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콘텐츠]#72 어른다운 어른을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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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두 가지 질문을 던져 볼게요. 여러분은 닮고 싶은 어른이 있나요? 그리고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닮고 싶은 어른인가요? 이 글을 보시는 분에 따라 어른을 정의하는 기준이 다를 듯한데요. 하지만 많은 분이 어른다움에 대해 어느 정도 공통적인 모습을 떠올릴 것 같아요. 유독 어른을 찾곤 하는 요즘 콘텐츠들을 통해 MZ세대가 말하는 어른다운 어른은 어떤 모습인지 살펴보아요.


유쾌하고 솔직한 어른

영화 <미나리> 보셨나요? 최근 배우 윤여정이 이 영화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죠. 덕분에 지금도 인터넷이 떠들썩해요. 그런데 사실 윤여정 배우가 SNS 이곳저곳에서 이름을 오르내린 건 이전부터예요. 방송 ‘윤스테이’에 출연하면서부터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죠. 최근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의 광고 모델에 발탁되어 이목을 끌었어요. 주목할 점은 지그재그를 이용하는 주 소비층이 1020 여성이라는 점이에요. 70대 할머니가 1020 여성들의 패션 모델이 됐다고요.


윤여정 배우의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왜 지그재그의 모델이 됐나 싶을 텐데요. 분명 맥락은 있었어요. 스브스뉴스의 ‘문명특급’ 윤여정 편에 그 명대사가 나오더라고요. (다들 이미 보셨나요?) 윤여정 배우의 패션을 보고 “저희는 소화 못한다”는 재재의 손사래에 “그냥 입고 우기면 돼. 뭘 소화를 해, 소화를 하긴. 내가 내 돈 내고 사 입는 건데 뭘.”이라고 맞받아쳐요. 네, 지그재그 광고에 나오는 그 대사예요! (이 대사를 지나치지 않고 포착한 지그재그 담당자분께 박수를...) 지그재그는 윤여정 배우의 캐릭터를 그대로 광고로 활용했어요.

바쁘면 14:05부터 보세요!


지그재그의 광고 영상은 그야말로 대박 났어요. 지그재그가 갑자기 명품으로 보인다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MZ세대는 왜 윤여정 배우에게 열광할까요?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MZ세대가 갈망하는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대세예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 층을 존중하며 소통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하는 모습이 MZ세대의 성향과 맞닿아 있다고요. 자연스러운 배려와 위트, 솔직함과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이 시대가 바라는 어른의 모습인가 봐요.



책임을 지며 따뜻하게 안아주는 어른

배우 윤여정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어른다운 어른 중 한 분으로 꼽히는 분이 있어요. 어제 (4월 27일) 종영한 드라마 '나빌레라'에 ‘덕출’이라는 캐릭터예요. 시청자들은 박인환 배우가 연기한 덕출이라는 캐릭터에 ‘덕며들었다’고 하는데요. 캐릭터 소개를 잠깐 하자면, 덕출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지만, 나이 일흔에 발레의 꿈을 꾸며 스물세 살인 ‘채록’에게 발레를 배워 콩쿨을 준비하는 할아버지예요. MZ세대가 이 캐릭터에 빠진 이유는 그의 도전 정신이 멋진 덕도 있지만 그가 젊은 세대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요.


덕출은 인턴 생활을 하는 손녀에게 '갑질'을 한 상사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고 호통을 치는가 하면, 공정한 사회를 만들지 못한 어른들을 대신해 손녀에게 머리를 숙여요. "요즘 애들한테 해 줄 말이 없어, 미안해서. 열심히 살면 된다고 가르쳤는데 이 세상이 안 그래"라고요. 이렇게 용서를 구하며 먼저 손을 내민 보기 드문 어른의 등장에 '나를 돌아봤다', '울면서 봤다'는 시청자 반응이 잇따랐대요. 말로 하는 사과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캐릭터의 진심에 시청자들의 마음이 움직인 거죠. 위 영상 초반에 그 장면이 나오니 한 번 보시길 추천드려요!



ODG로 배우는 수용의 태도

최근 몇몇 기업에서 MZ세대 노동자들과 기성세대 간에 갈등이 일어나면서 ‘MZ세대는 이해타산적이고, 이기적이다’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는데요. MZ세대가 막무가내라고 느껴지는 분들에게 ‘ODG’의 콘텐츠를 제안 드립니다. ODG는 아동복과 성인복을 모두 판매하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예요. 왠지 유튜브 채널로 더 알려져 있는 것 같기도 한데요. ODG는 ‘You were a kid once’라는 슬로건으로 어린아이는 우리와 다른 존재가 아닌 우리의 과거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인생에 길을 잃고 헤맬 때 어릴 적 모습은 이정표가 되어준다고요. 유튜브에 어린아이나 10대를 주 모델로 내세우고, 옷 모델도 아이를 위주로 세우지만 결국 어른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브랜드라고 볼 수 있어요.



물론 MZ세대와 영상 속 아이들은 또 다른 세대예요. 하지만 ODG의 영상 속 아이들과 어른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배울 점이 있어요. 바로 상대방을 계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예요. ‘내가 이만큼 해줬으면 됐지, 얼마나 더 해줘야 해?’ 혹은 ‘왜 이렇게 옛날 방식인 거야’라고 따지지 않고 말이에요.


ODG 윤성원 대표의 말을 이곳에 옮깁니다. 여기서 아이라는 단어를 MZ세대로 바꿔 읽어보세요! “아이가 없는 사람들은 아이에게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대개 콘텐츠에서의 아이들은 ‘귀엽다’ 정도로만 소비되곤 하죠. 하지만 아이가 시끄럽게 떠들면 “아이들은 시끄럽다”, “부모가 통제를 안 한다”라며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아이들은 귀엽고, 착해야 콘텐츠로서 사랑받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죠. 그래서 사람들에게 귀여움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가끔은 비합리적이고, 어리석고, 시끄럽지만요. 사실 그것은 당신의 과거였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소중하다는 사실을요.” MZ세대를 분석하기보다 능동적인 주체로 보고, 기성세대를 판단하기보다 나와 같은 연약한 사람으로 보면 대화가 쉬워지지 않을까요?



헤이조이스가 말하는 어른다움

클럽하우스가 한창 유행하던 지난 2월, 방이 오픈될 때마다 2030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던 방이 있어요. 바로 여자들의 커리어 문제 해결 플랫폼 ‘헤이조이스’에서 여는 커리어 고민 상담 방이었는데요. 커리어 고민 상담이라는 주제가 방대해서, 굉장히 다양하고 현실적인 이야기가 오간 것 같아요. 경력 단절 이야기, 5년 차 주니어의 고민들, 시니어의 고민, 워킹 맘으로 일하는 이야기와 같은 이야기들이요. 그런데 이야기 소재는 다양했지만, 공통적으로 나온 얘기가 ‘좋은 레퍼런스가 되어 줄 선배의 부재’, 즉 어른에 대한 갈망이었어요.

 헤이조이스 채용 공고 노션 캡처


'헤이조이스'는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채용 공고에 기재한 회사 가치에 ‘어른다움’을 정의해 놓은 걸 보면 말이에요. 실제로 ‘어른다운 어른과 일하고 싶어서 지원했다’는 입사 후기도 있더라고요. 헤이조이스에서 말하는 어른은 나이에 있지 않아요. 스로 동기부여하고,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을 어른이라고 규정하면서 자신에게 공정하고 담백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죠. 그러니까 이 설명에 따르면 누구나 어른답게 일할 수 있는 것 같네요. 조금 더 부연 설명이 필요하신 분들은 헤이조이스 이나리 대표의 인터뷰를 참고해주세요.



한사랑산악회의 중년 라이프

유튜브에서 인기몰이 중인 ‘피식대학’의 한사랑산악회는 50대 후반의 남성 넷이 산에 오르며 벌어지는 상황극이에요. ‘열쩡! 열쩡! 열쩡!’을 외치는 산악회장부터 회장 자리를 노리는 부회장, 미국 교포 출신으로 교회 주차 봉사에 열심인 LP Bar 사장님, 주식거래에 진심인 물리 교사가 멤버죠. 한사랑산악회 영상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인물들의 각 세계관부터 말투, 행동 하나하나 디테일이 장난 아니에요. 특히 아는 척을 하면서 의미 없는 권력 싸움을 하거나, 큰 목소리로 상대의 말을 끊는 것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중년 남성의 꼰대 모습도 모두 그대로 재현하죠.



그런데 이 영상을 많이 소비하는 층은 놀랍게도 2030 젊은 세대예요. (캐릭터를 연기하는 개그맨들도 30대이고요.) 독선적이고 가르치려고만 드는 집단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들의 에피소드에 달리는 댓글들은 ‘너무 똑같아서 짜증 나면서도 짠하다’는 식이죠. 한사랑산악회 채널은 그야말로 세대 통합의 장이 됐어요. 2030 구독자들은 궁금하지도 않던 중년 남성들의 리얼한 일상 콘텐츠 덕에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통화하는 아저씨들을 다시 보게 됐다는 말도 해요.


세대 갈등은 서로의 세상을 들여다보지 못해서 생기는 게 아닐까 싶어요. 겉모습이 다르긴 해도 알고 보면 사람 사는 게 다르지 않은데 말이죠. 물론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어요. 자신들의 세상에서 사는 방식을 다른 세대에 강요하지 않는 태도예요. 자신의 삶의 방식을 누군가에게 훈계로 이어가면 꼰대력이 +100 상승될지도 몰라요. 어쨌든, 시대를 막론하고 세대 갈등은 늘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그럼에도 서로의 세상을 존중하는 배려를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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