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Curation]#214 고민이 있을 때 생각나는 용한 브랜드


10월의 마이비레터는 조금은 낯설수도, 호기심이 생길 수도 있는 주제로 브랜드를 바라보려고 합니다. 자연 과학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존재를 뜻하는 키워드, ‘초자연’입니다. 오컬트와 유사한 의미로 넓게는 미신이나 점술학을 포함하기도 하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기 때문일까요? 최근 사주와 타로 등의 운세를 본 2030 경험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무속, 점술 콘텐츠가 쏟아지는 것 또한 주목할 점입니다. 올해초 화제가 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파묘’를 시작으로 MZ 점술가들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신들린 연애’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사주와 타로를 통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듣고 위안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재미있는 콘텐츠로 소비하기도 하죠. 어쩌면 최근 사주에 관심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건, 모두 자신의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여기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초자연적 요소를 서비스로, 브랜딩으로, 공간과 굿즈로 시대에 맞게 풀어낸 다섯 브랜드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 신묘한 기운에 함께 빠져보시겠어요?



01 운세분야의 넷플릭스, 포스텔러


860만 명의 데이터로 만든 운세 전문 앱. 포스텔러 / 출처 포스텔러


누적 가입자 860만. 월이용자 140만 명. 모바일 운세 서비스 ‘포스텔러’가 출시 7년만에 이룬 성과입니다. 포스텔러는 운세 분야의 넷플릭스라고 불리는데요. 사주, 타로를 비롯해 궁합, 손금, 별자리 등 2,200개의 콘텐츠가 있어 앱을 켜면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있어요. 실제로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도 밤 12시입니다. 

포스텔러는 점술과 기술이 만난 ‘운세테크’ 서비스로써, 운세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사주 분석 시스템을 이용해 사용자의 데이터를 통해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해요. 각종 운세 콘텐츠를 12명의 전문가인 파트너들과 매달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 공신력을 높이기도 하죠.


‘신들린 연애’와 콜라보한 운명패 테스트 / 출처 운칠기삼


전체 이용자의 83%가 MZ세대인데요. 이용자의 취향에 맞게 캐릭터를 활용해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입니다. 지난 6월 17일 MZ 점술가들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신들린 연애’과 함께 ‘운명패 테스트’를 선보여 시청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솔로라면 누를 수밖에 없는 애정운 / 출처 포스텔러


포스텔러는 2017년 태어난 ‘운칠기삼’에서 개발한 앱서비스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함께 일해본 심경진, 김상현 공동대표가 도전한 결과물이기도 하죠. 심경진 대표는 실제로 사주에 관심이 많아 10년째 사주 공부를 해오고 있는데요.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정작 ‘내’가 주인공이 되는 콘텐츠는 별로 없는게 아쉬워서 창업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포스텔러’ 이름은 스타워즈의 대사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좋은 기운이 당신과 함께 하기를’(may the force be with you)라는 대사에 운세(fortune teller)를 더했어요. 운칠기삼의 목표는 포스텔러 사용자들의 위로와 치유입니다. 마이비도 힘들때 한 번쯤은 ‘힐링 운세’를 받아보는 것, 어떠세요? 




02 사주팔자로 퍼스널브랜딩을, 도화도르


사주팔자 쉽게 풀어주는 남자, 도화도르 / 출처 여성동아


사주 크리에이터 ‘도화도르’(본명 김정훈)는 사주로 자신을 브랜딩했습니다. 지난 8월 화제가 되었던 넷플릭스 ‘더인플루언서’에 구독자 21만 명의 사주팔자 유튜버로 출연하기도 했죠. 94년생 젊은 역술가인 그는, 2019년 유튜브를 비롯해 사주 강의, 운세 뉴스레터 등 자신만의 콘텐츠를 다각화해왔습니다. 도화도르 콘텐츠의 핵심은 ‘내 사주는 내가 직접 보자’ 인데요. 나의 삶은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사주를 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죠.


내 사주 속 재물운과 귀인이 궁금하다면? / 출처 유튜브채널 도화도르


고민이 많던 20대 중반. 도화도르는 사주와 처음 만났습니다. 자신이 사주를 통해서 진로를 찾고 도움을 받은 산증인이라 말하죠. 반신반의하며 본 사주의 결과가 자신의 삶의 궤적과 정확히 일치하자,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사주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콘텐츠 제작 일이 적성에 잘 맞다는 그의 사주 덕분일까요? 2021년 클래스101으로 처음 사주 강의를 시작해 라이프 카테고리 top 10 안에 랭킹되기도 했습니다.


사주 셀프리딩 클래스 강의후기 / 출처 도화로운 홈페이지


도화도르는 월간운세 뉴스레터도 운영합니다. ‘길이 되는 종이’라는 뜻을 담아 도화지(道化紙)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사주에서 가장 먼저 봐야하는 태어난 날짜, ‘일간’에 따라서 최소 10가지 이상의 버전을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꼬박 열흘이 걸립니다. 그럼에도 나의 다음달 운세를 기다리는 구독자 77,000명을 위해 매달 말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10월 월간운세 뉴스레터, 道化紙[길 도, 될 화, 종이 지] / 출처 도화도르 인스타그램


“내 삶을 결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삶의 유용한 도구로 사주를 활용해보세요.” 도화도르가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그는 사주를 운세보다는 자기계발의 영역으로 해석해요. 예를 들어, 8월부터 10월까지 투자 운이 좋다면 연초부터 일찍이 트레이딩을 공부해 시드를 모아 돈을 버는 방식으로 말이에요. 

도화도르는 사주를 놀이처럼 한 번 보고 끝내는 것을 넘어서 삶에 잘 활용하기를 권장하죠. 사주를 계기로 자신만의 길을 걷는 도화도르처럼, 마이비도 언젠가 사주를 볼 기회가 생긴다면, 자신의 내면까지 살피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랄게요.




03 십이지신으로 이야기하는 칵테일바, 주신당


주신당. 입구부터 범상치 않다 / 출처 서울관광재단


신당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독보적인 칵테일바가 있습니다. ‘술을 모시는 신당’ 주신당입니다. 과거 무당촌이었던 신당동에 자리잡아 지역성을 살리면서 십이지신 설화를 컨셉으로 삼은 칵테일바입니다. 주신당은 입장할 때부터 묘한 긴장감을 줍니다. 안타깝게 십이지신에 들지 못한 고양이신 석상을 밀고 들어가는 순간, 종소리와 함께 몽환적인 공간이 펼쳐지죠.


십이지신이 사는 숲을 재현한 내부 / 출처 주신당 인스타그램


주신당의 공간 컨셉은 ‘십이지신이 사는 숲’입니다. 영화 아바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요. 곳곳에 다채로운 식물과 조명이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십이지신 바 답게 각 좌석과 테이블에 동물이 새겨져 있을뿐 만 아니라 띠별로 12종의 시그니처 칵테일을 선보입니다. 한국적인 식재료들을 사용하여 페어링된 오리엔탈 스타일의 요리들도 함께 맛볼 수 있어요.

자리에 착석하면 오색깃발을 뽑아 나의 운세를 점칠 수 있습니다. 깃발에는 음식 메뉴가 설명되어 있어요. 웨이팅 대기공간에서 뮤지엄 ‘멋’과 협업하여 사주와 타로를 볼 수 있는 팝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대기하는 시간부터 입장한 직후까지, 주신당만의 브랜드 경험을 선사한 것이죠.


십이지신중 진(용)에는 진(gin)을 넣는다 / 출처 다이닝코드, 주신당 인스타그램


신당동에 있는 1호점의 인기에 힘입어, 잠실, 강남 등 각 지역에 지점이 생기고 있는데요. 앞으로 전국에 총 12개의 지점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주신당은 가장 전통적인 컨셉으로 가장 현대적인 감각을 이끌어냈습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오컬트 무드와 한국의 토속신앙을 부드럽게 풀어내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열 두 동물의 민간설화를 가져왔죠. 자리도, 지점도 모두 12개로 맞추어 그만큼 십이지신 컨셉에 진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부적 필기체를 재해석한 주신당의 로고 / 출처 NONE SPACE


주신당의 로고는 옛 신당에서 사용하던 부적 필기체를 재해석해서 만들었습니다. 흩날리는 서체의 끝부분에서 스산한 연기가 퍼지는 듯한 느낌이 특징이죠. 이처럼 주신당은 한 가지 테마로 공간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일관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04 악운을 물리치는 우리집 수호신, 도담화


등잔에 숨은 도깨비. 귀면등잔 / 출처 도담화 인스타그램


도예 전공자 2명이 모여 시작된 도자기 스몰 브랜드. 도담화입니다. 전통에서 영감을 받아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전통 도자기 굿즈를 제작하고 있죠. ‘탐스럽다’를 의미하는 순우리말 ‘도담’과 한자 이야기 ‘화(話)’의 합성어로 ‘탐스러운 이야기꽃을 피우다’라는 뜻이에요. 브랜드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도담화는 탐스러운 우리나라 전통을 재해석하여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도담화가 전한 첫번째 이야기는 ‘귀면등잔’ 입니다. 무서운 도깨비 얼굴, 귀면은 예로부터 불운을 내쫓는 우리의 수호신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사찰이나 궁궐의 기와에 새기곤 했는데요. 도담화는 귀면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액막이 오브제로 승화시킨 것이죠. 


실제 유물에서 차용한 4개의 귀면무늬 / 출처 도담화


등잔 4면이 모두 다른 도깨비 무늬로,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의 귀면기와 무늬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세심함이 드러납니다.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귀면등잔은 2023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에서 우수문화상품 디자인 분야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여름에는 디퓨저, 겨울에는 등잔으로 쓸 수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짙은 어둠을 밝히는 순간 도깨비가 나타나고 다시 빛이 사라지면, 도깨비는 연꽃향기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는듯 합니다. 발향 뚜껑에도 복을 불러온다는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어서 길상적 의미를 부여하고 부귀를 상징합니다.  

 

코엑스 공간디자인페어 도담화 부스 / 출처 도담화 인스타그램


도깨비는 오랫동안 한국인의 의식 속에서 함께 해온 초자연적 존재입니다. 이러한 흔적은 우리의 문화재에 오롯이 스며들어 있는데요. 도담화처럼 각 유물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시대에 맞게 굿즈로 풀어낸다면, 우리 선조의 생활과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만의 수호 아이템, 귀면등잔을 시작으로 도담화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05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부적, 최고심


어떤일이든 극복 가능한 최고심 부적 / 출처 원모어백


귀여운 것이 세상을 구한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이제 귀여운 것이 세상을 구하는 것을 넘어 세상을 바꾸고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Z세대의 자존감 지킴이, 최고심을 소개하고 싶어요. 22년 9월의 브랜드에 선정되기도 했던 최고심은 33만 팔로워를 보유한 캐릭터이자 브랜드인데요. 작년부터 유행한 캐릭터 부적의 대표주자입니다.

2020년 9월에 태어난 최고심. 삐뚤빼뚤 그림판에 그린 것 같은 손그림에 다채로운 색상을 입힌 캐릭터입니다. 곰 캐릭터인 고심이와 토끼 캐릭터 토심이를 중심으로 귀여움을 살린 다양한 굿즈가 출시되고 있죠. 시그니처는 최고심 특유의 파워 긍정 말투에요. “쉽게만 살아도 재미있어~”, ”오늘 하루도 잘 낭비했다!” 등의 솔직한 발언은 유쾌하고 위트있죠.  


친구들과 나눠갖기 좋은 최고심 부적 100종 세트 / 출처 오브젝트


시험, 출근, 운동 등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 활용할 수는 메시지를 담음. 현재까지 출시된 최고심 부적은 무려 100종이 넘는데요. 수험생에게 선물하기 좋은 ‘재수 없는 부적’, 여행가는 친구에게 주고 싶은 ‘날씨 요정 부적’ 등 일상적이면서 구체적인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걱정도 팔자’ 최고심 더현대 팝업 / 출처 최고심 인스타그램


지난 07월 16부터 24일까지 더현대 서울에서 ‘걱정도 팔자’ 최고심 팝업 스토어가 진행됐습니다. 팝업 이름처럼 각종 고민과 걱정을 파는 컨셉이에요. 모든 입장 고객에게 운세카드를 주기도 해요. 걱정을 세탁기에 돌리고, 망치로 부시고 내일로 미루라는 걱정 해소 방법은 정말 ‘최고심스럽다’고 느껴져요.

한 장에 500원. 부담 없는 가격에 최고심 부적 팝업은 Z세대에게 일종의 행운 다이소인 셈이에요. 이제 부적은 미신을 상징하기 보다는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혹시 모르죠? 무한 긍정의 아이콘 최고심 부적을 지니고 있으면 정말 행운이 올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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