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락스 <더 화이트 북>, 손에 잡히는 브랜드의 소통을 제안하다


<더 화이트 북THE WHITE BOOK>을 출간하게 된 것은 저에게는 영광스럽고, 브랜드에게도 정말 뜻깊은 일었어요. 왜 <더 화이트 북>인가?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말씀을 드릴게요.

락스라는 제품을 먼저 설명드리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텐데요. 락스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을 물에 녹인 용액이에요. 4~5% 농도로. 다른 성분이 첨가되지 않으면 의외로 식품첨가물로 분류돼요. 살균 소독력과 표백력이 뛰어나죠. 이 락스의 물질적 특징 중, 제일 중요한 건 표백이에요. 락스의 가장 큰 본질적인 특징은 하얗게 만든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때도 지워지고, 옷도 깨끗해지고요. 곰팡이 지울 때도 많이 쓰이는데, 표백과 세정은 엄연히 다릅니다. 락스는 엄밀히 얘기하면 세정제는 아니고 표백제에요. 그래서 '화이트'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됐습니다.

2017년 브랜드 사이트를 런칭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고, 2021년에 '유한락스를 믿으세요 - 유한락스 생활백서'라는 콘텐츠를 시작 했어요. 브랜드 북을 만들며 브랜드 이야기뿐 아니라, 생활 청소에 관련된 정보까지 담았기에 <더 화이트 북>이라고 했습니다.

왜 책을 만들었냐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과거로 따라 올라가야 해요. 유한락스가 진행하는 여러 캠페인 중에 'WOW 캠페인'이 있었어요. 락스는 청소 용품으로만 여겨지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과 가까운 제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잖아요. 일반적으로는 그냥 쓰기만 하고 브랜드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으세요. 유한락스가 사실 굉장히 유용한 기능들이 있고 삶의 다양한 순간에 쓰이거든요. 그것을 정확하게 알려드리고 싶어, WOW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락스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

① 락스 자체는 냄새가 거의 없어요. 락스가 세균이나 곰팡이를 만나서 없애면서 산화할 때 나는 냄새가 독한 거죠. 근데 이게 락스에 대한 선입견이 됐고, 브랜드에도 오랫동안 부정적인 영향을 주더라고요.

② 사실 락스는 극한의 환경에서 식수를 구할 때 아주 중요한 물질이에요. 지진, 가뭄 같은 상황에서 락스가 있으면 물웅덩이의 물을 살균할 수 있거든요. 아주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식수를 만들 수 있어요. 이게 WHO도 그렇고, 미국 CBC에서도 공식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요.

③ 락스 냄새 때문에 환경에도 나쁠 거라는 편견이 있지만, 락스는 하수구를 빠져나가면 2분 안에 약 96%가 자연분해돼요. 나머지 4%도 시간이 좀 더 걸리지만 분해가 되고요. 저희가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못 해서 쌓인 이런 편견들을, 매년 말하는 방식을 바꿔가면서 설명을 하고 있어요. 이런 것 전반을 WOW 프로젝트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책도 WOW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어요. 사실 회사에서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었기 사람들을 설득하고, 예산을 받아내는 것이 정말 큰일이었지만요.



THE WHITE BOOK / [자료 출처 유한락스]


2017년 제가 입사해서 브랜드를 맡게 됐을 때, 처음엔 솔직히 답답했어요. 조직원이 10명 정도 있는데 6명이 50대 팀장님이시고, 제가 막내고, 관리자 역할을 해 주시는 분이 두 명 있으니까... 어떻게 일할지 답답했거든요. 근데 같이 일을 하면서 제가 받은 첫 번째 숙제가 밑도 끝도 없이 '우리 온라인 좀 하자'였어요. 정말 다행히도, 온라인에 대해 아는 분이 너무 없으니까 방식에 대해서는 조금은 자유로웠어요.

처음에 생각한 건 '브랜드 사이트를 만들어서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해 보자'였어요. 거창한 플랜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만들고 본 거였어요. 뭐든 해야 하니까. 얘기를 하려면 무슨 얘깃거리라도 있어야 하니, 콘텐츠를 쑤셔 넣었어요. 만들어 놓고 보니 너무 허접하고, 사람들도 안 보더라고요. (웃음) 어떻게든 보게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유한락스를 믿으세요! / [자료 출처 유한락스 홈페이지 캡쳐]


흰옷이 잘못 염색이 되면 색이 이상해지는 걸 원래대로 돌려주는 제품이 있는데, 이 제품에 대해 문의가 많다는 것을 파악을 했고, 여기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예전엔 제품을 보내달라고 하면 네 하고 끝냈는데, '어떻게 쓰면 좋다, 이렇게 사용하면 된다.'라는 식으로 *스피드웨건을 자처한 거죠. 그러다 보니 조금 더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고요. 경험적으로 알게 된 거지만, 저희가 남긴 글에 대해서 글을 써주시거나, 댓글을 남기시는 분들은 한정적이지만 그 모습을 보고 브랜드를 평가하는 분들은 훨씬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됐죠. 브랜드 사이트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니까.

*스피드웨건 : 누가 물어보지 않아도 모든 것을 설명해주려고 하는 캐릭터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질문을 한 거예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건 진짜 대답 잘 해야겠다는 촉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연구실 모든 사람들에게 전화로 물어보고 메일로도 물어보면서 답을 만들었어요. 당시에는 아무 반응도 없었지만, 2~3년 정도가 흐른 뒤에 갑자기 이 답변이 화제가 되었죠. 덕분에 유퀴즈에서도 불러주시고, 사람들이 이 글에 성지순례도 와주시고.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우리 브랜드를 다시 봐줬다고 해 주시고, 좋은 감정들을 보내주시니까. 이것이 우리에겐 WOW였어요.



또 하나의 계기는 코로나에요. 팬데믹이 터지고 나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안전한 살균소독법>이라는 칼럼을 쓰기 시작했어요. 살균소독제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더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 브랜드가 속한 카테고리의 정보를 잘 알려주자. 브랜드는 최대한 뒤로 빼고. 사람들이 필요한 것들을 주자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이게 좋은 반응을 많이 받더라고요. 30만 건이 넘게 읽히는 건 감사하긴 한데, 솔직히 아직도 왜 이렇게까지 반응해 주시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웃음)

이 사랑을 어떻게 계속 이어가고 WOW 팩터로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2022년을 준비해야 되는 시점에, 그동안 4년 가까운 시간에 온라인에서 열심히 했더니 많이 알아봐 주시는 건 좋지만, '온라인'이라는 한계를 못 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온라인은 결국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하고 싶은 말은 많아도 인기 있느 글 위주로만 흘러 다니고 휘발성도 강하니까. 브랜드가 하는 얘기니까 신뢰도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실제로 '브랜드가 하는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라는 반응을 댓글을 통해서 보았거든요. 어떻게 말해야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을까? 매체를 바꿔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당시 메모를 정리해서 보여드리자면 이래요. 브랜드가 신뢰를 확보하려면 브랜드를 감추거나 전달하려고 하는 미디어 자체가 신뢰성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믿는, 화자를 선정하고 책이라는 물성도 고려해 보자. 그렇게 정보 전달 방식을 바꿔보자고 결정을 했어요.

그래서 올해 한 첫 번째 캠페인은 화자를 바꾸어, 조승연 작가와 함께 한 유튜브 콘텐츠였어요. 신뢰도 높은 크리에이터가 누굴까를 몇 달 동안 찾다가 같이 하면 좋겠다 싶어서, '빨래의 역사'라는 콘텐츠로 유튜브에 라이브를 했죠. 한 번 봐주세요, 11분 금방 가요. 두 번째가 바로 브랜드 스토리를 얘기하는 책이었어요. 이때부터 책이라는 매체의 신뢰도를 기반으로 휘발되지 않는 브랜드 스토리, 역사를 보여주자는 결정을 했죠.



유한락스가 유한'락스'로만 존재하다가 마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희석해서 쓴다는 형태에만 머물러 있어서 그렇겠다'라는 가정을 내렸어요. 그래서 단순히 락스가 아니라 청소용품 전체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확장해 보자, 그런 방향을 잡게 되었죠. 오늘 나눠드린 제품을 보면 티슈도 있고 세척제도 있는데, 두 제품 모두 락스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하지만 브랜드는 유한락스죠. 이젠 '청소를 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가 되자'로 확장하고, 이 내용을 책을 통해 선언하는 계기를 만들자. 브랜드 확장에 시동을 걸자는 목표를 가지게 됩니다.

"유한락스의 과거와 현재를 정리하고 미래를 제안할 수 있는 책"이라는 나름 거창한 이유를 만들었어요. 왜 꿈은 크게 가지라고 하잖아요? 저는 그게 맞는 말 같아요. 그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브랜드 북이 삼립호빵의 <호빵책 : 디 아카이브>였어요. 삼립호빵에서 이 책을 준비한 분도 제 지인인데, 저에게 해주신 얘기가 "50년 된 브랜드가 안 하면 이걸 누가 하냐. 우리도 그래서 이 짓 했다. 전통과 역사가 있으니까 했다. (유한락스도) 한국에선 50년 된 브랜드 아니냐, 해 봐라."라고 힘을 주셔서 더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이게 됐죠.

어떻게 하면 윗분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싶어서, 연말에 호빵책을 사서 책상에 다 놓아 드렸어요. 천천히 밑밥을 깔기 시작한 거죠. (웃음)




유한락스에게 계기가 되었던 <호빵책 : 디 아카이브> / [자료 출처 예스 24]


철저하게 락스 하나에만 집중했어요. 저희는 유한양행과 미국 클로락스의 합작 기업인데, 모두가 아시는 위인의 정보도 넣어야 한다 이런 압박도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다 걷어내고 '무조건 락스 얘기만 하고 싶다'라고 설득했죠. '사람들이 모르는 의미를 정확히 전달해서, 여전히 잘 몰라도 언젠가 이 책을 보며 락스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이 주장을 정말 온갖 피드백을 버텨가면서 지켰어요.

사실 락스라는 제품 자체의 역사는 100년이지만, 비슷한 제품, 물질은 그것보다 훨씬 오래됐어요. 지금이야 기술이 발달해서 락스가 모든 상황을 커버할 순 없지만,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대표적인 기능이 빨래와 청소였어요. 어떻게 하얗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이슈였던 시기였기에, 락스가 세상에 나오기 전엔 가사 노동이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옷을 하얗게 만든다는 너무나 큰 가사의 힘듦, 목욕할 때에 락스를 넣어서 전염병을 막은 역사, 청소와 살균의 가치를 지켜오며 성장해왔고 지금도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락스의 역할 등을 쭉 담았어요.

WOW 팩터로 담은 또 하는 '오해와 진실'이었어요. 락스 냄새의 정체가 뭔지부터 시작해서 편견을 불식시키고, 임산부에게 위험하다는 잘못된 정보 같은 것들도 다뤘어요. 사실은 락스가 경구독성, 흡입독성 등을 모두 테스트했을 때 거의 위험성이 없거든요. 그럼에도 미신이 많이 퍼져 있어서, 팩트체크를 위한 목적으로 넣었죠.

그 이외에는 락스 사용법을 물려받지 못한, 잘 알기 힘든 세대들을 위한 내용을 넣었어요. 락스를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이 대부분이 조회수 베이스로 정리한 내용이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질 내용들일 거예요. 청소 상황별로 맞춰서 쓸 수 있게 꼼꼼하게 상황을 나눠서 설명하기도 했고요. 응용편은 독감 예방, 살충제 대신 쓰기 같은 궁금증을 해소하는 차원으로 넣었습니다.

책을 보시면 이 책이 화학 관련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좀 딱딱할 수밖에 없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이미지 컷을 따뜻하게 넣어서 전반적인 톤 앤 매너도 조율하려 노력했습니다.



 Garbage in, Garbage out: 기획안이 제일 중요합니다

②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보세요

③ 기획안이 확정됐으면 참견하지 마세요. 사공 많으면 산으로 갑니다.


브랜드를 담당하고 계시면 책을 직접 쓰시진 않을 거예요. 아마 방향성을 정하는 게 더 큰 숙제겠죠. 그래서 방향을 명확하게 잡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희 사장님도 항상 말씀하세요. 처음 브리프가 제대로 안 되면 같이 일하는 출판사는 더 먼 산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그것이 가장 중요해요.

내가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은 그 누구와도 타협하면 안 됩니다.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어요. 물론 실무 하시는 입장에선 계속 참견이 들어올 거예요. 그러면 꼭 자기 이야기 넣어달라는 분들도 있고, 빼달라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100% 무시하긴 어려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게 떳떳하려면 그 수많은 것들을 잘 걷어내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안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독자가 어떤 사람이 될지를 계속 상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락스 브랜드가 이미 어머니들만 사용하는 브랜드가 된 현실에서, 젊은 분들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게 숙제였거든요. 그래서 그런 분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고, 책상에 놔둬도 괜찮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저희 회사 제품 중에서도 엄선해서 넣었죠. '나중에 실제로 청소나 가사를 할 때 우리 브랜드를 떠올리는 계기를 만들어주자'라는 마음으로 기획을 했습니다.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결정이 됐으면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최대한 참견하지 않는 거예 요. 출판 전문가님들이 저보다 책을 훨씬 더 깊이, 잘 알기에 믿고 맡긴 거예요. 사공 많으면 먼 산 간다는 말은 진리입니다. 참 신기한 게, 꼭 이 때가 되면 슬슬 내부 참견이 들어오기 시작해요. 사장님, 부장님, 옆 팀 잘나가는 팀장님 등등. 그 분들과 끝까지 사투를 벌였습니다. "무조건 락스 얘기만 할 겁니다. 유일한 박사님 얘기도 다 뺐습니다. 건드리지 마십쇼."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웃음)

그 이후는 실무 레벨에서 내용이 맞는지 검증하는 과정이죠. 기획안과 내용이 준비가 잘 되면 그다음은 시간과 비용과의 싸움입니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밀당의 과정이 늘어나는 거죠. 이때는 결국 시간에 맡기는 게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2022년 4월 준비를 시작해서 5~6개월이면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2~3개월이 더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준비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여유 기간도 고려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본인을 위해서라도 충분히 시간을 가져가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 책을 만들기 위해서 호빵책을 임원분들에게 돌리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이런 책이 세상에 있고, 우리도 이런 걸 할 수 있다.' 그리고 정확히 한 달 후에 제 메모를 보여드리면서, 이렇게 해 보고 싶다 말씀을 드리고 근거자료들을 계속 들이댔어요. 예산을 받아내는 것이 힘들었어요. 초기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하고. 그럼에도 책이라는 가치를 계속 설명드리면서 설득을 드렸고,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죠.


Q. 브랜드는 어디까지 하고, 전문가에겐 어디부터 맡겨야 할까요?

A. 저흰 사실 브랜드 사이트가 많은 분들의 호응을 이미 받고, 콘텐츠가 쌓인 상태라 시작하기가 수월했던 것 같아요. 다만 방향성을 잡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무엇이 핵심이고 무엇을 걷어내야 할지를 정하는 것, 그래서 기승전결을 잡는 것이 저희의 핵심이었어요. 조승연 작가와 같이 일할 때에는 이야기가 풀리는 방식에는 큰 걱정은 없었지만, 락스가 가진 특징과 하면 안 되는 이야기, 그리고 중요한 부분 등은 정리해서 드렸죠. 그 부분을 가지고 조승연 작가가 2~3주 공부한 후에 초고를 주셨고, 저희 수준에서 팩트체크를 했죠. 너무 많이 손을 안 대려 했던 것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Q. 더 화이트 북의 기획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포인트와 내부 커뮤니케이션에서 주요 설득 포인트가 궁금합니다.

A. 사실 이 부분은 조직 구성과 특성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유한락스의 경우는 온라인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 거의 없었어요. 반대로 오프라인 쪽에서는 실제로 매장 판매도 하고, 판촉도 해 보셔서 경험과 지식이 굉장히 많으셨고요. 그래서 '온라인의 정보를 오프라인화'겠다고 말씀드린 점이 설득이 잘 됐어요. 오프라인에서 락스 자체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오인지를 바꿔보겠다. 책은 휘발되지 않고 오래 남아서 보존될 수 있기 때문에 만들고 싶다는 부분이 주효했습니다.


Q. 브랜드 기획을 하는 순간 마케팅, 영업, 홍보팀 등에서 팩트 체크를 해 줘야 하는데 책을 만들겠다 하면 일이 많아지고 부담도 가잖아요. 왜 굳이 일을 벌이냐라는 실무진의 불평을 경험하진 않으셨나요?

A. 저는 외부 영업만큼 중요한 게 내부 영업이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역할과 목적 자체가 다르니까 본인이 하는 일 이상을 강요하는 입장이면 반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미리미리 말씀을 많이 드렸어요. '이런 거 하면 우리에게 좋다', '이런 거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보시냐'. 귀찮긴 하지만 여러 부서 계속 찾아가서 말씀드렸어요. '회사가 하는 일이고, 모두를 위해서 하는데 왜 이렇게 비협조적이냐.'와 같이 강대강으로 하면 잘 안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호감을 살 수 있을 만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인간적인 친분도 그렇고. 계속 찾아가고 두드리다 보니까 문이 열렸던 것 같습니다.


Q. 영업 측면이나 이 브랜드 북 프로젝트에 대한 유효성에 대한 내부에서의 염려는 없었나요?

A. 저희 WOW 프로젝트는 그런 면에서 비판을 받지 않는 유일한 프로젝트에요. 찾아보니까 꽤 오랫동안 고객과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았더라고요. TVC도 많이 못 보셨을 거예요. 제품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한 노력을 많이 안 한 거죠.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부분에 대한 부재가 계속 쌓여, 결국 '락스는 나쁜, 독한 것'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그동안 쌓인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오해를 지금이라도 풀어가기 위해서는 브랜드에 초점을 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라는 점이 내부적으로는 동의가 되어, WOW 프로젝트에 대한 챌린지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Q. 그렇다면 WOW 프로젝트의 KPI는 무엇이었고, 성과와 효용성은 어떤 기준으로 측정하고 판단하셨나요?

A. 매우 좋고 어려운 질문을 주셨어요. 서로 다른 회사가 마케팅과 영업을 나눠서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KPI를 침범 못 하는, 특수하고 애매한 지점이 있거든요. 저희 같은 경우는 말씀하셨던 WOW 프로젝트를 통해서 매출은 성장하고 있었고, 브랜드의 여러 지표들 (사이트 트래픽, 호감을 나타내는 메시지들, 제품 침투율 데이터)가 계속 상승하는 것이 보였어요. 그런 것들이 브랜드 지표로서, 내부적으로도 공감이 됐고요. 만약 반대되는 상황이었다면 분명히 얘기가 나왔겠죠? (웃음)


Q. 책은 시간과의 싸움인 콘텐츠라고 생각하는데요. 책이 나오기까지 분명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어떻게 그 과정을 버텼는지 궁금합니다.

A. 우선, 제가 출판업은 잘 몰라서 출판사를 추천을 받는 것이 제일 확실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비딩도 있었고, 최종적으로 어반북스와 함께 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시간의 싸움인 것은 맞아요. 하지만 이미 최종 라인까지 기획안이 확인되고 전달된다면, 저는 유한락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합의가 끝났다고 봅니다. 이제부터 저는 출판사 입장에서 방어하는 역할이 되는 거죠. 만약 합의 이후에, 회사 편을 들면 완전히 프로젝트가 달라져 버리니까요. 




"브랜드 북을 만들면서 생각이 정말 많았어요. 스스로도 이걸 만드는 게 맞나? 기껏 해놓고 관심 못 받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많았죠. 그 와중에도 끝까지 하게 된 나름의 결심이란 게 있다면, 브랜드를 이끄는 건 소비자 혹은 관심 있는 사람들의 신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신뢰는 감정의 영역이라 보고요. 저는 브랜드에 한해서는 팩트보다 감정이 우선되어 믿는다고 생각해요. 감정적인 차원에서 책도 출간하게 되고, 다방면으로 소비자들을 설득하려는 브랜드의 노력을 언젠가는 인정해 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다양하게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어요. 책이 세상에 나오면 외부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고 반응을 받을까라는 걱정보다는 '나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 책이고, 브랜드에게는 어떤 도움이 될지'에 더욱 집중하시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책은 가능하시면 꼭 해 보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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