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제멋대로 일하는 브랜드에게 배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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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문화’ 하면 조직 문화나 회사 복지가 떠오르나요? 흔히 조직 문화가 좋다는 기업을 바라보면서 ‘저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진 않나요? 복지가 좋고 많은 이의 공감을 사는 조직 문화를 가진 곳은 분명 있겠지만, 그곳의 좋은 복지나 조직 문화가 모두를 만족시키진 않을 거예요. 저마다 우선 가치가 다를 테니까요. 그래서 수박C가 주목한 건강한 일이란 ‘자신의 방식과 속도대로 하는 일’이에요. 오늘은 자기만의 속도와 방식대로 일하는 브랜드와 그 일을 돕는 브랜드를 살펴볼게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기

아직 2년 차이지만, 업계 영향력은 최강인 브랜드가 있어요. 최근에 노동절을 맞아 ‘501 워크샵’이라는 행사를 기획해 진행한 ‘모베러웍스’가 그 주인공인데요. 이 브랜드명의 뜻은 ‘More better works’, 즉 더 나은 일을 지칭하는 말이에요. 브랜드명에서도 알 수 있듯 이들은 ‘일’을 키워드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브랜드예요. 정확하게는 메시지와 가치를 파는 브랜드죠. 직장에서 As soon as possible이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되는 ‘ASAP’을 ‘As slow as possible’로 해석하는가 하면, 부자가 되고 싶은 모든 직장인들을 위해 ‘Small work, Big money’라는 슬로건을 만드는 식이에요. 첫 출시 제품이 티셔츠였던 탓에 패션 브랜드로 보는 분들도 있다는데, 컵, 룸 스프레이, 맥주, 스테이셔너리 제품 등 장르 구분 없이 일과 관련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모베러웍스의 유튜브 채널 ‘모티비’의 첫 번째 콘텐츠예요. 지금처럼 화려한 편집 기술은 없죠?)


사실 모베러웍스가 처음부터 일이라는 키워드로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던 건 아니라고 해요. 모베러웍스 창립 멤버 중 소호와 모춘이 오래 일한 직장에서 퇴사 후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 시작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무작정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선포했대요.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게 ‘일’이고, 일을 재밌게 할 때 가장 희열을 느낀다는 걸 발견했죠. 그렇게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가 탄생하게 돼요. 보통은 어떤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세워지면 브랜드가 만들어지잖아요. 모베러웍스는 통념을 깨고 정반대 순서로 브랜드를 론칭한 거예요. 그냥 자신들의 방식으로요.


맨땅에 헤딩하듯 던진 브랜드 제작기부터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는 브랜드가 되기까지를 모두 지켜본 사람들은 모베러웍스에 깊이 이입하는 듯해요. 그 이유는 모베러웍스가 브랜드가 되는 여정에 무수한 실패와 실수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어려움을 위트로 이겨내는 모습이 브랜드 자체가 되었고, 일하는 사람들에겐 닮고 싶은 태도가 되어줬어요.



일하는 환경 세팅하기

‘퍼시스Fursys’는 Furniture와 System의 합성어로 일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사무환경 시스템 개발을 지향하는 브랜드 기업입니다. 일하는 사람이 편하고 즐겁게 일하도록 사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하고 기업 대상으로 공간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어요. 퍼시스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봤어도 자사 가구 브랜드 이름을 들으면 ‘아~’ 할 거예요. ‘일룸iloom’, ‘시디즈sidiz’, ‘슬로우slou’, ‘데스커desker’, 알로소Alloso'가 퍼시스 그룹의 브랜드들이거든요.


퍼시스는 일하는 구성원, 소통 방식, 업무 특성 등에 따라 사무 환경이 달리 조성돼야 한다고 말해요.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공간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쌓은 데이터와 노하우로 정밀한 진단을 내려주죠. 퍼시스의 제품은 일하는 사람을 배려한 인간 공학적인 디자인으로 제작된다고 하는데요. 많은 사람이 생활에 상당 부분을 일하는 공간에서 보내는 만큼, 일하는 공간에서 편안함을 누릴 수 있도록 고민한다고요. 퍼시스는 일하는 공간에 대한 콘텐츠도 만들고 있어요. 매달 1회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블로그를 운영하며 일과 공간을 키워드로 아티클을 발행해요. 심지어 책도 있어요. 《사무환경이 문화를 만든다 vol.1 사무환경 디자인의 시작》과 《사무환경이 문화를 만든다 vol.2 오피스 일상을 바꾸다》예요. 퍼시스가 디자인하는 건 제품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문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실제로 퍼시스그룹의 사옥은 각 공간에 정체성이 부여돼 있어요. 또 오피스는 다양한 컨셉으로 마련돼 있어서 직원들은 자율적으로 자리를 선택한다고 해요. 위에 언급한 책 《사무환경이 문화를 만든다 vol.2 오피스 일상을 바꾸다》에 인상 깊은 구절이 있어서 공유할게요. “공간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지면 직원들은 책상 하나가 아니라 사옥 전체를 가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생각의 변화는 몸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일의 능률과 효율이 떨어질 땐 하다못해 자리 배치라도 바꿔보라는 말이 있잖아요. 일이 힘들게만 느껴질 때 스스로의 문제로만 돌리지 말고 공간에 변화를 줘보세요. 퍼시스에서도 말했듯이 생각의 변화는 몸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되니까요.





주변의 시선에도 신념 지키기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환경을 소재로 삼는 브랜드가 많아진 것 같아요.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되려면 친환경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말도 들리고요. 그런데 환경 그 자체가 브랜드의 존재 이유이자 목표인 곳이 있어요. 네, 예상하셨듯이 '파타고니아patagonia'입니다.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그들의 모든 비즈니스 과정이 결정되고 진행돼요. 전체 매출 1% 기부나 캠페인, 정치 활동을 하는 건 물론이고 내부 구성원들의 인사 관리나 경영 방식도 지구의 생태계가 운영되는 것과 닮아 있죠. 모든 사람이 무리하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해요. 토양이나 지구 자원을 무리하게 개발하면 탈이 나듯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보는 거죠.

파타고니아 코리아가 진행한 국내 환경 캠페인 ⓒ파타고니아 코리아 홈페이지


특히 우리의 제품을 사라고 선전하는 여느 브랜드들과 달리 파타고니아는 우리의 제품을 사지 말라고 말하는데요. 제품 판매보다 제품 수리에 더 중점을 두고, 아무리 인기가 많은 제품도 절대 추가 생산을 하지 않아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갈수록 파타고니아 제품 구매율은 높아지고 있다고요. 가치 소비가 더욱 중요해지는 요즘엔 당연한 결과로 보이긴 하는데요. 파타고니아도 이런 현상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하네요.



어떤 목적이든 제품 소비가 이뤄지면 환경이 보존되긴 어려운 탓에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왜 비즈니스를 하느냐’고 묻는 목소리도 있어요. 파타고니아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환경을 해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지구가 목적이고 사업은 수단일 뿐이라는 말이 자본주의 논리에선 이해가 안 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강하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아요. 가치 실현을 최우선에 두는 파타고니아를 보면 비즈니스의 목적이 꼭 돈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일이든 목적은 자신이 정하기 나름이죠. (윤여정 선생님의 광고가 떠오르네요. ‘옷 좀 이상하게 입는다고 법에 저촉되니?’)



행복과 일을 연결하기

일을 하는 방식과 일을 대하는 태도가 이전과 달라졌듯이 채용 시장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공채만큼이나 상시 모집 공고가 많아졌다는 건데요. 그만큼 구직자와 기업 간의 신뢰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 아닌가 싶어요. 구인 구직 플랫폼인 ‘원티드wanted’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준 곳이에요. 원티드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많은 구인구직 사이트나 카페가 많았는데요. 대부분 기업의 일방적인 채용 공고와 구직자들의 커뮤니티로 이뤄진 경우였어요. 원티드는 일을 찾는 사람과 제공하는 기업 사이에 간극을 좁히고자 여러 시도를 합니다.


먼저 두 대상 간에 정보의 평등을 이루고자 했어요. 이전엔 기업이 우리의 정보를 볼 수만 있었지, 우리가 기업의 정보를 알긴 힘들었잖아요. 구성원이 몇이고, 어떤 복지가 있는지, 평균 연봉은 어느 정도인지, 실제 일하는 구성원들은 회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등 말이에요. 원티드는 두 대상이 서로의 정보를 평등하게 가질 때 신뢰가 형성될 거라고 봤어요. 뿐만 아니라 구직자들의 커리어 역량 성장을 돕기 위해 여러 클래스를 제공하고 기업 담당자와 구직자들이 직접 만나 캐주얼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요. 가장 혁신적인 서비스는 AI를 기반으로 구직자에게 맞춤형 기업을 큐레이션 해주는 역 제안 채용 서비스가 아닐까 싶어요. 이전엔 기업의 일방적인 채용 공고만 이뤄졌으니까요. 실제로 이 매칭 서비스를 통해 회사와 개인이 좋은 인연을 맺는 경우가 많고 만족도가 높다고 해요.


원티드는 결국 일하는 사람들의 행복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단순히 구인구직 플랫폼이라기보다 누구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도록, 누구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에요. 원티드를 통해 나의 행복을 증폭시킬 일을 찾아보세요. 그전에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운지를 먼저 체크해봐야겠죠?



자신의 힘을 신뢰하기

마지막으로 소개할 브랜드는 ‘이슬아’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이슬아 작가 맞아요.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글 구독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은 출판사와 책을 내고 수많은 강연과 북토크 등으로 정신이 없는 분이죠. 그를 이번 주제에 소개하는 이유는 그가 이슬아라는 브랜드로 활동한다고 보이기 때문이에요. ‘일간 이슬아’를 연재하면서 그는 한 사람으로 불리기보다 작품과 서비스로 불리기도 하고, 이슬아라는 세계관은 실존하면서도 만들어진 허상을 넘나드니까요. (실제로 일간 이슬아는 논픽션이자 픽션이에요.)


일간 이슬아를 구독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일간 이슬아가 늘 일상만 다루는 건 아니에요. 때로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사회적인 발화를 하기도 하죠. 그때마다 구독자가 떨어져 나간다고 해요. 가볍고 재밌는 글을 읽고 싶은데 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느냐는 거죠. 이슬아 작가는 그런 독자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요. 그럴수록 더욱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활동하고 타인에게 소개되기를 선택하죠. 또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지속하려면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고, 그걸 지키기 위해 철저히 일의 대가를 따진대요.



이슬아에게서 배울 태도가 있다면 자기 연민을 갖지 않으려는 노력이에요. 이슬아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지 않아요. 오히려 언제든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어요. 혹시라도 일이라도 커리어로 인해서 좌절을 겪고 계신 분이 있는 분들에게 이슬아의 인터뷰를 대신 전할게요.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것을 상처로 만들지 않을 힘이 나에게 있다고 말이에요. 회복의 힘이 내게 있으니까.” 우린 생각보다 단단한 사람들이에요! 오늘도 어딘가에서 일하고 있을 여러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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