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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s are nothing. Branding is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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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브랜딩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책을 먼저 펼쳤나요? 마케터라면 한 번쯤 이 책의 이름을 들어봤을 거예요.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일명 '모비브'. 국내 브랜딩 교과서처럼 읽혀온 이 책의 저자는 홍성태 교수입니다. 한양대학교 경영 대학 명예교수이자, 마케터들의 아지트 '모비브'를 이끌고 있는 그는 지난 20여 년간 한국 브랜드 시장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온몸으로 경험하고 지켜봐 온 인물 중 하나입니다.
그가 써온 책들을 순서대로 놓으면 하나의 문장이 완성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에서 '나음'을, 《나음보다 다름》에서 '다름'을, 《배민다움》에서 '다움'을, 그리고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에서 '처음'을 이야기했죠. 단순히 책의 주제를 달리해가며 얘기한 것이 아니에요. 실제 국내 시장에서의 브랜드가 갖는 의미가 달라져왔고, 홍성태 교수는 매번 그 한 발 앞에 서서 책을 통해 이야기해오고 있었습니다.
책을 통해 시대와 브랜드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해 온 홍성태 교수 / 자료 출처 교보문고
'Brands are nothing. Branding is everything.'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브랜드는 아무것도 아니고, 브랜딩이 전부라고요. 브랜드를 붙들고 매일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당황스러운 말처럼 들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문장은 여러분이 매일 치열하게 고민하는 브랜드의 허무함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이름이나 로고와 같은 결과물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만들어가는 태도와 행위, 즉 '브랜딩' 자체가 브랜드의 실체라는 이야기이죠.
규모와 관계없이 브랜딩이 유행처럼 과도하게 소비되는 지금, 정작 브랜드의 본질을 이야기해 주는 목소리는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숫자 앞에서 '우리다움'을 주장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차별화를 설득해야 하는 자리에서 언어를 잃어버리는 순간도 많아졌고요. 그래서 비마이비가 홍성태 교수를 만나, 브랜드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마이비레터 인터뷰의 주인공, 국내 브랜딩의 구루 홍성태 교수 / 자료 출처 홍성태 교수
Q1. 교수님 안녕하세요. 마이비레터 구독자들을 위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교수님 요즘 근황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지내세요?
안녕하세요. 한양대학교 경영 대학 명예교수이자 모비브라는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홍성태입니다. 오랜 시간 한양대학교에 있다가 조기 은퇴를 하고,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마케터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모비브에서는 12주 동안 진행되는 한 기수 당 50명 정도 원우들을 모집하고 있는데, 현재 26기째 운영 중입니다. 원우들이 1,000명이 넘어요. 직접 진행하는 강의나 세미나, 토요일 오전에 진행되는 모모콘(모비브 모닝 콘서트), 모비트립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강의를 들으러 오시는 분들이 보통 35세에서 45세 사이인데요. 원우들로부터 오히려 제가 배우기도 하고, 트렌드를 끊임없이 업데이트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나음, 다름, 다움, 그리고 처음
Q2. 교수님이 요즘 생각하시는, 주변에서 "진짜 잘하고 있다" 싶은 브랜드가 있다면 하나만 꼽아주실 수 있을까요?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요즘 잘하는 데가 너무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젠틀몬스터가 있는 아이아이컴바인드(IICOMBINED)가 잘하는 것 같아요. 이들의 네이밍은 칸트의 “Art is an act of imagination(상상) and interpretation(해석)”이라는 말을 따온 거라고 하는데, 그 말을 정말 잘 녹인 브랜드 같아요. 이 말이 곧 브랜딩이거든요. 브랜딩을 개념 만들기(concepting)와 체험 시키기(experiencing)로 본다면, ‘개념 만들기’는 ‘상상’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행위이고, ‘체험 시키기’는 ‘해석’을 통해 그 컨셉의 의미를 이해시키는 행위니까요.
아이아이컴바인드는 굳이 인플루언서를 동원하지 않아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좋은 브랜드는 ‘제품을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구나, 대신 사람들이 스스로 의미를 찾고 감상하고 체험하게 하는구나’ 싶죠.

보여주고 상상하고 감상하도록 만드는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스토리 / 자료 출처 젠틀몬스터
Q3. 요즘은 '브랜드가 너무 많은 시대'라고들 합니다. 교수님 눈에는 진짜 브랜드와 브랜드 흉내를 내는 것이 구분이 되실텐데요. 이를 어떤 기준으로 구분하시나요?
흔히 브랜드의 진정성을 이야기할 때 파타고니아와 같은 브랜드들을 떠올리곤 하지만, 사실 ‘진짜 브랜드’는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가짜 브랜드와 진짜 브랜드가 무엇이 다를까 생각해 보면, 가짜는 연출로 버티고, 진짜는 시간이 쌓아가는 것 같아요. 가짜는 처음에는 눈에 띌 수 있지만 갈수록 흔들리고 말이 자꾸 바뀌는데, 진짜 브랜드는 처음에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갈수록 선명해져요. 요즘 연출이 다 너무 좋아져서 진짜와 가짜 브랜드의 구별이 어렵지만, 결국 시간이 흘러가고 들여다보면 거기에서 차이가 있더라고요. 몇 개월, 몇 년이 지나 흔들려 있는지를 보면 진짜 브랜드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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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브랜드는 처음에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갈수록 선명해져요.
몇 개월, 몇 년이 지나 흔들려 있는지를 보면 진짜 브랜드인지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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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결국 브랜드가 지속하려면 매출이나 수익도 중요한데요. 매출과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둘을 동시에 만족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 사이에서 고민이 깊을 분들을 위한 조언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창업한지 얼마 안 된 시점에도 브랜딩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지금부터 브랜딩을 해야 할지, 나중에 좀 더 천천히 해야 할지를요. 처음에는 일단 매출이 있어야 살아남습니다. 컨셉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초반에는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 매출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규모가 있어야 그 다음에 브랜드가 무엇인지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브랜드는 이름 위에 브랜딩을 입혀야 브랜드로 남는다 / 자료 출처 북스톤
Q5.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표지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Brands are nothing. Branding is everything." 처음 이 문장을 봤을 때 당황스러웠어요. 브랜드만을 고민하는 사람한테 "브랜드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하시니까요. 이 문장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어떤 것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아이젠하워 장군이 2차 대전 때 쓴 말을 변형한 건데요. "Plans are nothing. Planning is everything." 엄청난 양의 전략 Plans을 많이 짜두어도 사실 막상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에 나갔을 때엔 다 실현하기 어려워지죠. 다만 Planning 하는 동안 고민하고 생각한 그 과정 자체가 실전에서 기지와 순발력을 갖게 만든다는 뜻이겠죠. 이것이 브랜드에도 적용됩니다. 자라, 스타벅스, 삼성과 같은 브랜드의 이름 그 자체는 아무 의미 없는 허명(虛名)이거든요. 실명화, 즉 어떻게 의미를 입히느냐가 실력입니다. 이것이 브랜딩, 즉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죠. 브랜드라는 것은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꽃처럼 매일 가꾸고 물을 줘야 브랜딩이 돼요.
Q6. 《배민다움》이란 책에서 교수님께서 김봉진 의장과 함께 '배민다움'이라는 개념 자체를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도 보였는데, 브랜드의 '다움'은 사실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인 것 같아요. 우리 브랜드가 '우리답다'는 걸 스스로 알고 발견하기까지 어떤 질문을 거쳐야 하는 걸까요?
첫 번째로 집착하는 어떠한 것이 있어야 하고, 또 이것을 중심으로 절제할 줄 알아야 합니다. 브랜드를 만들다 보면 어떤 무언가에 집착하게 되는데요. 그것이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될 수도 있고,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일 수도 있어요. 브랜드를 내세울 때 제품에 대한 무수한 설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딱 그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 집착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절제해서 그것만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다음에는, 집착한 것을 반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것이 얼마큼 작던지 관계없이요. 1은 얼마든지 거듭제곱해도 1이에요. 그렇지만 1과 단 0.1의 차이가 나는 1.01을 거듭제곱한다면 1.02, 365번을 제곱한다면 무려 37.8이라는 숫자가 나와요. 크기와 관계없이 계속 반복한다면 결국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죠. 나다움을 만든다는 것은 내가 집중하고 집착할 거리를 찾고, 이를 얼마나 끊임없이 반복해 나갈 수 있느냐의 게임인 것 같아요.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
Q7. 교수님께서는 현장과 모비브 등에서 수많은 경영자를 만나 오셨을 텐데요. 좋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경영자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관점이 궁금합니다. 그중에 인상적인 분이 있었다면요?
모비브 원우 중에 실리콘밸리에서 5~6년 일하다 오신 분이 계신데, 그분이 어느 날 저에게 물어보셨어요. “실리콘 밸리에서 창업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사회적 명분이 무엇인지 생각하던데, 국내에서는 사회적 명분을 생각하는 분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 이유가 뭘까요?”라고요. 잘 되는 브랜드들은 그런 명분, 즉 세계관과 철학이 분명해요. 예를 들어 당근은 ‘동네 사람 연결해서 믿을만한 지역 커뮤니티 만들겠다’는 명분을 갖고 있고, 토스는 ‘사람들이 금융을 더 쉽게 사용하도록 만들겠다’는 명분을 갖고 있잖아요. 잘하는 경영자들은 사회적 명분이 항상 머릿속에 있어요. 그게 브랜드의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고요. 새로운 사업을 하든, 상품을 기획하든, 채용을 하든, 어떠한 일을 하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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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에서 창업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사회적 명분을 생각해요.
그게 브랜드의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고요.
새로운 사업을 하든, 상품을 기획하든, 채용을 하든, 어떠한 일을 하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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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일상과 맞닿아 있는 브랜드는 어떠한가요? 사실 매일 먹고 쓰는 일상과 관련된 브랜드는 사회적 명분보다는 다른 동기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결국 어떤 형태로든지 사회적 명분이 생기고,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해녀의 식당이니 해녀의 쉼터, 해녀의 직구 등등, ‘해녀’라는 이름이 붙은 브랜드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중에서 ‘해녀의부엌’이 굉장히 도드라지는 브랜드잖아요. 해녀의 부엌 김하원 대표와 임원 3명이 매주 서울에 올라와 저와 공부를 했었어요. 그분들도 자신의 브랜드에서 사회적 명분을 찾기 어려워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 회사 만들 때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습니까?”라고 물어봤죠.
김하원 대표의 말을 들어보니 할머니도 해녀셨대요. 소라 중에, 물살이 거센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현무암에 뿌리를 내리도록 진화한 뿔소라라는 종이 있어요. 자연산 밖에 없는 종이죠. 그런데 국내에서는 자연산 전복만 비싸게 쳐주고, 뿔소라는 소라라고 값을 안쳐주는 거예요. 그런데 일본에는 식사 끝에 뿔소라를 먹어 악귀를 물리친다는 미신이 있어, 고급 식당에서 비싸게 팔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자연의 현무암에서 어렵게 채취한 뿔소라를 일본 사람들이 싸게 가져가는 것이 속상했던 거죠. 그래서 이 어려운 해녀의 삶을 알리고자 연극도 하게 되고 사업으로 키우게 되었다고 해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해녀의부엌 브랜드의 존재 이유이자 사회적 명분이 ‘뿔소라 지킴이’라고 부를 수 있었어요. 그녀도 여기에 크게 수긍했습니다. 이후에 ‘뿔소라 지킴이’는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여주며, '해녀의부엌'의 자기다움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죠. 지금은 싱가포르에도 매장을 오픈할 정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요.

Origin, Creativity, Co-Existence의 가치를 가진 해녀의부엌 / 자료 출처 해녀의부엌
Q9. "나음보다 다름"을 강조해오셨는데, 요즘 AI가 '나음'을 너무 쉽게 만들어주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AI 시대에 '다름'을 가진 우리만의 브랜딩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AI 시대의 브랜딩은 결국 AI를 다루는 사람의 감각이 중요해요. AI에만 의존하면 삼천포로 갈 수 있다는 위험이 있습니다. 모비브에서도 내준 숙제를 AI로 해와 검사 맡는 경우도 있어, 조금 안타까울 때도 있어요. 인간이 AI 시대에 살아남는 건 결국 자신의 ‘생각과 판단’인데 그걸 빼앗기면 안 돼요.
AI는 정보 수집의 시간을 줄여줄 뿐입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이제 더 이상 시행착오를 거쳐 검색하지 않고 AI를 활용해 브랜드를 찾는 만큼, 거꾸로 우리 브랜드가 AI의 답변에 등장하고 있는 브랜드인지가 중요해졌잖아요. AI에 힘입어 모든 것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결국 믿을 만한 브랜드라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올 것 같습니다.
#홍성태라는 브랜드
Q10. 교수님이 모비브를 만드신 배경 중 하나가, "기법은 가르쳐주는 곳은 많은데 브랜드의 본질을 이야기해주는 곳은 없다"는 아쉬움이었다고 하셨어요. 그 간극이 지금도 여전하다고 느끼세요? 요즘 실무자들은 어떤 부분에서 가장 어려워하고 있는 것 같나요?
관리의 측면에서 ‘나를 어떻게 드러내느냐’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들을 해요. 브랜드가 세상에 너무 많아지고 상향 평준화되어서요. 예전처럼 광고나 슬로건만 잘 만들어서 될 수도 없고, 소비자에게 주어진 정보도 너무 많습니다. 요새 저는, 내가 정말 잘 이해하는 ‘타깃’이 뭐지?, 내가 1등을 할 수 있는‘카테고리’가 무엇이지?, 내가 어떤 ‘미디어(채널)’를 잘 갖고 놀지? 이 3가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에이블리나 아누아 등, 요즘 뜨는 브랜드의 창업자들을 보면 대부분 남성이예요. 이들에게 패션이나 화장품 분야가 직접적인 관심도 덜하고 타깃도 아닐텐데, 어떻게 이들이 운영하는 브랜드가 업계 상위권에 있냐고요? 이들은 데이터를 통해 타깃의 행동 양상을 완벽하게 꿰뚫고 있습니다. 수많은 고객과 상품들 가운데 어떤 고객들을 어떻게 타깃팅할 지 자료화 하는 거예요. 그것이 통하면 확장할 수도 있고요. 에이블리도 타겟을 18~24세로 설정하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연령층도 넓어지고 화장품도 다루고 있잖아요. 타깃을 잘 이해하는 것은 그 산업과 제품을 잘 이해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 관점은 요즘의 강의 주제이기도 해요.
Q11. 비마이비에 모이는 분들은 "나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나"를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요. 개인(퍼스널) 브랜딩,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저는 지금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물어봐요. 디자이너라면 디자이너가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물어봐요. 그 질문에 '제품의 외형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답하면, 그것은 사회적 ‘통념’인데, 일단 그 생각을 ‘부인’해 보라고 말해요. 그리고 나의 하는 일을 나 나름대로 ‘재정의’(redefine) 하라고요. 고착된 개념과 다르게 가는 것이 그 시작입니다. 내가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생각하라고 해보는 것이죠.
저의 경우로 예를 들어볼게요. 저는 교수이지만, 통념적으로 교수가 하는 강의를 통해 지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을 자극시키는 ‘생각의 정원사’인 것이죠. 제가 생각했을 때, 마케팅을 가르친다는 것은 지식이 아닌 생각과 고민을 자극하도록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스스로를 교수가 아닌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가드너라고 정의하고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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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부인하고, 나 나름대로 재정의 해보세요.
내가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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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2. 학교나 모비브, 기업과의 프로젝트들을 통해서 수많은 제자와 업계 리더들을 만나오셨습니다. 성장을 멈추지 않는 브랜드 기획자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기질'이 있을까요?
젊은 친구들 중에서 잘하는 친구들은 그냥 ‘존버’해요(웃음). 정말 끈기있더라고요. 결국 성공하는 친구들은 실패를 견뎌내요. 울면서 다 그만두고 싶다는 친구들도 결국 일어나요. 언젠가는 그럼 성공합니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가 그러더라고요. 스타트업의 본질은 될 때까지 하는 거라고요, 다만 명확한 비전이 있어야겠죠.
Q13. 평소 일상 속에서 브랜드적 영감을 얻기 위해 하시는 교수님만의 특별한 습관이나 리추얼(Ritual)이 궁금합니다.
저만의 리추얼은, 옷감을 짤 때 씨줄과 날줄을 엮듯 정보를 엮어 두는 거예요. NFT, AI, DT와 같이 쭉 지나가는 시대의 흐름의 정보는 놔두면 그냥 흘러가고 말아요. 그래서 저는 이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씨줄’화해요. 옛날 방식이지만 저는 이들을 한 장씩 되어있는 노트 카드에 써두죠. 그리고 이를 다시 카테고리화하는 ‘날줄’화 해요. 디자인이면 디자인, 인간 심리 등 큰 분류가 있고, 디자인도 세부적으로는 공간 디자인, UI 디자인 등이 있잖아요. 이후에 누가 디자인에 대한 얘기를 해달라고 하면 디자인 날줄에서 모아둔 씨줄을 뒤적거리죠. 그러다 보면 그 안에서 또 이말 저말이 엮이거든요.

낱줄과 씨줄로 엮어둔 홍성태 교수의 정보들 / 자료 출처 홍성태 교수
지금은 정보가 부족한 시대가 아닙니다. 그런데 나의 프레임이 없으면, 정보가 축적되지 않고, 조각조각 흩어져 버리고 맙니다. 이런저런 강의 들으러 다니지만, 내 것이 안되는 이유입니다. 이제, 내 집을 지어보세요.
또 Why라는 질문을 잘 하라고 해요. 분석을 위한 Why가 아닌, 어린아이 같은 Innocent Why가 되어야 합니다. 4~5살짜리 아이가 말이 트면 귀찮아요. “아빠, 하늘은 왜 파래요?” “아빠, 새들은 왜 날아다녀요?”와 같은 정말 순수한 질문을 많이 하니까요.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도 그 순수한 호기심의 습관으로 세상만사를 보면 남다른 영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되죠.
여행할 때는 최대한 제가 못 보는 관점에서 많이 보려고 해요. 특히 제 분야인 사람이 아닌 디자이너, 젊은 친구들과 다니다 보면 제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경험하고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여행 중에 카페에 들려 쉬려는데, 그 앞의 접시 디자인도 뒤집어 살펴보고 낯선 브랜드도 확인하는 사람이 있단 말이죠. 그럼 얘기 나누며 또 새로운 관점을 배우는 거예요.
저는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해요. 작가가 되고자 하는 건 아니고, 허투루 보던 것들이나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새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색상도 보고 배열도 보면서 ‘왜 저렇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감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사진 작가 코스프레 아닌 코스프레를 하고 다닙니다. (웃음)
Q14. 마지막으로, 홍성태라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제가 쓴 책 중에 <보이지 않는 뿌리>라는 책이 있어요. 여러 가지 보이는 현상들 뒤에 보이지 않는 뿌리를 정리해서 전달하는 게 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롤 모델로 삼는 사람이 필립 코틀러 교수예요. 1931년생이라서 벌써 95세더라구요. 근데 아직도 정정하게 현역에서 책도 많이 쓰고 있잖아요.
예전 유학시절에 각 학교에서 차출된 박사과정 학생들의 세미나가 있었어요. 그런데 구석 한편에 필립 코틀러 교수가 와 계신 거예요. 그리곤 학생들이 발표하는 걸 열심히 들으면서 필기하시더라고요. 이 분야에서 제일 앞서 나가시고 많이 아시는 분이 뭘 그렇게 적으시나 의아했어요. 그래 여쭤보니, 지금 제일 새로운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바로 박사 과정의 학생들 아니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 연륜에도 그런 자세 자체가 배울 점인 것 같아요. 저도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노란 리걸 패드에 끊임없이 노트 중인 홍성태 교수 / 자료 출처 모비브 인스타그램 캡처
⚡전국이 포켓몬으로 난리였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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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s are nothing. Branding is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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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브랜딩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책을 먼저 펼쳤나요? 마케터라면 한 번쯤 이 책의 이름을 들어봤을 거예요.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일명 '모비브'. 국내 브랜딩 교과서처럼 읽혀온 이 책의 저자는 홍성태 교수입니다. 한양대학교 경영 대학 명예교수이자, 마케터들의 아지트 '모비브'를 이끌고 있는 그는 지난 20여 년간 한국 브랜드 시장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온몸으로 경험하고 지켜봐 온 인물 중 하나입니다.
그가 써온 책들을 순서대로 놓으면 하나의 문장이 완성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에서 '나음'을, 《나음보다 다름》에서 '다름'을, 《배민다움》에서 '다움'을, 그리고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에서 '처음'을 이야기했죠. 단순히 책의 주제를 달리해가며 얘기한 것이 아니에요. 실제 국내 시장에서의 브랜드가 갖는 의미가 달라져왔고, 홍성태 교수는 매번 그 한 발 앞에 서서 책을 통해 이야기해오고 있었습니다.
'Brands are nothing. Branding is everything.'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브랜드는 아무것도 아니고, 브랜딩이 전부라고요. 브랜드를 붙들고 매일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당황스러운 말처럼 들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문장은 여러분이 매일 치열하게 고민하는 브랜드의 허무함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이름이나 로고와 같은 결과물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만들어가는 태도와 행위, 즉 '브랜딩' 자체가 브랜드의 실체라는 이야기이죠.
규모와 관계없이 브랜딩이 유행처럼 과도하게 소비되는 지금, 정작 브랜드의 본질을 이야기해 주는 목소리는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숫자 앞에서 '우리다움'을 주장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차별화를 설득해야 하는 자리에서 언어를 잃어버리는 순간도 많아졌고요. 그래서 비마이비가 홍성태 교수를 만나, 브랜드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마이비레터 인터뷰의 주인공, 국내 브랜딩의 구루 홍성태 교수 / 자료 출처 홍성태 교수
Q1. 교수님 안녕하세요. 마이비레터 구독자들을 위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교수님 요즘 근황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지내세요?
안녕하세요. 한양대학교 경영 대학 명예교수이자 모비브라는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홍성태입니다. 오랜 시간 한양대학교에 있다가 조기 은퇴를 하고,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마케터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모비브에서는 12주 동안 진행되는 한 기수 당 50명 정도 원우들을 모집하고 있는데, 현재 26기째 운영 중입니다. 원우들이 1,000명이 넘어요. 직접 진행하는 강의나 세미나, 토요일 오전에 진행되는 모모콘(모비브 모닝 콘서트), 모비트립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강의를 들으러 오시는 분들이 보통 35세에서 45세 사이인데요. 원우들로부터 오히려 제가 배우기도 하고, 트렌드를 끊임없이 업데이트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나음, 다름, 다움, 그리고 처음
Q2. 교수님이 요즘 생각하시는, 주변에서 "진짜 잘하고 있다" 싶은 브랜드가 있다면 하나만 꼽아주실 수 있을까요?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요즘 잘하는 데가 너무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젠틀몬스터가 있는 아이아이컴바인드(IICOMBINED)가 잘하는 것 같아요. 이들의 네이밍은 칸트의 “Art is an act of imagination(상상) and interpretation(해석)”이라는 말을 따온 거라고 하는데, 그 말을 정말 잘 녹인 브랜드 같아요. 이 말이 곧 브랜딩이거든요. 브랜딩을 개념 만들기(concepting)와 체험 시키기(experiencing)로 본다면, ‘개념 만들기’는 ‘상상’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행위이고, ‘체험 시키기’는 ‘해석’을 통해 그 컨셉의 의미를 이해시키는 행위니까요.
아이아이컴바인드는 굳이 인플루언서를 동원하지 않아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좋은 브랜드는 ‘제품을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구나, 대신 사람들이 스스로 의미를 찾고 감상하고 체험하게 하는구나’ 싶죠.
보여주고 상상하고 감상하도록 만드는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스토리 / 자료 출처 젠틀몬스터
Q3. 요즘은 '브랜드가 너무 많은 시대'라고들 합니다. 교수님 눈에는 진짜 브랜드와 브랜드 흉내를 내는 것이 구분이 되실텐데요. 이를 어떤 기준으로 구분하시나요?
흔히 브랜드의 진정성을 이야기할 때 파타고니아와 같은 브랜드들을 떠올리곤 하지만, 사실 ‘진짜 브랜드’는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가짜 브랜드와 진짜 브랜드가 무엇이 다를까 생각해 보면, 가짜는 연출로 버티고, 진짜는 시간이 쌓아가는 것 같아요. 가짜는 처음에는 눈에 띌 수 있지만 갈수록 흔들리고 말이 자꾸 바뀌는데, 진짜 브랜드는 처음에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갈수록 선명해져요. 요즘 연출이 다 너무 좋아져서 진짜와 가짜 브랜드의 구별이 어렵지만, 결국 시간이 흘러가고 들여다보면 거기에서 차이가 있더라고요. 몇 개월, 몇 년이 지나 흔들려 있는지를 보면 진짜 브랜드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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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브랜드는 처음에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갈수록 선명해져요.
몇 개월, 몇 년이 지나 흔들려 있는지를 보면 진짜 브랜드인지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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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결국 브랜드가 지속하려면 매출이나 수익도 중요한데요. 매출과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둘을 동시에 만족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 사이에서 고민이 깊을 분들을 위한 조언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창업한지 얼마 안 된 시점에도 브랜딩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지금부터 브랜딩을 해야 할지, 나중에 좀 더 천천히 해야 할지를요. 처음에는 일단 매출이 있어야 살아남습니다. 컨셉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초반에는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 매출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규모가 있어야 그 다음에 브랜드가 무엇인지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브랜드는 이름 위에 브랜딩을 입혀야 브랜드로 남는다 / 자료 출처 북스톤
Q5.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표지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Brands are nothing. Branding is everything." 처음 이 문장을 봤을 때 당황스러웠어요. 브랜드만을 고민하는 사람한테 "브랜드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하시니까요. 이 문장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어떤 것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아이젠하워 장군이 2차 대전 때 쓴 말을 변형한 건데요. "Plans are nothing. Planning is everything." 엄청난 양의 전략 Plans을 많이 짜두어도 사실 막상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에 나갔을 때엔 다 실현하기 어려워지죠. 다만 Planning 하는 동안 고민하고 생각한 그 과정 자체가 실전에서 기지와 순발력을 갖게 만든다는 뜻이겠죠. 이것이 브랜드에도 적용됩니다. 자라, 스타벅스, 삼성과 같은 브랜드의 이름 그 자체는 아무 의미 없는 허명(虛名)이거든요. 실명화, 즉 어떻게 의미를 입히느냐가 실력입니다. 이것이 브랜딩, 즉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죠. 브랜드라는 것은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꽃처럼 매일 가꾸고 물을 줘야 브랜딩이 돼요.
Q6. 《배민다움》이란 책에서 교수님께서 김봉진 의장과 함께 '배민다움'이라는 개념 자체를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도 보였는데, 브랜드의 '다움'은 사실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인 것 같아요. 우리 브랜드가 '우리답다'는 걸 스스로 알고 발견하기까지 어떤 질문을 거쳐야 하는 걸까요?
첫 번째로 집착하는 어떠한 것이 있어야 하고, 또 이것을 중심으로 절제할 줄 알아야 합니다. 브랜드를 만들다 보면 어떤 무언가에 집착하게 되는데요. 그것이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될 수도 있고,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일 수도 있어요. 브랜드를 내세울 때 제품에 대한 무수한 설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딱 그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 집착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절제해서 그것만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다음에는, 집착한 것을 반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것이 얼마큼 작던지 관계없이요. 1은 얼마든지 거듭제곱해도 1이에요. 그렇지만 1과 단 0.1의 차이가 나는 1.01을 거듭제곱한다면 1.02, 365번을 제곱한다면 무려 37.8이라는 숫자가 나와요. 크기와 관계없이 계속 반복한다면 결국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죠. 나다움을 만든다는 것은 내가 집중하고 집착할 거리를 찾고, 이를 얼마나 끊임없이 반복해 나갈 수 있느냐의 게임인 것 같아요.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
Q7. 교수님께서는 현장과 모비브 등에서 수많은 경영자를 만나 오셨을 텐데요. 좋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경영자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관점이 궁금합니다. 그중에 인상적인 분이 있었다면요?
모비브 원우 중에 실리콘밸리에서 5~6년 일하다 오신 분이 계신데, 그분이 어느 날 저에게 물어보셨어요. “실리콘 밸리에서 창업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사회적 명분이 무엇인지 생각하던데, 국내에서는 사회적 명분을 생각하는 분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 이유가 뭘까요?”라고요. 잘 되는 브랜드들은 그런 명분, 즉 세계관과 철학이 분명해요. 예를 들어 당근은 ‘동네 사람 연결해서 믿을만한 지역 커뮤니티 만들겠다’는 명분을 갖고 있고, 토스는 ‘사람들이 금융을 더 쉽게 사용하도록 만들겠다’는 명분을 갖고 있잖아요. 잘하는 경영자들은 사회적 명분이 항상 머릿속에 있어요. 그게 브랜드의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고요. 새로운 사업을 하든, 상품을 기획하든, 채용을 하든, 어떠한 일을 하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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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에서 창업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사회적 명분을 생각해요.
그게 브랜드의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고요.
새로운 사업을 하든, 상품을 기획하든, 채용을 하든, 어떠한 일을 하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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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일상과 맞닿아 있는 브랜드는 어떠한가요? 사실 매일 먹고 쓰는 일상과 관련된 브랜드는 사회적 명분보다는 다른 동기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결국 어떤 형태로든지 사회적 명분이 생기고,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해녀의 식당이니 해녀의 쉼터, 해녀의 직구 등등, ‘해녀’라는 이름이 붙은 브랜드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중에서 ‘해녀의부엌’이 굉장히 도드라지는 브랜드잖아요. 해녀의 부엌 김하원 대표와 임원 3명이 매주 서울에 올라와 저와 공부를 했었어요. 그분들도 자신의 브랜드에서 사회적 명분을 찾기 어려워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 회사 만들 때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습니까?”라고 물어봤죠.
김하원 대표의 말을 들어보니 할머니도 해녀셨대요. 소라 중에, 물살이 거센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현무암에 뿌리를 내리도록 진화한 뿔소라라는 종이 있어요. 자연산 밖에 없는 종이죠. 그런데 국내에서는 자연산 전복만 비싸게 쳐주고, 뿔소라는 소라라고 값을 안쳐주는 거예요. 그런데 일본에는 식사 끝에 뿔소라를 먹어 악귀를 물리친다는 미신이 있어, 고급 식당에서 비싸게 팔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자연의 현무암에서 어렵게 채취한 뿔소라를 일본 사람들이 싸게 가져가는 것이 속상했던 거죠. 그래서 이 어려운 해녀의 삶을 알리고자 연극도 하게 되고 사업으로 키우게 되었다고 해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해녀의부엌 브랜드의 존재 이유이자 사회적 명분이 ‘뿔소라 지킴이’라고 부를 수 있었어요. 그녀도 여기에 크게 수긍했습니다. 이후에 ‘뿔소라 지킴이’는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여주며, '해녀의부엌'의 자기다움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죠. 지금은 싱가포르에도 매장을 오픈할 정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요.
Origin, Creativity, Co-Existence의 가치를 가진 해녀의부엌 / 자료 출처 해녀의부엌
Q9. "나음보다 다름"을 강조해오셨는데, 요즘 AI가 '나음'을 너무 쉽게 만들어주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AI 시대에 '다름'을 가진 우리만의 브랜딩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AI 시대의 브랜딩은 결국 AI를 다루는 사람의 감각이 중요해요. AI에만 의존하면 삼천포로 갈 수 있다는 위험이 있습니다. 모비브에서도 내준 숙제를 AI로 해와 검사 맡는 경우도 있어, 조금 안타까울 때도 있어요. 인간이 AI 시대에 살아남는 건 결국 자신의 ‘생각과 판단’인데 그걸 빼앗기면 안 돼요.
AI는 정보 수집의 시간을 줄여줄 뿐입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이제 더 이상 시행착오를 거쳐 검색하지 않고 AI를 활용해 브랜드를 찾는 만큼, 거꾸로 우리 브랜드가 AI의 답변에 등장하고 있는 브랜드인지가 중요해졌잖아요. AI에 힘입어 모든 것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결국 믿을 만한 브랜드라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올 것 같습니다.
#홍성태라는 브랜드
Q10. 교수님이 모비브를 만드신 배경 중 하나가, "기법은 가르쳐주는 곳은 많은데 브랜드의 본질을 이야기해주는 곳은 없다"는 아쉬움이었다고 하셨어요. 그 간극이 지금도 여전하다고 느끼세요? 요즘 실무자들은 어떤 부분에서 가장 어려워하고 있는 것 같나요?
관리의 측면에서 ‘나를 어떻게 드러내느냐’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들을 해요. 브랜드가 세상에 너무 많아지고 상향 평준화되어서요. 예전처럼 광고나 슬로건만 잘 만들어서 될 수도 없고, 소비자에게 주어진 정보도 너무 많습니다. 요새 저는, 내가 정말 잘 이해하는 ‘타깃’이 뭐지?, 내가 1등을 할 수 있는‘카테고리’가 무엇이지?, 내가 어떤 ‘미디어(채널)’를 잘 갖고 놀지? 이 3가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에이블리나 아누아 등, 요즘 뜨는 브랜드의 창업자들을 보면 대부분 남성이예요. 이들에게 패션이나 화장품 분야가 직접적인 관심도 덜하고 타깃도 아닐텐데, 어떻게 이들이 운영하는 브랜드가 업계 상위권에 있냐고요? 이들은 데이터를 통해 타깃의 행동 양상을 완벽하게 꿰뚫고 있습니다. 수많은 고객과 상품들 가운데 어떤 고객들을 어떻게 타깃팅할 지 자료화 하는 거예요. 그것이 통하면 확장할 수도 있고요. 에이블리도 타겟을 18~24세로 설정하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연령층도 넓어지고 화장품도 다루고 있잖아요. 타깃을 잘 이해하는 것은 그 산업과 제품을 잘 이해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 관점은 요즘의 강의 주제이기도 해요.
Q11. 비마이비에 모이는 분들은 "나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나"를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요. 개인(퍼스널) 브랜딩,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저는 지금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물어봐요. 디자이너라면 디자이너가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물어봐요. 그 질문에 '제품의 외형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답하면, 그것은 사회적 ‘통념’인데, 일단 그 생각을 ‘부인’해 보라고 말해요. 그리고 나의 하는 일을 나 나름대로 ‘재정의’(redefine) 하라고요. 고착된 개념과 다르게 가는 것이 그 시작입니다. 내가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생각하라고 해보는 것이죠.
저의 경우로 예를 들어볼게요. 저는 교수이지만, 통념적으로 교수가 하는 강의를 통해 지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을 자극시키는 ‘생각의 정원사’인 것이죠. 제가 생각했을 때, 마케팅을 가르친다는 것은 지식이 아닌 생각과 고민을 자극하도록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스스로를 교수가 아닌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가드너라고 정의하고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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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부인하고, 나 나름대로 재정의 해보세요.
내가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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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2. 학교나 모비브, 기업과의 프로젝트들을 통해서 수많은 제자와 업계 리더들을 만나오셨습니다. 성장을 멈추지 않는 브랜드 기획자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기질'이 있을까요?
젊은 친구들 중에서 잘하는 친구들은 그냥 ‘존버’해요(웃음). 정말 끈기있더라고요. 결국 성공하는 친구들은 실패를 견뎌내요. 울면서 다 그만두고 싶다는 친구들도 결국 일어나요. 언젠가는 그럼 성공합니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가 그러더라고요. 스타트업의 본질은 될 때까지 하는 거라고요, 다만 명확한 비전이 있어야겠죠.
Q13. 평소 일상 속에서 브랜드적 영감을 얻기 위해 하시는 교수님만의 특별한 습관이나 리추얼(Ritual)이 궁금합니다.
저만의 리추얼은, 옷감을 짤 때 씨줄과 날줄을 엮듯 정보를 엮어 두는 거예요. NFT, AI, DT와 같이 쭉 지나가는 시대의 흐름의 정보는 놔두면 그냥 흘러가고 말아요. 그래서 저는 이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씨줄’화해요. 옛날 방식이지만 저는 이들을 한 장씩 되어있는 노트 카드에 써두죠. 그리고 이를 다시 카테고리화하는 ‘날줄’화 해요. 디자인이면 디자인, 인간 심리 등 큰 분류가 있고, 디자인도 세부적으로는 공간 디자인, UI 디자인 등이 있잖아요. 이후에 누가 디자인에 대한 얘기를 해달라고 하면 디자인 날줄에서 모아둔 씨줄을 뒤적거리죠. 그러다 보면 그 안에서 또 이말 저말이 엮이거든요.
낱줄과 씨줄로 엮어둔 홍성태 교수의 정보들 / 자료 출처 홍성태 교수
지금은 정보가 부족한 시대가 아닙니다. 그런데 나의 프레임이 없으면, 정보가 축적되지 않고, 조각조각 흩어져 버리고 맙니다. 이런저런 강의 들으러 다니지만, 내 것이 안되는 이유입니다. 이제, 내 집을 지어보세요.
또 Why라는 질문을 잘 하라고 해요. 분석을 위한 Why가 아닌, 어린아이 같은 Innocent Why가 되어야 합니다. 4~5살짜리 아이가 말이 트면 귀찮아요. “아빠, 하늘은 왜 파래요?” “아빠, 새들은 왜 날아다녀요?”와 같은 정말 순수한 질문을 많이 하니까요.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도 그 순수한 호기심의 습관으로 세상만사를 보면 남다른 영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되죠.
여행할 때는 최대한 제가 못 보는 관점에서 많이 보려고 해요. 특히 제 분야인 사람이 아닌 디자이너, 젊은 친구들과 다니다 보면 제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경험하고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여행 중에 카페에 들려 쉬려는데, 그 앞의 접시 디자인도 뒤집어 살펴보고 낯선 브랜드도 확인하는 사람이 있단 말이죠. 그럼 얘기 나누며 또 새로운 관점을 배우는 거예요.
저는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해요. 작가가 되고자 하는 건 아니고, 허투루 보던 것들이나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새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색상도 보고 배열도 보면서 ‘왜 저렇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감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사진 작가 코스프레 아닌 코스프레를 하고 다닙니다. (웃음)
Q14. 마지막으로, 홍성태라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제가 쓴 책 중에 <보이지 않는 뿌리>라는 책이 있어요. 여러 가지 보이는 현상들 뒤에 보이지 않는 뿌리를 정리해서 전달하는 게 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롤 모델로 삼는 사람이 필립 코틀러 교수예요. 1931년생이라서 벌써 95세더라구요. 근데 아직도 정정하게 현역에서 책도 많이 쓰고 있잖아요.
예전 유학시절에 각 학교에서 차출된 박사과정 학생들의 세미나가 있었어요. 그런데 구석 한편에 필립 코틀러 교수가 와 계신 거예요. 그리곤 학생들이 발표하는 걸 열심히 들으면서 필기하시더라고요. 이 분야에서 제일 앞서 나가시고 많이 아시는 분이 뭘 그렇게 적으시나 의아했어요. 그래 여쭤보니, 지금 제일 새로운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바로 박사 과정의 학생들 아니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 연륜에도 그런 자세 자체가 배울 점인 것 같아요. 저도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전국이 포켓몬으로 난리였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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