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하는 사람들은 어떤 브랜딩적 생각을 할까요?
많은 기업들이 브랜딩의 필요성을 느끼는 동시에, 브랜딩의 여러 과정에서 막막함과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데요. 쏘카 조준형 CMO의 신간 <브랜딩적 생각>은 이러한 어려움과 궁금함을 시원하게 해결해 줄 브랜딩적 사고의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2일, 국내 최대 브랜드 커뮤니티 비마이비에서는 <브랜딩적 생각> 출간을 맞아, 조준형 CMO의 북토크를 진행했는데요. 유익했던 북토크 이후, 브랜딩을 하는 4인이 모여 더 깊은 인사이트를 나누었습니다. 더워터멜론 우승우 공동대표의 모더레이팅으로, 조준형 CMO와 Seaside City 전우성 대표 그리고 LMNT 최장순 대표와 함께 브랜딩적 사고와 고민을 나누었는데요.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조합. 최근 비마이비 브랜드 세션 중 가장 빨리 sold out 된 뜨거웠던 현장의 인사이트와 미처 다 담지 못한 추가 인사이트까지 정리해왔습니다. 북토크 내용은 분량 관계상, 오늘 레터 마지막에 후기 콘텐츠로 안내해 드릴게요! 형광펜 준비 되셨나요?
* 오늘 레터는 토크 현장에서의 QnA + 별도 질의로 구성되었습니다.
** 더워터멜론 우승우 공동대표는 모더레이팅의 역할로 인해, 다른 연사에 비해 질의 응답 수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브랜딩 전문가 4인의 브랜드적 생각 | ① 조준형 CMO
Q01. CMO님에게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브랜딩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하는 일에 대해 지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 계기는 없으셨는지, 그럼에도 오랜 시간 동안 이 일을 계속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브랜딩의 매력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본질적 기능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서 더 큰 가치를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 이걸 왜 만들었는지, 왜 이런 모습으로 디자인했는지, 다른 것과 뭐가 다른지, 이게 당신에게 왜 좋은지 등에 대한 답을 구하면서 그 가치를 만들어 가는데요. 답을 구하는 그 과정이 아주 매력이 있습니다. 지치거나 매너리즘에 빠진 적이 있긴 하지만 그리 심각한 편은 아니었어요. 맡은 브랜드를 저와 일체화하며 애정을 듬뿍 담는 편입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제가 한 브랜드를 섬기고 일한 게 아니라 다양한 산업의 여러 브랜드를 거치며 다양성을 경험한 것, 그 여러 브랜드의 성공 경험을 한 번씩 가졌다는 것이 이 일을 계속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Q02. <브랜딩적 생각>의 브랜딩에 대한 중요한 요소 중, 가장 공감되는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1) 브랜딩은 감정과 기분의 영역을 다루는 것 2) 핵심 연상 이미지의 구축 3) 널리 알리기 4) 자꾸만 생각나게 하기 5) 오랜 친구 되기
모두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오랜 친구 되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브랜드는 지속성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팬들이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어렵고, 그렇기에 브랜드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팬들과 오랜 친구가 되어 계속해서 우리 브랜드를 찾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Q03. <브랜딩적 생각>에는 ‘기분’을 중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명시하신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만 기분이라는 것은 주관적일 수도, 측정이 어려운 것일 수도 있는데요. 기분을 중시하는 브랜딩적 생각은 어떤 기준을 놓고 진행해야 할까요? 내부적으로 반대에 맞닥뜨린다면, 어떤 근거로 설득을 하시나요?
실은 ‘좋은 기분을 유지하는 것’은 늘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이 기분은 측정할 수도 없고, 기준도 세우기 어려워요. 하지만 사람들은 유머로 자신의 말문을 여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유튜브 콘텐츠의 조회수를 그 예시로만 봐도, 부정적이고 우울한 것보다 긍정적이고 웃긴 콘텐츠를 훨씬 더 많이 보잖아요. 좋은 기분을 만드는 방법 또한 한정되지 않습니다. 너무나 많아요. 아름다운 것을 봐도 기분이 좋고, 대접받는 느낌을 주는 말을 쓰는 사람과 있어도 기분이 좋고, 좋은 향기를 맡는다거나, 비싼 물건을 싸게 득템할 수 있을 때도, 남들이 구하기 어려운 것을 나는 구할 수 있을 때도 기분이 좋잖아요. 기획할 때부터 ‘기분이 좋게 만들자’는 생각을 할 필요까진 없어요. 잘 된 브랜딩과 그렇지 않은 브랜딩을 평가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 구석이 있는가?’가 판단기준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Q04. 우리 브랜드가 만들려고 하는 이미지를 이미 다른 브랜드가 점유하고 있다면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요?
‘환경’이라는 키워드로 예로 들어 볼게요. 같은 환경이더라도, A라는 기업은 나무를 심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할 수 있고요. B는 생산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할 수 있고, C는 서비스의 배치를 다르게 할 수도 있어요. 이렇게 같은 주제라고 하더라도 그 주제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또는 어디에 강조점을 둘 것인지에 따라 브랜드의 차별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실행의 관점에서 차별화를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서 소수의 팬을 만들고 이를 확장하는 것이 옳지 않나 라는 생각입니다.
Q05. 브랜딩을 통해 빚은 우리 브랜드의 차별화를 실제 시장에서 적용시키기 어려운 경우에는 어떻게 합의점을 찾으시나요? 브랜딩에 있어,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좁히는 묘수를 어떻게 찾고 적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너무나 여러 방법이 있지만… 일단 저의 경우는 실제 시장에서 적용시키기 어려운 차별화는 기획 단계에서 대체로 걸러지는 것 같아요. 이런 의문은 ‘이 포인트는 개념이 좋고 말은 예쁘지만, 실제 구현이 될까? 의도대로 보일까? 전달이 제대로 안될 것 같은데?’와 같은 말풍선들이 아이디어가 나오자마자 난무하거든요. 오랜 경험이 만들어준 유산이겠죠.
이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시장에서 적용시키기가 어렵다면, 두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는, 더 세분화하는 거예요. 정한 차별화 포인트를 더 쪼갭니다. ‘환경친화’라는 테마가 차별화가 어렵다면, 공기인지, 물인지, 동물인지, 재활용인지 등 ‘환경’이라는 단어 아래에 더 잘게 찢을 수 있을 겁니다.
또 한 가지는 강도를 더 높이는 겁니다. 메시지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디자인을 볼드하고 눈에 잘 띄는 컬러를 쓸 수도, 카피를 자극적인 단어를 활용할 수도, 아주 강한 이미지의 모델을 쓰든 등 여러 방법들을 찾아 가며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를 할 수 있을 겁니다.
Q06. 브랜딩은 경제 상황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의 저성장 고물가 상황에서 브랜딩의 역할과 중요성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브랜딩이 잘 되어 있으면 상대적으로 경기를 덜 탄다고 믿어요. 저성장 고물가 상황에서는 사람들의 소비활동이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죠. 구매 빈도가 줄어듭니다. 그럴 때는 한 번의 구매활동에 실패를 하면 타격이 크기 때문에 구매 경험이 없거나 잘 모르는 브랜드의 구매를 피하게 됩니다. 원래 잘 아는 브랜드, 과거의 구매 경험에서 만족도가 높았던 브랜드, 잘은 모르지만 믿을 만한 사람이 추천하는 브랜드를 사는 게 성공확률이 높죠.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모두 브랜딩이 잘 된 브랜드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그간 힘 써오던 브랜딩 활동의 덕을 보게 됩니다.
Q07. 예산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할 수 있는 브랜딩의 첫 시작은 무엇인가요?
예산이 없을 때에도 이 제품의 핵심 메시지와 베네핏이 무엇이냐를 확실히 해서, 코어 메시지를 도출해야 합니다. 그 이후 고퀄리티의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어렵고 매체를 사기 어렵더라도, 우리를 알릴 수 있는 단 하나의 채널이라도 찾아야겠죠. 먼저 주변의 사람들/팬들부터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SPC 시절 제가 담당했던 호빵을 예로 말씀드리면, 호빵은 시즈널한 제품인데요. ‘호빵’하면 생각나는 핵심 이미지를 찾았어요. 김이 나는 이미지가 호빵을 대표한다고 생각했고, 김을 낼 수 있는 호찜이를 만들어서 카카오 선물하기에 단독 입점했죠. 이 아이템을 통해 해당 연도의 호빵 판매에서 효과를 봤습니다.
Q08. 스몰 브랜드에서 브랜드를 담당할 수 있는 사람이 혼자뿐인 상황에서, 한 기업 안에서 브랜드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일까요?
‘우리는 이렇게 보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고민하며 인사부터 연구, 개발, 생산, 포장 등 각 부서를 찾아다니며 참견을 하고 다녀요. 각 부서에 대한 선행 연구는 필수이겠죠. 비록 ‘너가 개발을 알아?’라며 까임에도 불구하고 그러고 다녀야 해요. 저는 모든 부서에 죄송한 직무가 마케터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요. (웃음) 마케터라면 브랜드와 제품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정말 모든 부분에 관여해야 하는데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런 마케터의 고충을 이해하고 서포트해 줄 수 있는 보스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고 힘든 요소이죠.
Q09. 브랜딩이라고 하면 디자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데요. 디자이너와는 어느 정도로 긴밀하게 일하시나요?
당연히 브랜딩은 디자인과 뗄 수 없죠. 브랜딩은 메시지를 전하는 활동이고, 디자인을 통한 시각적 언어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 어떤 형태의 언어보다 전달 강도가 강하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늘 디자이너분들과 딱 붙어서 일을 합니다. SK컴즈 시절에는 브랜딩팀이 디자인센터 내에 있었고요, 제가 속하건 이끌건 조직에 늘 디자이너분들이 계셨어요. 기획할 때 컨셉을 잡을 때부터 디자이너의 의견을 반영하고, 어떻게 표현될 지 상상을 하며 기획을 합니다. 브랜딩 디자인계를 리드하는 또래 디자이너들과도 서로를 리스펙트하며 가까이 지내고 있어요.
Q10. 마지막으로 ‘조준형’이라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웬만하면 도와주려 하는 의리있는 사람. 그러니까 브랜딩 고민 있으신 분 메일 주세요. 원포인트 레슨 정도는 기꺼이 하겠습니다.
👉🏻 joonhyong.jo@gmail.com
브랜딩 전문가 4인의 브랜드적 생각 | ② 전우성 대표
Q01. 대표님에게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브랜딩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하는 일에 대해 지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 계기는 없으셨는지, 그럼에도 오랜 시간동안 이 일을 계속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브랜딩의 매력은 굉장히 다양한데요. 그중 저에게 매력적인 한 가지를 뽑자면, 사람들을 통해 제가 담당한 브랜드가 다양한 방식으로 긍정적으로 언급되고 또 확산되는 데 있습니다. 결국 저에게는 조금씩 브랜드의 팬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직간접적으로 브랜드의 지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때 개인적으로 큰 매력을 느낍니다. 이 매력은 저에겐 중독성이 꽤 강해요. 그래서 매너리즘에 빠졌다면 이 매력을 평소보다 자주 느끼지 못했을 확률이 큽니다. (마치 금단현상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렇다면 별 수 있나요? 다시 그 매력을 느끼도록 노력해야죠. 결국 저는 브랜딩의 성과를 내는 것이 저에게 가장 매력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Q02. <브랜딩적 생각>의 브랜딩에 대한 중요한 요소 중, 가장 공감되는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1) 브랜딩은 감정과 기분의 영역을 다루는 것 2) 핵심 연상 이미지의 구축 3) 널리 알리기 4) 자꾸만 생각나게 하기 5) 오랜 친구 되기
브랜딩을 할 때에 늘 브랜드의 핵심 경험을 고민하는데요. 반드시 사람들에게 우리 브랜드가 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죠. ‘내가 제일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는 무엇인가?’라는 핵심적인 고민에서 브랜드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어떤 것을 널리 알릴 것인가’, ‘자꾸 생각나게 할 것도, 무엇을 생각나게 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1번과 2번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여요
Q03. 대표님께서 생각하는 브랜딩적 생각이란 무엇인가요?
궁극적인 목표로 본다면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 이것에 충실한 브랜드가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목표라면 우리 브랜드를 아는 100명보다 사랑하는 1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브랜딩과 마케팅, 누구 하나 맞고 틀리고가 아닌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 즉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데요.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전략이 필요한데, 그 전략은 마케팅 전략이 될 수도 있고 브랜딩 전략이 될 수도 있고, 사업 전략, 인사 전략, 재무 전략 등 다양한 방향이 있을 수 있겠죠. 전쟁으로 비유한다면 상대방을 꺾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결국에는 이겨야겠죠. 다양한 변수에 맞는 다양한 전략을 따로 또 같이, 때로는 선택적으로, 때로는 색다른 조합을 통해서요.
Q04. 브랜딩을 통해 빚은 우리 브랜드의 차별화를 실제 시장에서 적용시키기 어려운 경우에는 어떻게 합의점을 찾으시나요? 혹은 이미 시장에 우리 브랜드가 목표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브랜드가 이미 있다면요? 브랜딩에 있어,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좁히는 묘수를 어떻게 찾고 적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실제 시장에서 적용시키기 어렵다면 그것은 브랜딩 전략을 잘못 설정했을 확률이 큽니다. 그럴 경우에는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차별점으로의 전환을 다시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한편으론 리브랜딩으로 명명할 수도 있겠습니다. 한편으로는 브랜딩 역시 시장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단, 이것은 우리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경험의 변화라기보다는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의 변화일 확률이 저는 크다고 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브랜딩은 합의가 아닌 선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간의 합의를 통해서 무언가를 진행했을 때 뾰족함보다는 둥글어지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인데요. 저는 브랜딩은 굉장히 뾰족하고 날카로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더욱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좁히는 데에는 묘수가 없습니다. 그 둘은 늘 다르기에, 브랜딩 활동을 통해서 간극을 계속 좁혀가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Q05. <브랜딩적 생각>에는 ‘기분’을 중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기분이라는 것은 주관적일수도, 측정이 어려운 것일 수도 있는데요. 기분을 중시하는 브랜딩적 생각은 어떤 기준을 놓고 진행해야 할까요? 내부적으로 반대에 맞닥뜨린다면, 어떤 근거로 설득을 하시나요?
조준형 작가님은 ‘기분’이라고 표현했는데, 저는 이것을 ‘감성적 핵심 경험’이라고도 표현하고 싶네요. 감성적 핵심 경험은 우리 브랜드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자 이미지 혹은 일종의 키워드인데요. 이게 기분이라는 표현으로 치환되어도 무방한 것 같아요. 물론 이 감성적 경험은 수치적인 측정은 불가하죠. 하지만 이것을 통해서 그 브랜드만의 가치를 주는 브랜드들은 분명히 있거든요. 에비앙은 ‘허영이나 부유함’이 떠오르고 볼보는 ‘안전’이라는 감정이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죠. 사실 요즘은 모든 자동차가 다 안전해요.
그것의 결정에 사전에 근거를 두기란 없습니다. 우리가 시장에서 어떻게 보이길 원하는지에 대한 뾰족한 결정이 필요할 뿐이죠. 경쟁사가 가지지 않은 그 느낌과 감정, 기분이 근거라면 근거일 것입니다. 사람마다 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 반대도 있을 수 있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밀어붙여야 하는 것이 브랜딩 디렉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의 역할이 될 수도 있죠). 앞서 얘기한 대로 브랜딩은 합의가 아닌 ‘선언’이라는 것 또한 여기에 포함됩니다.
Q06. 브랜딩이라고 하면 디자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데요. 디자이너와는 어느 정도로 긴밀하게 일하시나요?
우리 브랜드를 위한 일은 결국 비즈니스의 성장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직군이 협력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가능케 하는 것이 브랜딩 디렉터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요. 그 연장선에서 디자이너와는 굉장히 긴밀하게 일합니다. 아무래도 브랜딩이 외부로 발산되는데 많은 부분 디자인을 거치기 때문이에요. (시각적으로 표현된다는 얘기가 더 맞겠네요). 그렇기에 디자이너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또 제가 원하는 부분들을 정확히 전달하는 편입니다. 이런 방향과 컨셉으로 했으면 좋겠다, 이런 느낌을 주었으면 좋겠다처럼요. 그 외 개발자분들과도 얘기 많이 해요. 같은 맥락에서, 우리의 브랜드가 기술적으로 이런 방식으로 구현되었으면 좋겠다와 같은 얘기를요.
Q07. 많은 이들이 브랜딩의 성과 측정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님은 브랜딩이 세일즈에 도움이 된다면, 이것을 어떻게 측정하시나요?
브랜딩의 팬이 만들어지면 재구매와 재방문이 늘어납니다. 일반적인 유저가 생길 수도 있지만 관계사와의 관계도 생길 수 있어요. 좋은 브랜딩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가 협업을 요청한다면, 결국 그것은 세일즈로도 연결될 수 있겠죠. 29CM에서의 경험으로는 입점하는 브랜드의 풀이 늘어나면 플랫폼에서 당연히 더 많은 구매가 생길 수밖에 없죠. 또한 다양한 매체와 언론사가 우리 브랜드의 팬이 되면 자연스럽게 노출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요청하지 않아도, 우리 브랜드에 도움이 되는 기사가 나가고 그 기사를 통해 유저들이 또 유입되죠. 채용 역시 유리해지는데요. 좋은 브랜드에는 좋은 인재가 들어오고, 좋은 인재는 또 좋은 아웃풋을 만들어 내고 이 역시 매출로 연결되죠. 경험에 의하면 결국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브랜딩을 통해 브랜드의 팬을 만드는 것이 필요해요.
Q08. 브랜딩 역시 경제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의 저성장 고물가 상황에서 브랜딩의 역할과 중요성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저성장 고물가 시대라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일 텐데, 그렇다면 결국 모든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합니다. 사실 그럴 때는 몇 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최대한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그중 하나인데요. 대부분의 기업은 이때 마케팅과 브랜딩 등의 지출 비용을 줄이려 하죠. 기업은 어떤 상황에서도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에요. 어떤 상황에서든 기업의 생존보다 브랜딩이 우선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기는 한편으로 브랜딩을 강화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경쟁사들이 앞선 이유로 대외적인 브랜딩 활동에 소극적이기 때문이죠. 이때가 우리를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어찌 보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선택은 경영진의 몫이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브랜딩에 그 역할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으로의 인식도 한편으로는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기업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상황이라면 모든 전략은 기업의 생존에 우선시 되어야 해요. 이는 브랜딩 전략 뿐 아니라 마케팅, 재무, 인사, 사업 전략 마찬가지입니다. 이 모든 전략이 결국 기업의 성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Q09. B2B 시장에서의 브랜딩은 어떻게 보시나요?
B2C에서 자리를 잘 잡은 서비스는 결국 B2B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업의 영역이 B2B와 B2C로 나누어지는 것뿐이지, 구매의 결정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브랜딩이라고 하는 것을 칼로 베듯이 B2B와 B2C를 나눌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른 브랜드의 담당자도 사람이기에, 앞서 말한 것처럼 브랜드의 팬이 된다면 어떤 영역에서 우리 브랜드에게 좋은 영향을 줄지 모르는 것이죠.
Q10. 결국 우리 브랜드만의 이미지를 위해 시장의 숨은 니즈를 어떻게 찾거나 가설을 세워야 할까요? 그 확신을 찾는 과정도 궁금합니다. 내부 설득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는 시장의 니즈를 찾아서 브랜딩 하지 않았어요. 숨은 니즈는 말 그대로 ‘숨어 있기’ 때문에 사실 그것이 어디에 있는 지도 몰라요. 아무리 리서치나 그 외 소비자 조사를 해도 그 니즈는 알 수 없다는 것이 제 결론이에요. 오히려 소비자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모를 경우도 많고요. (헨리 포드는 말했습니다. 자동차가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더 빠른 말을 원했을 것이라고요.) 그래서 그보다는 오히려 세상에 우리 브랜드가 필요한 이유를 뾰족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고 또 빨라요. 세상에는 그들만의 스토리를 가진 수많은 브랜드가 있는데, 29CM 이전의 쇼핑몰은 그들의 스토리를 바라보지 않았어요. 그보다는 가격에 더 집중했죠. 하지만 29CM는 세상에 좋은 스토리와 가치를 가진 브랜드를 잘 알리기 위해 탄생한 플랫폼에요. 결과적으로 그것을 통해 시장에 이미 진입해 있던 다른 쇼핑 플랫폼들과는 다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어요. 그것이 브랜딩을 통해서 점차 디벨롭 되다 보니 쇼핑몰을 읽는 경험이 '매거진을 읽는 경험'처럼 느껴졌고, 이런 포인트를 꾸준히 반복하면서 조금씩 차별화를 쌓아온 것이죠. 이런 차별점은 점점 사람들의 관심과 유입 그리고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사례들을 잘 쌓으면 내부를 설득하는 데에도 점점 힘을 받을 수 있겠죠. 결국 설득은 스스로 자기증명을 해내면서 해야 하는 것 같아요.
Q11. 더 나은 마케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브랜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게 진짜 어렵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브랜딩을 하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조언은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늘 달라야 한다’는 코코 샤넬의 말로 대체하고 싶습니다.
Q12. 마지막으로 ‘전우성’이라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차별화’된 브랜딩을 통해 팬을 만들고 기업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전략가 = 전우성'이라고 인지되길 바랍니다. 더 간단히 말씀드리면 ‘브랜딩’이란 단어를 떠올렸을 때 사람들의 머릿속에 제가 가장 먼저 떠오르면 좋겠습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브랜딩 성과를 만들어 내야겠죠?
저는 언제부터인가 제가 브랜딩 디렉터로서 어떻게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보는데요. 브랜드를 개성 있는 브랜드로 성장시킬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런 브랜드가 많아진다면 소비자의 안목과 취향의 스펙트럼도 더 넓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천편일률적 선택이 아닌 스스로 자신의 개성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겠죠. 어쩌면 저처럼 특정 브랜드에 매료될 수도 있겠고요. 이것이 제가 가진 역량으로 작게나마 사회에 공헌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Seaside City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기도 하고요. 뭐 그렇습니다.
브랜딩 전문가 4인의 브랜드적 생각 | ③ 우승우 공동대표
Q01.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브랜딩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하는 일에 대해 지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 계기는 없으셨는지, 그럼에도 오랜 시간동안 이 일을 계속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세상에 매력적인 브랜드가 많은 것처럼, 브랜딩의 매력 또한 정말 다양한 것 같아요. 특히 어떤 브랜드를 담당하고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서 브랜딩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선도 달라지다 보니 그 다양성은 더 커지는 것 같아요. 20년 넘는 커리어를 브랜드 마케터로 시작해서 브랜드 매니저, 컨설턴트, CMO/CBO를 거쳐, 브랜드 하우스를 운영하는 CEO까지 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제가 느꼈던 브랜딩의 매력은 달라졌던 것 같거든요.
그러한 다양성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정답 없음’이 아닐까요. ‘브랜딩은 다른 브랜드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다움으로 차별화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종종 하는데, 성공적인 브랜딩을 정의하는 원칙이나 공식 같은 것은 없고, 각자의 브랜드에 맞게 각자의 방식으로 매력적인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재미이자 매력인 것 같아요. 저희 회사에서 컨설팅과 캠페인을 담당한 'LG전자'나 '파르나스 호텔', '롯데칠성음료의 크러시' 등 대기업 브랜드나, '런드리고'와 같은 스타트업 브랜드 그리고 '녹기 전에'라는 스몰 브랜드 모두 규모도 업종도 다른데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자기만의 브랜딩을 잘 해 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꽤 오랜 기간 브랜딩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매러니즘에 빠진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두산, KFC, 처음처럼, GQ, 72초 TV 등의 다양한 회사에서 브랜드를 담당했고, 인터브랜드에서의 컨설턴트나 더워터멜론의 공동대표로 일하면서는 워낙에 다양한 브랜드를 만났습니다. 특히나 현재는 창업가의 길을 가고 있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질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웃음)
Q02. 브랜딩이라고 하면 디자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데요. 디자이너와는 어느 정도로 긴밀하게 일하시나요?
거의 모든 브랜딩의 결과물이 비주얼을 통해서 보이기에 디자이너와의 협업은 필수적이죠. 그 결과물이 텍스트거나 영상, 제품이나 디자인이든 간에 기획자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방향성을 구체화하는데 디자이너의 역할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브랜딩에서 협업은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고객들이 경험하는 모든 것이 브랜딩’이라고 생각하기에 기업의 모든 활동이 브랜딩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고, 내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역시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영업, 유통, CS를 담당하는 분들은 물론 HR이나 경영관리를 담당하는 분들도 브랜딩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모두가 힘을 합쳐 하나의 철학과 방향성을 가진 브랜드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관점에서, 최근 들어 내부 직원들을 위한 인터널 브랜딩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Q03. 브랜딩을 통해 빚은 우리 브랜드의 차별화를 실제 시장에서 적용시키기 어려운 경우에는 어떻게 합의점을 찾으시나요? 브랜딩에 있어,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좁히는 묘수를 어떻게 찾고 적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브랜드를 차별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자기다움(Identity)’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 관점에서 본다면 시장이나 고객에게 보여지는 것을 먼저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우리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인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해서 잘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죠.
그렇다고 해서 시장이나 고객의 호응을 얻으려는 노력에 소홀해서는 안되죠. 독보적인 기술이나 차별화 된 컨셉을 가지고 있음에도 존재감 없이 사라지는 브랜드들이 꽤나 많은데, 이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장이나 고객의 Needs 파악을 잘 못해 그런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철학이 담긴 브랜드를 만들 되, 고객들이 좋아할, 궁금 해야 할 요소들에 대해서 끊임 없이 고민하고 우리 브랜드와 align 시키려는 노력은 필수이죠. 또한 브랜드를 런칭하거나 소개하기 전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왜 만드는지 등의 맥락을 알리고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또한 브랜드는 만드는 것 못지 않게 키우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꾸준하게 고객과 소통하고 관계를 쌓아가면서 그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이 필수적인 듯 합니다.
Q04. 브랜딩 역시 경제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의 저성장 고물가 상황에서 브랜딩의 역할과 중요성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경제와 환경 뿐 아니라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지는 상황에서, 브랜딩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브랜드와 브랜딩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제 생각은 반대인 것이죠. 최근 들어 제품이나 디자인 모두 상향 평준화 되면서, 오히려 누가 만들었는지 그리고 어떤 철학과 스토리를 담고 있는지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이런 브랜드의 스토리가 의사 결정의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죠. 수많은 정도들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매력적인 브랜드 하나가 가격이나 유통의 편리성과 상관없이 훨씬 더 큰 가치를 주고, 구매의 기준을 제시해 주는 경우가 꽤나 많으니까요.
제품이나 서비스 뿐만 아니라 기업에게도 브랜딩의 역할과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로 생각해요. 단순히 외부 고객 관점 뿐만 아니라 채용이나 조직 만족도, 지속가능성 등의 화두들 역시 브랜딩과 떼어서 설명할 수 없는 아젠다들이니까요.
Q05. 마지막으로 ‘우승우’라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제가 더워터멜론이나 비마이비를 통해서 주로 던지는 질문인데 막상 답을 하려고 하니 오히려 어렵네요. (웃음) 저는 ‘주류속의 비주류’인 브랜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대학생이 되기 전부터 이런 생각을 했었고, 직접적인 주인공이 되기 보다는 판을 만들고, 깔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더워터멜론이라는 브랜드하우스를, 비마이비라는 커뮤니티를 만든 것 역시 그런 맥락이고 이번 패널 Talk에서 모더레이터를 맡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죠.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을 만들고 저지르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제가 좋아하고 나름 잘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들이 그런 쪽이더라고요. 주류에는 속하면서도, 그 안에서는 비주류가 되고 싶은 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웃음)
브랜딩 전문가 4인의 브랜드적 생각 | ④ 최장순 대표
Q01.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브랜딩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하는 일에 대해 지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 계기는 없으셨는지, 그럼에도 오랜 시간동안 이 일을 계속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브랜딩에 인문학을 적용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제가 20년 넘게 관심을 가져온 건 바로 ‘의미’였습니다. 제 전공인 언어학과, 세부 연구 학문이었던 기호학은 바로 ‘의미’에 대한 학문이거든요. 제 개인적으로는 저출산, 묻지마 폭행, 대화 역량, 행복 역량 등 인간의 여러 문제에 대해 자연스레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사회의 다양한 문제 해결을 하는 데에, 브랜딩의 철학적 태도와 여러 방법들을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기업이 본질적 차별화 없이 표면적인 말장난이나 이미지의 차별화를 요구할 때 매너리즘에 빠지곤 하는데요. 그럼에도 인간을 이해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일, 그런 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일에 기여한다는 생각이 이 일을 계속 하게 만든다고 느낍니다.
Q02. <브랜딩적 생각>에는 ‘기분’을 중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기분이라는 것은 주관적일수도, 측정이 어려운 것일 수도 있는데요. 기분을 중시하는 브랜딩적 생각은 어떤 기준을 놓고 진행해야 할까요? 내부적으로 반대에 맞닥뜨린다면, 어떤 근거로 설득을 하시나요?
저도 기분을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전적으로요.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법철학>에서 ‘이성적인 것이 현실적인 것이고,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라 생각해요. 이 말을 오독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말은 곧 ‘이성이야말로 (감성 말고) 현실적이다’라는 말이거든요. 감성을 배제한 거죠. 하지만, 칸트는 주관적 감성을 객관적인 원리로 설명하려 시도합니다. 이것이 바로 미학의 영역인데요. 소비자의 감성과 기분을 중시하는 태도야말로 매우 필요한 태도라 생각해요. 그리고 그 이유를 찾으려는 건 칸트의 태도와 비슷합니다. 저는 주관적 감성과 가설들을 다양한 분야의 연구논문을 찾아 보거나, 사람들을 관찰하거나, 다수의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서 증명하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Q03. 대표님께서 생각하는 브랜딩적 생각이란 무엇인가요?
브랜딩과 마케팅은 다르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때로는 이것이 브랜딩을 하는 사람에게 매출에 대한 면피가 되곤 하죠. 하지만 브랜드는 마케팅과 뗄 수 없어요. 브랜드에게는 조건적 자산이라는 특징이 있어요. 예를 들어 ‘에르메스’라고 하면 연상되는 좋은 이미지도 있고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으며 브랜드의 자산 가치가 높다고 하더라도, 만약 스카프 한 장도 안 팔린다면 브랜드로서 가치가 없다는 말이에요. 결국 브랜드는 영업 이익을 올려야 합니다.
Q04. 브랜딩을 통해 빚은 우리 브랜드의 차별화를 실제 시장에서 적용시키기 어려운 경우에는 어떻게 합의점을 찾으시나요? 브랜딩에 있어,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좁히는 묘수를 어떻게 찾고 적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현실 때문에 이상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이상은 그 목표대로 두고, 순차적으로 할 수 있는 액션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태도라 생각해요. 묘수라는 게 있을까요?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조사, 취재, 추론하고 여러 실무자들과 논의하죠. 때론 높은 윗사람만 다이렉트로 만나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디렉터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실무의 맥락에서 일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지 못할 뿐 아니라, 본인의 이상을 유명인들, 힘 있는 사람들과의 화려한 콜라보레이션으로 해결하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벤트는 성공할지 몰라도, 장기로 본다면 이런 어프로치는 내부 브랜딩의 측면에서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Q05. 스몰 브랜드에서 브랜드를 담당할 수 있는 사람이 혼자뿐인 상황에서, 한 기업 안에서 브랜드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일까요?
어려운 일이죠. 브랜드 담당자의 일을 상표, 로고 관리로 축소 해석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브랜드 담당자는 비즈니스 전략까지 관여해야 합니다. 전략 기획 파트가 별도로 있겠지만, 사실상 중장기 전략이 무의미해지다보니, 비즈니스 전략 수립을 무책임하게 하는 곳들도 늘고 있어요. 전략 문서는 있지만, 인사이트가 없는 거죠. 왜 우리가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없고요. 결국 그 책임이 브랜드 담당자에게 넘어올 때가 많습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하는 질문은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브랜드 정체성과 직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정의하는 일, 브랜드의 존재 목적, 철학을 정립하는 일이 가장 먼저 탄탄하게 정리되어야 합니다. 결국 조직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를 파악하고, 다층적인 자본의 니즈를 이해하는 일이 가장 선결되어야 할 일입니다. 이후 이를 조직에 심을 수 있는 다양한 언어를 개발해야 합니다. 그 언어는 브랜드 네임 / 슬로건 / 스토리 / 디자인 / 인테리어 / 행동강령 / 조직구성 방안 / 리크루팅 / 대고객언어 / 사내 행사 / 대외업무 등 여러 차원으로 펼쳐집니다.
단지 상품 판매를 위한 광고 문안만 만드는 게 브랜더의 일은 아니고, 회사가 내외부로 알려질 수 있는 모든 언어를 개발하고 심사하는 일이 브랜더의 일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작은 기업은 그 모든 일을 하기에 인력이 충분치 않습니다. 철학 정립에서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우선순위를 정해서 실천해야하죠. 그러다가 브랜드 조직이 커지는 회사들도 있고요. 우선 자기 일의 효용성을 증명해야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Q06. 우리 브랜드가 만들려고 하는 이미지를 이미 갖고 브랜드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브랜드의 자기다움이 보다 중요시되며, ‘자기다움’을 고민하기 위해 ‘나’를 연구하고 대입할 필요가 생겼는데요. 브랜드의 BIS(Brand Identity System)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나의 자아’라고만 해도 100개가 넘을 텐데, 하물며 기업은 더하겠죠. 하나로 모은 BIS 안에서도 브랜드를 바라보는 소비자, 투자자, 내부의 시선 모두 다를 것이에요.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여러 이해관계자의 관점과 폭 안에서 생각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Q07. 브랜딩 역시 경제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의 저성장 고물가 상황에서 브랜딩의 역할과 중요성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모든 브랜드는 가격 프리미엄을 달성하려 합니다. 다시 말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 가격을 끌어올리는 건데요. 이는 기업의 욕심이라고만 말하기 어렵습니다. 소비자는 점점 더 나은 퀄리티와 서비스를 원하고, 기업은 이를 위해 제품과 서비스의 연구부터 개발, 판매 등 모든 브랜드 경험 여정에 공을 들이게 되죠. 하지만 지속적으로 화폐 가치는 떨어지다 보니, 그 실질 매출 소득을 유지 혹은 상승시키기 위해 가격을 계속 높여야만 합니다. 브랜딩의 여러 역할이 있지만, 이 맥락에서는 ‘가격 프리미엄을 보장해 주는 효율적인 도구’라고 말하고 싶군요. 소비자 입장에선, 쓸모 없는 제품을 샀다가 돈 낭비를 하는 시행착오를 줄여줍니다. 좋은 제품을 찾는 탐색 비용과 거래 비용을 낮춰주는 것이죠. 제대로 된 브랜드는 품질에 대한 보증 수표이자, 내 취향에 대한 연관성을 증명하는 생활 유지 도구이니까요.
Q08. 브랜딩이라고 하면 디자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데요. 디자이너와는 어느 정도로 긴밀하게 일하시나요?
저는 비즈니스 전략과 브랜드 전략을 고민하고, 이를 보다 가시화한 표상 체계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그 표상의 매개 가운데 하나가 디자인이죠. 저희 회사는 전략/기획 파트와 디자인/크리에이티브 파트, 경험 실행 파트로 구성돼 있는데요. 모든 파트가 자신의 생각을 보다 가시화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디자이너와 긴밀하게 일합니다. 기획의 아이디어를 함께 논의하기도 하고, 브랜드 네임, 스토리, 슬로건도 함께 작업할 때가 많습니다. 생각하는 방식이 서로 달라서 오히려 시너지가 나는 편이에요.
Q09. 마지막으로 ‘최장순’이라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저는 톡톡 튀는 엣지로 승부를 보는 사람이 아닙니다. 개인기가 뛰어난 사람도 아니고요. 그냥 제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평범한 여러 사람들과 비슷합니다. 오히려 그분들보다도 더 일상생활에 허당끼가 많은 사람이고요. 그래서 저는 브랜드와 기호학에 관련된 제 일에서만큼은 프로가 되고, 더 깊어지고자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한 마디로, 저는 의미를 탐구하고, 의미를 해석하고, 의미를 생산하는 브랜드 철학자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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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하는 사람들은 어떤 브랜딩적 생각을 할까요?
많은 기업들이 브랜딩의 필요성을 느끼는 동시에, 브랜딩의 여러 과정에서 막막함과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데요. 쏘카 조준형 CMO의 신간 <브랜딩적 생각>은 이러한 어려움과 궁금함을 시원하게 해결해 줄 브랜딩적 사고의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2일, 국내 최대 브랜드 커뮤니티 비마이비에서는 <브랜딩적 생각> 출간을 맞아, 조준형 CMO의 북토크를 진행했는데요. 유익했던 북토크 이후, 브랜딩을 하는 4인이 모여 더 깊은 인사이트를 나누었습니다. 더워터멜론 우승우 공동대표의 모더레이팅으로, 조준형 CMO와 Seaside City 전우성 대표 그리고 LMNT 최장순 대표와 함께 브랜딩적 사고와 고민을 나누었는데요.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조합. 최근 비마이비 브랜드 세션 중 가장 빨리 sold out 된 뜨거웠던 현장의 인사이트와 미처 다 담지 못한 추가 인사이트까지 정리해왔습니다. 북토크 내용은 분량 관계상, 오늘 레터 마지막에 후기 콘텐츠로 안내해 드릴게요! 형광펜 준비 되셨나요?
* 오늘 레터는 토크 현장에서의 QnA + 별도 질의로 구성되었습니다.
** 더워터멜론 우승우 공동대표는 모더레이팅의 역할로 인해, 다른 연사에 비해 질의 응답 수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브랜딩 전문가 4인의 브랜드적 생각 | ① 조준형 CMO
Q01. CMO님에게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브랜딩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하는 일에 대해 지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 계기는 없으셨는지, 그럼에도 오랜 시간 동안 이 일을 계속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브랜딩의 매력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본질적 기능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서 더 큰 가치를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 이걸 왜 만들었는지, 왜 이런 모습으로 디자인했는지, 다른 것과 뭐가 다른지, 이게 당신에게 왜 좋은지 등에 대한 답을 구하면서 그 가치를 만들어 가는데요. 답을 구하는 그 과정이 아주 매력이 있습니다. 지치거나 매너리즘에 빠진 적이 있긴 하지만 그리 심각한 편은 아니었어요. 맡은 브랜드를 저와 일체화하며 애정을 듬뿍 담는 편입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제가 한 브랜드를 섬기고 일한 게 아니라 다양한 산업의 여러 브랜드를 거치며 다양성을 경험한 것, 그 여러 브랜드의 성공 경험을 한 번씩 가졌다는 것이 이 일을 계속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Q02. <브랜딩적 생각>의 브랜딩에 대한 중요한 요소 중, 가장 공감되는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1) 브랜딩은 감정과 기분의 영역을 다루는 것 2) 핵심 연상 이미지의 구축 3) 널리 알리기 4) 자꾸만 생각나게 하기 5) 오랜 친구 되기
모두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오랜 친구 되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브랜드는 지속성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팬들이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어렵고, 그렇기에 브랜드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팬들과 오랜 친구가 되어 계속해서 우리 브랜드를 찾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Q03. <브랜딩적 생각>에는 ‘기분’을 중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명시하신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만 기분이라는 것은 주관적일 수도, 측정이 어려운 것일 수도 있는데요. 기분을 중시하는 브랜딩적 생각은 어떤 기준을 놓고 진행해야 할까요? 내부적으로 반대에 맞닥뜨린다면, 어떤 근거로 설득을 하시나요?
실은 ‘좋은 기분을 유지하는 것’은 늘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이 기분은 측정할 수도 없고, 기준도 세우기 어려워요. 하지만 사람들은 유머로 자신의 말문을 여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유튜브 콘텐츠의 조회수를 그 예시로만 봐도, 부정적이고 우울한 것보다 긍정적이고 웃긴 콘텐츠를 훨씬 더 많이 보잖아요. 좋은 기분을 만드는 방법 또한 한정되지 않습니다. 너무나 많아요. 아름다운 것을 봐도 기분이 좋고, 대접받는 느낌을 주는 말을 쓰는 사람과 있어도 기분이 좋고, 좋은 향기를 맡는다거나, 비싼 물건을 싸게 득템할 수 있을 때도, 남들이 구하기 어려운 것을 나는 구할 수 있을 때도 기분이 좋잖아요. 기획할 때부터 ‘기분이 좋게 만들자’는 생각을 할 필요까진 없어요. 잘 된 브랜딩과 그렇지 않은 브랜딩을 평가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 구석이 있는가?’가 판단기준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Q04. 우리 브랜드가 만들려고 하는 이미지를 이미 다른 브랜드가 점유하고 있다면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요?
‘환경’이라는 키워드로 예로 들어 볼게요. 같은 환경이더라도, A라는 기업은 나무를 심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할 수 있고요. B는 생산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할 수 있고, C는 서비스의 배치를 다르게 할 수도 있어요. 이렇게 같은 주제라고 하더라도 그 주제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또는 어디에 강조점을 둘 것인지에 따라 브랜드의 차별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실행의 관점에서 차별화를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서 소수의 팬을 만들고 이를 확장하는 것이 옳지 않나 라는 생각입니다.
Q05. 브랜딩을 통해 빚은 우리 브랜드의 차별화를 실제 시장에서 적용시키기 어려운 경우에는 어떻게 합의점을 찾으시나요? 브랜딩에 있어,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좁히는 묘수를 어떻게 찾고 적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너무나 여러 방법이 있지만… 일단 저의 경우는 실제 시장에서 적용시키기 어려운 차별화는 기획 단계에서 대체로 걸러지는 것 같아요. 이런 의문은 ‘이 포인트는 개념이 좋고 말은 예쁘지만, 실제 구현이 될까? 의도대로 보일까? 전달이 제대로 안될 것 같은데?’와 같은 말풍선들이 아이디어가 나오자마자 난무하거든요. 오랜 경험이 만들어준 유산이겠죠.
이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시장에서 적용시키기가 어렵다면, 두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는, 더 세분화하는 거예요. 정한 차별화 포인트를 더 쪼갭니다. ‘환경친화’라는 테마가 차별화가 어렵다면, 공기인지, 물인지, 동물인지, 재활용인지 등 ‘환경’이라는 단어 아래에 더 잘게 찢을 수 있을 겁니다.
또 한 가지는 강도를 더 높이는 겁니다. 메시지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디자인을 볼드하고 눈에 잘 띄는 컬러를 쓸 수도, 카피를 자극적인 단어를 활용할 수도, 아주 강한 이미지의 모델을 쓰든 등 여러 방법들을 찾아 가며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를 할 수 있을 겁니다.
Q06. 브랜딩은 경제 상황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의 저성장 고물가 상황에서 브랜딩의 역할과 중요성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브랜딩이 잘 되어 있으면 상대적으로 경기를 덜 탄다고 믿어요. 저성장 고물가 상황에서는 사람들의 소비활동이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죠. 구매 빈도가 줄어듭니다. 그럴 때는 한 번의 구매활동에 실패를 하면 타격이 크기 때문에 구매 경험이 없거나 잘 모르는 브랜드의 구매를 피하게 됩니다. 원래 잘 아는 브랜드, 과거의 구매 경험에서 만족도가 높았던 브랜드, 잘은 모르지만 믿을 만한 사람이 추천하는 브랜드를 사는 게 성공확률이 높죠.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모두 브랜딩이 잘 된 브랜드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그간 힘 써오던 브랜딩 활동의 덕을 보게 됩니다.
Q07. 예산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할 수 있는 브랜딩의 첫 시작은 무엇인가요?
예산이 없을 때에도 이 제품의 핵심 메시지와 베네핏이 무엇이냐를 확실히 해서, 코어 메시지를 도출해야 합니다. 그 이후 고퀄리티의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어렵고 매체를 사기 어렵더라도, 우리를 알릴 수 있는 단 하나의 채널이라도 찾아야겠죠. 먼저 주변의 사람들/팬들부터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SPC 시절 제가 담당했던 호빵을 예로 말씀드리면, 호빵은 시즈널한 제품인데요. ‘호빵’하면 생각나는 핵심 이미지를 찾았어요. 김이 나는 이미지가 호빵을 대표한다고 생각했고, 김을 낼 수 있는 호찜이를 만들어서 카카오 선물하기에 단독 입점했죠. 이 아이템을 통해 해당 연도의 호빵 판매에서 효과를 봤습니다.
Q08. 스몰 브랜드에서 브랜드를 담당할 수 있는 사람이 혼자뿐인 상황에서, 한 기업 안에서 브랜드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일까요?
‘우리는 이렇게 보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고민하며 인사부터 연구, 개발, 생산, 포장 등 각 부서를 찾아다니며 참견을 하고 다녀요. 각 부서에 대한 선행 연구는 필수이겠죠. 비록 ‘너가 개발을 알아?’라며 까임에도 불구하고 그러고 다녀야 해요. 저는 모든 부서에 죄송한 직무가 마케터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요. (웃음) 마케터라면 브랜드와 제품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정말 모든 부분에 관여해야 하는데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런 마케터의 고충을 이해하고 서포트해 줄 수 있는 보스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고 힘든 요소이죠.
Q09. 브랜딩이라고 하면 디자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데요. 디자이너와는 어느 정도로 긴밀하게 일하시나요?
당연히 브랜딩은 디자인과 뗄 수 없죠. 브랜딩은 메시지를 전하는 활동이고, 디자인을 통한 시각적 언어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 어떤 형태의 언어보다 전달 강도가 강하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늘 디자이너분들과 딱 붙어서 일을 합니다. SK컴즈 시절에는 브랜딩팀이 디자인센터 내에 있었고요, 제가 속하건 이끌건 조직에 늘 디자이너분들이 계셨어요. 기획할 때 컨셉을 잡을 때부터 디자이너의 의견을 반영하고, 어떻게 표현될 지 상상을 하며 기획을 합니다. 브랜딩 디자인계를 리드하는 또래 디자이너들과도 서로를 리스펙트하며 가까이 지내고 있어요.
Q10. 마지막으로 ‘조준형’이라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웬만하면 도와주려 하는 의리있는 사람. 그러니까 브랜딩 고민 있으신 분 메일 주세요. 원포인트 레슨 정도는 기꺼이 하겠습니다.
👉🏻 joonhyong.jo@gmail.com
브랜딩 전문가 4인의 브랜드적 생각 | ② 전우성 대표
Q01. 대표님에게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브랜딩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하는 일에 대해 지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 계기는 없으셨는지, 그럼에도 오랜 시간동안 이 일을 계속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브랜딩의 매력은 굉장히 다양한데요. 그중 저에게 매력적인 한 가지를 뽑자면, 사람들을 통해 제가 담당한 브랜드가 다양한 방식으로 긍정적으로 언급되고 또 확산되는 데 있습니다. 결국 저에게는 조금씩 브랜드의 팬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직간접적으로 브랜드의 지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때 개인적으로 큰 매력을 느낍니다. 이 매력은 저에겐 중독성이 꽤 강해요. 그래서 매너리즘에 빠졌다면 이 매력을 평소보다 자주 느끼지 못했을 확률이 큽니다. (마치 금단현상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렇다면 별 수 있나요? 다시 그 매력을 느끼도록 노력해야죠. 결국 저는 브랜딩의 성과를 내는 것이 저에게 가장 매력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Q02. <브랜딩적 생각>의 브랜딩에 대한 중요한 요소 중, 가장 공감되는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1) 브랜딩은 감정과 기분의 영역을 다루는 것 2) 핵심 연상 이미지의 구축 3) 널리 알리기 4) 자꾸만 생각나게 하기 5) 오랜 친구 되기
브랜딩을 할 때에 늘 브랜드의 핵심 경험을 고민하는데요. 반드시 사람들에게 우리 브랜드가 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죠. ‘내가 제일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는 무엇인가?’라는 핵심적인 고민에서 브랜드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어떤 것을 널리 알릴 것인가’, ‘자꾸 생각나게 할 것도, 무엇을 생각나게 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1번과 2번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여요
Q03. 대표님께서 생각하는 브랜딩적 생각이란 무엇인가요?
궁극적인 목표로 본다면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 이것에 충실한 브랜드가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목표라면 우리 브랜드를 아는 100명보다 사랑하는 1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브랜딩과 마케팅, 누구 하나 맞고 틀리고가 아닌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 즉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데요.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전략이 필요한데, 그 전략은 마케팅 전략이 될 수도 있고 브랜딩 전략이 될 수도 있고, 사업 전략, 인사 전략, 재무 전략 등 다양한 방향이 있을 수 있겠죠. 전쟁으로 비유한다면 상대방을 꺾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결국에는 이겨야겠죠. 다양한 변수에 맞는 다양한 전략을 따로 또 같이, 때로는 선택적으로, 때로는 색다른 조합을 통해서요.
Q04. 브랜딩을 통해 빚은 우리 브랜드의 차별화를 실제 시장에서 적용시키기 어려운 경우에는 어떻게 합의점을 찾으시나요? 혹은 이미 시장에 우리 브랜드가 목표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브랜드가 이미 있다면요? 브랜딩에 있어,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좁히는 묘수를 어떻게 찾고 적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실제 시장에서 적용시키기 어렵다면 그것은 브랜딩 전략을 잘못 설정했을 확률이 큽니다. 그럴 경우에는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차별점으로의 전환을 다시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한편으론 리브랜딩으로 명명할 수도 있겠습니다. 한편으로는 브랜딩 역시 시장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단, 이것은 우리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경험의 변화라기보다는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의 변화일 확률이 저는 크다고 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브랜딩은 합의가 아닌 선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간의 합의를 통해서 무언가를 진행했을 때 뾰족함보다는 둥글어지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인데요. 저는 브랜딩은 굉장히 뾰족하고 날카로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더욱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좁히는 데에는 묘수가 없습니다. 그 둘은 늘 다르기에, 브랜딩 활동을 통해서 간극을 계속 좁혀가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Q05. <브랜딩적 생각>에는 ‘기분’을 중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기분이라는 것은 주관적일수도, 측정이 어려운 것일 수도 있는데요. 기분을 중시하는 브랜딩적 생각은 어떤 기준을 놓고 진행해야 할까요? 내부적으로 반대에 맞닥뜨린다면, 어떤 근거로 설득을 하시나요?
조준형 작가님은 ‘기분’이라고 표현했는데, 저는 이것을 ‘감성적 핵심 경험’이라고도 표현하고 싶네요. 감성적 핵심 경험은 우리 브랜드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자 이미지 혹은 일종의 키워드인데요. 이게 기분이라는 표현으로 치환되어도 무방한 것 같아요. 물론 이 감성적 경험은 수치적인 측정은 불가하죠. 하지만 이것을 통해서 그 브랜드만의 가치를 주는 브랜드들은 분명히 있거든요. 에비앙은 ‘허영이나 부유함’이 떠오르고 볼보는 ‘안전’이라는 감정이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죠. 사실 요즘은 모든 자동차가 다 안전해요.
그것의 결정에 사전에 근거를 두기란 없습니다. 우리가 시장에서 어떻게 보이길 원하는지에 대한 뾰족한 결정이 필요할 뿐이죠. 경쟁사가 가지지 않은 그 느낌과 감정, 기분이 근거라면 근거일 것입니다. 사람마다 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 반대도 있을 수 있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밀어붙여야 하는 것이 브랜딩 디렉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의 역할이 될 수도 있죠). 앞서 얘기한 대로 브랜딩은 합의가 아닌 ‘선언’이라는 것 또한 여기에 포함됩니다.
Q06. 브랜딩이라고 하면 디자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데요. 디자이너와는 어느 정도로 긴밀하게 일하시나요?
우리 브랜드를 위한 일은 결국 비즈니스의 성장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직군이 협력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가능케 하는 것이 브랜딩 디렉터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요. 그 연장선에서 디자이너와는 굉장히 긴밀하게 일합니다. 아무래도 브랜딩이 외부로 발산되는데 많은 부분 디자인을 거치기 때문이에요. (시각적으로 표현된다는 얘기가 더 맞겠네요). 그렇기에 디자이너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또 제가 원하는 부분들을 정확히 전달하는 편입니다. 이런 방향과 컨셉으로 했으면 좋겠다, 이런 느낌을 주었으면 좋겠다처럼요. 그 외 개발자분들과도 얘기 많이 해요. 같은 맥락에서, 우리의 브랜드가 기술적으로 이런 방식으로 구현되었으면 좋겠다와 같은 얘기를요.
Q07. 많은 이들이 브랜딩의 성과 측정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님은 브랜딩이 세일즈에 도움이 된다면, 이것을 어떻게 측정하시나요?
브랜딩의 팬이 만들어지면 재구매와 재방문이 늘어납니다. 일반적인 유저가 생길 수도 있지만 관계사와의 관계도 생길 수 있어요. 좋은 브랜딩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가 협업을 요청한다면, 결국 그것은 세일즈로도 연결될 수 있겠죠. 29CM에서의 경험으로는 입점하는 브랜드의 풀이 늘어나면 플랫폼에서 당연히 더 많은 구매가 생길 수밖에 없죠. 또한 다양한 매체와 언론사가 우리 브랜드의 팬이 되면 자연스럽게 노출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요청하지 않아도, 우리 브랜드에 도움이 되는 기사가 나가고 그 기사를 통해 유저들이 또 유입되죠. 채용 역시 유리해지는데요. 좋은 브랜드에는 좋은 인재가 들어오고, 좋은 인재는 또 좋은 아웃풋을 만들어 내고 이 역시 매출로 연결되죠. 경험에 의하면 결국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브랜딩을 통해 브랜드의 팬을 만드는 것이 필요해요.
Q08. 브랜딩 역시 경제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의 저성장 고물가 상황에서 브랜딩의 역할과 중요성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저성장 고물가 시대라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일 텐데, 그렇다면 결국 모든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합니다. 사실 그럴 때는 몇 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최대한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그중 하나인데요. 대부분의 기업은 이때 마케팅과 브랜딩 등의 지출 비용을 줄이려 하죠. 기업은 어떤 상황에서도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에요. 어떤 상황에서든 기업의 생존보다 브랜딩이 우선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기는 한편으로 브랜딩을 강화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경쟁사들이 앞선 이유로 대외적인 브랜딩 활동에 소극적이기 때문이죠. 이때가 우리를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어찌 보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선택은 경영진의 몫이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브랜딩에 그 역할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으로의 인식도 한편으로는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기업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상황이라면 모든 전략은 기업의 생존에 우선시 되어야 해요. 이는 브랜딩 전략 뿐 아니라 마케팅, 재무, 인사, 사업 전략 마찬가지입니다. 이 모든 전략이 결국 기업의 성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Q09. B2B 시장에서의 브랜딩은 어떻게 보시나요?
B2C에서 자리를 잘 잡은 서비스는 결국 B2B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업의 영역이 B2B와 B2C로 나누어지는 것뿐이지, 구매의 결정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브랜딩이라고 하는 것을 칼로 베듯이 B2B와 B2C를 나눌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른 브랜드의 담당자도 사람이기에, 앞서 말한 것처럼 브랜드의 팬이 된다면 어떤 영역에서 우리 브랜드에게 좋은 영향을 줄지 모르는 것이죠.
Q10. 결국 우리 브랜드만의 이미지를 위해 시장의 숨은 니즈를 어떻게 찾거나 가설을 세워야 할까요? 그 확신을 찾는 과정도 궁금합니다. 내부 설득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는 시장의 니즈를 찾아서 브랜딩 하지 않았어요. 숨은 니즈는 말 그대로 ‘숨어 있기’ 때문에 사실 그것이 어디에 있는 지도 몰라요. 아무리 리서치나 그 외 소비자 조사를 해도 그 니즈는 알 수 없다는 것이 제 결론이에요. 오히려 소비자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모를 경우도 많고요. (헨리 포드는 말했습니다. 자동차가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더 빠른 말을 원했을 것이라고요.) 그래서 그보다는 오히려 세상에 우리 브랜드가 필요한 이유를 뾰족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고 또 빨라요. 세상에는 그들만의 스토리를 가진 수많은 브랜드가 있는데, 29CM 이전의 쇼핑몰은 그들의 스토리를 바라보지 않았어요. 그보다는 가격에 더 집중했죠. 하지만 29CM는 세상에 좋은 스토리와 가치를 가진 브랜드를 잘 알리기 위해 탄생한 플랫폼에요. 결과적으로 그것을 통해 시장에 이미 진입해 있던 다른 쇼핑 플랫폼들과는 다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어요. 그것이 브랜딩을 통해서 점차 디벨롭 되다 보니 쇼핑몰을 읽는 경험이 '매거진을 읽는 경험'처럼 느껴졌고, 이런 포인트를 꾸준히 반복하면서 조금씩 차별화를 쌓아온 것이죠. 이런 차별점은 점점 사람들의 관심과 유입 그리고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사례들을 잘 쌓으면 내부를 설득하는 데에도 점점 힘을 받을 수 있겠죠. 결국 설득은 스스로 자기증명을 해내면서 해야 하는 것 같아요.
Q11. 더 나은 마케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브랜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게 진짜 어렵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브랜딩을 하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조언은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늘 달라야 한다’는 코코 샤넬의 말로 대체하고 싶습니다.
Q12. 마지막으로 ‘전우성’이라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차별화’된 브랜딩을 통해 팬을 만들고 기업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전략가 = 전우성'이라고 인지되길 바랍니다. 더 간단히 말씀드리면 ‘브랜딩’이란 단어를 떠올렸을 때 사람들의 머릿속에 제가 가장 먼저 떠오르면 좋겠습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브랜딩 성과를 만들어 내야겠죠?
저는 언제부터인가 제가 브랜딩 디렉터로서 어떻게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보는데요. 브랜드를 개성 있는 브랜드로 성장시킬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런 브랜드가 많아진다면 소비자의 안목과 취향의 스펙트럼도 더 넓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천편일률적 선택이 아닌 스스로 자신의 개성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겠죠. 어쩌면 저처럼 특정 브랜드에 매료될 수도 있겠고요. 이것이 제가 가진 역량으로 작게나마 사회에 공헌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Seaside City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기도 하고요. 뭐 그렇습니다.
브랜딩 전문가 4인의 브랜드적 생각 | ③ 우승우 공동대표
Q01.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브랜딩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하는 일에 대해 지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 계기는 없으셨는지, 그럼에도 오랜 시간동안 이 일을 계속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세상에 매력적인 브랜드가 많은 것처럼, 브랜딩의 매력 또한 정말 다양한 것 같아요. 특히 어떤 브랜드를 담당하고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서 브랜딩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선도 달라지다 보니 그 다양성은 더 커지는 것 같아요. 20년 넘는 커리어를 브랜드 마케터로 시작해서 브랜드 매니저, 컨설턴트, CMO/CBO를 거쳐, 브랜드 하우스를 운영하는 CEO까지 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제가 느꼈던 브랜딩의 매력은 달라졌던 것 같거든요.
그러한 다양성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정답 없음’이 아닐까요. ‘브랜딩은 다른 브랜드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다움으로 차별화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종종 하는데, 성공적인 브랜딩을 정의하는 원칙이나 공식 같은 것은 없고, 각자의 브랜드에 맞게 각자의 방식으로 매력적인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재미이자 매력인 것 같아요. 저희 회사에서 컨설팅과 캠페인을 담당한 'LG전자'나 '파르나스 호텔', '롯데칠성음료의 크러시' 등 대기업 브랜드나, '런드리고'와 같은 스타트업 브랜드 그리고 '녹기 전에'라는 스몰 브랜드 모두 규모도 업종도 다른데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자기만의 브랜딩을 잘 해 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꽤 오랜 기간 브랜딩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매러니즘에 빠진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두산, KFC, 처음처럼, GQ, 72초 TV 등의 다양한 회사에서 브랜드를 담당했고, 인터브랜드에서의 컨설턴트나 더워터멜론의 공동대표로 일하면서는 워낙에 다양한 브랜드를 만났습니다. 특히나 현재는 창업가의 길을 가고 있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질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웃음)
Q02. 브랜딩이라고 하면 디자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데요. 디자이너와는 어느 정도로 긴밀하게 일하시나요?
거의 모든 브랜딩의 결과물이 비주얼을 통해서 보이기에 디자이너와의 협업은 필수적이죠. 그 결과물이 텍스트거나 영상, 제품이나 디자인이든 간에 기획자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방향성을 구체화하는데 디자이너의 역할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브랜딩에서 협업은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고객들이 경험하는 모든 것이 브랜딩’이라고 생각하기에 기업의 모든 활동이 브랜딩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고, 내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역시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영업, 유통, CS를 담당하는 분들은 물론 HR이나 경영관리를 담당하는 분들도 브랜딩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모두가 힘을 합쳐 하나의 철학과 방향성을 가진 브랜드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관점에서, 최근 들어 내부 직원들을 위한 인터널 브랜딩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Q03. 브랜딩을 통해 빚은 우리 브랜드의 차별화를 실제 시장에서 적용시키기 어려운 경우에는 어떻게 합의점을 찾으시나요? 브랜딩에 있어,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좁히는 묘수를 어떻게 찾고 적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브랜드를 차별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자기다움(Identity)’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 관점에서 본다면 시장이나 고객에게 보여지는 것을 먼저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우리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인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해서 잘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죠.
그렇다고 해서 시장이나 고객의 호응을 얻으려는 노력에 소홀해서는 안되죠. 독보적인 기술이나 차별화 된 컨셉을 가지고 있음에도 존재감 없이 사라지는 브랜드들이 꽤나 많은데, 이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장이나 고객의 Needs 파악을 잘 못해 그런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철학이 담긴 브랜드를 만들 되, 고객들이 좋아할, 궁금 해야 할 요소들에 대해서 끊임 없이 고민하고 우리 브랜드와 align 시키려는 노력은 필수이죠. 또한 브랜드를 런칭하거나 소개하기 전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왜 만드는지 등의 맥락을 알리고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또한 브랜드는 만드는 것 못지 않게 키우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꾸준하게 고객과 소통하고 관계를 쌓아가면서 그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이 필수적인 듯 합니다.
Q04. 브랜딩 역시 경제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의 저성장 고물가 상황에서 브랜딩의 역할과 중요성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경제와 환경 뿐 아니라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지는 상황에서, 브랜딩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브랜드와 브랜딩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제 생각은 반대인 것이죠. 최근 들어 제품이나 디자인 모두 상향 평준화 되면서, 오히려 누가 만들었는지 그리고 어떤 철학과 스토리를 담고 있는지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이런 브랜드의 스토리가 의사 결정의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죠. 수많은 정도들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매력적인 브랜드 하나가 가격이나 유통의 편리성과 상관없이 훨씬 더 큰 가치를 주고, 구매의 기준을 제시해 주는 경우가 꽤나 많으니까요.
제품이나 서비스 뿐만 아니라 기업에게도 브랜딩의 역할과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로 생각해요. 단순히 외부 고객 관점 뿐만 아니라 채용이나 조직 만족도, 지속가능성 등의 화두들 역시 브랜딩과 떼어서 설명할 수 없는 아젠다들이니까요.
Q05. 마지막으로 ‘우승우’라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제가 더워터멜론이나 비마이비를 통해서 주로 던지는 질문인데 막상 답을 하려고 하니 오히려 어렵네요. (웃음) 저는 ‘주류속의 비주류’인 브랜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대학생이 되기 전부터 이런 생각을 했었고, 직접적인 주인공이 되기 보다는 판을 만들고, 깔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더워터멜론이라는 브랜드하우스를, 비마이비라는 커뮤니티를 만든 것 역시 그런 맥락이고 이번 패널 Talk에서 모더레이터를 맡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죠.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을 만들고 저지르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제가 좋아하고 나름 잘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들이 그런 쪽이더라고요. 주류에는 속하면서도, 그 안에서는 비주류가 되고 싶은 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웃음)
브랜딩 전문가 4인의 브랜드적 생각 | ④ 최장순 대표
Q01.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브랜딩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하는 일에 대해 지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 계기는 없으셨는지, 그럼에도 오랜 시간동안 이 일을 계속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브랜딩에 인문학을 적용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제가 20년 넘게 관심을 가져온 건 바로 ‘의미’였습니다. 제 전공인 언어학과, 세부 연구 학문이었던 기호학은 바로 ‘의미’에 대한 학문이거든요. 제 개인적으로는 저출산, 묻지마 폭행, 대화 역량, 행복 역량 등 인간의 여러 문제에 대해 자연스레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사회의 다양한 문제 해결을 하는 데에, 브랜딩의 철학적 태도와 여러 방법들을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기업이 본질적 차별화 없이 표면적인 말장난이나 이미지의 차별화를 요구할 때 매너리즘에 빠지곤 하는데요. 그럼에도 인간을 이해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일, 그런 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일에 기여한다는 생각이 이 일을 계속 하게 만든다고 느낍니다.
Q02. <브랜딩적 생각>에는 ‘기분’을 중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기분이라는 것은 주관적일수도, 측정이 어려운 것일 수도 있는데요. 기분을 중시하는 브랜딩적 생각은 어떤 기준을 놓고 진행해야 할까요? 내부적으로 반대에 맞닥뜨린다면, 어떤 근거로 설득을 하시나요?
저도 기분을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전적으로요.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법철학>에서 ‘이성적인 것이 현실적인 것이고,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라 생각해요. 이 말을 오독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말은 곧 ‘이성이야말로 (감성 말고) 현실적이다’라는 말이거든요. 감성을 배제한 거죠. 하지만, 칸트는 주관적 감성을 객관적인 원리로 설명하려 시도합니다. 이것이 바로 미학의 영역인데요. 소비자의 감성과 기분을 중시하는 태도야말로 매우 필요한 태도라 생각해요. 그리고 그 이유를 찾으려는 건 칸트의 태도와 비슷합니다. 저는 주관적 감성과 가설들을 다양한 분야의 연구논문을 찾아 보거나, 사람들을 관찰하거나, 다수의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서 증명하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Q03. 대표님께서 생각하는 브랜딩적 생각이란 무엇인가요?
브랜딩과 마케팅은 다르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때로는 이것이 브랜딩을 하는 사람에게 매출에 대한 면피가 되곤 하죠. 하지만 브랜드는 마케팅과 뗄 수 없어요. 브랜드에게는 조건적 자산이라는 특징이 있어요. 예를 들어 ‘에르메스’라고 하면 연상되는 좋은 이미지도 있고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으며 브랜드의 자산 가치가 높다고 하더라도, 만약 스카프 한 장도 안 팔린다면 브랜드로서 가치가 없다는 말이에요. 결국 브랜드는 영업 이익을 올려야 합니다.
Q04. 브랜딩을 통해 빚은 우리 브랜드의 차별화를 실제 시장에서 적용시키기 어려운 경우에는 어떻게 합의점을 찾으시나요? 브랜딩에 있어,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좁히는 묘수를 어떻게 찾고 적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현실 때문에 이상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이상은 그 목표대로 두고, 순차적으로 할 수 있는 액션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태도라 생각해요. 묘수라는 게 있을까요?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조사, 취재, 추론하고 여러 실무자들과 논의하죠. 때론 높은 윗사람만 다이렉트로 만나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디렉터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실무의 맥락에서 일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지 못할 뿐 아니라, 본인의 이상을 유명인들, 힘 있는 사람들과의 화려한 콜라보레이션으로 해결하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벤트는 성공할지 몰라도, 장기로 본다면 이런 어프로치는 내부 브랜딩의 측면에서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Q05. 스몰 브랜드에서 브랜드를 담당할 수 있는 사람이 혼자뿐인 상황에서, 한 기업 안에서 브랜드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일까요?
어려운 일이죠. 브랜드 담당자의 일을 상표, 로고 관리로 축소 해석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브랜드 담당자는 비즈니스 전략까지 관여해야 합니다. 전략 기획 파트가 별도로 있겠지만, 사실상 중장기 전략이 무의미해지다보니, 비즈니스 전략 수립을 무책임하게 하는 곳들도 늘고 있어요. 전략 문서는 있지만, 인사이트가 없는 거죠. 왜 우리가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없고요. 결국 그 책임이 브랜드 담당자에게 넘어올 때가 많습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하는 질문은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브랜드 정체성과 직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정의하는 일, 브랜드의 존재 목적, 철학을 정립하는 일이 가장 먼저 탄탄하게 정리되어야 합니다. 결국 조직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를 파악하고, 다층적인 자본의 니즈를 이해하는 일이 가장 선결되어야 할 일입니다. 이후 이를 조직에 심을 수 있는 다양한 언어를 개발해야 합니다. 그 언어는 브랜드 네임 / 슬로건 / 스토리 / 디자인 / 인테리어 / 행동강령 / 조직구성 방안 / 리크루팅 / 대고객언어 / 사내 행사 / 대외업무 등 여러 차원으로 펼쳐집니다.
단지 상품 판매를 위한 광고 문안만 만드는 게 브랜더의 일은 아니고, 회사가 내외부로 알려질 수 있는 모든 언어를 개발하고 심사하는 일이 브랜더의 일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작은 기업은 그 모든 일을 하기에 인력이 충분치 않습니다. 철학 정립에서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우선순위를 정해서 실천해야하죠. 그러다가 브랜드 조직이 커지는 회사들도 있고요. 우선 자기 일의 효용성을 증명해야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Q06. 우리 브랜드가 만들려고 하는 이미지를 이미 갖고 브랜드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브랜드의 자기다움이 보다 중요시되며, ‘자기다움’을 고민하기 위해 ‘나’를 연구하고 대입할 필요가 생겼는데요. 브랜드의 BIS(Brand Identity System)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나의 자아’라고만 해도 100개가 넘을 텐데, 하물며 기업은 더하겠죠. 하나로 모은 BIS 안에서도 브랜드를 바라보는 소비자, 투자자, 내부의 시선 모두 다를 것이에요.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여러 이해관계자의 관점과 폭 안에서 생각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Q07. 브랜딩 역시 경제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의 저성장 고물가 상황에서 브랜딩의 역할과 중요성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모든 브랜드는 가격 프리미엄을 달성하려 합니다. 다시 말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 가격을 끌어올리는 건데요. 이는 기업의 욕심이라고만 말하기 어렵습니다. 소비자는 점점 더 나은 퀄리티와 서비스를 원하고, 기업은 이를 위해 제품과 서비스의 연구부터 개발, 판매 등 모든 브랜드 경험 여정에 공을 들이게 되죠. 하지만 지속적으로 화폐 가치는 떨어지다 보니, 그 실질 매출 소득을 유지 혹은 상승시키기 위해 가격을 계속 높여야만 합니다. 브랜딩의 여러 역할이 있지만, 이 맥락에서는 ‘가격 프리미엄을 보장해 주는 효율적인 도구’라고 말하고 싶군요. 소비자 입장에선, 쓸모 없는 제품을 샀다가 돈 낭비를 하는 시행착오를 줄여줍니다. 좋은 제품을 찾는 탐색 비용과 거래 비용을 낮춰주는 것이죠. 제대로 된 브랜드는 품질에 대한 보증 수표이자, 내 취향에 대한 연관성을 증명하는 생활 유지 도구이니까요.
Q08. 브랜딩이라고 하면 디자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데요. 디자이너와는 어느 정도로 긴밀하게 일하시나요?
저는 비즈니스 전략과 브랜드 전략을 고민하고, 이를 보다 가시화한 표상 체계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그 표상의 매개 가운데 하나가 디자인이죠. 저희 회사는 전략/기획 파트와 디자인/크리에이티브 파트, 경험 실행 파트로 구성돼 있는데요. 모든 파트가 자신의 생각을 보다 가시화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디자이너와 긴밀하게 일합니다. 기획의 아이디어를 함께 논의하기도 하고, 브랜드 네임, 스토리, 슬로건도 함께 작업할 때가 많습니다. 생각하는 방식이 서로 달라서 오히려 시너지가 나는 편이에요.
Q09. 마지막으로 ‘최장순’이라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저는 톡톡 튀는 엣지로 승부를 보는 사람이 아닙니다. 개인기가 뛰어난 사람도 아니고요. 그냥 제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평범한 여러 사람들과 비슷합니다. 오히려 그분들보다도 더 일상생활에 허당끼가 많은 사람이고요. 그래서 저는 브랜드와 기호학에 관련된 제 일에서만큼은 프로가 되고, 더 깊어지고자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한 마디로, 저는 의미를 탐구하고, 의미를 해석하고, 의미를 생산하는 브랜드 철학자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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