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성수> 브랜드 세션, 변해야 하는 것과 지켜야 하는 것의 균형을 말하다

온라인 쇼핑을 하면서 한 번 쯤은 들어보았을 이름, 29CM. 2011년 ‘더 나은 선택을 돕는 가이드’라는 모토로 출발한 29CM는 잡지를 읽는 듯한 앱과 웹사이트, 브랜드를 깊고 넓게 들여다 보는 PT, 고객과 대화하는 듯한 콘텐츠로 화제를 모으며 성장했습니다. 2021년 5월 무신사에 인수된 후에는 더욱 공격적으로 확장했죠. 패션은 물론 공연, 전시, 팝업스토어(이하 팝업) 등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도 리더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29CM가 최초의 자체 오프라인 쇼룸 이구성수(29CM SEONGSU)를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어요. 가장 치열한 오프라인 브랜딩의 격전지인 성수동에 문을 열었으니까요. 사실 29CM는 2018년부터 2년 동안 강남역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올해 5월 최초의 브랜드 팝업 이구맨션(29MANSION)과 8월 더현대서울 이구갤러리(29CM GALLERY)를 선보이며 꾸준하게 오프라인 공간을 시도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이구성수는 그 동안 29CM가 축적해 온 인사이트를 선보이는 장이기도 하죠.


(좌) 삼각지역에서 진행한 29MANSION. 29CM의 첫 브랜드 캠페인 ‘당신2 9하던 삶’이라는 메시지를 다채로운 공간으로 선보였습니다. / [자료 출처 헤이팝]
(우) 더현대서울에 오픈한 29CM GALLERY. 매달 29CM가 선정한 주제에 맞는 브랜드들을 엄선해 선보입니다. / [자료 출처 29CM]

 


이번 브랜드 세션은 도슨트와 함께하는 투어로 시작됐습니다. ‘공간 자체를 하나의 매거진처럼 만들고 싶었다’는 말처럼, 이구성수는 공간 구석구석 심혈을 기울였죠. 추천 제품들은 담당 MD의 메시지를 함께 진열해 설득력을 더했고,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QR코드도 배치했습니다. 매장에 깔린 음악도 BGM매거진과 함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고, 오직 29CM의 공간에서만 맡을 수 있는 향도 개발했죠. 매장을 소개하는 팜플렛의 세로 길이까지 29cm로 통일할 정도로, ‘이구다움’을 전하려는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이구성수의 다양한 모습들. 모든 디테일에서 ‘이구다움’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 [자료 출처 29CM] 


이구성수 투어 후, 근처의 무신사 성수 사옥에서 곧 바로 세션이 이어졌어요. 브랜딩과 큐레이션의 레퍼런스로 가장 많이 다뤄지는 '29CM'가 주인공인 만큼, 참여한 사람들 모두 눈을 반짝이며 집중했죠. 공간 기획과 콘텐츠 준비, 실행의 모든 과정에 함께한 4명은 부드럽지만 열정적인 목소리로 이구다움과 브랜딩, 마케팅, 그리고 공간에 대한 배움과 생각을 풀어놓았습니다. 


“변해야 하는 것과 지켜야 하는 것을 정확히 알기.” 


표현은 각자 달랐지만, 토크에 참여한 연사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핵심입니다. 사람과 브랜드 모두 자신의 본질에 충실하고,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죠. 브랜딩과 마케팅, 트렌드에 대한 수많은 메시지가 범람하는 지금, ‘브랜드다움’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한 네 명의 메시지에는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참여 연사

하태희 (이하 H) 브랜딩팀 수석 팀장 

고보경 (이하 K) 브랜드마케팅팀 팀장 

양안나 (이하 Y) 브랜드마케팅팀 마케터 

남예린 (이하 N) 브랜드마케팅팀 마케터 


H :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어요. 정답이나 공식은 없다는 것을요. 저도 1시간 단위로 미팅을 할 정도로 치열하게 실무를 하고 있어요. 이 자리에 와주신 여러분들처럼요. 여러분들과 같은 마케터 동료 한 명 알게 됐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2018년 10월부터 2021년 2월까지,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오프라인 스토어를 했었어요. 하나은행과 제휴해서 ‘브랜드 편의점’이란 컨셉으로 운영했고 많은 고객분들이 좋아해 주셨지만, 이구답다를 100% 보여주긴 어려웠어요. 하지만 이런 시도들을 통해서 오프라인 공간의 잠재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오프라인 브랜드 공간을 원하는지도 알게 되었고요.


하나은행과 같은 층을 공유하며 운영해 화제를 모은 29CM의 브랜드 편의점. / [자료 출처 29CM] 


그래서 이 노하우를 기반으로, 29CM의 모토인 'Guide to Better Choice'를 물리적으로 실현해보고자 했어요. 29CM는 올해로 11년이 됐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고객의 더 나은 선택을 돕는다'를 꾸준히 지켜왔어요. 이런 저희의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보다 가깝게 제안하고자 오프라인 공간을 고민하게 됐어요. 29CM가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선 것이죠. 



[사진 최진수]


저희의 고객은 크게 두 파트로 구분돼요. 첫 번째는 저희 플랫폼에 입점한 브랜드에게 성장을 제공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 고객들에게 더 나은 제안을 하는 것인데요. 두 고객 모두에게 대체 불가능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것이 29CM의 목표입니다. 저희는 '나의 일상에 이 상품이 있다면?'이라는 문제를 가장 깊게, 넓게, 입체적으로 고민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더 저렴하고 편하고 빠르다를 외칠 때, 저희만의 기준과 철학을 유지해 온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죠.

이구성수를 만들게 된 것도 결국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저희의 방향성을 지키기 위해서였어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저희 평균 거래액이 70% 이상 성장했습니다. 2018년을 기점으로 거래액, 매출이 모두 급성장했거든요. 코로나 19도 있었을 거고, 사람들이 나만의 취향을 찾고 싶은 니즈가 커진 것도 있었을 것 같아요. 2020년엔 처음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지금도 계속 성장 중이죠. 

그렇기에 2022년의 목표를 두고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스케일업을 할 것이냐, 브랜드다움과 스토리를 강화할 것이냐. 결론은 '둘 다 잘 해야 한다'였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플랫폼은 다양한 콘텐츠와 편리함으로 성장을 맡고, 오프라인 공간은 사람의 감각으로만 체험할 수 있는 것들로 스토리를 강화하기로 결정했죠. 궁극적으로 고객과의 유대감을 더 깊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아날로그의 반격>이란 책에 이런 말이 나와요. "아날로그는 인간의 본능이며 새로운 럭셔리다." 전 이게 정말 맞는 말이라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느껴지더라고요. 코로나19 때 저희 마음대로 나가지도 못하고, 갑갑했잖아요. 서점이나 필름 카메라, LP가 다시 주목받는 것도 결국 오프라인에서만 느껴지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귀해져서 그런 것이죠. 그래서 저희도 오프라인 스토어의 역할을 29CM만의 스토리를 전하고, 고객을 직접 만나는 수단으로 정의했어요.


H : ‘29CM답다’, ‘이구답다’를 어떻게 공간에 담을지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그래서 '29CM만의 변하지 않는 가치는 무엇일까', '변화하면서 발전하는 것은 어떤 걸까'. 이 두 가지를 정리해보는 데에서 시작했죠.

29CM의 본질을 고민해봤어요. 29CM이라는 이름이 '반 발짝 정도의 거리에 있는 걸 제안한다’는 의미를 담았고, c와 m에도 커머스(Commerce)와 미디어(Media)의 의미를 각각 담았어요. 29CM의 본질은 셀렉트샵이고, 셀렉트샵의 본질은 다양한 브랜드를 제안하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29의 견고한 철학, 공간에 꼭 담아야 하는 가치는 ‘다양한 브랜드를 잘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정의했어요.

다채로운 트렌드를 잘 소화해서 보여준다는 29CM의 유연함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했어요. 이런 변화는 로고부터 웹사이트, 모바일 앱, 제품 패키지 등 29CM의 표면적인 요소들에게서 보이겠죠. 그런 것들을 변주하고, 공간도 테마나 시즌에 맞춰 변화하는 걸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을 잘 구별하고 인지하는 것이 '잘 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저희에겐 변하는 것은 다채로움이고, 변하지 않는 것은 고객의 더 나은 일상을 제안한다는 우리의 철학, 신념, 가치였어요.

 


[사진 최진수]


K :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가볼게요. (웃음) 저는 29CM의 팬으로 시작해서 팀에 조인한지 갓 1년이 넘었어요. 마케터 분들은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멋지고 세련된 이구다움 이면의 구체적인 구현 과정, 고군분투를 말씀드리려 해요. 

먼저 한 것은 '공간을 어떻게 정의하냐'였어요. 성수동은 패션 쇼룸, 플래그십 스토어, 카페, 쇼품샵 등. 이런 공간들이 정말 많잖아요. 하지만 동시에 옛 공장이나 건물 같은 요소들도 있고,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이기도 하죠. 다양한 취향이 모이는 거에요. 그래서 이구성수는 '수백가지 취향이 모이는 성수동에서, 나다움을 찾는 공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 다음 고민한 것은 '무엇과도 어울리게, 그럼에도 기억되게 만드는 공간'을 만드는 거였어요. 29CM가 다양한 브랜드와 취향을 담는 그릇이 되면서도, 29CM만의 특성이 있어야 했거든요. 사람들은 자신만의 개성과 메시지가 명확한 공간을 찾고, 거기 머무는 시간을 즐기니까요. 그런 점들을 하나하나 정리해갔어요. 

메인 비주얼을 만들기 위해, 이구성수는 매장 창문과 전시 아트피스를 온라인 배너와 팝업처럼 활용했어요. 시즌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그래픽을 윈도우에 표현하고, 공간을 이해할 수 있는 비주얼을 전시 등으로 보여주려 했어요. 헤비 유저분들은 컬쳐 카테고리에도 관심이 많으시거든요. 그래서 아티스트 분들과도 협업해서 비주얼을 만들려 했습니다


H : ‘사계절'을 테마로 저희의 큐레이션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구의 '봄/여름/가을/겨울'이는 큰 틀을 잡고, 어떻게 변용할지 고민했습니다. 저희가 오픈한 9월은 '처음 만나는 가을'이라는 테마 아래 아이템과 콘텐츠 큐레이션으로 틀을 잡았어요. 가을 대표 아이템 스웨트 셔츠를 중심으로 선정을 했고, 2주 단위로 제품을 바꿨습니다. 은행나무 모티브 전시도 그렇고요. 이번 겨울은 '에버그린 올웨이즈', 시들지 않는 겨울이란 의미로 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어요. 


가을을 상징하는 아이템인 스웨트셔츠를 주제로, 은행잎 태그 등 꼼꼼한 디테일을 더해 선보인 이구성수의 첫 시즌.


K : 테마를 잡은 다음엔 인상적인 경험을 설계했어요. 그래서 두 가지 방법을 썼는데, 첫 번째 방법은 공간 가이드가 투어를 제안하는 것이었어요. 취향 테스트를 했을 때, 저희 공간을 방문하는 고객은 MBTI의 E보다는 I가 더 많으시더라고요. 그래서 공간 내 읽을거리를 골고루 비치해서 I도 E도 편안한 공간을 만들려 노력했죠. 피팅룸도 인증하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었는데, 직접 제품을 착용해보고 인증 사진을 찍으면서 공간과의 관계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디테일하지만 재미 요소를 더하기 위해 거울로 봤을 때 29CM SEONGSU로 보일 수 있도록 스티커도 좌우반전으로 붙여놨어요.



이구성수의 겉모습. 건물 창문에 ‘29’를 다양한 이미지로 표현하고, 공간 내부에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도 함께 풍경이 되게 만들었습니다. / [자료 출처 29CM] 


다음 방법은 ‘쇼룸’이란 공간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었어요. 사람들이 굳이 찾아가는 공간을 생각해보면 카페, 맛집 등이 많더라고요. 그 공간을 경험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입장료를 내는 것이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하더라고요. 매뉴팩트 커피와의 콜라보레이션도 그런 맥락에서 고려 했습니다. 덕분에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 동안은 내가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 것 같아요. 차분히 커피를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29CM의 큐레이션을 훑어보고, 경험할 수 있도록 좌석 배치도 창문을 등지고 쇼룸을 바라보게 배치했습니다. 고객들이 앉아 있는 뒷모습 자체가 창문으로도 보이니까, 바깥에서 보더라도 하나의 풍경이 되고, 들어가도 괜찮겠다는 설득이 되도록 말이죠.



이구성수의 감각을 함께 하는 매뉴팩트 커피 / [사진 최진수]


마지막은 모든 마케터들의 고민이죠, '어떻게 소문을 낼 것인가'. 처음에는 고관여 유저들부터 시작했어요. 기존 유저들을 전환하는 것이 성과가 더 좋기 때문에, 이미 29CM를 알고 애정을 가진 분들께 꾸준하게 사전 티징 콘텐츠, 오픈 안내 푸시 메시지 등으로 알렸어요. 엄청 간단하게 이모티콘으로 반응할 수 있는 형태도 만들고, 오픈했을 때도 기존 유저 분들께 먼저 알려드렸죠.

크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나눠, 공간의 존재를 잠재 고객들의 동선에 노출 시켰어요. 온라인의 잠재 고객은 자기만의 취향이 뚜렷한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감각 있는 공간을 좋아하며, 성수동에 관심 많은 분들로 규정했어요.
오프라인에서도 공사중임에도 불구하고 공간 외벽에 오픈 날짜도 적어두고, 포스터도 만들어서 붙였어요. 카카오톡 맵, 네이버 맵 등에도 미리 등록해서 사진을 빠르게 올리면서 정보를 제공했고요. 고객들과의 내적 친밀감을 쌓는 활동도 함께 진행했어요. 이미 말씀드린 플레이리스트와 매거진과 같은 콘텐츠는 물론, 마케터들의 생생한 경험도 '이구어때요'라는 해시태그로 공유했습니다.


이모지 참여하기, #이구어때요 등 고객들이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한 29CM의 이구성수 콘텐츠들. / [29CM 인스타그램 캡쳐]


H : 이구성수가 이제 오픈한지 두 달 됐어요. 그 동안 4만 6천 여 명이 방문했고, 3천 여 건 이상의 정성 피드백 (해시태그, 지오태그, 블로그, 맵 리뷰 등)이 쌓였어요. 주말 일 평균 1,500명, 평일 일 평균 700명 정도 방문해 주셨어요. 생각보다 정말 많이 와주셔서 저희도 놀라고 있고, 고객들이 남겨주신 피드백들도 정말 다양하게 받았어요. 어떤 기자분이 저희 공간을 방문한 후에 '따뜻한 인상에 은은한 향기가 나는 사람이다'라고 써주셨는데, 정말 감동이었어요. 우리 공간이 사람으로 연상 되고, 우리가 의도한 것들이 잘 구현되고 전달이 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죠.


Q. 왜 29CM은 많은 지역 중 성수를 택했나요?

H : 29CM의 고객 분들은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뚜렷하거나, 나만의 스타일을 찾고 싶은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이 오프라인에선 주로 어디 많이 모일까 생각해보며, 자연스럽게 성수를 떠올렸어요. 제가 보기에도 재미있는 것이 너무 많은 동네이더라고요. 저희 페르소나들이 많이 다니는 공간에 오픈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성수를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Q. 이구다운 것은 무엇인가요?

Y : 가장 많이 궁금해 하실 것 같고, 너무 중요한 질문이어서 하루 종일 답을 생각해 봤어요. 사실 '이구다움'은 일하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는 단어입니다. 본질적으로는 발견 하게 하고, 제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제안할 때의 방식이 여러가지가 있겠죠. 아마 조금씩 다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앱을 켰을 때 보이는 따뜻한 카피, 아니면 PT나 쇼케이스 같은 콘텐츠'와 같이 다양하게 접하실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전부 모여서 이구다움을 정의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우리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페르소나들의 입을 빌려서 많이 말했다면, 오프라인 공간이 생긴 지금은 이제 저희가 직접 얘기할 수 있게 된 것이죠.

H : 어려울 수도 있지만 브랜드도 어떻게 보면 사람 같잖아요. 캐릭터를 부여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 것 인지 등.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계속 진행중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Brand+ING이고, 스스로 나다움과 나답지 않음을 대입해본다면 조금 더 쉽게 생각해 볼 수 있겠어요. 저도 이런 질문에는 '이구답지 않다'부터 먼저 생각해보거든요. '답다'를 정의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를 계속 만들어가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성수의 오프라인 공간은 29CM에게 또 다른 도전이었을 텐데, 브랜드의 방향성은 공간을 만드는데에 어떤 영향이 있었나요?

H : 오프라인에서 건네는 말 한 마디랑, 온라인으로 접하는 메시지의 유대감이 참 다르거든요. 브랜드 방향성이 변했다기보다는 확장됐다고 보는 게 더 맞는 것 같아요. 친밀감, 유대감, 고객들과 가까워진 것들요. 앞으로는 어떻게 오프라인-온라인을 기술적으로, 전략적으로 연결해서 경험으로 구현할지를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29CM는 라이프스타일 제품도 많이 다루니까, 우리 브랜드를 더 감도 높게 유지하려면 항상 오프라인까지 생각해야겠구나. 그게 저희가 일하면서 느낀 제일 큰 변화 같아요.


Q. 이구성수를 통해 어떤 선택을 더 낫게 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는지.

Y : 온라인에서 경험할 수 없는 감각의 경험이 중점이었어요. 29CM와 함께 만든 매뉴팩트 커피의 맛, 공간에서 들리는 음악 등. 그래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공간이 어떻게 전개될지, 제품들은 어떤 분위기로 어느 위치에 전시될 지 등 공간을 꼼꼼하게 미리 그렸어요. 심지어 음악과 기분은 날씨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날씨별로 테마를 잡았고, 특히 다가오는 겨울에는 연말과 홀리데이의 느낌을 담아 발랄한 기쁨이 상기 되도록 엄선했습니다.


Q. 29CM과 네 분은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합니다.

K : 이구성수는 의미가 있는 동시에 반성을 하게 만드는 공간입니다. 오픈 바로 다음 날부터 저희끼리 회고했어요. 오프라인은 처음이다 보니 아쉬움도 많았고, 고객 피드백도 많이 받아 이후에 어떻게 반영할지 치열하게 고민했어요. 29CM가 밖에선 멋지게 보이지만, 그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디테일의 완성도를 올려야 한다는 것을 정말 많이 느끼거든요. 대충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매일 고민하고 있어요.

Y :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디테일에 더욱 신경 써야한다는 것을 다시 배웠어요. 고객분들이 작은 디테일을 발견했을 때 '역시 이구답다, 나도 이런 걸 찾았다'는 기쁨을 줄 수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디테일을 팬의 마음과 연결되는 장치로 생각하고 다듬고 또 다듬었어요.

N : 저도 저희의 강점이 디테일이라고 동의해요. 하나 하나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 없을만큼, 직접 MD님을 인터뷰까지 하며 추천을 받아요. 이런 디테일을 봐주시는 피드백을 받을 때의 성취감도 크고, 그럴수록 디테일에 더욱 신경쓰게 돼요.

H : 모두 치열하게 일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호기심이 저의 원동력이에요. 관심을 갖고 아는 만큼만 보이기 때문이죠. 기획의 힘이 나오는 것도 관심사이고요. 디테일에 신경 쓰는 동시에, 밑그림을 그리고 큰 틀을 잡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요리사라고 생각해요. 재료도 가져와야 하고, 팀원이 어떤 스타일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서 역할과 장점을 조율하는 것. 그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매력적인 공간을 만드는 방법 한 가지를 공개 한다면?

H : 많이 가보세요. 딱 내가 아는 만큼만, 경험한 만큼만 깊어진다고 생각해요. 망설여지더라도 많이 경험해봐야 새로운 걸 하실 수 있어요. 그와 동시에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해야 하는 것들을 고민하는 것을 추천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의 공간은 프라이탁, 푸에브코 그리고 디앤디파트먼트입니다.

N : 매일 일을 쳐내다 보면 막막하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브랜드 미션을 되새기곤 해요. 저는 그게 정말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팀 목표 파일들도 열어 보며 '우리 이런거 하기로 했었지'라고 생각하게 되어요.

Y : 오픈 하자마자 와주신 분들, 정성스런 후기를 남겨주시는 분들은 저희조차 아쉬웠던 것들을 또 기가 막히게 아세요. 그런 리뷰의 아쉬움으로 우리의 첫 인상으로 남기고 싶진 않더라고요. 오픈은 또 새로운 시작이니까, 고객 의견을 계속 돌아보면서 '우리 브랜드다움'과 맞는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K : 내가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다가 뚜렷한 것, 그리고 그것을 잘 전달하는 게 핵심입니다. 방문하는 고객에게 우리의 고민이 잘 전달되는지, 그리고 그 고민을 제대로 전달 했는지도 중요한 부분이에요. 



'우리는 어떤 브랜드인가. 무엇을 지켜야 하고, 어떤 변화들을 받아들이면서 발전해야 하는가.' 브랜드뿐만 아니라 성장과 미래를 고민하는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이번 세션의 핵심 질문이었습니다. 이구성수를 만든 29CM의 4명은 이 질문을 매일 치열하게 고민하며 공간에 이구다움을 담아냈죠. 변해야 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명확히 정하고 실현하는 것. 29CM가 지금까지 꾸준한 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던,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바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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