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에게 [브랜드]는 어떤 의미인가요? 브랜드를 왜 만들고, 그를 통해 무엇을 이루려고 하시나요?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했나요. 네이버에선 최연소 임원을, 카카오의 공동대표이사를 역임하고 매거진 <B>를 15년간 발행해 온 비미디어컴퍼니의 조수용 대표. 조수용 대표의 책과 말에는 언제나 '브랜드 이전의 질문'이 놓입니다. 최근 발간된 『비범한 평범』에서는 우리가 막연하게 동경해온 브랜드라는 개념을 한 발 떨어져 볼 수 있게 만들었고, 전작인 『일의 감각』에서는 일하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더 잘할지 이전에 무엇을 덜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을 던졌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99개의 브랜드를 다루어 온 매거진 <B> 역시 비슷한 결론을 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는 브랜드는 대단한 전략이나 유행하는 기법이 아닌, 브랜드를 책임지고 이끌어 갈 개인이 얼마나 상식적이고 문제 해결적이며 어떠한 태도로 선택하고 판단해 왔는지가 브랜드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사실을요.
조수용 대표는 브랜드가 보이는 것 혹은 만드는 기술보다 직업인으로서 혹은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브랜드는 허상에 가깝다고요. 다만 그 허상은 뜬구름이 될 수도, 아주 강력한 당김의 힘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문제는 그 허상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이죠. 남들이 만든 기준을 빌려 쓴 이미지인지, 혹은 스스로가 납득한 감정과 판단이 축적된 결과인지에 따라서요. 그래서 그는 흔들리지 않는 기준, 반복되는 태도를 더욱 강조합니다. 일관되게 유지된 허상이라면 그것은 신뢰가 되고, 그렇지 않다면 결국 스스로를 속이는 결과가 나올 테니까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만드는 브랜드는 어떤 허상일까요?
오늘 마이비레터에서 만난 조수용 대표와 함께, 우리는 무엇을 위해 브랜드를 만들고 어떻게 지켜나가고 있는지 되짚어 보아요.
Q1. 안녕하세요, 대표님. 마이비레터 구독자들을 위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5년간 매거진 <B>를 발행하고 있는 조수용입니다. 최근에 두 권의 책을 쓰며 작가님이라고도 불러주시는데 아직은 어색해요. (웃음) 그렇지만 제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디자인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어딘가에 회원 가입을 할 때에 직업란에는 늘 ‘디자이너’라고 씁니다. 한 줄로 말하면 글을 쓰며 여러 브랜드 돕는 일을 하며 지내고 있는 사람입니다.
# 평범한 브랜드를 비범하게
Q2. 신간 『비범한 평범』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난 『일의 감각』에서는 일과 삶의 태도에 대한 대표님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도서는 매거진 <B>에서 다뤘던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쓰셨는데 그 출간 배경이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답변에 앞서 『일의 감각』책을 쓰게 된 계기를 먼저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카카오 대표이사를 그만두고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던 때, 그간 고민한 것과 쌓인 경험들을 책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가 물어보면 대답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자니 고민을 거듭하게 되었어요. 더 늦어지면 정리가 안 될 것 같아서 ‘제 아이에게 해주는 말’을 쓴다는 정도로 마음먹으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제가 책을 쓴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브랜드 얘기라고 예상했습니다만, 오히려 제 머릿속에는 브랜드가 특별한 상(象)으로 있지 않아요. 한편으로는 뭐 대수인가 싶습니다. 브랜드를 좇는 건 허상을 좇는 것 같기도 하고요. 브랜드가 함의하고 있는 키워드는 직업인으로서 혹은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결국 일을 잘하는 감각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일의 감각』을 쓰게 됐습니다.
첫 번째 책을 쓰고 나니 주변에서 들려오는 브랜드 이야기에 대한 요청이 많았어요. 이번에 출간한 『비범한 평범』은 매거진 <B>의 첫 페이지에 있는 ‘발행인의 글’을 잘 묶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발행인의 글까지 꼼꼼하게 보는 독자는 많지 않겠지만, 저 스스로를 드러내는 의미 있는 지면이었어요. 문장 몇 줄에 밤을 새우기도 했고요. (웃음) 처음에는 기존에 발행인의 글을 잘 묶으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과거에 나왔던 글들을 모아서 책을 내는 일이 왠지 마음에 편하지 않아서 새롭게 쓴 글로 책을 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책에 담겼으면 좋았겠다는 몇 개의 글이 있었는데, 첫 호인 프라이탁 편처럼 의미를 둘 수 있는 아주 몇 개의 발행인의 글만 가져 오고 나머지는 전부 새로 썼어요.

EXTRA ORDINARY에 대하여, 『비범한 평범』 / 자료 출처 매거진 <B> 인스타그램
Q3. 그간 매거진 <B>에서 다룬 99개의 브랜드는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셨는지요?
매거진 <B>의 브랜드 선정 기준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변화해왔습니다. 당연하게도 초기에는 인지도가 없던 시절이라 브랜드 섭외가 쉽지 않았습니다. 일부 브랜드가 거절해도 뻔뻔하게 밀고 나가기도 했네요. 브랜드 공식 취재가 어려우면 퇴직한 직원이나 소비자를 찾아가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는 'B급' 브랜드를 선별하는데 집중했어요. 누가 봐도 뻔한 A급이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는 피하고, 그보다는 한 단계 아래 있지만 ‘브랜드의 철학’이 명확하고 주목할 만한 브랜드를 조명하는 것이 컨셉이었습니다.
만년필에서도 몽블랑이 A급 브랜드라면, 저희에게는 라미가 B급이었어요. 중반에는 2~3년 치 브랜드 후보를 미리 세팅해두고, 리서치를 거치며 좁히고 넓히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깊이 들여다본 후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탈락시켰죠. 현재는 압도적으로 브랜드 측에서 먼저 연락이 옵니다. 글로벌 본사가 관심을 가질 만큼 매거진 <B>의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죠. 설득의 과정에 힘을 뺄 수 있어진 상황이 감사하고요.
브랜드 선정의 최종 기준은 솔직히 저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BMW가 아닌 아우디를 선택한 이유는 아우디에는 영혼이 있고 벤츠는 영혼이 없다고 생각해서’라는 답변처럼, 미묘한 경쟁 구도 속에서도 브랜드의 본질과 철학을 중시하죠. 다만 지금은 몽블랑도 저희가 다루는 등 현재는 A급과 B급을 가리지 않게 되었어요. 어느 순간을 넘어가며, 최고를 빼고 B급의 브랜드만 다룬다는 초기의 컨셉만으로는 전체 밸런스를 잡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무한대로 영원히 하자’는 마음으로, 브랜드 자체의 가치와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4. 새삼스러운 질문이지만, 매거진 <B>는 왜 발행하시나요?
외부에서 매거진 <B>를 계속 발행하는 이유를 수익을 위해서가 아닌 철학이 있는 좋은 브랜드를 알리고 싶어서라고 많이 생각하시는데요. 정말 오해입니다. (웃음) 너무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 같지만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인데, 제가 사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익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에요. 애초에 매거진 <B>는 미디어 비즈니스가 다른 비즈니스로 뻗어 나가기에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판단으로 출발했으니까요. 매거진 <B>가 오랫동안 적자였고,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한 편 한 편 기대하며 발행을 이어가는 것은 정말 쉽지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좋은 브랜드의 이야기를 발굴한다는 미션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에요. 더 큰 글로벌 시장을 위해 영문판도 동시에 냈고, 독자가 스토리가 궁금하고 결국 해당 호를 구입하고 싶어지는 브랜드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로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를 다루었고요. 이렇게 매거진을 만들어야만 매거진이라는 것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비즈니스적인 목표를 갖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사업을 지속해 올 수 있었어요.

매거진 <B>의 시작, 프라이탁편 / 자료 출처 매거진 <B>
# 좋은 브랜드로, 더 가치 있는 삶을
Q5. 요즘은 누구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시대임에 동시에 브랜드가 금방 잊히기도 합니다. 좋은 브랜드,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비범한 브랜드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자질과 역량, 이런 이야기를 너무 직설적이지 않게 하고 싶어서 『비범한 평범』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51개 브랜드 사례를 보다 보면, 생각보다 대단한 전략 같아 보이지 않거든요. 매거진 <B>에서 다룰 정도면 엄청난 전략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막상 보면 ‘이 정도 컨셉으로 이게 됐다고?’ 싶은 어찌 보면 굉장히 평범하고 상식의 선에서 이루어지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를 바랐습니다.
좋은 브랜드는 대단한 아이디어나 컨셉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브랜드를 끌고 가는 개개인, 즉 오너가 느끼는 감정과 삶의 태도에서 나오는 <일관성> 때문에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남들은 휩쓸려 다닐지언정 ‘나는 이게 더 나은 것 같은데’라는 나만의 시각이 중요하고, 그 시각을 발전시켜서 이어가는 힘이 핵심입니다. 쉬운 것 같지만 굉장히 어렵죠. 주변에서 가만히 안 두거든요.
온갖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되고, 휩쓸려 가다 보면 결국 원래 출발했던 모습에서 바뀌어 있게 됩니다. 좋은 조언을 받아들여서 방향을 바꾸거나 액션을 취할 수는 있지만 얼마 못 가거든요. 브랜드를 끌고 가야만 하는 오너가 진심으로 그 마음이 아니고 단기간의 전략으로만 본다면, 그건 브랜딩이 아니라 기법 같은 거예요. 그냥 홍보 마케팅이라고 해야죠.
한 편으로는 '브랜드'라는 말이 지금 너무 유행어처럼 잘못 쓰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서 무언가를 준비하는 사람도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죠. 브랜딩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할 것처럼 느껴지고, 브랜딩 기법이 순서대로 나와 있다고 여겨지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것을 따라 한다고 브랜딩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도 브랜딩이 되었다고 할 수 없는 건데요. 나라는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전략만을 찾는다면, 그 전략대로 될 리가 없다는 걱정이 많이 들죠.
Q6. ‘오너’에 대한 말씀도 많이 주시는 것 같아요.
입에 올리기 불편한 단어인 것을 알지만, 저는 오너라는 말을 쉽게 등장시키는 편입니다. 제가 말하는 오너란 꼭 지분 상의 오너라기 보다는 일이 잘 되면 가장 득을 보는 사람, 거꾸로는 잘 안되었을 때 데미지가 가장 큰 사람이에요. 이 오너가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너가 나서지 않는 브랜드 프로젝트는 잘 하지 않아요. 지나고 보면 낭비이고 힘만 빼고 '올해의 이벤트' 정도로 끝나기 십상이거든요. 반대로는 그의 마음을 잘 읽고 통할 수 있다면 업종이나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함께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자 합니다.

비미디어컴퍼니에 진열되어 있는, 15년간 달려온 매거진 <B> / 사진 비마이비
Q7. 네스트호텔이나 사운즈 한남처럼 클라이언트의 브랜드도 만드셨고, 매거진 <B>나 일호식, 세컨드키친 등 자체 브랜드로 만드셨어요. 우리 브랜드의 일, 클라이언트의 일의 브랜드 개발 관점에서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클라이언트 일을 한다고 더 힘든 건 아니에요. 클라이언트와 함께 일한다는 건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이 맞았다는 의미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하는 일이랑 똑같다고 봅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 완전히 내 일처럼 느껴지는 상태에서 '내 일 하나 더 한다'는 생각으로 하죠. 그렇기에 중간에 방향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이 되면, 과감하게 그만두기도 해요.
자체 사업이 늘 수익을 보장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 일과 자체 사업을 구분하기보다는 순환 구조로 봅니다. 매거진 <B>가 대표적으로. 클라이언트 컨설팅으로 번 돈을 내 사업에 재투자하는 걸 반복하는 예시인데, 대단한 묘안이라기보단 여기서 물을 길어 저기에다 붓고 있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에요.
모두 똑같겠지만 제 꿈은 자동으로 돈을 버는 회사, 내 사업으로 돈이 잘 벌리고 성장하는 회사를 만드는 거예요. 그렇기 위해선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할 때에 마음이 맞는다면 기꺼이 함께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러지 않아도 된다면 일을 줄여 나가겠죠. 여전히 새로운 브랜드가 런칭을 할 때에는 나의 것 남의 것 가리지 않고 기쁘고요. 그래서 지금은 클라이언트 일과 자체 사업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Q8. 사업을 위한 모델이라고 하기에 매거진 <B>는 1호를 지금의 99호와 견주어도 퀄리티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할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갖고 있어요. 브랜드를 시작함에 있어 린하게 시행 착오를 거칠 수도 있고, 초반부터 전력질주를 할 수도 있을텐데요. 매거진 <B>는 어떤 방향으로 시작하셨나요?
미디어는 특히나 처음부터 압도적인 퀄리티로 시작해야 한다고 믿고, 매거진 <B>는 지금도 그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매거진 <B>의 높은 퀄리티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은 영문판을 계속 내는 것이었어요.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고 영문판까지 인쇄해서 해외에 유통한다는 것은 굉장히 무모한 일이거든요.
그런데도 저는 미디어가 되고 싶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디어가 된다면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아집니다. 다만 미디어는 초반부터도 인정받는 미디어가 아닌데 기존에 있던 미디어처럼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어요. 첫 호를 보고도 ‘얘네 뭐 하는 애들이지’라는 긴장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습작에 불과하거든요. 그래서 더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들었어요. 제가 책에서 말하는 미디어만의 ‘안정감’. 그 느낌을 줘야 해요. 그래야 1호를 들고 두 번째 브랜드를 섭외할 수 있고, 그 다음 브랜드를 섭외할 수 있거든요.
Q9. 런칭할 때는 많은 사람들의 호응과 좋은 평가를 얻었음에도, 다양한 이유에 사라지는 브랜드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래가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브랜드가 꼭 오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래가는 브랜드도 있고 못 가는 브랜드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오래 안 가는 브랜드가 있어야 우리에게 기회가 있고, 오래가지 않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죠. 매거진 <B>에서도 소개한 위워크wework가 팬데믹을 포함한 여러 이슈를 버텼지만 결국 예전의 위상이라고 하기엔 어렵잖아요. 누군가는 아쉬워할 수 있지만, 저는 여전히 그 가치를 인정합니다. 다른 기업에게 벤치마킹 될 수 있는 모델을 제안했기 때문에 위워크는 여전히 제 마음속에 좋은 브랜드로서 남아 있어요. 냉정하게는 없어질 브랜드는 없어져도 되고요, 그 빈틈을 정말 좋은 기업이 기가 막힌 시도를 통해 비집고 들어온다면 그것이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조수용이라는 리더, 조수용이라는 브랜드
Q10. 창업자로서 성공적인 회사와 브랜드를 만드셨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큰 조직의 대표로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님은 어떤 리더이신가요? 어떤 포지션에서도 유지하는 자신만의 원칙과 기준이 있다면요?
저는 디테일하게 매니징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저는 늘 이 생각만 하는거 같아요, ‘이 의사결정이 대세에 지장이 있는가 없는가’. 그 간격을 재기 위한 노력을 늘 많이 해요. 큰 의미가 있지 않거나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을 골라내고 싶어서요. 일의 감각에서 말하는 ‘빼는 감각’과 맞닿아 있어요. 내가 안 해도 되는 일을 과감하게 위임하는 것에 시간을 제일 많이 쓰는 편이에요. 사업에 지장이 없으면 저한테 말하지 말고 알아서 하라고 해요. (웃음) 우리가 앞으로 가는 길에 의미가 있냐, 없냐에 따라 관여도가 달라지죠. 그리고 그중에 사업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에만 엄청 몰입을 해요. 컨설팅을 할 때에도 오너에게 안 해도 되는 미팅들을 걸러내주려고 합니다.
Q11. 그럼 회사 내부에서 보여준 디자인 시안이 진짜 맘에 들어도 피드백을 잘 안하시나요?
네, 사업에 큰 지장이 없으면 피드백 안 해요. 솔직히 말해서 사업에 성패를 가를 정도의 디자인 이슈는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안 될 사업이 디자인 때문에 잘 되는 경우는 지극히 적어요. 하지만 제가 디자인에서 가장 크게 보는 부분이 있다면 스타일이 아닌 완성도에요. 디자인의 스타일은 어떻게든 가능하지만, 완성도는 안정감과 연관되어 있는 맞고 틀리고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완성도는 논의의 대상이 아닌, 그 ‘눈’을 가진 사람이 딱 재는 거예요. ‘완성도가 떨어졌어. 왜냐고 묻지 마, 그냥 그런 거야. 우리 브랜드의 수준은 이 정도야.’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죠. 그렇기 때문에 어느 조직에 가든 그 눈을 가진 사람을 먼저 찾아요. 그에게 완성도에 대한 게이트키핑의 권한을 주고, 저는 디자인 레벨에 대해 완성도를 재는 구조에 대해 세팅하려고 노력해요. 이는 비단 저만의 방식이 아닌 완성도가 높은 브랜드가 갖고 있는 절대 진리라고 생각해요.
Q12. 좋은 브랜드는 결국 좋은 감각과 태도를 지닌 사람에게 나온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 채용을 할 때에 어떤 역량이나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능력보다는 ‘컴플렉스가 없는 사람’인지 봐요. 자기에 대해서 확신이 없는 사람, 사회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지 않거든요. 뭐라고 혼내더라도 자괴감에 빠지거나 억울해 하기보다는 그럴 수 있지라고 하는 사람이 좋아요. 일의 퀄리티는 논의하면서 메꿔갈 수 있지만 그 마음가짐은 잘 안 바꿔 더라고요. 그런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조직에 악영향을 많이 미치기도 하고요.
그리고 조직은 인사가 말한다고 생각해요. 누가 승진하고 누가 나갔는지, 누가 연봉을 많이 받는지가 조직의 현재 모습이에요. 모든 것이 오픈되어 있다는 가정을 두고 조직을 운영하려고 해요.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조금 덜 받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도, 면담에서 ‘네가 우리 회사에서 연봉 3등이야’라는 말을 들으면 불만이 해소될 수 있거든요. 사실 절대적인 것보다 상대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해요. 리더가 먼저 정리해 줄 때에 더 티가 나고, 서로 알아봐 줄 때에 상호 간 신뢰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Q13. 마지막으로, 조수용이라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제가 일을 시작한 20대 초반으로 돌아가면, 그것이 원래의 조수용이라고 생각해요. 브랜드로서 조수용이 뭐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원래의 조수용이라는 인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북토크를 하면 신기하긴 해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와서 질문도 많이 하고 사인도 요청하시거든요. 책을 읽고 본인 업무에 적용해서 잘 됐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기분이 너무 좋죠. 그런데 『일의 감각』 말고도 좋은 책이 많았을 텐데, 제가 대단한 어떤 능력이 있어서 그 사람을 바꿨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의미 있는 순간에 그렇게 인연이 닿았음에 감사하죠.


비미디어컴퍼니 조수용 대표 / 사진 비마이비
📚비마이비 북토크 with 개운산마을 조합📚

BemyB;ooktalk with ⟪우주를 짓다⟫ 좋은 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우리가 꿈꾸는 삶은 어떤 공간에서 자라날 수 있을까?
우리는 오래전부터 집을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삶을 담는 그릇’으로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정작 우리는 ‘좋은 집은 어떤 모습인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가끔 잊고 살곤 합니다.
이번 북토크에서는 『우주를 짓다』를 통해 건축주와 함께 ‘삶을 담는 집’을 고민해 온 윤주연 건축가와 함께 집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좋은 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탐색해 보려 합니다.
한 해의 끝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내가 꿈꾸는 집과 삶의 모습'을 다시 떠올려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세션은 좋은 삶을 꿈꾸며 새로운 아파트를 만들어가는 개운산마을 조합과 브랜드 커뮤니티 비마이비가 함께 준비했습니다.
⚫ 북토크 개요⚫
📍 주제: “당신이 꿈꾸는 집은 어떤 모습인가요?” 삶을 짓는 건축가의 생각법
📍 연사: 윤주연 (호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 일시: 12/18 (목) 19:30~21:00
📍 장소: 비마이비 도산 스페이스 (강남구 언주로 727 트리스빌딩 2층)
👉 북토크 세부 내용 확인하기
🎁 당일 세션에 참가해 주신 분들께 <우주를 짓다> 1권을 증정합니다.
my B letter의 본문과 큐레이션을 포함, 비마이비의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비마이비에게 있습니다.
<비마이비의 모든 콘텐츠 자산의 무단 사용 및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콘텐츠의 활용을 금지합니다>
여러분에게 [브랜드]는 어떤 의미인가요? 브랜드를 왜 만들고, 그를 통해 무엇을 이루려고 하시나요?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했나요. 네이버에선 최연소 임원을, 카카오의 공동대표이사를 역임하고 매거진 <B>를 15년간 발행해 온 비미디어컴퍼니의 조수용 대표. 조수용 대표의 책과 말에는 언제나 '브랜드 이전의 질문'이 놓입니다. 최근 발간된 『비범한 평범』에서는 우리가 막연하게 동경해온 브랜드라는 개념을 한 발 떨어져 볼 수 있게 만들었고, 전작인 『일의 감각』에서는 일하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더 잘할지 이전에 무엇을 덜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을 던졌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99개의 브랜드를 다루어 온 매거진 <B> 역시 비슷한 결론을 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는 브랜드는 대단한 전략이나 유행하는 기법이 아닌, 브랜드를 책임지고 이끌어 갈 개인이 얼마나 상식적이고 문제 해결적이며 어떠한 태도로 선택하고 판단해 왔는지가 브랜드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사실을요.
조수용 대표는 브랜드가 보이는 것 혹은 만드는 기술보다 직업인으로서 혹은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브랜드는 허상에 가깝다고요. 다만 그 허상은 뜬구름이 될 수도, 아주 강력한 당김의 힘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문제는 그 허상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이죠. 남들이 만든 기준을 빌려 쓴 이미지인지, 혹은 스스로가 납득한 감정과 판단이 축적된 결과인지에 따라서요. 그래서 그는 흔들리지 않는 기준, 반복되는 태도를 더욱 강조합니다. 일관되게 유지된 허상이라면 그것은 신뢰가 되고, 그렇지 않다면 결국 스스로를 속이는 결과가 나올 테니까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만드는 브랜드는 어떤 허상일까요?
오늘 마이비레터에서 만난 조수용 대표와 함께, 우리는 무엇을 위해 브랜드를 만들고 어떻게 지켜나가고 있는지 되짚어 보아요.
Q1. 안녕하세요, 대표님. 마이비레터 구독자들을 위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5년간 매거진 <B>를 발행하고 있는 조수용입니다. 최근에 두 권의 책을 쓰며 작가님이라고도 불러주시는데 아직은 어색해요. (웃음) 그렇지만 제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디자인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어딘가에 회원 가입을 할 때에 직업란에는 늘 ‘디자이너’라고 씁니다. 한 줄로 말하면 글을 쓰며 여러 브랜드 돕는 일을 하며 지내고 있는 사람입니다.
# 평범한 브랜드를 비범하게
Q2. 신간 『비범한 평범』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난 『일의 감각』에서는 일과 삶의 태도에 대한 대표님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도서는 매거진 <B>에서 다뤘던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쓰셨는데 그 출간 배경이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답변에 앞서 『일의 감각』책을 쓰게 된 계기를 먼저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카카오 대표이사를 그만두고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던 때, 그간 고민한 것과 쌓인 경험들을 책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가 물어보면 대답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자니 고민을 거듭하게 되었어요. 더 늦어지면 정리가 안 될 것 같아서 ‘제 아이에게 해주는 말’을 쓴다는 정도로 마음먹으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제가 책을 쓴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브랜드 얘기라고 예상했습니다만, 오히려 제 머릿속에는 브랜드가 특별한 상(象)으로 있지 않아요. 한편으로는 뭐 대수인가 싶습니다. 브랜드를 좇는 건 허상을 좇는 것 같기도 하고요. 브랜드가 함의하고 있는 키워드는 직업인으로서 혹은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결국 일을 잘하는 감각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일의 감각』을 쓰게 됐습니다.
첫 번째 책을 쓰고 나니 주변에서 들려오는 브랜드 이야기에 대한 요청이 많았어요. 이번에 출간한 『비범한 평범』은 매거진 <B>의 첫 페이지에 있는 ‘발행인의 글’을 잘 묶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발행인의 글까지 꼼꼼하게 보는 독자는 많지 않겠지만, 저 스스로를 드러내는 의미 있는 지면이었어요. 문장 몇 줄에 밤을 새우기도 했고요. (웃음) 처음에는 기존에 발행인의 글을 잘 묶으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과거에 나왔던 글들을 모아서 책을 내는 일이 왠지 마음에 편하지 않아서 새롭게 쓴 글로 책을 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책에 담겼으면 좋았겠다는 몇 개의 글이 있었는데, 첫 호인 프라이탁 편처럼 의미를 둘 수 있는 아주 몇 개의 발행인의 글만 가져 오고 나머지는 전부 새로 썼어요.
EXTRA ORDINARY에 대하여, 『비범한 평범』 / 자료 출처 매거진 <B> 인스타그램
Q3. 그간 매거진 <B>에서 다룬 99개의 브랜드는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셨는지요?
매거진 <B>의 브랜드 선정 기준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변화해왔습니다. 당연하게도 초기에는 인지도가 없던 시절이라 브랜드 섭외가 쉽지 않았습니다. 일부 브랜드가 거절해도 뻔뻔하게 밀고 나가기도 했네요. 브랜드 공식 취재가 어려우면 퇴직한 직원이나 소비자를 찾아가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는 'B급' 브랜드를 선별하는데 집중했어요. 누가 봐도 뻔한 A급이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는 피하고, 그보다는 한 단계 아래 있지만 ‘브랜드의 철학’이 명확하고 주목할 만한 브랜드를 조명하는 것이 컨셉이었습니다.
만년필에서도 몽블랑이 A급 브랜드라면, 저희에게는 라미가 B급이었어요. 중반에는 2~3년 치 브랜드 후보를 미리 세팅해두고, 리서치를 거치며 좁히고 넓히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깊이 들여다본 후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탈락시켰죠. 현재는 압도적으로 브랜드 측에서 먼저 연락이 옵니다. 글로벌 본사가 관심을 가질 만큼 매거진 <B>의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죠. 설득의 과정에 힘을 뺄 수 있어진 상황이 감사하고요.
브랜드 선정의 최종 기준은 솔직히 저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BMW가 아닌 아우디를 선택한 이유는 아우디에는 영혼이 있고 벤츠는 영혼이 없다고 생각해서’라는 답변처럼, 미묘한 경쟁 구도 속에서도 브랜드의 본질과 철학을 중시하죠. 다만 지금은 몽블랑도 저희가 다루는 등 현재는 A급과 B급을 가리지 않게 되었어요. 어느 순간을 넘어가며, 최고를 빼고 B급의 브랜드만 다룬다는 초기의 컨셉만으로는 전체 밸런스를 잡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무한대로 영원히 하자’는 마음으로, 브랜드 자체의 가치와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4. 새삼스러운 질문이지만, 매거진 <B>는 왜 발행하시나요?
외부에서 매거진 <B>를 계속 발행하는 이유를 수익을 위해서가 아닌 철학이 있는 좋은 브랜드를 알리고 싶어서라고 많이 생각하시는데요. 정말 오해입니다. (웃음) 너무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 같지만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인데, 제가 사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익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에요. 애초에 매거진 <B>는 미디어 비즈니스가 다른 비즈니스로 뻗어 나가기에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판단으로 출발했으니까요. 매거진 <B>가 오랫동안 적자였고,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한 편 한 편 기대하며 발행을 이어가는 것은 정말 쉽지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좋은 브랜드의 이야기를 발굴한다는 미션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에요. 더 큰 글로벌 시장을 위해 영문판도 동시에 냈고, 독자가 스토리가 궁금하고 결국 해당 호를 구입하고 싶어지는 브랜드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로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를 다루었고요. 이렇게 매거진을 만들어야만 매거진이라는 것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비즈니스적인 목표를 갖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사업을 지속해 올 수 있었어요.
매거진 <B>의 시작, 프라이탁편 / 자료 출처 매거진 <B>
# 좋은 브랜드로, 더 가치 있는 삶을
Q5. 요즘은 누구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시대임에 동시에 브랜드가 금방 잊히기도 합니다. 좋은 브랜드,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비범한 브랜드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자질과 역량, 이런 이야기를 너무 직설적이지 않게 하고 싶어서 『비범한 평범』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51개 브랜드 사례를 보다 보면, 생각보다 대단한 전략 같아 보이지 않거든요. 매거진 <B>에서 다룰 정도면 엄청난 전략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막상 보면 ‘이 정도 컨셉으로 이게 됐다고?’ 싶은 어찌 보면 굉장히 평범하고 상식의 선에서 이루어지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를 바랐습니다.
좋은 브랜드는 대단한 아이디어나 컨셉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브랜드를 끌고 가는 개개인, 즉 오너가 느끼는 감정과 삶의 태도에서 나오는 <일관성> 때문에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남들은 휩쓸려 다닐지언정 ‘나는 이게 더 나은 것 같은데’라는 나만의 시각이 중요하고, 그 시각을 발전시켜서 이어가는 힘이 핵심입니다. 쉬운 것 같지만 굉장히 어렵죠. 주변에서 가만히 안 두거든요.
온갖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되고, 휩쓸려 가다 보면 결국 원래 출발했던 모습에서 바뀌어 있게 됩니다. 좋은 조언을 받아들여서 방향을 바꾸거나 액션을 취할 수는 있지만 얼마 못 가거든요. 브랜드를 끌고 가야만 하는 오너가 진심으로 그 마음이 아니고 단기간의 전략으로만 본다면, 그건 브랜딩이 아니라 기법 같은 거예요. 그냥 홍보 마케팅이라고 해야죠.
한 편으로는 '브랜드'라는 말이 지금 너무 유행어처럼 잘못 쓰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서 무언가를 준비하는 사람도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죠. 브랜딩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할 것처럼 느껴지고, 브랜딩 기법이 순서대로 나와 있다고 여겨지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것을 따라 한다고 브랜딩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도 브랜딩이 되었다고 할 수 없는 건데요. 나라는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전략만을 찾는다면, 그 전략대로 될 리가 없다는 걱정이 많이 들죠.
Q6. ‘오너’에 대한 말씀도 많이 주시는 것 같아요.
입에 올리기 불편한 단어인 것을 알지만, 저는 오너라는 말을 쉽게 등장시키는 편입니다. 제가 말하는 오너란 꼭 지분 상의 오너라기 보다는 일이 잘 되면 가장 득을 보는 사람, 거꾸로는 잘 안되었을 때 데미지가 가장 큰 사람이에요. 이 오너가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너가 나서지 않는 브랜드 프로젝트는 잘 하지 않아요. 지나고 보면 낭비이고 힘만 빼고 '올해의 이벤트' 정도로 끝나기 십상이거든요. 반대로는 그의 마음을 잘 읽고 통할 수 있다면 업종이나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함께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자 합니다.
비미디어컴퍼니에 진열되어 있는, 15년간 달려온 매거진 <B> / 사진 비마이비
Q7. 네스트호텔이나 사운즈 한남처럼 클라이언트의 브랜드도 만드셨고, 매거진 <B>나 일호식, 세컨드키친 등 자체 브랜드로 만드셨어요. 우리 브랜드의 일, 클라이언트의 일의 브랜드 개발 관점에서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클라이언트 일을 한다고 더 힘든 건 아니에요. 클라이언트와 함께 일한다는 건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이 맞았다는 의미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하는 일이랑 똑같다고 봅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 완전히 내 일처럼 느껴지는 상태에서 '내 일 하나 더 한다'는 생각으로 하죠. 그렇기에 중간에 방향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이 되면, 과감하게 그만두기도 해요.
자체 사업이 늘 수익을 보장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 일과 자체 사업을 구분하기보다는 순환 구조로 봅니다. 매거진 <B>가 대표적으로. 클라이언트 컨설팅으로 번 돈을 내 사업에 재투자하는 걸 반복하는 예시인데, 대단한 묘안이라기보단 여기서 물을 길어 저기에다 붓고 있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에요.
모두 똑같겠지만 제 꿈은 자동으로 돈을 버는 회사, 내 사업으로 돈이 잘 벌리고 성장하는 회사를 만드는 거예요. 그렇기 위해선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할 때에 마음이 맞는다면 기꺼이 함께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러지 않아도 된다면 일을 줄여 나가겠죠. 여전히 새로운 브랜드가 런칭을 할 때에는 나의 것 남의 것 가리지 않고 기쁘고요. 그래서 지금은 클라이언트 일과 자체 사업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Q8. 사업을 위한 모델이라고 하기에 매거진 <B>는 1호를 지금의 99호와 견주어도 퀄리티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할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갖고 있어요. 브랜드를 시작함에 있어 린하게 시행 착오를 거칠 수도 있고, 초반부터 전력질주를 할 수도 있을텐데요. 매거진 <B>는 어떤 방향으로 시작하셨나요?
미디어는 특히나 처음부터 압도적인 퀄리티로 시작해야 한다고 믿고, 매거진 <B>는 지금도 그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매거진 <B>의 높은 퀄리티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은 영문판을 계속 내는 것이었어요.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고 영문판까지 인쇄해서 해외에 유통한다는 것은 굉장히 무모한 일이거든요.
그런데도 저는 미디어가 되고 싶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디어가 된다면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아집니다. 다만 미디어는 초반부터도 인정받는 미디어가 아닌데 기존에 있던 미디어처럼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어요. 첫 호를 보고도 ‘얘네 뭐 하는 애들이지’라는 긴장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습작에 불과하거든요. 그래서 더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들었어요. 제가 책에서 말하는 미디어만의 ‘안정감’. 그 느낌을 줘야 해요. 그래야 1호를 들고 두 번째 브랜드를 섭외할 수 있고, 그 다음 브랜드를 섭외할 수 있거든요.
Q9. 런칭할 때는 많은 사람들의 호응과 좋은 평가를 얻었음에도, 다양한 이유에 사라지는 브랜드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래가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브랜드가 꼭 오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래가는 브랜드도 있고 못 가는 브랜드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오래 안 가는 브랜드가 있어야 우리에게 기회가 있고, 오래가지 않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죠. 매거진 <B>에서도 소개한 위워크wework가 팬데믹을 포함한 여러 이슈를 버텼지만 결국 예전의 위상이라고 하기엔 어렵잖아요. 누군가는 아쉬워할 수 있지만, 저는 여전히 그 가치를 인정합니다. 다른 기업에게 벤치마킹 될 수 있는 모델을 제안했기 때문에 위워크는 여전히 제 마음속에 좋은 브랜드로서 남아 있어요. 냉정하게는 없어질 브랜드는 없어져도 되고요, 그 빈틈을 정말 좋은 기업이 기가 막힌 시도를 통해 비집고 들어온다면 그것이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조수용이라는 리더, 조수용이라는 브랜드
Q10. 창업자로서 성공적인 회사와 브랜드를 만드셨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큰 조직의 대표로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님은 어떤 리더이신가요? 어떤 포지션에서도 유지하는 자신만의 원칙과 기준이 있다면요?
저는 디테일하게 매니징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저는 늘 이 생각만 하는거 같아요, ‘이 의사결정이 대세에 지장이 있는가 없는가’. 그 간격을 재기 위한 노력을 늘 많이 해요. 큰 의미가 있지 않거나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을 골라내고 싶어서요. 일의 감각에서 말하는 ‘빼는 감각’과 맞닿아 있어요. 내가 안 해도 되는 일을 과감하게 위임하는 것에 시간을 제일 많이 쓰는 편이에요. 사업에 지장이 없으면 저한테 말하지 말고 알아서 하라고 해요. (웃음) 우리가 앞으로 가는 길에 의미가 있냐, 없냐에 따라 관여도가 달라지죠. 그리고 그중에 사업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에만 엄청 몰입을 해요. 컨설팅을 할 때에도 오너에게 안 해도 되는 미팅들을 걸러내주려고 합니다.
Q11. 그럼 회사 내부에서 보여준 디자인 시안이 진짜 맘에 들어도 피드백을 잘 안하시나요?
네, 사업에 큰 지장이 없으면 피드백 안 해요. 솔직히 말해서 사업에 성패를 가를 정도의 디자인 이슈는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안 될 사업이 디자인 때문에 잘 되는 경우는 지극히 적어요. 하지만 제가 디자인에서 가장 크게 보는 부분이 있다면 스타일이 아닌 완성도에요. 디자인의 스타일은 어떻게든 가능하지만, 완성도는 안정감과 연관되어 있는 맞고 틀리고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완성도는 논의의 대상이 아닌, 그 ‘눈’을 가진 사람이 딱 재는 거예요. ‘완성도가 떨어졌어. 왜냐고 묻지 마, 그냥 그런 거야. 우리 브랜드의 수준은 이 정도야.’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죠. 그렇기 때문에 어느 조직에 가든 그 눈을 가진 사람을 먼저 찾아요. 그에게 완성도에 대한 게이트키핑의 권한을 주고, 저는 디자인 레벨에 대해 완성도를 재는 구조에 대해 세팅하려고 노력해요. 이는 비단 저만의 방식이 아닌 완성도가 높은 브랜드가 갖고 있는 절대 진리라고 생각해요.
Q12. 좋은 브랜드는 결국 좋은 감각과 태도를 지닌 사람에게 나온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 채용을 할 때에 어떤 역량이나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능력보다는 ‘컴플렉스가 없는 사람’인지 봐요. 자기에 대해서 확신이 없는 사람, 사회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지 않거든요. 뭐라고 혼내더라도 자괴감에 빠지거나 억울해 하기보다는 그럴 수 있지라고 하는 사람이 좋아요. 일의 퀄리티는 논의하면서 메꿔갈 수 있지만 그 마음가짐은 잘 안 바꿔 더라고요. 그런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조직에 악영향을 많이 미치기도 하고요.
그리고 조직은 인사가 말한다고 생각해요. 누가 승진하고 누가 나갔는지, 누가 연봉을 많이 받는지가 조직의 현재 모습이에요. 모든 것이 오픈되어 있다는 가정을 두고 조직을 운영하려고 해요.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조금 덜 받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도, 면담에서 ‘네가 우리 회사에서 연봉 3등이야’라는 말을 들으면 불만이 해소될 수 있거든요. 사실 절대적인 것보다 상대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해요. 리더가 먼저 정리해 줄 때에 더 티가 나고, 서로 알아봐 줄 때에 상호 간 신뢰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Q13. 마지막으로, 조수용이라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제가 일을 시작한 20대 초반으로 돌아가면, 그것이 원래의 조수용이라고 생각해요. 브랜드로서 조수용이 뭐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원래의 조수용이라는 인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북토크를 하면 신기하긴 해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와서 질문도 많이 하고 사인도 요청하시거든요. 책을 읽고 본인 업무에 적용해서 잘 됐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기분이 너무 좋죠. 그런데 『일의 감각』 말고도 좋은 책이 많았을 텐데, 제가 대단한 어떤 능력이 있어서 그 사람을 바꿨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의미 있는 순간에 그렇게 인연이 닿았음에 감사하죠.
비미디어컴퍼니 조수용 대표 / 사진 비마이비
📚비마이비 북토크 with 개운산마을 조합📚
BemyB;ooktalk with ⟪우주를 짓다⟫ 좋은 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우리가 꿈꾸는 삶은 어떤 공간에서 자라날 수 있을까?
우리는 오래전부터 집을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삶을 담는 그릇’으로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정작 우리는 ‘좋은 집은 어떤 모습인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가끔 잊고 살곤 합니다.
이번 북토크에서는 『우주를 짓다』를 통해 건축주와 함께 ‘삶을 담는 집’을 고민해 온 윤주연 건축가와 함께 집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좋은 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탐색해 보려 합니다.
한 해의 끝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내가 꿈꾸는 집과 삶의 모습'을 다시 떠올려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세션은 좋은 삶을 꿈꾸며 새로운 아파트를 만들어가는 개운산마을 조합과 브랜드 커뮤니티 비마이비가 함께 준비했습니다.
⚫ 북토크 개요⚫
📍 주제: “당신이 꿈꾸는 집은 어떤 모습인가요?” 삶을 짓는 건축가의 생각법
📍 연사: 윤주연 (호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 일시: 12/18 (목) 19:30~21:00
📍 장소: 비마이비 도산 스페이스 (강남구 언주로 727 트리스빌딩 2층)
👉 북토크 세부 내용 확인하기
🎁 당일 세션에 참가해 주신 분들께 <우주를 짓다> 1권을 증정합니다.
my B letter의 본문과 큐레이션을 포함, 비마이비의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비마이비에게 있습니다.
<비마이비의 모든 콘텐츠 자산의 무단 사용 및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콘텐츠의 활용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