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간 1,000여 개의 브랜드의 스토리를 발굴해 온 국내 최대 브랜드 커뮤니티, 비마이비. 비마이비는 하나의 브랜드를 깊이 다루거나, 하나의 주제를 넓게 다루며 브랜드를 큐레이션하고, 사람을 만나고, 매월 이달의브랜드를 선정합니다.
이번 주의 마이비레터에서는, 72시간 소개팅을 브랜드 관점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숏폼이 콘텐츠 시장을 장악한 시대에, 사람들은 왜 1시간이 넘는 연애 콘텐츠를 끝까지 볼까요? <72시간 소개팅>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그 답을 보여줍니다. 자극적인 미션도, 과몰입을 유도하는 패널도, 빠른 편집도 없습니다. 대신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두 남녀가 알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줘요. 도파민 대신 감정의 결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방식은 오히려 더 진정성 있게 다가왔고, 많은 사랑을 받으며 어느덧 시즌 2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즌 1이 끝날 때까지 눈치채지 못한 분도 많으셨을 텐데요. <72시간 소개팅>은 여기어때의 브랜디드 콘텐츠에요. 여기어때의 유튜브 채널 때때때TTT와 제작사 블랙페이퍼가 함께 기획했죠. 누적 조회수 1,100만뷰. 광고를 기피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여기어때는 브랜드를 직접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과감한 전략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냈어요.
브랜드를 감추는 선택은 왜 효과적일까요? 지난 5월 28일, 비마이비에서 진행된 여기어때 브랜드 세션에서도 그 이유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어요. 이번 레터에서는 사람들이 왜 <72시간 소개팅>에 몰입했는지, 그리고 여기어때는 이 콘텐츠를 통해 무엇을 의도했고 무엇을 얻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01 여행 플랫폼 브랜드가 연애 콘텐츠를 만든 이유
기획의 출발점은 영화 한 편이었습니다. 여기어때 브랜디드 콘텐츠 기획을 고민하던 제작사 블랙페이퍼는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하루 동안 여행을 하며 사랑에 빠지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떠올렸어요.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운명 같은 상대를 만나는 상상을 하잖아요. 여행 중에 이성을 만난 경험은 평생 잊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비포 선라이즈’의 리얼리티 버전을 만들어보자는 데서 <72시간 소개팅>이 시작됐습니다.
72시간 소개팅의 시작점이었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 / 자료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연애와 여행을 붙인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예측 불가하고 낭만적인 여행지에서 처음 보는 남녀가 서로 알아가는 과정만큼 설렘을 자극하는 장치가 없거든요. 여행 중에는 밀착해서 일상을 함께하기 때문에 자기 본모습을 숨기기 어렵고요. 여행 코스를 짜는 방식부터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태도까지, 짧은 소개팅 몇 시간으로는 보이지 않던 평소 모습이 천천히 드러나는데요. 꾸밈없는 모습을 보며 가까워지는 모습이 더 진정성 있다고 판단해 여행을 선택한거에요.
물론 여기어때는 '여행 브랜드가 만든 여행 예능'이라는 뻔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어요. 여기어때가 만들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광고성 짙은 여행 정보 영상부터 떠올릴 테니까요. 그래서 여기어때가 택한 건 여행지를 직접 보여 주는 대신, 그곳에서 두 사람이 느끼는 설렘을 앞세워 간접적으로 여행심(心)을 자극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직접적인 여행코스 추천이나 맛집 소개 없이 출연자들의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따라가니, 광고 느낌 없이 자연스럽고 감성적인 무드의 콘텐츠가 만들어졌어요.
이런 곳에 가면 없던 마음도 생기겠어요 / 자료 출처 때때때 공식 유튜브
연출도 철저하게 그 감정에 맞췄습니다. 카메라를 멀찍이 두고 아름다운 풍경 컷을 넉넉히 담았고, 인터뷰 음향은 기내 방송처럼 들리게 처리했어요. 두 남녀가 서로 찍어 준 사진을 비행기 창문 모양의 프레임 안에 넣기도 했고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 '나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게 만들었죠. 낯선 두 사람의 소개팅 현장을 보려다가, 나도 모르게 이들과 여행을 함께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어요. 여기에 낯선 이와의 만남, 낯선 곳과의 만남에서 오는 설렘까지 시청자가 함께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02 사람들이 끝까지 보게 된 몰입의 공식
우리가 <72시간 소개팅>을 끝까지 집중해서 보게 만드는 매력이 뭘까요? 기존 연애 프로그램의 문법과 확연히 다르기 때문인데요. <72시간 소개팅>에는 ‘나는 솔로’나 ‘솔로지옥’처럼 리액션하는 패널도, 자극적인 미션도, 다대다 연애 프로그램 특유의 경쟁 구도도 없습니다. 화면에 오직 두 사람만 있으니, 시청자도 둘 사이의 미묘한 변화에 더욱 집중하게 돼요.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한 침묵부터 함께 거리를 걷다 잠깐 멈추는 순간까지 놓치지 않고 담아내죠. 시청자는 그 느슨한 흐름을 따라가며 두 사람의 감정에 천천히 젖어들고요. 도파민 없는 슴슴한 맛이 연애 예능보다 연애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해요.
이국적인 분위기가 잘 담겼던 홍콩편 / 자료 출처 때때때 공식 유튜브
시즌 2의 홍콩편을 보면 출연자들을 멀리서 촬영한 장면들이 특히 돋보이는데요. 두 사람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여행지의 이국적인 풍경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서였습니다. 시즌 1은 후쿠오카를 시작으로 방콕, 홋카이도, 삿포로, 타이완을 돌았고 시즌 2는 홍콩으로 떠났어요. 낯선 도시의 풍경이 두 사람의 감정과 겹쳐지면서 설렘과 몰입을 만들었죠.
편집 원칙도 한몫했는데요. 어쩌다 도파민이 터지는 재밌는 장면이 나와도, 두 사람의 서사에 도움이 안 되면 과감히 버렸다고 해요. 숏폼으로 잘라 바이럴을 일으킬 수 있는 자극적인 장면을 포기한거죠. 이런 확고한 편집 포인트 덕분에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한층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옵니다.
음악도 몰입에 한몫 했어요. 출연자들의 감정선과 여행지의 설렘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에 제약을 없애기 위해 유튜브 채널 수익화까지 포기했습니다. 수익화를 하면 저작권 문제로 노래를 자유롭게 쓸 수 없거든요. 같이 여행하는 기분을 살리려고 현지 노래를 많이 쓰기도 했고요. 여행지별로 삽입곡을 모아 플레이리스트로 공개한 것도 시청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짚은 부분입니다.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도 한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건, 두 사람의 감정에 시청자도 어느새 같이 빠져들게 되어서예요.
03 72시간 소개팅 제작 비하인드
'72시간 소개팅'이라는 제목도 사실 촬영 중에 정해졌습니다. 초기 제목은 'Check in Love'였고, 비행기나 기차 같은 이동 수단에서 처음 만나는 콘셉트가 중심이었어요. 그러다가 후쿠오카 촬영 중 한 커플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여행도 마지막 날이 가장 아쉽듯, 시간이 줄어들수록 마음은 더 깊어지죠. 제작진은 그 순간 '7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이야말로 이 콘텐츠의 핵심이라는 걸 깨달아 제목을 바꾸게 됩니다.
초기 제목이었던 <Check in Love>가 이스터에그처럼 곳곳에 있다 / 자료 출처 때때때 공식 채널
콘텐츠의 결에 맞는 일반인 출연자를 섭외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채널이 개설되기 전이라 섭외가 쉽지 않아서, 개인 계정으로 DM을 하거나 사전 인터뷰를 하러 온 사람에게 다른 출연자를 추천받기도 했습니다. 섭외 기준은 분명했어요. “'로맨틱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로맨틱은 사랑에 적극적인 사람이 아니라 삶을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뜻해요. 좋아하는 영화나 취향은 물론, 일상에서 무엇에 감사하는지도 꼼꼼하게 물어봤는데요. 특히 여행 이야기를 할 때 물가나 풍경 같은 정보가 아니라 그때의 감정과 만난 사람을 떠올리며 풀어내는 사람, 여행을 인생의 한 장면처럼 설명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갔다고 합니다.
멋있지만 사랑에 서툰 현웅을 보며 강백호가 떠올라 소연이를 찾았다 / 자료 출처 때때때 공식 채널
매칭 방식에도 나름의 원칙이 있었어요. 한 명을 먼저 정한 뒤 그 사람에게 없는 매력을 가진 상대를 찾았어요. 취향이 비슷하면 살아온 배경은 다르게, 배경이 비슷하면 취향은 다르게 조합하는 식이었죠. 연인이 되지 않더라도 한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것 같고, 함께 여행하는 모습이 궁금한 사람들로 말이에요. 출연자 섭외부터 매칭 방식까지 <72시간 소개팅>만의 기준으로 세심하게 신경쓴 덕분에 일반적인 소개팅에서 보기 힘든 케미를 선보여 더 화제가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04 여기어때를 숨겨야할 ‘때’
가장 과감했던 결정은 브랜디드 콘텐츠임에도 ‘여기어때’라는 브랜드를 철저히 숨긴 점입니다. 유튜브 채널을 새로 개설하면서 콘텐츠 정보란에 여기어때를 언급하지 않았고, 연락용 메일 도메인까지 새로 만들었어요. 시즌 1까지만 해도 영상의 시작과 끝에 여기어때 로고가 스치듯 지나가는 것이 전부였죠. 유튜브 채널 전략이 궁금했던 비마이비. 지난 5월 브랜드 세션에서 때때때 채널을 직접 운영한 여기어때의 BXP1팀 강석우 팀장을 만나 그 배경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비마이비가 함께한 때때때 채널 운영 인사이트 세션 / 자료 출처 비마이비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요.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여기어때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리면 사람들이 광고라고 여겨 애초에 보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었어요. 다른 하나는 일단 재밌는 콘텐츠로 시청자의 마음을 먼저 얻는다면, 나중에 브랜드를 밝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거라고 기대했거든요.
이런 판단 끝에 여기어때는 기존 공식 채널이 아닌 새로운 채널을 만들기로 결정했어요. 브랜디드 콘텐츠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데 비해 효과가 미미하고, PPL 구간은 시청자들이 습관적으로 건너뛰어 시청률이 저조하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 기존 여기어때 공식 채널의 방향과 콘텐츠의 결이 달라 이질감이 크기도 했고요. 그래서 아예 새 채널에서 시작하기로 결심했죠.
물론 내부 우려도 적지 않았습니다. 브랜드 채널조차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여기어때라는 이름까지 숨긴 신규 채널이 과연 콘텐츠만으로 성장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뒤따랐죠. 실제로 강석우 팀장은 이러한 방향성을 설득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럼에도 여기어때는 이왕 0에서 시작하는 만큼 브랜드도 제대로 숨겨보자는 결론을 내렸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데 더욱 집중했어요.
어디에도 여기어때는 없다 / 자료 출처 때때때 공식 채널
채널 이름 '때때때'인 이유는 뭘까요? 여행 갈 때 떠올리는 '여기어때'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면서, 나중에 브랜드를 공개해도 어색하지 않은 이름이었어요. 유튜브 프로필 속 검은 선들은 때밀이 타월을 연상시키고, '때를 민다'는 표현은 깨끗하고 개운한 여행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해요. 또한 '모든 순간엔 때가 있다'는 의미를 담아 여행할 타이밍을 뜻하는 메시지로 풀어낼 수도 있고 '여행할 때', '떠날 때'처럼 얼마든지 변형할 수 있는 이름이기도 했고요.
05 여기어때는 무엇을 얻었을까
브랜드를 숨긴 여기어때의 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때때때 채널은 개설 10개월 만에 실버 버튼을 받았고, <72시간 소개팅> 누적 조회수는 1,100만 회를 넘어섰어요. 눈에 띄는 건 조회수의 약 90%가 광고 없이 발생한 오가닉 트래픽이라는 점입니다. 여기어때는 광고비를 줄이는 대신 제작비에 투자하며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인 것이죠.
1호 현커로 화제가 된 삿포로편 현웅-영서 / 자료 출처 때때때 공식 채널
성과는 회차가 쌓일수록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3화 이후부터 댓글과 시청 지속 시간 같은 인게이지먼트 지표가 꾸준히 상승하기 시작했는데요. 특히 시즌1 삿포로 편의 현웅·영서 커플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두 사람이 실제 연인으로 발전한 '현커(현실 커플)'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알고리즘을 탔고, 조회수와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죠. 타 연애프로그램처럼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만든 자극적인 장면 때문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만들어낸 결과로도 보입니다.
여기어때가 얻은 것은 구독자와 조회수만이 아니었습니다. '72시간 소개팅'이라는 콘텐츠 IP를 통해 새로운 기회도 생겼어요. 여러 관광청에서 협업 제안을 받았고, 여행 콘텐츠와 지역 관광 마케팅을 함께 진행하는 사례도 늘어났습니다. 좋은 콘텐츠가 브랜드 자산이 되고, 다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진 셈이죠.
1초 만에 매진된 오프라인 상영 이벤트 / 자료 출처 디에디트 인스타그램
무엇보다 의미 있는 변화는 브랜드 인식입니다. 대부분의 브랜드 콘텐츠는 브랜드를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지지만, <72시간 소개팅>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시청자들은 광고를 봤다는 피로감 대신 좋은 콘텐츠를 경험했다는 기억을 갖게 됐고, 그 경험은 자연스럽게 여기어때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제 브랜디드 콘텐츠의 경쟁력은 퍼포먼스 측면에서 브랜드 노출을 극대화하는 것 보다, 오히려 콘텐츠 IP 그 자체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브랜드를 말하지 않아야 브랜드가 남는 시대. 여기어때는 그 가능성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습니다.
우리 브랜드는 과연 안전한가요? 예고 없이 찾아 오는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A to Z
브랜드의 생존력을 극대화 화는 리더십 전략에 대해 알아보는 비마이비의 솔루션시리즈.
6월에는 국내 최고의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송동현 대표와 함께 위기 상황에서 브랜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그리고 흔들린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전략과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살펴봅니다.
▸주제 : 우리 브랜드는 과연 안전한가요? 부정적 이슈와 위기에 대응하는 법 ▸일시 : 6/25 목, 오후 7:30 ~ 9:10 ▸장소 : 비마이비 도산 스페이스(서울 강남구 언주로 727 트리스빌딩 2층) ▸연사 : 송동현 대표(국내 최초 온라인 이슈관리 전문 컨설팅펌 밍글스푼 CEO, 위기관리 및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참가 신청 : 선착순 모집 ▸참가비 : 10,000원
my B letter의 본문과 큐레이션을 포함, 비마이비의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비마이비에게 있습니다. <비마이비의 모든 콘텐츠 자산의 무단 사용 및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콘텐츠의 활용을 금지합니다>
지난 8년간 1,000여 개의 브랜드의 스토리를 발굴해 온 국내 최대 브랜드 커뮤니티, 비마이비. 비마이비는 하나의 브랜드를 깊이 다루거나, 하나의 주제를 넓게 다루며 브랜드를 큐레이션하고, 사람을 만나고, 매월 이달의브랜드를 선정합니다.

이번 주의 마이비레터에서는, 72시간 소개팅을 브랜드 관점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숏폼이 콘텐츠 시장을 장악한 시대에, 사람들은 왜 1시간이 넘는 연애 콘텐츠를 끝까지 볼까요? <72시간 소개팅>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그 답을 보여줍니다. 자극적인 미션도, 과몰입을 유도하는 패널도, 빠른 편집도 없습니다. 대신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두 남녀가 알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줘요. 도파민 대신 감정의 결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방식은 오히려 더 진정성 있게 다가왔고, 많은 사랑을 받으며 어느덧 시즌 2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즌 1이 끝날 때까지 눈치채지 못한 분도 많으셨을 텐데요. <72시간 소개팅>은 여기어때의 브랜디드 콘텐츠에요. 여기어때의 유튜브 채널 때때때TTT와 제작사 블랙페이퍼가 함께 기획했죠. 누적 조회수 1,100만뷰. 광고를 기피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여기어때는 브랜드를 직접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과감한 전략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냈어요.
브랜드를 감추는 선택은 왜 효과적일까요? 지난 5월 28일, 비마이비에서 진행된 여기어때 브랜드 세션에서도 그 이유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어요. 이번 레터에서는 사람들이 왜 <72시간 소개팅>에 몰입했는지, 그리고 여기어때는 이 콘텐츠를 통해 무엇을 의도했고 무엇을 얻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01 여행 플랫폼 브랜드가 연애 콘텐츠를 만든 이유
기획의 출발점은 영화 한 편이었습니다. 여기어때 브랜디드 콘텐츠 기획을 고민하던 제작사 블랙페이퍼는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하루 동안 여행을 하며 사랑에 빠지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떠올렸어요.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운명 같은 상대를 만나는 상상을 하잖아요. 여행 중에 이성을 만난 경험은 평생 잊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비포 선라이즈’의 리얼리티 버전을 만들어보자는 데서 <72시간 소개팅>이 시작됐습니다.
연애와 여행을 붙인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예측 불가하고 낭만적인 여행지에서 처음 보는 남녀가 서로 알아가는 과정만큼 설렘을 자극하는 장치가 없거든요. 여행 중에는 밀착해서 일상을 함께하기 때문에 자기 본모습을 숨기기 어렵고요. 여행 코스를 짜는 방식부터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태도까지, 짧은 소개팅 몇 시간으로는 보이지 않던 평소 모습이 천천히 드러나는데요. 꾸밈없는 모습을 보며 가까워지는 모습이 더 진정성 있다고 판단해 여행을 선택한거에요.
물론 여기어때는 '여행 브랜드가 만든 여행 예능'이라는 뻔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어요. 여기어때가 만들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광고성 짙은 여행 정보 영상부터 떠올릴 테니까요. 그래서 여기어때가 택한 건 여행지를 직접 보여 주는 대신, 그곳에서 두 사람이 느끼는 설렘을 앞세워 간접적으로 여행심(心)을 자극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직접적인 여행코스 추천이나 맛집 소개 없이 출연자들의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따라가니, 광고 느낌 없이 자연스럽고 감성적인 무드의 콘텐츠가 만들어졌어요.
연출도 철저하게 그 감정에 맞췄습니다. 카메라를 멀찍이 두고 아름다운 풍경 컷을 넉넉히 담았고, 인터뷰 음향은 기내 방송처럼 들리게 처리했어요. 두 남녀가 서로 찍어 준 사진을 비행기 창문 모양의 프레임 안에 넣기도 했고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 '나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게 만들었죠. 낯선 두 사람의 소개팅 현장을 보려다가, 나도 모르게 이들과 여행을 함께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어요. 여기에 낯선 이와의 만남, 낯선 곳과의 만남에서 오는 설렘까지 시청자가 함께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02 사람들이 끝까지 보게 된 몰입의 공식
우리가 <72시간 소개팅>을 끝까지 집중해서 보게 만드는 매력이 뭘까요? 기존 연애 프로그램의 문법과 확연히 다르기 때문인데요. <72시간 소개팅>에는 ‘나는 솔로’나 ‘솔로지옥’처럼 리액션하는 패널도, 자극적인 미션도, 다대다 연애 프로그램 특유의 경쟁 구도도 없습니다. 화면에 오직 두 사람만 있으니, 시청자도 둘 사이의 미묘한 변화에 더욱 집중하게 돼요.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한 침묵부터 함께 거리를 걷다 잠깐 멈추는 순간까지 놓치지 않고 담아내죠. 시청자는 그 느슨한 흐름을 따라가며 두 사람의 감정에 천천히 젖어들고요. 도파민 없는 슴슴한 맛이 연애 예능보다 연애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해요.
시즌 2의 홍콩편을 보면 출연자들을 멀리서 촬영한 장면들이 특히 돋보이는데요. 두 사람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여행지의 이국적인 풍경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서였습니다. 시즌 1은 후쿠오카를 시작으로 방콕, 홋카이도, 삿포로, 타이완을 돌았고 시즌 2는 홍콩으로 떠났어요. 낯선 도시의 풍경이 두 사람의 감정과 겹쳐지면서 설렘과 몰입을 만들었죠.
편집 원칙도 한몫했는데요. 어쩌다 도파민이 터지는 재밌는 장면이 나와도, 두 사람의 서사에 도움이 안 되면 과감히 버렸다고 해요. 숏폼으로 잘라 바이럴을 일으킬 수 있는 자극적인 장면을 포기한거죠. 이런 확고한 편집 포인트 덕분에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한층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옵니다.
음악도 몰입에 한몫 했어요. 출연자들의 감정선과 여행지의 설렘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에 제약을 없애기 위해 유튜브 채널 수익화까지 포기했습니다. 수익화를 하면 저작권 문제로 노래를 자유롭게 쓸 수 없거든요. 같이 여행하는 기분을 살리려고 현지 노래를 많이 쓰기도 했고요. 여행지별로 삽입곡을 모아 플레이리스트로 공개한 것도 시청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짚은 부분입니다.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도 한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건, 두 사람의 감정에 시청자도 어느새 같이 빠져들게 되어서예요.
03 72시간 소개팅 제작 비하인드
'72시간 소개팅'이라는 제목도 사실 촬영 중에 정해졌습니다. 초기 제목은 'Check in Love'였고, 비행기나 기차 같은 이동 수단에서 처음 만나는 콘셉트가 중심이었어요. 그러다가 후쿠오카 촬영 중 한 커플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여행도 마지막 날이 가장 아쉽듯, 시간이 줄어들수록 마음은 더 깊어지죠. 제작진은 그 순간 '7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이야말로 이 콘텐츠의 핵심이라는 걸 깨달아 제목을 바꾸게 됩니다.
콘텐츠의 결에 맞는 일반인 출연자를 섭외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채널이 개설되기 전이라 섭외가 쉽지 않아서, 개인 계정으로 DM을 하거나 사전 인터뷰를 하러 온 사람에게 다른 출연자를 추천받기도 했습니다. 섭외 기준은 분명했어요. “'로맨틱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로맨틱은 사랑에 적극적인 사람이 아니라 삶을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뜻해요. 좋아하는 영화나 취향은 물론, 일상에서 무엇에 감사하는지도 꼼꼼하게 물어봤는데요. 특히 여행 이야기를 할 때 물가나 풍경 같은 정보가 아니라 그때의 감정과 만난 사람을 떠올리며 풀어내는 사람, 여행을 인생의 한 장면처럼 설명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갔다고 합니다.
매칭 방식에도 나름의 원칙이 있었어요. 한 명을 먼저 정한 뒤 그 사람에게 없는 매력을 가진 상대를 찾았어요. 취향이 비슷하면 살아온 배경은 다르게, 배경이 비슷하면 취향은 다르게 조합하는 식이었죠. 연인이 되지 않더라도 한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것 같고, 함께 여행하는 모습이 궁금한 사람들로 말이에요. 출연자 섭외부터 매칭 방식까지 <72시간 소개팅>만의 기준으로 세심하게 신경쓴 덕분에 일반적인 소개팅에서 보기 힘든 케미를 선보여 더 화제가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04 여기어때를 숨겨야할 ‘때’
가장 과감했던 결정은 브랜디드 콘텐츠임에도 ‘여기어때’라는 브랜드를 철저히 숨긴 점입니다. 유튜브 채널을 새로 개설하면서 콘텐츠 정보란에 여기어때를 언급하지 않았고, 연락용 메일 도메인까지 새로 만들었어요. 시즌 1까지만 해도 영상의 시작과 끝에 여기어때 로고가 스치듯 지나가는 것이 전부였죠. 유튜브 채널 전략이 궁금했던 비마이비. 지난 5월 브랜드 세션에서 때때때 채널을 직접 운영한 여기어때의 BXP1팀 강석우 팀장을 만나 그 배경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비마이비가 함께한 때때때 채널 운영 인사이트 세션 / 자료 출처 비마이비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요.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여기어때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리면 사람들이 광고라고 여겨 애초에 보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었어요. 다른 하나는 일단 재밌는 콘텐츠로 시청자의 마음을 먼저 얻는다면, 나중에 브랜드를 밝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거라고 기대했거든요.
이런 판단 끝에 여기어때는 기존 공식 채널이 아닌 새로운 채널을 만들기로 결정했어요. 브랜디드 콘텐츠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데 비해 효과가 미미하고, PPL 구간은 시청자들이 습관적으로 건너뛰어 시청률이 저조하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 기존 여기어때 공식 채널의 방향과 콘텐츠의 결이 달라 이질감이 크기도 했고요. 그래서 아예 새 채널에서 시작하기로 결심했죠.
물론 내부 우려도 적지 않았습니다. 브랜드 채널조차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여기어때라는 이름까지 숨긴 신규 채널이 과연 콘텐츠만으로 성장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뒤따랐죠. 실제로 강석우 팀장은 이러한 방향성을 설득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럼에도 여기어때는 이왕 0에서 시작하는 만큼 브랜드도 제대로 숨겨보자는 결론을 내렸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데 더욱 집중했어요.
채널 이름 '때때때'인 이유는 뭘까요? 여행 갈 때 떠올리는 '여기어때'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면서, 나중에 브랜드를 공개해도 어색하지 않은 이름이었어요. 유튜브 프로필 속 검은 선들은 때밀이 타월을 연상시키고, '때를 민다'는 표현은 깨끗하고 개운한 여행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해요. 또한 '모든 순간엔 때가 있다'는 의미를 담아 여행할 타이밍을 뜻하는 메시지로 풀어낼 수도 있고 '여행할 때', '떠날 때'처럼 얼마든지 변형할 수 있는 이름이기도 했고요.
05 여기어때는 무엇을 얻었을까
브랜드를 숨긴 여기어때의 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때때때 채널은 개설 10개월 만에 실버 버튼을 받았고, <72시간 소개팅> 누적 조회수는 1,100만 회를 넘어섰어요. 눈에 띄는 건 조회수의 약 90%가 광고 없이 발생한 오가닉 트래픽이라는 점입니다. 여기어때는 광고비를 줄이는 대신 제작비에 투자하며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인 것이죠.
1호 현커로 화제가 된 삿포로편 현웅-영서 / 자료 출처 때때때 공식 채널
성과는 회차가 쌓일수록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3화 이후부터 댓글과 시청 지속 시간 같은 인게이지먼트 지표가 꾸준히 상승하기 시작했는데요. 특히 시즌1 삿포로 편의 현웅·영서 커플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두 사람이 실제 연인으로 발전한 '현커(현실 커플)'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알고리즘을 탔고, 조회수와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죠. 타 연애프로그램처럼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만든 자극적인 장면 때문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만들어낸 결과로도 보입니다.
여기어때가 얻은 것은 구독자와 조회수만이 아니었습니다. '72시간 소개팅'이라는 콘텐츠 IP를 통해 새로운 기회도 생겼어요. 여러 관광청에서 협업 제안을 받았고, 여행 콘텐츠와 지역 관광 마케팅을 함께 진행하는 사례도 늘어났습니다. 좋은 콘텐츠가 브랜드 자산이 되고, 다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진 셈이죠.
1초 만에 매진된 오프라인 상영 이벤트 / 자료 출처 디에디트 인스타그램
무엇보다 의미 있는 변화는 브랜드 인식입니다. 대부분의 브랜드 콘텐츠는 브랜드를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지지만, <72시간 소개팅>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시청자들은 광고를 봤다는 피로감 대신 좋은 콘텐츠를 경험했다는 기억을 갖게 됐고, 그 경험은 자연스럽게 여기어때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제 브랜디드 콘텐츠의 경쟁력은 퍼포먼스 측면에서 브랜드 노출을 극대화하는 것 보다, 오히려 콘텐츠 IP 그 자체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브랜드를 말하지 않아야 브랜드가 남는 시대. 여기어때는 그 가능성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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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전하는 설렘을 전하는 다양한 방법
👉🏻 #249 출구 없는 미로, 연프 설계 공식 파헤치기
👉🏻 [Interview]여기어때컴퍼니 김용경 브랜드실 실장 | 브랜드의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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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브랜드는 과연 안전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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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는 국내 최고의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송동현 대표와 함께 위기 상황에서 브랜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그리고 흔들린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전략과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살펴봅니다.
▸주제 : 우리 브랜드는 과연 안전한가요? 부정적 이슈와 위기에 대응하는 법
▸일시 : 6/25 목, 오후 7:30 ~ 9:10
▸장소 : 비마이비 도산 스페이스(서울 강남구 언주로 727 트리스빌딩 2층)
▸연사 : 송동현 대표(국내 최초 온라인 이슈관리 전문 컨설팅펌 밍글스푼 CEO, 위기관리 및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참가 신청 : 선착순 모집
▸참가비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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