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들기름” 졸임 달인 최강록 셰프의 들기름처럼, 최근 들어 이런 사례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전국을 뒤흔들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입니다.
수많은 밈과 패러디가 쏟아지는 중에, 비마이비의 눈길을 사로 잡은건 ‘흑백요리사를 본 직군별 반응이었어요.’ 누구는 셰프를 섭외 해야 한다며 바쁘고, 누구는 제작비를 부러워하고, 누구는 PPL을 어떻게 넣었는지 궁금해했죠. 그래서 비마이비는 마이비 여러분이 현직에서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마케터와 기획자에게 가장 중요한 인사이트를 졸여냈습니다.
이번 마이비레터 215호의 키워드는 ‘킥(Kick)’.
이 킥은 셰프와 마케터에게 다르면서도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요.
먼저, 셰프의 킥은 요리의 맛과 완성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재료를 의미하며, 마케터의 킥은 브랜드, 캠페인, 제품 기획에서 차별화된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요소를 가리킵니다. 과거에는 이를 ‘엣지’라고 부르기도 했죠.
우리 마케터와 기획자들이 흑백요리사의 흥행 요인, 그리고 셰프들에게 배울 수 있는 킥을 브랜드와 연결했어요.
“이금기씨 아니신가요?”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중식의 대가, 여경래 셰프가 레스토랑의 고객들에게 종종 받는 질문이에요. 그가 ‘LEE KUM KEE’ 마크가 새겨진 조리복을 즐겨입기 때문인데요. 여경래 셰프는 15년 넘게 글로벌 소스 브랜드 이금기의 조리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이금기가 ‘한국의 중식시장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자 지원군’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경래 셰프의 수제자 중식여신 박은영 셰프 / 출처 흑백요리사
흑수저로 동반출연했던 제자 ‘중식여신’ 박은영 셰프 역시, 이금기가 이어준 소중한 인연입니다. 박은영 셰프가 2011년 이금기 요리대회 출전을 계기로 심사위원 여경래 셰프와 처음 만났거든요. 방송 내내 제자와 스승의 훈훈한 서사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중식 요리의 필수 식재료이자 여경래 셰프의 ‘인생소스’라고도 불리는 중식의 킥, 이금기. 1888년에 홍콩에서 설립된 이금기는 전세계적인 소스 브랜드이자 프리미엄 굴소스의 원조입니다. 이금기 굴소스는 딱 한 스푼이면 죽은 요리도 살리는 마성의 소스로 유명한데요. 현재 전세계 굴소스 시장의 80%를 점유하며, 이 외에도 두반장, XO소스 등 다양한 중식 소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판다 굴소스 / 출처 이금기
이금기의 글로벌 진출의 킥은 ‘판다 굴소스’였습니다. 미국인들에게 좀 더 익숙한 중국 이미지인 판다를 라벨에 넣어 출시한 것이죠. 1972년 미국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판다를 선물 받았는데요. 이때 미국에서 잠깐 중국 열풍이 불자 이금기의 CEO 이만탓이 이를 놓치지 않은 것이죠. 70년대 후반 중국의 개혁개방에 힘입어 판다 굴소스는 날개 돋친듯 팔렸습니다. 우수한 중식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린다는 사명에 걸맞는 마케팅 전략이 아닐까요?
최근에는 비건 트렌드를 반영해 버섯으로 만든 비건 굴소스를 출시하며, 2022 대한민국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유지∙소스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1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금기의 마케팅은 브랜드의 전통과 품질을 강조하면서도, 트렌드를 아우르는 소스 개발로 더욱 폭넓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02 나폴리 맛피아의 새로운 해석, CJ 제일제당 맛밤
안성재도 반한 넌 정말 티라미수 케익 / 출처 흑백요리사
최근 흑백요리사의 패자부활전 <편의점 미션>에서 1위를 한 나폴리 맛피아의 레시피, 밤 티라미수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안성재에게 ‘호텔 디저트 같은 맛’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달 12일 전국 CU에서 실제 제품으로 출시된다는 소식에 더욱 화제가 됐죠. 나폴리 맛피아가 이 디저트의 킥으로 선택한 재료는 바로 ‘맛밤’입니다.
밤 티라미수가 CU에서 정식출시된다 / 출처 CU
방송 후 맛밤의 매출은 전일 대비 49.7% 증가해 흑백요리사의 파급력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맛밤의 원조인 CJ 제일제당의 맛밤은 2004년에 출시된 국내 최초의 프리미엄 자연간식이에요. ‘밤 100%’라는 카피를 내걸며 건강한 간식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죠. 이쯤되니 맛밤이 20년 넘게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웰빙 간식으로 자리 잡게된 비결이 궁금해져요.
국내 최초의 프리미엄 무첨가 자연간식, 맛밤 / 출처 CJ제일제당
맛밤의 성공은 스낵시장에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출시 당시 다소 생소한 제품이었던 만큼 100% 구운밤만을 사용해 웰빙 간식으로 포지셔닝했고, 오히려 밤을 찾기 힘든 여름에 출시해야 한다는 역발상 전략을 세웠어요. 덕분에 출시 3년만에 4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주부와 골퍼들까지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한 마케팅도 주효했습니다. 그룹사인 CGV와 공동마케팅을 통해 조용하고 간편한 간식으로 맛밤을 영화관에서 홍보하기도 했죠. 영화관 마케팅이 아쉽게 단기 프로모션 정도로 마무리 되자 당시 과자 유해성 논란으로 인해 안전한 어린이 간식을 찾는 주부들을 주요 타겟으로 삼으며 인기몰이에 성공했습니다. 골프장을 대상으로도 판촉에 도전했습니다. 라운딩 시간동안 간편하게 에너지 보충을 할 수 있어 골퍼들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죠.
CJ 제일제당 맛밤의 마케팅 전략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타깃을 세분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진정한 마케터라면 기존의 자사제품을 새로운 고객층에게 선보이려고 끊임없이 시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03 에드워드 리 셰프와 함께 정체성을 찾아, 한옥마을 전주비빔밥
에드워드 리가 만든 칼로 썰어먹는 참치 비빔밥 / 출처 흑백요리사
자칭 ‘비빔..인칸’ 에드워드 리 셰프는 흑백요리사 <인생요리> 미션에서 진한 감동을 남겼습니다. 독창적인 방식으로 전통적인 비빔밥을 재해석한 ‘참치 비빔밥’ 레시피가 그의 킥이었죠. 그는 비빔밥을 주먹밥처럼 만들어 기름에 튀긴 뒤, 생참치로 감싸 마치 스테이크처럼 칼로 썰어 먹는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에드워드 리는 “여러 재료가 섞여 하나의 맛을 내는 비빔밥이 바로 나”라고 설명하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느꼈던 정체성 혼란을 비빔밥을 통해 표현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융합한 상징적인 음식으로, 백종원으로부터 최고점을 받았는데요. 셰프의 삶과 철학을 담아내는 인생요리로 인정받은 것이죠.
가장 한국적인 맛을 담은 전주비빔밥 / 출처 한옥마을 비빔밥
비빔밥은 한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전통음식 중 하나이면서, 특히 ‘전주’하면 ‘비빔밥’이 떠오를 정도로 전주 지역의 시그니처 로컬푸드이기도 합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전주비빔밥은 로컬의 오방색 식재료로 음양오행을 담아낸 균형 잡힌 영양식이에요. 여기 전주비빔밥을 브랜드화한 브랜드, ‘한옥마을 전주비빔밥’이 있습니다.
약 50년 전, 전주의 작은 비빔밥집에서 시작한 ‘한옥마을 전주비빔밥’은 2대째 그 레시피를 계승하고 있는 전통 한식 브랜드입니다. 국내 최초로 전주비빔밥을 글로벌 프랜차이즈화한 브랜드이기도 한데요. 2023년 한국 대표브랜드 TOP 100 ‘한식 프랜차이즈’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죠.
세계에서 4번째로 지정된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 출처 유네스코
비빔밥이라는 음식으로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라는 정체성을 가진 전주처럼, 그리고 미국계 한국인로서 정체성을 표현한 에드워드 리처럼, 브랜드도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를 고객에게 인지시키려고 노력합니다. 단순히 음식을 넘어 일관된 브랜드로 인정받는 것 자체로 마케터에게 의미있는 인사이트가 아닐까요?
04 조연이지만 주인공이 되다, 풀무원
무한요리지옥 미션의 주재료, 두부 / 출처 흑백요리사
결승전보다 더 기억에 남았다는 흑백요리사 11화의 <무한 요리 지옥>. 마이비는 어떻게 보셨나요? 7명의 요리사들이 두부를 주재료로 30분 단위로 매번 새로운 두부 요리 대결을 펼쳤는데요. 27가지 두부요리를 쉼없이 만들어내는 박진감 넘치는 명승부를 보여주며 몰입도는 배가 되었죠. 셰프들에게는 지옥이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이었습니다.
총 27가지의 두부요리가 나왔다 / 출처 흑백요리사
여기 무한 요리 지옥에서 셰프들을 한계로 몰고 간 장본인 두부. 두부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브랜드는 ‘풀무원’인데요. 마침 풀무원도 두부 하나를 갖고 관점을 달리 해가며, 맛과 형태를 다양하게 하고 있어요. 역시 소비되는 시장의 상황과 문화에 맞게요. 셰프들이 두부 하나로 다양한 레시피를 선보였듯이, 풀무원도 식물성 제품군의 다양화에 앞장서면서 두부로 새로운 도전을 해왔습니다.
일본에서 출시후 4달 만에 250만개를 판매한 고단백 두부바 / 출처 풀무원
풀무원은 두부면이나 두부로 고기의 식감을 구현한 텐더, 대체육 직화 불고기 같은 상품을 만들며 경쟁력을 키워나갔습니다. 특히 30여년간 해외사업에 공을 들였습니다. 2020년 말 풀무원은 일본법인(아사히코)에서 식물성 단백질 간식 ‘두부바’를 출시했습니다. 두부바는 일본 현지에서 식사 대용, 운동 후 단백질 섭취, 건강 안주 등으로 인기를 끌었어요. 일평균 7만개가 판매될 정도이죠. 올 7월 말에는 수제두부 라인업을 리뉴얼하며 두부의 고급화를 강화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현석 셰프는 항상 익숙한 음식을 낯설게 풀어야 한다고 말해요. 이처럼 마케터도 같은 브랜드, 같은 소재를 다양한 관점으로 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셰프들이 두부 하나에서 27가지 레시피를 만들고 풀무원이 제품 다각화로 두부의 글로벌화를 이끄는 것처럼 말이에요. 하나의 주제로 얼마나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를 꾸준히 뽑아낼 수 있는가는 브랜드의 지속가능성과도 연결됩니다.
05 이름을 건 요리, 백종원의 원조쌈밥집
최후의 2인, 권성준 셰프와 이균 셰프 / 출처 흑백요리사
흑백요리사 파이널 라운드에서 <이름을 건 요리> 미션은 권성준과 이균, 두 요리사의 이름을 남겼습니다. 마지막까지 시청한 팬들의 반응은 ‘나폴리 맛피아에게는 축하를, 에드워드 리에게는 존경을’ 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균의 이야기에는 대중을 설득하는 서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드워드 리의 본명, 이균에 담긴 서사가 그의 ‘킥’이었습니다. 삐뚤빼뚤한 한글로 적은 종이를 펼치며 읽은 ‘나머지 떡볶이 디저트’에 담긴 자신의 정체성과 요리에 대한 진심에 모두가 공감한 것이죠.
물론 두 쉐프의 요리는 모두 훌륭했습니다. 나폴리 맛피아는 이름을 건다는 건 생명, 즉 심장을 건다는 것과 같다고 해석했는데요. 재료로 양심장을 쓰고 하트모양 파스타를 만들며 이름에 담긴 ‘상징성’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접시 위에 표현했습니다. 반면 에드워드 리는 경연 처음부터 끝까지 한식을 접목한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며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말했어요.
국내 프랜차이즈의 신화,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 / 출처 더본코리아
이렇듯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과 이름과 같은 상징성은 브랜드에게도 필요합니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가 가진 의미를 전달하며 정서적인 유대감을 만들수도 있고, 브랜드를 바로 떠올릴 수도 있거든요. 흑백요리사를 상징하는, 심사위원 백종원에게도 그런 브랜드가 있습니다. 글로벌 외식브랜드 더본코리아의 첫 시작을 나타내는 브랜드, 백종원의 원조쌈밥집입니다.
20여가지 신선한 채소로 즐기는 한 상 / 출저 백종원의 원조쌈밥집
과거에 하는 사업마다 망했던 백종원은 1993년 오픈한 원조쌈밥집으로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식당 운영에 문외한이었던 백종원 대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는데요. 원조쌈밥집만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해물쌈장을 개발했고, 거기에 실수로 동그랗게 말린 삼겹살로 인해 운명처럼 탄생한, ‘대패삼겹살’을 최초로 개발하게 되면서 논현동의 명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후 한신포차, 본가, 새마을식당이 차례로 성공하면서 지금의 성공한 외식사업가가 된 것이죠.
누구에게나 처음은 어렵습니다. 백종원 대표도 실패를 극복한 재기 서사와 대패삼겹살이라는 상징적 메뉴를 통해 소비자와 연결고리를 만들어냈을지도 몰라요. 이렇듯 브랜드는 그 자체로 스토리를 담고 있어야 하며, 고객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쉽게 기억하고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때문이에요.
“나야, 들기름” 졸임 달인 최강록 셰프의 들기름처럼, 최근 들어 이런 사례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전국을 뒤흔들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입니다.
수많은 밈과 패러디가 쏟아지는 중에, 비마이비의 눈길을 사로 잡은건 ‘흑백요리사를 본 직군별 반응이었어요.’ 누구는 셰프를 섭외 해야 한다며 바쁘고, 누구는 제작비를 부러워하고, 누구는 PPL을 어떻게 넣었는지 궁금해했죠. 그래서 비마이비는 마이비 여러분이 현직에서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마케터와 기획자에게 가장 중요한 인사이트를 졸여냈습니다.
이번 마이비레터 215호의 키워드는 ‘킥(Kick)’.
이 킥은 셰프와 마케터에게 다르면서도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요.
먼저, 셰프의 킥은 요리의 맛과 완성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재료를 의미하며, 마케터의 킥은 브랜드, 캠페인, 제품 기획에서 차별화된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요소를 가리킵니다. 과거에는 이를 ‘엣지’라고 부르기도 했죠.
우리 마케터와 기획자들이 흑백요리사의 흥행 요인, 그리고 셰프들에게 배울 수 있는 킥을 브랜드와 연결했어요.
본질 / 타깃 분석 / 아이덴티티 / 관점 / 대표성까지.
비마이비가 흑백요리사에서 맛있게 졸여낸, 마케터와 기획자에게 무기가 되어줄 5가지 인사이트와 브랜드를 함께 살펴볼까요?
01 여경래 셰프처럼 본질을 압축하다, 이금기
중화요리 소스 브랜드 이금기의 얼굴, 여경래 셰프
“이금기씨 아니신가요?”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중식의 대가, 여경래 셰프가 레스토랑의 고객들에게 종종 받는 질문이에요. 그가 ‘LEE KUM KEE’ 마크가 새겨진 조리복을 즐겨입기 때문인데요. 여경래 셰프는 15년 넘게 글로벌 소스 브랜드 이금기의 조리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이금기가 ‘한국의 중식시장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자 지원군’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경래 셰프의 수제자 중식여신 박은영 셰프 / 출처 흑백요리사
흑수저로 동반출연했던 제자 ‘중식여신’ 박은영 셰프 역시, 이금기가 이어준 소중한 인연입니다. 박은영 셰프가 2011년 이금기 요리대회 출전을 계기로 심사위원 여경래 셰프와 처음 만났거든요. 방송 내내 제자와 스승의 훈훈한 서사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중식 요리의 필수 식재료이자 여경래 셰프의 ‘인생소스’라고도 불리는 중식의 킥, 이금기. 1888년에 홍콩에서 설립된 이금기는 전세계적인 소스 브랜드이자 프리미엄 굴소스의 원조입니다. 이금기 굴소스는 딱 한 스푼이면 죽은 요리도 살리는 마성의 소스로 유명한데요. 현재 전세계 굴소스 시장의 80%를 점유하며, 이 외에도 두반장, XO소스 등 다양한 중식 소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판다 굴소스 / 출처 이금기
이금기의 글로벌 진출의 킥은 ‘판다 굴소스’였습니다. 미국인들에게 좀 더 익숙한 중국 이미지인 판다를 라벨에 넣어 출시한 것이죠. 1972년 미국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판다를 선물 받았는데요. 이때 미국에서 잠깐 중국 열풍이 불자 이금기의 CEO 이만탓이 이를 놓치지 않은 것이죠. 70년대 후반 중국의 개혁개방에 힘입어 판다 굴소스는 날개 돋친듯 팔렸습니다. 우수한 중식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린다는 사명에 걸맞는 마케팅 전략이 아닐까요?
최근에는 비건 트렌드를 반영해 버섯으로 만든 비건 굴소스를 출시하며, 2022 대한민국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유지∙소스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1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금기의 마케팅은 브랜드의 전통과 품질을 강조하면서도, 트렌드를 아우르는 소스 개발로 더욱 폭넓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02 나폴리 맛피아의 새로운 해석, CJ 제일제당 맛밤
안성재도 반한 넌 정말 티라미수 케익 / 출처 흑백요리사
최근 흑백요리사의 패자부활전 <편의점 미션>에서 1위를 한 나폴리 맛피아의 레시피, 밤 티라미수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안성재에게 ‘호텔 디저트 같은 맛’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달 12일 전국 CU에서 실제 제품으로 출시된다는 소식에 더욱 화제가 됐죠. 나폴리 맛피아가 이 디저트의 킥으로 선택한 재료는 바로 ‘맛밤’입니다.
밤 티라미수가 CU에서 정식출시된다 / 출처 CU
방송 후 맛밤의 매출은 전일 대비 49.7% 증가해 흑백요리사의 파급력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맛밤의 원조인 CJ 제일제당의 맛밤은 2004년에 출시된 국내 최초의 프리미엄 자연간식이에요. ‘밤 100%’라는 카피를 내걸며 건강한 간식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죠. 이쯤되니 맛밤이 20년 넘게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웰빙 간식으로 자리 잡게된 비결이 궁금해져요.
국내 최초의 프리미엄 무첨가 자연간식, 맛밤 / 출처 CJ제일제당
맛밤의 성공은 스낵시장에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출시 당시 다소 생소한 제품이었던 만큼 100% 구운밤만을 사용해 웰빙 간식으로 포지셔닝했고, 오히려 밤을 찾기 힘든 여름에 출시해야 한다는 역발상 전략을 세웠어요. 덕분에 출시 3년만에 4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주부와 골퍼들까지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한 마케팅도 주효했습니다. 그룹사인 CGV와 공동마케팅을 통해 조용하고 간편한 간식으로 맛밤을 영화관에서 홍보하기도 했죠. 영화관 마케팅이 아쉽게 단기 프로모션 정도로 마무리 되자 당시 과자 유해성 논란으로 인해 안전한 어린이 간식을 찾는 주부들을 주요 타겟으로 삼으며 인기몰이에 성공했습니다. 골프장을 대상으로도 판촉에 도전했습니다. 라운딩 시간동안 간편하게 에너지 보충을 할 수 있어 골퍼들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죠.
CJ 제일제당 맛밤의 마케팅 전략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타깃을 세분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진정한 마케터라면 기존의 자사제품을 새로운 고객층에게 선보이려고 끊임없이 시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03 에드워드 리 셰프와 함께 정체성을 찾아, 한옥마을 전주비빔밥
에드워드 리가 만든 칼로 썰어먹는 참치 비빔밥 / 출처 흑백요리사
자칭 ‘비빔..인칸’ 에드워드 리 셰프는 흑백요리사 <인생요리> 미션에서 진한 감동을 남겼습니다. 독창적인 방식으로 전통적인 비빔밥을 재해석한 ‘참치 비빔밥’ 레시피가 그의 킥이었죠. 그는 비빔밥을 주먹밥처럼 만들어 기름에 튀긴 뒤, 생참치로 감싸 마치 스테이크처럼 칼로 썰어 먹는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에드워드 리는 “여러 재료가 섞여 하나의 맛을 내는 비빔밥이 바로 나”라고 설명하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느꼈던 정체성 혼란을 비빔밥을 통해 표현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융합한 상징적인 음식으로, 백종원으로부터 최고점을 받았는데요. 셰프의 삶과 철학을 담아내는 인생요리로 인정받은 것이죠.
가장 한국적인 맛을 담은 전주비빔밥 / 출처 한옥마을 비빔밥
비빔밥은 한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전통음식 중 하나이면서, 특히 ‘전주’하면 ‘비빔밥’이 떠오를 정도로 전주 지역의 시그니처 로컬푸드이기도 합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전주비빔밥은 로컬의 오방색 식재료로 음양오행을 담아낸 균형 잡힌 영양식이에요. 여기 전주비빔밥을 브랜드화한 브랜드, ‘한옥마을 전주비빔밥’이 있습니다.
약 50년 전, 전주의 작은 비빔밥집에서 시작한 ‘한옥마을 전주비빔밥’은 2대째 그 레시피를 계승하고 있는 전통 한식 브랜드입니다. 국내 최초로 전주비빔밥을 글로벌 프랜차이즈화한 브랜드이기도 한데요. 2023년 한국 대표브랜드 TOP 100 ‘한식 프랜차이즈’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죠.
세계에서 4번째로 지정된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 출처 유네스코
비빔밥이라는 음식으로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라는 정체성을 가진 전주처럼, 그리고 미국계 한국인로서 정체성을 표현한 에드워드 리처럼, 브랜드도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를 고객에게 인지시키려고 노력합니다. 단순히 음식을 넘어 일관된 브랜드로 인정받는 것 자체로 마케터에게 의미있는 인사이트가 아닐까요?
04 조연이지만 주인공이 되다, 풀무원
무한요리지옥 미션의 주재료, 두부 / 출처 흑백요리사
결승전보다 더 기억에 남았다는 흑백요리사 11화의 <무한 요리 지옥>. 마이비는 어떻게 보셨나요? 7명의 요리사들이 두부를 주재료로 30분 단위로 매번 새로운 두부 요리 대결을 펼쳤는데요. 27가지 두부요리를 쉼없이 만들어내는 박진감 넘치는 명승부를 보여주며 몰입도는 배가 되었죠. 셰프들에게는 지옥이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이었습니다.
총 27가지의 두부요리가 나왔다 / 출처 흑백요리사
여기 무한 요리 지옥에서 셰프들을 한계로 몰고 간 장본인 두부. 두부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브랜드는 ‘풀무원’인데요. 마침 풀무원도 두부 하나를 갖고 관점을 달리 해가며, 맛과 형태를 다양하게 하고 있어요. 역시 소비되는 시장의 상황과 문화에 맞게요. 셰프들이 두부 하나로 다양한 레시피를 선보였듯이, 풀무원도 식물성 제품군의 다양화에 앞장서면서 두부로 새로운 도전을 해왔습니다.
일본에서 출시후 4달 만에 250만개를 판매한 고단백 두부바 / 출처 풀무원
풀무원은 두부면이나 두부로 고기의 식감을 구현한 텐더, 대체육 직화 불고기 같은 상품을 만들며 경쟁력을 키워나갔습니다. 특히 30여년간 해외사업에 공을 들였습니다. 2020년 말 풀무원은 일본법인(아사히코)에서 식물성 단백질 간식 ‘두부바’를 출시했습니다. 두부바는 일본 현지에서 식사 대용, 운동 후 단백질 섭취, 건강 안주 등으로 인기를 끌었어요. 일평균 7만개가 판매될 정도이죠. 올 7월 말에는 수제두부 라인업을 리뉴얼하며 두부의 고급화를 강화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현석 셰프는 항상 익숙한 음식을 낯설게 풀어야 한다고 말해요. 이처럼 마케터도 같은 브랜드, 같은 소재를 다양한 관점으로 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셰프들이 두부 하나에서 27가지 레시피를 만들고 풀무원이 제품 다각화로 두부의 글로벌화를 이끄는 것처럼 말이에요. 하나의 주제로 얼마나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를 꾸준히 뽑아낼 수 있는가는 브랜드의 지속가능성과도 연결됩니다.
05 이름을 건 요리, 백종원의 원조쌈밥집
최후의 2인, 권성준 셰프와 이균 셰프 / 출처 흑백요리사
흑백요리사 파이널 라운드에서 <이름을 건 요리> 미션은 권성준과 이균, 두 요리사의 이름을 남겼습니다. 마지막까지 시청한 팬들의 반응은 ‘나폴리 맛피아에게는 축하를, 에드워드 리에게는 존경을’ 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균의 이야기에는 대중을 설득하는 서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드워드 리의 본명, 이균에 담긴 서사가 그의 ‘킥’이었습니다. 삐뚤빼뚤한 한글로 적은 종이를 펼치며 읽은 ‘나머지 떡볶이 디저트’에 담긴 자신의 정체성과 요리에 대한 진심에 모두가 공감한 것이죠.
물론 두 쉐프의 요리는 모두 훌륭했습니다. 나폴리 맛피아는 이름을 건다는 건 생명, 즉 심장을 건다는 것과 같다고 해석했는데요. 재료로 양심장을 쓰고 하트모양 파스타를 만들며 이름에 담긴 ‘상징성’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접시 위에 표현했습니다. 반면 에드워드 리는 경연 처음부터 끝까지 한식을 접목한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며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말했어요.
국내 프랜차이즈의 신화,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 / 출처 더본코리아
이렇듯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과 이름과 같은 상징성은 브랜드에게도 필요합니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가 가진 의미를 전달하며 정서적인 유대감을 만들수도 있고, 브랜드를 바로 떠올릴 수도 있거든요. 흑백요리사를 상징하는, 심사위원 백종원에게도 그런 브랜드가 있습니다. 글로벌 외식브랜드 더본코리아의 첫 시작을 나타내는 브랜드, 백종원의 원조쌈밥집입니다.
20여가지 신선한 채소로 즐기는 한 상 / 출저 백종원의 원조쌈밥집
과거에 하는 사업마다 망했던 백종원은 1993년 오픈한 원조쌈밥집으로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식당 운영에 문외한이었던 백종원 대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는데요. 원조쌈밥집만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해물쌈장을 개발했고, 거기에 실수로 동그랗게 말린 삼겹살로 인해 운명처럼 탄생한, ‘대패삼겹살’을 최초로 개발하게 되면서 논현동의 명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후 한신포차, 본가, 새마을식당이 차례로 성공하면서 지금의 성공한 외식사업가가 된 것이죠.
누구에게나 처음은 어렵습니다. 백종원 대표도 실패를 극복한 재기 서사와 대패삼겹살이라는 상징적 메뉴를 통해 소비자와 연결고리를 만들어냈을지도 몰라요. 이렇듯 브랜드는 그 자체로 스토리를 담고 있어야 하며, 고객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쉽게 기억하고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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