다르다고 느낀 것이죠. 1조라는 심정적인 임계도 있어요. 1조가 크진 않을 수 있어도 하나의 마일스톤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회사를 담을 새로운 그릇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함께 한 것이죠. 에너지가 끓어서 터지기 직전이니 새로운 옷을 입혀주어야 한다는 관점에서요. 상투적인 말로 들릴 수 있지만 진짜예요. 이를 위해 사람들도 많이 영입했고,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빠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습니다.  


Q4. 역사가 있는 브랜드인 만큼 오랫동안 삼양식품을 키우고 지켜오셨던 분들이 계실 텐데, 변화에 있어 내부의 우려 혹은 챌린지는 없으셨을까요? 

조직원 평균 연령이 31~32세에요. 전통을 중시하는 식품업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요 그 이유는 불닭볶음면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불닭볶음면을 통해 조직적으로 큰 파동이 있었고, 이때에 큰 변화가 있었어요. 이와 함께 변화를 시도하기에 좋은 토양이 되었죠. 잘 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잘 하려고 하는 것은 확실히 달라요. 받쳐주는 에너지가 다르거든요. 내부의 우려보다는 매년 Record-breaking하며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브랜드 변화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저는 이 모멘텀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싶었고요.

다만, 새롭게 바뀐 브랜드에 다소 형이상학적인 방향이 있는데 내부적에서도 이게 맞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왔었어요. 브랜딩이라는 것이 누구나 평가할 수 있잖아요. 마치 국이 짜다 싱겁다 할 수 있듯이요. 하지만 결국 위대한 브랜드는 집단지성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이를 책임질 수 있는 브랜드 오너가 얼마나 리스크를 감수하고 지속 가능하도록 드라이브하느냐,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시켜 설득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고 생각해요. 그 관점에서는 누구보다 보수적이고, 내수 산업이라고 여겨지고 있는 라면 그리고 식품 브랜드가 이러한 도전적인 변화를 한다는 것은 진짜 쉽지 않고 흔하지 않습니다. 


Q5. 리브랜딩 시 기존 브랜드에서 유지해야 하는 것과 바꾸어야 할 것이 있을 텐데요. 삼양라운드스퀘어를 다시 정립하는 과정에서 어떤 것을 지키고 어떤 것을 바꾸셨나요? 어떤 것을 중심으로 리브랜딩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삼양식품은 리브랜딩 하기에 좋은 시점이었어요. 소비자 조사 과정에서 삼양식품의 브랜드 이미지는 무색무취, 색깔이 없었고 ‘알긴 아는데 잘 모르겠다, TOM*이 안 된다, 정체된 것 같다, 왜 광고를 잘 안 하냐’라는 반응이었죠.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불닭볶음면을 삼양식품에서 만드지 모르는, 기업과 소비자 간 단절이 있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저는 좋든 싫든 새로운 의미와 상징을 부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소위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처럼요.  

삼양식품은 60년 된 기업이에요. 오래된 브랜드를 함부로 손댄다는 게 위험한 일이죠. 하지만 결국 오래된 브랜드일수록 ‘당대 소비자들에게 헤리티지를 얼마나 의미 있는 방식으로 재해석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에 잘 적용했는가’가 핵심이에요. 헤리티지와 변화의 만남이 잘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헤리티지에 사로잡혀 근본적인 스토리를 못 만들면 소비자에겐 의미 없는 변화일 뿐이고, 반대로 변화에 과다 몰입하여 의지만으로 브랜딩을 한다면 적합성(Relevance)이 떨어진 별나라 이야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TOM : Top Of Mind


Q6. 그룹의 리브랜딩은 처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브랜드 마케터로서 흔치 않은 경험인데, 리브랜딩, 특히 그룹의 리브랜딩을 할 때 실장님이 생각하시는 핵심은 무엇인가요?  

그룹의 브랜딩은 개별 브랜드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예요. 100억 매출의 상품과 1조짜리 기업 가치를 만드는 건 다르니까요. 하지만 사실 개별 브랜드의 브랜딩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조금 다르면서도 중요한 것은 트렌드 기반의 소비자 니즈를 베이스로 한 것이 아니라 세상의 패러다임 전반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죠. 그룹의 브랜딩이 더 어렵고, 좋고, 훌륭한 작업이라는 것이 아니라 성격적으로 훨씬 더 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해요. 

그러한 측면에서 알리는 방식도 심플하고 볼드해야 해요. 제품을 판매할 때는 구구절절 별의별 이야기를 해야 했죠. 브리프를 보면 너무 디테일하잖아요. 그런데 그룹은 브랜드의 메시지, 심볼 등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간결하고 명확하게 표현해야 해요. 그런 면에서는 이번 삼양라운드스퀘어의 BI나 광고도 그러한 관점에서 풀렸어요. 


브랜드의 메시지와 심볼은 이해하기 쉽도록! / [자료 출처 삼양라운드스퀘어]

Q7. 브랜드를 담당하시면서 소비자, 내부 등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실 텐데요. 어디까지 반영하고 선을 긋는지, 어떻게 균형을 잡으시는지 궁금합니다. 

BI 리뉴얼을 위해 핵심 마켓 4개 국가에 600명씩 소비자 조사를 진행했고, 국내에선 In-depth FGD*도 많이 진행했어요. 조사 데이터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이를 통해서 하나의 ‘키워드’를 잡는 게 중요해요. 사람들의 한 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키워드, 반복되더라도 우리의 방향성과 하나로 꿸 수 있는 키워드를 찾는 데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건기식(건강기능식품), 건강한 라면 등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다 다른 이야기 같지만 그것을 하나로 꿰어 ‘푸드 케어’(Food + Health-care)가 나왔어요. 광고, 콘텐츠, 먹방 등의 이야기를 하나로 꿰어내는 것이 이터테인먼트(Eat+Entertainment)이고요.

여러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하는 것은 사실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긴 하지만, 그동안의 우리의 가설을 확신하고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프로세스라고 생각해요. 동시에 브랜드로서 필요한 스킨십이자 제스처라고 생각하고요.

*FGD : Focus Group Discussion


Q8. 기하학적이면서도 직관적인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새로운 BI가 인상 깊습니다. 전혀 다른 라운드와 스퀘어가 함께 쓰인 것이 오묘한 듯 잘 어우러지고요.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과정은 어떠했나요? 다른 옵션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의외로 굉장히 쉽게 결정되었어요. 특히 네이밍은 가안으로 가져갔는데 바로 결정되었어요. 다른 옵션도 보긴 했지만 그럴수록 ‘삼양라운드스퀘어’ 네이밍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죠. 쉽게 결정된 이유를 돌이켜보면 브리프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경영진께서 생각하시는 내부의 우선순위에도 부합했고, 누가 봐도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했어요. 파트너사의 대표님께서는 이를 소위 ‘찰떡같이’ 받아들이셨고요. 다만, 여섯 글자가 길다는 의견은 있었습니다. 스퀘어가 들어가니 장소 같다고도 하셨고요. 하지만 핵심은 동그라미와 네모, 두 이질적인 것의 ‘융합’이 메인이에요. 그래서 로고에 있는 동그라미와 네모보다는 겹쳐진 반원도 달도 아닌 간질간질한 모양과 사이즈가 중요한 것이죠. 

사실 디자인 현업에서는 로고에 대한 우려도 있으셨어요. 패키지 상의 프린트 퀄리티에 따라 디자인이 잘 안 보일 수도 있다, 교집합 부분이 배경에 따라 사용성도 좋지 않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BI를 유지했던 이유는 그만큼 이 ‘융합’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삼양라운드스퀘어가 말하는 과학기술과 문화 예술의 만남으로 어떤 때에는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기도 하며 생각지 못하게 발생한 시너지와 파괴력을 비주얼적으로 잘 표현했죠. 그래서 리스크가 있음에도 강한 믿음과 서포트 덕분에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실제 활용(Usage)에 있어서도 큰 문제 없이 소프트랜딩 중입니다.


Q9. 특히 로고에서 동그라미와 네모를 조합할 때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으시다고요.

원래는 네모와 동그라미의 사이즈가 같았어요. 그래서 겹쳐진 부분이 딱 반원 모양이었죠. 그런데 굉장히 지루하고 뚱뚱하고 답답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동그라미 사이즈를 키웠어요. 그룹의 Next Leader인 전병우 본부장께서 직접 아이디어를 내셔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비트루비안 맨(Vitruvian Man)의 황금 비율을 동그라미와 네모에 그대로 적용했죠. 황금 비율은 수학적 난제를 인문학으로 해결한 것이거든요. 이러한 맥락에서 저희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과 매우 유사했어요. 과학 기술과 문화 예술의 만남, 그것을 비주얼라이즈 할 때 황금 비율은 신의 한 수인 것이죠. BI는 보면 볼수록 신기해요. 이 간단한 생각을 도형으로 조합한 것인데 볼 때마다 다르고 오묘하고,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소위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 눈에 익으면서 다르게 해석되겠죠? 


Q10. 요즘엔 리테일의 새로운 공식처럼 브랜드가 이슈를 만들기 위해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기도 합니다. 비교적 비용이 있는 채널이자 마케팅 기법인데요. 최근 <삼양라운드스퀘어 라면연구소> 팝업을 오픈하셨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고, 어떻게 활용하셨는지요?

남들 하니까 따라서 하는 팝업 스토어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맞닿아있으면 안 할 이유는 없습니다. 한정된 기간으로만 진행된다는 점은 아쉽고 공간의 모든 것들이 비용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데요. 하지만 고객의 반응이 선명하게 눈에 보인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아요. 브랜드가 말하는 메시지를 일대일로 전달한다는 것도 성과적이고요. 다만, 팝업 스토어 하나만으로 다 될 거라는 ‘팝업 만능주의’는 위험한 생각입니다만, 결국 할 거라면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 시기와 위치가 명확해야 된다고 봅니다. 

최근에 성수동에서 팝업을 진행했는데 원래 이런 활동을 안 하는 브랜드여서 그런지 사람들에게 새로움을 전달한 것 같아요. 팝업 스토어를 오픈한 날 ‘라운드스퀘어’의 네이버 검색어가 400% 올랐습니다. 정량적으로, 정성적으로 확실히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는 것 같아요. 


Q11. 삼성그룹, P&G Korea, CJ(주), 신세계 그룹 이마트 등 다양한 산업과 직무의 경험을 갖고 계세요. 여러 회사를 다니시면서 이직하시게 된 타이밍이나 기준이 있으셨을까요?

직전 조직인 신세계에선 지속적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며 정말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일을 했어요. 보다 더 오너십을 갖고 일한다는 관점에서 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키우고, 소비자의 반응을 얻고, 내외부의 인정을 받으며 즐겁게 일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브랜드 일을 하는 사람은 소비자가 있는 곳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그라운드 룰이에요. P&G에서는 뷰티 관련 브랜드를 담당했어요. 100년 된 공룡 같은 글로벌 회사의 시스템과 프로세스는 너무 훌륭하죠. 많이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결론적으로 많은 회사를 다니면서 싫어서 나온 곳은 없어요. 다만, 회사와 개인이 서로에게 주고받을 수 있는 가치는 시기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직은 개인뿐 아니라 조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업의 본질과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데요. 라면 회사에서 이터테인먼트를 말하고 있는 지금, 한 회사에 하나의 전문성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방면에 있어 회사도, 일하는 개인도 좀 더 오픈된 생각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Q12. 브랜드의 전략을 세우는 것을 총괄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넓은 시야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되는데요. 지금의 실장님을 만든, 지금 실장님의 의사 판단에 영향을 준 관점을 어떻게 쌓아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굉장히 소비지향적인 사람이에요. 거의 버는 건 다 쓰고 사는 스타일이에요. (웃음) 장난삼아 이야기하지만 기본적으로 소비자로서 소비를 싫어하는 사람은 그 관점을 갖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내 돈으로 써보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의 ‘Willingness to Pay’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소비 없이 이 업계에서 일을 잘할 수 있다고는 말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직간접 경험 없이 Desk Work에만 몰입한다면 지나친 일반화, 합리화만 난무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작게는 맛집부터 여행, 문화생활 등 많은 “내돈내산”을 실천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의 리더들을 보며 많이 배웁니다. 감사하게도 저의 일하는 방식,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인 리더가 3~4년에 한 번씩 나타났어요. 삼양에 온 이후로는 전병우 본부장, 김정수 부회장이라는 리더께서 저에게는 확실한 영감을 주고 있어요. 전공은 다르지만 기업가 내지 오너들이 직감적으로 체득하고 있는 감각들이 있어요. 저는 거기서 저의 인사이트와 관점을 많이 형성합니다. 작게는 언행도 따라 하고요. 일하는 동안만큼은 동기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다른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에서 얻습니다. 특히 에이전시 파트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내가 일하는 동안 함께 하는 사람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영감은 확실히 존재해요. 현재 브랜드 방향성을 다루는 포지션이다 보니 사람들과의 교류가 더욱 중요하고요.


Q13. 실장님은 어떤 리더이신가요? 조직에서 바라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 꼭 지키고자 하는 원칙이나 기준이 있으신가요?

되게 Harsh한 편인 것 같아요. 지주사이기 때문에 기업 차원의 가치까지 크고 넓게 생각해야 해요. 같이 일하는 파트너, 에이전시 분들과 협업하려면 항상 그 위에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수직, 수평적으로 전체를 볼 수 있는 관점이 필요한데요. 참 어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구성원 모두가 경력직인 이유이죠. 지주사이기 때문에 더욱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고 저희 조직원들에게 강조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조직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되려고 합니다. 막힌 문제가 있다면 설득을 하든, 힘을 실어주든, 다양한 방법으로 말이죠. 그러려면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전문성’에 기인한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요. 


Q14. 실장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브랜드란 무엇인가요? 좋은 브랜드의 기준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가 많이 쓰는 단어 중에 하나가 ‘선망성’이에요. 가격은 중요하지 않아요. 물티슈를 하나 팔아도, 몇 천만 원짜리 버킨 백을 팔아도 선망성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는 갖고 싶고, 가고 싶고, 사고 싶고, 경험하고 싶어야 해요. 인간은 소비를 통해서 결국 나의 부족한 점을 채우거든요. 결국 브랜드는 내가 더 멋지게, 더 트렌디하게 보일 수 있도록 표현하는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기 위해서는 먼저, Ageless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소위 말하는 남녀노소예요. 사람들에게 남녀노소라는 말이 되게 좀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은데요. 되게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Ageless는 사람을 인구통계학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에요. 나이가 많고 적고로 사람의 특성을 구분할 수 없거든요. 요즘처럼 취향에 의한 소비가 대세인 상황에서 나이와 관계없는 Ageless한 접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Classless예요. 지금 오너들을 모시고 있는데 되게 검소하세요. 제 자신을 돌이켜보니 반성도 하게 되고요. (웃음) 제가 느낀 것은 ‘소비는 라이프스타일의 관점에서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한 것이지 가격과 경제력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그래서 Classless는 너무도 중요하고 클래스로 접근성을 막는 브랜드는 촌스러운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명품이라 할지라도요.

마지막은 Genderless예요. 성별이 중요한 세상이 아니거든요. 패션을 비롯 라이프 전반적으로 남자 or 여자가 해야 하는 것, 혹은 더 좋아할 것 같은 것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Q15. ʻ최의리’라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진 않네요. 굳이 카피로 뽑자면 ‘A Man on the Border - 항상 경계선에 서있는 사람’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의 스펙트럼이 넓다 보니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요. 모든 관점에서 항상 경계, 중간에 서있는데요. 제 분야에서 소비자, 마켓의 전체 ‘맥락’을 이해하고 다양한 영역을 커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되더라고요. 더불어 브랜드 전략을 담당하다 보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바로바로 ‘모드 전환’이 되어야 하는데요. 저의 넓은 스펙트럼이 어떻게 보면 라면부터 테마파크, 야구단 등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던 이유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에이전시 파트너에게 더 인정받는 마케터’이자 브랜드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을 하면 할수록 저한테는 에이전시와의 협업이 너무 중요해요. 결국 저의 모든 전략과 방향성을 세상에 실현시켜주는 분들이기 때문이죠. 이번 삼양라운드스퀘어 브랜드 필름을 만들며 AE, CD님들과 많은 대화를 했고, 초기부터 긴밀하게 협업한 결과,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특히 김형석 작곡가님과 가수 존박님의 BGM이 신의 한 수였죠!) 들어가는 피드백이 다르면 아웃컴이 달라요. 그리고 결국 이 아웃컴은 회사의 크레딧, 오너의 크레딧, 나의 크레딧이 되어요.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중요한 존재죠. 그래서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이 저를 좋은 사람이자, 더 나아가 좋은 브랜드의 관점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저 스스로 그런 브랜드가 되고 싶고요.



항상 경계선에서 맥락을 읽고 적절한 모드 전환을 하고자 하는 삼양스퀘어라운드 최의리 실장 / [사진 비마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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